안녕, 유럽 - 2,30대 떠나는 오감만족 배낭여행
김가혜 글, 이안나 사진, 하나북스 편집부 엮음 / 하나티앤미디어 / 2008년 5월
평점 :
품절


  나는 리뷰를 쓰는 게 단지 그 순간을 잠시 잡아두는 게 아니라 영원한 기억으로 만드는 거라면 좋겠다란 생각을 한다. 하지만 어떤 분은 리뷰를 잘 쓰는 게 누군가에게 잘 보이기 위해서가 아니라 자신이 그때 느낀 모든 것을 담아내는 거라고 하더이다. 그래서 책을 깨끗하게 보지 말라고, 팔거 아니면 말이다. 그때그때 읽으며 느낀 생각 감상을 구석구석에 박아두고...또 이 책에서 맘에 드는 문구를 형광펜으로 줄치며 느낌을 적어두고 그러하라고 말이다. 그러면 다시 리뷰를 쓸때 훨씬 더 책을 읽는 그 순간으로 돌아갈 수 있다고 말이다.
  하지만 어쩌하겠는가 나는 책에 손대는 걸 안 좋아해서 결국엔 연필질도 못하고 형광펜은 더더욱 사양이니 말이다. 굳이 좋은 리뷰를 써야겠다고 생각하며 리뷰를 쓰는 것이 아니었다, 그냥 읽었으니 그때의 느낌을 그 상황을 남기자가 내가 리뷰를 쓰는 목표이기에 나의 리뷰는 다른 분들과는 다르게 기록이다. 언제 얼마나 왜 등 육하원칙이 들어가 있는 주된 이유가 그로인해서일 것이다. 그래서 역시나 올리기 떨떠름하고 께름찍하다. 다이어리를 공개하는 느낌이 드니까 말이다. 
  한데 이 책은 그 다이어리를 공개하는 사람들의 이야기였다. 소심한 우리를 대신해 자신들이 한 유럽여행다이어리를 공개한 그들은 우리와 같이 배낭여행이라는 한때의 목표가 있었지만, 친구도 없도 돈도 없고 해서 미뤄뒀다가 '지금이 아니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자마자 바로 짐을 싸서 여행을 시작했다. 서로 좋아하는 곳 주변을 여행지로 삼았다...우리가 매일 보는 지하철 노선도 대신에 아주 큰 유럽 교통노선도를 그린 셈이다.
  참, 여행다이어리라고 아실라나 모르겠네요. 여행동안에 겪은 일이나 가본 곳을 적어놓고 스크랩해놓은 건데요.  방문한 곳의 감상이 주가 되지만, 방문지까지의 경로를 사전조사해 적는 것에 직접 간 후에 감상을 덧붙이거나 미리 짠 일정을 적고 뒤에 여백 공간을 만든 후에 여행간 곳의 팜플렛을 붙이는 거죠. 다이어리란 특성상 제 취향에 맞게 꾸밀 수 있긴 하지만 아무리 철저하게 계획을 했어도 사실 계획대로 하기가 어디 쉽나요. 그래서 사진과 또 팜플렛으로 꾸미는 것도 한계가 있고...꾸미는데 소질이 없는 사람들은 지레 포기하게 마련이죠. 
  하지만 그때의 그 감성을 다시 느껴보기엔 여행다이어리가 제격이죠. 책처럼 한권으로 된 노트를 구입하면 오래도록 보기 좋지만 두꺼워지면 난감하고 스프링노트는 맘에 안 든다고 북북~ 뜯어 쓸 우려가 있으니, 적당히 취향에 맞게 고르는 게 중요하죠. 그래도 그런 다이어리들을 보면 부럽고 또 한번은 나도 저렇게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서 자극받게 마련인 거 같아요. 이 책이 딱 그런 느낌입니다. 사진은 기본이요, 형형색색 컬러풀하고 손글씨(: ..텔모그라피라고 하죠)로 사진 위에 써 있는 문구들은 나도 여행가서 사진찍고 멋진 말 써넣어서 다이어리에 붙여놓고 싶어~~~!!! 라고 탄성을 자아냅니다. 아 전 요란한 거 또 컬러풀한 거 싫어해서 다이어리도 그냥 깔끔하게 연필이나 깜장펜으로만 쓰는데 보니까 쫌 색색이 써볼까 싶기도 하네요.

  출국부터 여행지의 경관, 교통지도 자잘한 Tip까지... 직접 갔다온 것만큼은 아니지만 느낌은 충분히 공유할 수 있을 것만 같아요. 두 사람의 여행목표랄까 목적이 달라서 유럽이라도 주요 경유지가 달라서 책은 크게 두 부분으로 나눠져있지요. 가혜씨가 영국근처의 유럽이라면 안나씨는 프랑스주변의 유럽이라고 할 수 있죠. 뮤지컬의 고장인 런던이 주 타겟인 가혜씨와 파리,파리를 부르짓던 안나씨의 여행 일기. 한번 읽어보실래요? [ P.S : 참, 두분은 혼자 여행을 한 거랍니다. 같이 떠난 게 아니라는 거죠! ]
  장장 500페이지가 넘는다. 핫 약간 부담이 갔지만 후루룩 넘겨보니 사진이 차지하는 비중이 큰 터라 그닥 부담은 가지 않았다. 게다가 여행기라지 않은가? 가볍게 또 여행기분을 내며 햇살 좋은 공원에서 유럽의 분위기를 내며 읽기에도 Good!! 뮤지컬의 고장인 런던이 주 타겟인 가혜씨는 타이트하게 하지만 30대의 노련함으로 최대한 본전을 뽑는 일정을 짠 거 같아. 알뜰살뜰하게 자기 취향에 맞게 주로 미술관이나 유적 등이 주 방문대상. 뮤지컬은? 당근 빠질 수 없지! 직접 발품 팔아 찾아간 곳이기에 줄 수 있는 정보와 또 그곳의 정보가 기본정보[:사진,전화번호,주소,관람시간 etc]가 적혀있다. 
  또 각 방문지 말미에 교통정보나 여행시 참고하면 좋을듯한 여행법이 적혀있다. 그 뒤엔 볼거리, 먹을거리, 살거리, 잘거리 등의 사진들과 짤막한 메모가 물고기마냥 빨래줄에 쫘악- 걸려있다.ㅋㅋ 앞쪽 본문이 직접 가본 곳이라면 이 뒤쪽은 '저것뿐 아니라 이것도좋아' 라는 추천코스라는 표현이 더 맞을 것 같다. 그리고 지도로 깔끔한 마무리! 유후...난 지도 못 보는데...아 그 4자[:방위표시에 쓰이는 것으로, 동서남북 위치표시]를 알아보는 게 넘 어려운 거 같다. 갔던 주요 지점이 표시되어 있어서 따라가보기에도 괜찮을듯~ 다이어리에 다른 사람 글이...??? 라는 생각이 들정도로 개인의 생각이 묻어나는 곳 천지인 이곳에 유일하게 타인의 흔적이 남은 곳인데 어쩌면 여행평가와 조언정도에 해당하는 약 한장정도의 공간이 있다. 뭐 내 다이어리에도 남에 글이 있으니 그런 거랑 비슷한 느낌이다.
  아 굉장히 재밌는 게 색이 부분적으로만 칠해진 그림이 여행지 첫 페이지를 장식하고 있다는 점이다,것도 여행지 첫 페이지마다. 음...왜 그런지 몰랐는데 쫌 읽다보니까 그게 나라의 특색을 한눈에 볼 수 있게 모아서 SD나 캐리커쳐로 그려놓은 것이었다. 그리고 색이 입혀져있는 곳은 뒷장부터 소개될 곳이라는 거... 그림을 보고 맘에 드는 페이지를 찾아 읽거나 아니면 뭐 그냥 아무데나 펴서 읽어도 그닥 상관은 없다. 그다지 이어지는 내용들이 아니기 때문이다. 나는 뭐 늘 그렇듯이 몇 장 펴보고 차례대로 읽는 中...이다.   아아~ 500페이지의 압박이라니...까.  그래도 열심히 읽는 이유는 뭘까...음...역시 나도 이들처럼 떠나고 싶은 것일까나??? 나홀로 여행을 하기엔 넘 소심한데...말이지.^^
  안나씨의 여행기록도 기본적인 구성은 가혜씨랑 같다. 다만 구체적인 테마가 정해져있지 않은 까닭에 그 지역에 유명한 것을 중심으로 또 20대답게 될 수 있으면 저렴하게 여행하기에 포커스가 맞춰져있는 것 같다. 그래서 본문보다 뒤쪽의 추천코스나 교통정보, 여행코스에 더 볼 것이 많다. 그래서 흐름이 짧고 경쾌한 느낌을 준다. 주로 한두개의 경유지만 소개되어있고 그런 게 여러개가 모여서 하나의 나라란 실에 꿰어진다.  음...그래서 버스에서 또 짬짬이 시간떼우기로 봐도 무리가 없다. 앞쪽도 비슷하긴 했지만 확실히 테마가 정해져있으면 그 흐름을 따라가야하느라 끊기 힘들지만 이건 징검다리같달까? 하나하나가 독립적이지만 또 크게 보면 다 연결되어있으니까 말이다. 
  가혜씨는 보통 2박이 기본이었지만 안나씨의 여행코스는 주로 1박이 많았으니까. 그로인한 차이일게다.또  간 나라의 차이도 있을 것이다. 최대한 일정을 빡빡하게 짜서 여행지에서 볼것을 최대한 넣어논 그녀의 일정은 선반에 책이 가득한 느낌. 그렇지만 안나씨는 적당히 빈공간이 있어서 장식품도 놓고 앞으로 채워나갈 것이 더 많은 아직은 책이 부족한, 아니 정확히 말하면 책을 편식하는 사람의 책장이란 느낌이다. 직접 만든 책장이라 애착이 가고 더 예쁘게 꾸미느라 책을 사는 여유가 없었을지도. 암튼 그런 느낌이더이다. 
  이 다이어리가 아니 여행기가 꽤나 활기찼던 건 두 사람의 열정이 가득하고 또 거기에 내 열정도 동요하기 때문이었다. 아직 젊고, 외국에 또 혼자 여행을 간 적 없는 나는...[ : 나도 어리단 말 쓰고 싶었는데...아아 이젠 쓸 수 없게 되버렸어.] 적당히 하얗고 또 사늘한 하늘아래에서 이 책을 읽으며 약간의 격련과 또 약간의 온기를 느꼈다. 아마도 언젠가 내가 쫌 더 용기가 생긴 후에는 혼자서 하는 여행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왜 누구랑 같이 가도 되는데 굳이 혼자 여행을 하냐고 묻는다면...그런 친구가 없어서가 아니라 또 다른 나를 발견하기 위해서라고 말해주고 싶다. 
  우린 사회적인 동물이라 나를 아는 사람 곁에서는, 언제나와 같은 내가 되기때문이다. 그러니 바뀌고 싶다면 또 다른 자신을 찾고 싶다면 혼자가는 여행은 새로운 의미를 가져다줄 것이다. 아아 물론 이딴 이상적인 것은 별로 좋지 않다만, 난 날씨타니까 이런 말은 잿빛구름 아래서 하는 건 꽤 괜찮아. 꽤 말이지. 날이 차니까 머리도 차가워지고 몸도 차가워지고 가슴까지 차가워지려고 한다. 가을을 건너뛰고 겨울이 올 것 같은 이런 날씨엔 따끈한 차를 호호~ 불어 친구와 함께 마시며 수다떨고 헤어지기에 딱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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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샨보이
아사다 지로 지음, 오근영 옮김 / 북스캔(대교북스캔) / 200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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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이 책을 읽으면서 코끝이 찡-해지고 눈물이 날뻔했다.
거리에서 또 버스안에서, 지하철 안에서 읽으면서도 그런 사태가 벌어지는데 아연실색했으며
또 한편으론 이런 글을 쓸 수 있는 작가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사람이 울 수 있다는 것은 그만큼 어렵다.
자질구레한 감정표현이 고스란히 와닿을만큼 그게 가능할만큼 글이 맛있다.
어떤 면은 보고 싶지 않았고 또 어떤 면은 다음 이야기가 궁금했다.
하지만 결국 작가의 수다와 넋두리를 듣고 있노라며
지나간 이야기가 아니 지금 현재 내가 그걸 겪게 되어서 가슴이 아려왔다.
꼭 그렇게까지 해야될까 싶을 정도로 가슴을 후벼파는 것은 어쩌면 작가가 가진 신념.
사실을 그대로, 또 내가 본 현실을 재현해내는 능력은 행복하리만치 잔인하다.
기승전결의 구조라면 당연히 해피엔딩이라 생각한 이야기는...
너무도 현실적이어서 비현실적이길 간절히 바라게 된다. 차라리 행복했으면...
그러면 이리도 서럽진 않았을텐데... 하고 말이다.
어떤 사람은 이런 작가의 재능을 존경한다고 하지만 나는 이렇게 진실한 사람 싫다.
현실의 잔혹함이 싫고 그에반해 거기까지 가는 길은 어찌나 연분홍 꽃길이던지...
작가는 철도원을 쓴 사람이라고 했다.
물론 그따위 사실이 중요한 게 아니다...전작이 유명해서 오히려 빛을 잃을 수도 있으니...
철도원이 파도같이 철썩~ 가슴을 때렸다면
이 단편들은 하나같이 낙하산을 맨 군인의 심정이리라.
위험을 피해서 난 살았다 생각한 순간 낙하산은 말을 듣질 않는다.
현실의 막막함이다.
그 지난한 세월을 또 그 잔인한 추억을 되새기며 이 글을 썼겠지...작가란 사람은.

그 사람은 어떤 모습으로 자신에 대해 말할까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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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프지만 안녕
황경신 지음, 김원 사진 / 지식의숲(넥서스) / 2006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이벤트로 받은 책이지만 소설이라 묵혀두었던 거...^^;; 익으라고~~~
사실 소설이라는 장르는 읽기에 편한 장르가 아니기에...
[:중간에 끊을 수 없어서 시간이 많이 필요하다.첨부터 끝까지 한번에 읽어야 하니까 별 수 없다.]
어제 비도 오고 시간도 많길래 그냥 받아뒀는데 안 읽은 책들을 읽으려고 했다.
그러다가 한 권을 집었는데 쉽게 읽을 것 같아서 또 기분도 우울하고 해져서...

단편소설집이라 읽기에도 무리없고 또 중간중간 딴짓도 하고
글을 읽으며 그려지는 그림들에 소소한 웃음이 났고
또 내 모습을 보는듯한 캐릭터들까지 나와서 몰입도가 더 뛰어났다.
모든 것에서 자신의 모습을 보는 건 어찌보면 당연한 거기에 웃음이 터져나왔다.
책을 보며 이런저런 딴지를 거는 건 어쩔 수 없는 습성인가보다.
[:주로 소설을 보면서는 안 하던 거였는데...]


와닿는 이야기와 닿을 수 없는 이야기들이 넘쳐나는 조각보는 찬란하리만치 슬픈빛이었다.
그림이 완성되고 덧칠되어지고 나면 남는 건 단지 한장에 불과하지만
그 한장이 되기까기 그 안에 녹아있는 시간과 고민들을 느끼는 건 독자로써 누리는 기쁨.
사랑이야기, 남자가 나오고 또 여자가 나오는 이야기.
간혹 그 성별조차 알 수 없고 또 시공간을 초월한 장소에서 진행되는 이야기는
그다지 흥미를 끌진 않았다.
내가 관심있는 건 단지 하나의 이미지, 그 활동사진일뿐.
한장한장 더해져서 끊임없는 움직임이 만들어지는 눈의 착각, 영화처럼.
보고 나서 남는 게 있던 없던 상관없이 그냥 그렇게 흘러가버리는 이야기들.
내, 눈물을 자아내지도 또 웃음짓게 만들지도 않은 약간은 무미건조한 책.
자그마한 리본이 달린 파란 선물상자를 선물 받은 것은 행복해지길 바라는 누군가의 마음.
잠시라도 그것에 대해 고민했다면 그걸로 된거야, 이루어진거야 그의 소원은.
내 품에 머무른 순간이 너에게도 잊을수 없는 추억이 되었으면...
수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또 헤어지는 니가 아닌 단 한사람만을 위한 이가 되었기에
네가 포기하고 또 얻은 것을, 내가 간 다음에 또 누군가에게 전해주련.
작은 속삭임에도 나부끼는 가벼운 몸짓에, 지울수 없는 상처를 주는 건 어쩔 수 없는 거지.

아아 역시 소설은 읽으면서 생각을 안 하게 되버려서 쫌 싫다니까~ 흘러가는 강물에 비춰진 해의 부스러기를 보는 듯 눈이 시리고 또 내 손을 떠나버린 가엾은 존재가 되는 느낌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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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범죄는 흔적을 남긴다 - 법의곤충학자가 들려주는 과학수사 이야기
마크 베네케 지음, 김희상 옮김 / 알마 / 200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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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이벤트로 받은 책이와요. 그래서 증정이라는 로고가 대문짝만하게 박혀와서 충격받았음...;ㅁ;
책은 양장본도 아니고 400페이지가 넘는데고 가벼운 질의 종이 덕에 들고 보는 것도 그닥 부담되지 않는다. 정확히는 431페이지에  581g이다. 읽은 시간은 대략 7시간. 정확히는 7:12:??이다.

과학수사물이나 의학수사물등 전문분야를 다룬 드라마들이 각광받으면서 이런 류의 책도 많아진 것 같다. 아니 어쩌면 그 반대로 이제야 눈에 띄게 된 걸지도 모르지만 말이다. 암튼 이런 책은 처음 접해보는 나로써는 C.S.I가 생각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다. 길 그리썸 반장과 같은 곤충학자니 더욱 더 그런 생각이 든다. 게다가 문제나 사건을 대하는 것마저 서로 유사하니 곤충학자는 원래 이런부류인가라는 생각까지 했다.

 저자는 끊임없이 사건의 범인이 누군지 또 어떤 판결이 내려지든 나와는 관계없다고 한다. 어떤 측면에선 다행스럽다고 하고 또 다른 측면에서는 궁금해하지 않아야한다고 되뇌이고 있다. 아마도 곤충학자인 자신은 전체적인 사건에서 객관적인 사실을 가지고만 일을 해야한다고 생각하나보다. 좋다 나쁘다 남의 생과사를 관여하고 싶지 않다는 것보다는 자신의 일은 오직 진실을 밝혀내는 것일뿐, 그 다음은 내 소관이 아니다랄까? 어떻게 보면 지극히 이성적이고 차가워만 보일 수 있다. 하지만 그것은 증거를 분석하면서 인간이 내릴 수 있는 가능성을 최대한 열어두려함이 아닐까 한다. 의사가 인간의 몸을 다루며 친족간의 수술에선 벌벌 떨듯이 그도 자신때문에 사건이 망쳐지는 것을 바라지 않는 것이다. 내가 자주 하는 말중에 선택은 너의 몫.. 이란 말과 어떤 면에선 잘 어울린다. 시종일관 재치있고 비아냥거리며 말하지만 사람을 가벼이 다룬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 것은 그런 고민들이 묻어나기 때문이다. 
 
초반에는 대부분이 범죄심리학에 관련된 내용이다. 사건에 대한 것, 과학이 증명해도 믿지 않는 사람들의 이야기나 수사하며 새로웠던 점 등 주로 곤충학이 주를 이룬다. 중반부에는 계속 사건을 다루곤 있지만 주로 유전자 감식이나 그에 관한 사건들, 또 나라별 DNA감식요건 등이다. 마지막은 낡은 범죄생물학이라는 대명제에 걸맞게 과거 골상학이나 나치의 인종차별 정책이 일어난 배경과 그를 바로잡지 못한 것에 대한 비판을 다루고 있다. 재밌는 것은 큰 주제 끝에는 회색페이지로 자신이 이 부분을 쓰면서 든 생각을 말하고 있는 이른바 잡담코너라고 볼 수 있는 부분이 있다. 이 페이지는 몇장 되지는 않지만 객관적인 입장만을 취하려던 본문과 달리 꽤 자기 주장이 드러난다. 

작가의 비아냥 석인 말투나 냉정하지만 재치있는 입담은 충분히 매력적이며 또 이런 주제를 다룸에도 무겁게 접근하지 않고 친절한 설명을 해준덕에 쉽게 읽을 수 있다. CSI류의 드라마에 관심이 많은 독자라면 약간의 실망이 있을 수도 있겠다. 왜냐하면 현장의 생생함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사진도 많고 친절한 설명도 밑에 달려있지만 흑백이라는 점이 포커스가 모이지 않게 한다. 흑백이라 잘 안보이는 점도 그렇거니와 현실감을 떨어트린다[:파리나 곤충의 유충들을 찍은 사진들은 색이 있어야 더 잘 구분이 가능한 게 당연하니까 하지만 올 컬러라면 책의 무게와 비용을 상상하기 힘들다-그러면 책이 안 팔렸을 것이다. 교양서적이 그런 가격과 무게를 감당하긴 힘드니까].
그것만 빼면 다 좋다. 이해가 안 가는 부분도 있지만...아 유전자 감식하는 건 아직도 쫌 이해가 안 된다.
 

그럼 맘에 드는 문구에 대한 스크랩을 좀 해보자면...

   P. 52
공동체의 신앙을 강화하기 위해 기적을 의심하지 않는 것 카톨릭 교회에서도 쉽게 볼 수 있는 현상이다.
인간은 자신의 믿음을 깨트리지 않으려고 무던히도 애쓴다. 그것이 진실을 은폐하는 일이라도 말이다. 이래서 인간이 무서운 것이다. 믿음 그 허황된 것을 쫓아 누구든 죄의식없이 살인도 서슴치 않는 그 점.

작가의 비아냥을 옛볼 수 있는 문구 中..하나~
  P. 54
그때 그때 경우에 따라 주님은 거잿말쟁이를 징계하는 분노를 내리는가 하면, 신실한 의인에게는 무한한 사랑을 베푼다. 어느 경우가 되었든 해당인물의 육신은 이땅을 떠나지 못한다. 올바르게 살라고 준엄한 경고를 내리는가 하면 굳센 믿음을 더욱 굳게 다지라고 무언의 웅변을 하기도 한다.
난 비아냥이 넘 좋다. 우리가 과학으로 충분히 설명가능한 것이 신앙이라는 꼬리표가 붙으면 더 이상의 설명은 아무짝에도 쓸모없게 되버린다. 단지 모든 것은 신의 뜻이기 때문이다. 이 부분을 읽으며 미쿡인인데도 신에 대해 잘도 이런 말을 하네라고 생각했는데...이 사람 독일 사람이었다. 아 맨 앞장의 지은이나 옮긴이에 대한 글을 읽지 않는 탓이다. 하지만 브랜드에 연연하는 것 같아서 매번 그렇게 책날개는 안 읽게 된다. 뭐 추천의 말도 마찬가지 의미로 뛰어넘기도 한다.
  P. 62
훌륭한 장비는 효율적인 작업을 하기 위한 열쇠다. 구입비용이 비싸지기는 하지만 일을 그만큼 빠르고 정확하게 할 수 있게 해주기 때문에 결국 예산절가의 효과까지 낳는다.
있는 걸 최대한으로 활용하라고 하지 않던가, 우리에겐 빠른 계산을 위한 기계가 즐비한 세상에 살고 있다 그러니 그걸 활용하라. 하지 않는 것은 반항이거나 자신의 무능함을 확인할 뿐이다. 물론 인간만이 할 수 있는 일도 있다. 
  P. 80
그 사건이 어떻게 해결되었는지는 모른다. 또 내가 그런 것을 알아햐할 이유도 없다. 범죄생물학가는 자신의 직업에 충실하게 객관적인 흔적만 추적하면 그만이다. 희생자나 범인 혹은 운명의 장난과 같은 거슨 관심을 가질 필요도, 또 그래야할 이유도 없다.
저자의 냉정함을 읽을 수 있다. 하지만 뒤에 나오는 또 다른 문구는 꼭 그렇지만은 않음을 얘기해준다.
   P. 82
곤충에 의해 입은 상처는 흔히 찰과상처럼 보이는 까닭에 간병인이나 간화사가 혐의를 받는 일이 종종 벌어진다. … 부당하게 오해받은 사람의 마음은 당해본 사람만 안다.

뭐냐, '인간사완 관련없다'주의가 아니었나? 사회복지사와 아기의 죽음에서도 이런 류의 생각이 엿보인다. 내가 밝힌 사실때문에 그 복지사가 유죄판결이 되었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P.95
과장된 위생이 건강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깨닫기까지 인류에게는 1백년이라는 세월이 필요했다. 위생만을 지나치게 강조하다보니 아이들이 면여력을 키우지 못해 오히려 수많은 알레르기가 생겨나고 전염성 열병에 노출되고 말았다. 허약한 면역력으로 성인이 되어서도 주변 환경에 그만큼 더 민감하게 반응한다.
적당한 것의 중요성을 말한다. 사실 우리내가 진흙바닥에서 놀때는 이런병이 없었다. 아이의 건강을 염려한 청결한 어미를 둔 덕에 알레르기에 고생하는 아가야들이 많아진 것이다. 사실...우리는 적당히 아파야 건강하다. 약은 우리 몸을 낫게하는 것인지 또는 우리 몸의 저항을 일부러 잠재워 현상을 안 보이게 할 뿐이다.

  뿌리뽑기 어려운 오해 가운데 하나로는 시체가 그만의 특수한 독을 가지고 있다는 것도 꼽을 수 있다. 사체 한 구가 부패하는 과정은 단배질이나 지방을 가지고 있는 식료품의 경우와 똑같다. 독소와 박테리아가 있다는 이유로 상한 고기를 먹는 사람은 없다. 하지만 정말 시체에 어떤 특별한 독이 있다면 스테이크도 먹지 말아햐 한다. 스테이크도 죽은 것의 일부가 아닌가?

음...뭐 시체에 독이 있다는 생각은 안 해봤는데...그러면 저 추운 곳에서 사고가 나서 인육을 먹고 생존한 사람들은 다 독땜에 죽었어야지...잘 살잖아 지금도 말이지~

썩은 것과 익은 것의 차이랄까? 어디서 봤는데 기억이 제대로 안 난다.;ㅁ;

 
P. 339
 인간은 아루 오래 묵어 뿌리 뽑기 힘든 결함을 하나 가지고 있다. 어떤 독특하고 기발한 생각이 등장하면 특히 이런 생각이 대단히 성공적일때면 이를 무턱대고 일반화하는 경향이 그것이다. 무작정 거기에 매달리는 것을 보면 어쩌면 저렇게까지 어리석을 수 있나 싶을 정도다. 

 인간은 언제나 그렇게 자기 좋을대로 해석하는 거지요...뭐 별 수 있나요. 나도 인간인데...

  P. 341
하지만 만은 사람들은 책을 꼼꼼히 읽기보다는 책제목만 쓱 훑고서는 제멋대로 상상하기 마련이다. … 오해라는 것은 자신이 원해서 만들어내는 것이다. 굳이 그렇게 보고 싶다면 안 그렇게 보일 게 뭐가 있을까?
인간은 늘 자기중심적이다. 어쩔 수 없는 일 아닌가? 뭐가 진실이고 뭐가 가짠지 알아볼 수 있는 능력이 떨어지는 까닭인 걸. 또 내가 있어야 세상의 존재를 찾을 수 있는데...남이 어떻게 생각하든 뭔 상관이겠는가

  P. 358
 범죄 생물학을 오용하고 악용함으로써 빗어진 역사의 이 서글픈 참극은 여전히 이래서는 안 되는구나 사는 생생한 교본으로서의 의미를 잃지 않고 잇다. 인종하은 순전히 정치적인 의도에 지나지 않는다. 그것도 아주 작위적이고 자의적인! 어떻게 해서 이런 말도 안 되는 논리에 영혼을 팔아버릴 수 있었던 것일까? 그 비결은 별게 아니다. 과학자들 대중이든 알아듣기 쉬운 표현으로 그럴싸한 주장을 펼치며 선동과 현혹을 일삼은 결과다. 

  오늘날 법정에서 이른바 전문가들도 조심해야만 한다. 자신의 지식을 과신한 나머지 법정에서 절대로 누가 '좋고' 누가 '나쁘다'는 식으로 몰아붙여서는 안 된다. 그런 것을 구분할 수 있는 사람은 이 세상에 아무도 없다.
그렇다. 인간을 판단할 기준은 없다. 우리는 누가 싫고 누가 맘에 드는 것은 단지 나의 의견일뿐이다. 지나치게 일반화 해서도 안되고 그리하면 세상은 안그래도 편견투성이인데 편견천지가 될것이다.

   P. 362
그 이유는 아마도 어떤 종류의 것이든 미신은 질기기만 하다는 점에서 찾을 수 있을 것 같다. 아무리 가소롭기 짝이 없는 가설이라 할지라도 먼저 그것이 생겨난 문화적인 틀이 무너져야 그 정체를 드러내기 마련이다.
글쎄다 모두 미신인 줄 알면서도 어쩔 수 없는 것은...역시나 인간이 나약하여 그런 것에 의지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 아닐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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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 한 잔으로 배우는 경제학
조 지무쇼 지음, 이정환 옮김, 손민중, 마루베니 경제연구소 감수 / 에이지21 / 2008년 7월
평점 :
절판


음...이벤트로 받은 거니 찬찬히 뜯어보기로 하죠...^^
우선 외관부터 보면 소설책이랑 별 차이가 없는 사이즈랑 가로세로 너비...페이지수 224다.
차이라면 양장본이라는 건데... 읽는데 큰 불편함은 없고 실제본이라 펼침은 좋다만...
[:이 책의 주제가 가벼운데 반해 양장본은 가격과 독서의 불편함을 초래한다...
개인적으로 이 책이 겨냥하는 독자층(?)을 생각해서 포켓북이 훨 잘 팔릴듯...]

그리고 이 책은 목차에서도 알 수 있듯이 상당히 구미를 당긴다.
하지만 내용은 가벼움과 무거움의 경계가 모호하다. 우선 문체를 보면 쉽게 쓰려고 한 노력은 보이나, 문어체에 우리가 잘 모르는 용어들 투성이다. 게다가 그러면서도 챕터가 짧다. 충분히 이해시키기엔 부족하다.
또 상당히 많은 챕터의 시작과 끝이 그림과 연관이 되지만 그림은 그 기능을 잘 발휘하지 못한다.
첫 챕터에서 내가 수요공급 곡선을 이해하는데 그림은 오히려 혼란만 가중시켜서 내가 전에 이해한 도식의 구조마저 와해시키고 있었다. 결국 그림은 이해의 바탕이 되지 않고 글이 한말을 부연설명해주는 기능보단 그냥 쉽게 썼다는 느낌을 주기 위한 장치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

또 챕터 끝에 있는[이것만큼은 꼭 알아두자] 는 그 챕터를 요약해 한줄로 써놓은 줄 알았는데...
주요 키워드 문장을 본문발췌해 써놓는 것으로...전락했다. <이런 경제용어를 알아두면 경제신문을 쉽게 읽을 수 있다!>는 처음에는 본문과 연관된 내용이 나오는 것 같았으나 뒤로 갈수록 본문과의 연관성도 이 용어를 왜 알아두면 좋은 건지도 모르는 단어들이 나왔다. 물론 알아두면 좋겠지만 본문과의 아무런 연관성도 없는데...단지 요새 많이 나오니 이 단어를 알아두면 왜 좋다는 것인지?  왜 이 단어가 여기에 써 있는지 이해를 돕기위한 장치가 있었으면 싶다.
 
마지막으로 이 책을 읽음으로써 얻을 수 있는 것이라면 시사에 또 경제에 관심은 있지만 잘 모르는 사람들은 쫌 그렇고 기초가 좀 있지만 정확히 모르는 사람이 읽는 게 이해가 더 잘 될듯...
학교 다닐때 사회공부는 꽤 했기에 단어가 낯설거나 기본 이해가 안 되는 것이 있어도 잘 넘어갈 수 있었지만 전혀 베이스가 없는 상태로 읽는다면 상당히 지루하게 읽을 수도 있을듯하다.
또 커피라는 매개체를 이용해 최대한 쉽게 접근을 한 것까진 좋은데...뭐랄까 시작은 좋은데 끝은 왜 이렇게 끝나나랄까? 뭔가 마무리 지어지지 않고 책이 끝나버리는 느낌이라 쫌 그렇다.
 

중간에 잡스러운 짓을 몇번했음에도 이 책을 읽는데는 2시간정도 걸렸다.[:정확히는 2시간 9분]
그런 것으로 보아 상당히 짧은 내용을 담고 또 빨리 읽을 수 있다. 대강 시간떼우기엔 좋을듯...
가볍게 보기엔 용어가 걸리고 무겁게 보기엔 챕터 내의 단락수와 문체가 걸린다. 

음...포켓북의 여파로 인해 왠만한 책은 다 설렁설렁하다는 느낌을 받는데 이것도 여백의 미가 쫌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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