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범죄는 흔적을 남긴다 - 법의곤충학자가 들려주는 과학수사 이야기
마크 베네케 지음, 김희상 옮김 / 알마 / 2008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이벤트로 받은 책이와요. 그래서 증정이라는 로고가 대문짝만하게 박혀와서 충격받았음...;ㅁ;
책은 양장본도 아니고 400페이지가 넘는데고 가벼운 질의 종이 덕에 들고 보는 것도 그닥 부담되지 않는다. 정확히는 431페이지에  581g이다. 읽은 시간은 대략 7시간. 정확히는 7:12:??이다.

과학수사물이나 의학수사물등 전문분야를 다룬 드라마들이 각광받으면서 이런 류의 책도 많아진 것 같다. 아니 어쩌면 그 반대로 이제야 눈에 띄게 된 걸지도 모르지만 말이다. 암튼 이런 책은 처음 접해보는 나로써는 C.S.I가 생각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다. 길 그리썸 반장과 같은 곤충학자니 더욱 더 그런 생각이 든다. 게다가 문제나 사건을 대하는 것마저 서로 유사하니 곤충학자는 원래 이런부류인가라는 생각까지 했다.

 저자는 끊임없이 사건의 범인이 누군지 또 어떤 판결이 내려지든 나와는 관계없다고 한다. 어떤 측면에선 다행스럽다고 하고 또 다른 측면에서는 궁금해하지 않아야한다고 되뇌이고 있다. 아마도 곤충학자인 자신은 전체적인 사건에서 객관적인 사실을 가지고만 일을 해야한다고 생각하나보다. 좋다 나쁘다 남의 생과사를 관여하고 싶지 않다는 것보다는 자신의 일은 오직 진실을 밝혀내는 것일뿐, 그 다음은 내 소관이 아니다랄까? 어떻게 보면 지극히 이성적이고 차가워만 보일 수 있다. 하지만 그것은 증거를 분석하면서 인간이 내릴 수 있는 가능성을 최대한 열어두려함이 아닐까 한다. 의사가 인간의 몸을 다루며 친족간의 수술에선 벌벌 떨듯이 그도 자신때문에 사건이 망쳐지는 것을 바라지 않는 것이다. 내가 자주 하는 말중에 선택은 너의 몫.. 이란 말과 어떤 면에선 잘 어울린다. 시종일관 재치있고 비아냥거리며 말하지만 사람을 가벼이 다룬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 것은 그런 고민들이 묻어나기 때문이다. 
 
초반에는 대부분이 범죄심리학에 관련된 내용이다. 사건에 대한 것, 과학이 증명해도 믿지 않는 사람들의 이야기나 수사하며 새로웠던 점 등 주로 곤충학이 주를 이룬다. 중반부에는 계속 사건을 다루곤 있지만 주로 유전자 감식이나 그에 관한 사건들, 또 나라별 DNA감식요건 등이다. 마지막은 낡은 범죄생물학이라는 대명제에 걸맞게 과거 골상학이나 나치의 인종차별 정책이 일어난 배경과 그를 바로잡지 못한 것에 대한 비판을 다루고 있다. 재밌는 것은 큰 주제 끝에는 회색페이지로 자신이 이 부분을 쓰면서 든 생각을 말하고 있는 이른바 잡담코너라고 볼 수 있는 부분이 있다. 이 페이지는 몇장 되지는 않지만 객관적인 입장만을 취하려던 본문과 달리 꽤 자기 주장이 드러난다. 

작가의 비아냥 석인 말투나 냉정하지만 재치있는 입담은 충분히 매력적이며 또 이런 주제를 다룸에도 무겁게 접근하지 않고 친절한 설명을 해준덕에 쉽게 읽을 수 있다. CSI류의 드라마에 관심이 많은 독자라면 약간의 실망이 있을 수도 있겠다. 왜냐하면 현장의 생생함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사진도 많고 친절한 설명도 밑에 달려있지만 흑백이라는 점이 포커스가 모이지 않게 한다. 흑백이라 잘 안보이는 점도 그렇거니와 현실감을 떨어트린다[:파리나 곤충의 유충들을 찍은 사진들은 색이 있어야 더 잘 구분이 가능한 게 당연하니까 하지만 올 컬러라면 책의 무게와 비용을 상상하기 힘들다-그러면 책이 안 팔렸을 것이다. 교양서적이 그런 가격과 무게를 감당하긴 힘드니까].
그것만 빼면 다 좋다. 이해가 안 가는 부분도 있지만...아 유전자 감식하는 건 아직도 쫌 이해가 안 된다.
 

그럼 맘에 드는 문구에 대한 스크랩을 좀 해보자면...

   P. 52
공동체의 신앙을 강화하기 위해 기적을 의심하지 않는 것 카톨릭 교회에서도 쉽게 볼 수 있는 현상이다.
인간은 자신의 믿음을 깨트리지 않으려고 무던히도 애쓴다. 그것이 진실을 은폐하는 일이라도 말이다. 이래서 인간이 무서운 것이다. 믿음 그 허황된 것을 쫓아 누구든 죄의식없이 살인도 서슴치 않는 그 점.

작가의 비아냥을 옛볼 수 있는 문구 中..하나~
  P. 54
그때 그때 경우에 따라 주님은 거잿말쟁이를 징계하는 분노를 내리는가 하면, 신실한 의인에게는 무한한 사랑을 베푼다. 어느 경우가 되었든 해당인물의 육신은 이땅을 떠나지 못한다. 올바르게 살라고 준엄한 경고를 내리는가 하면 굳센 믿음을 더욱 굳게 다지라고 무언의 웅변을 하기도 한다.
난 비아냥이 넘 좋다. 우리가 과학으로 충분히 설명가능한 것이 신앙이라는 꼬리표가 붙으면 더 이상의 설명은 아무짝에도 쓸모없게 되버린다. 단지 모든 것은 신의 뜻이기 때문이다. 이 부분을 읽으며 미쿡인인데도 신에 대해 잘도 이런 말을 하네라고 생각했는데...이 사람 독일 사람이었다. 아 맨 앞장의 지은이나 옮긴이에 대한 글을 읽지 않는 탓이다. 하지만 브랜드에 연연하는 것 같아서 매번 그렇게 책날개는 안 읽게 된다. 뭐 추천의 말도 마찬가지 의미로 뛰어넘기도 한다.
  P. 62
훌륭한 장비는 효율적인 작업을 하기 위한 열쇠다. 구입비용이 비싸지기는 하지만 일을 그만큼 빠르고 정확하게 할 수 있게 해주기 때문에 결국 예산절가의 효과까지 낳는다.
있는 걸 최대한으로 활용하라고 하지 않던가, 우리에겐 빠른 계산을 위한 기계가 즐비한 세상에 살고 있다 그러니 그걸 활용하라. 하지 않는 것은 반항이거나 자신의 무능함을 확인할 뿐이다. 물론 인간만이 할 수 있는 일도 있다. 
  P. 80
그 사건이 어떻게 해결되었는지는 모른다. 또 내가 그런 것을 알아햐할 이유도 없다. 범죄생물학가는 자신의 직업에 충실하게 객관적인 흔적만 추적하면 그만이다. 희생자나 범인 혹은 운명의 장난과 같은 거슨 관심을 가질 필요도, 또 그래야할 이유도 없다.
저자의 냉정함을 읽을 수 있다. 하지만 뒤에 나오는 또 다른 문구는 꼭 그렇지만은 않음을 얘기해준다.
   P. 82
곤충에 의해 입은 상처는 흔히 찰과상처럼 보이는 까닭에 간병인이나 간화사가 혐의를 받는 일이 종종 벌어진다. … 부당하게 오해받은 사람의 마음은 당해본 사람만 안다.

뭐냐, '인간사완 관련없다'주의가 아니었나? 사회복지사와 아기의 죽음에서도 이런 류의 생각이 엿보인다. 내가 밝힌 사실때문에 그 복지사가 유죄판결이 되었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P.95
과장된 위생이 건강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깨닫기까지 인류에게는 1백년이라는 세월이 필요했다. 위생만을 지나치게 강조하다보니 아이들이 면여력을 키우지 못해 오히려 수많은 알레르기가 생겨나고 전염성 열병에 노출되고 말았다. 허약한 면역력으로 성인이 되어서도 주변 환경에 그만큼 더 민감하게 반응한다.
적당한 것의 중요성을 말한다. 사실 우리내가 진흙바닥에서 놀때는 이런병이 없었다. 아이의 건강을 염려한 청결한 어미를 둔 덕에 알레르기에 고생하는 아가야들이 많아진 것이다. 사실...우리는 적당히 아파야 건강하다. 약은 우리 몸을 낫게하는 것인지 또는 우리 몸의 저항을 일부러 잠재워 현상을 안 보이게 할 뿐이다.

  뿌리뽑기 어려운 오해 가운데 하나로는 시체가 그만의 특수한 독을 가지고 있다는 것도 꼽을 수 있다. 사체 한 구가 부패하는 과정은 단배질이나 지방을 가지고 있는 식료품의 경우와 똑같다. 독소와 박테리아가 있다는 이유로 상한 고기를 먹는 사람은 없다. 하지만 정말 시체에 어떤 특별한 독이 있다면 스테이크도 먹지 말아햐 한다. 스테이크도 죽은 것의 일부가 아닌가?

음...뭐 시체에 독이 있다는 생각은 안 해봤는데...그러면 저 추운 곳에서 사고가 나서 인육을 먹고 생존한 사람들은 다 독땜에 죽었어야지...잘 살잖아 지금도 말이지~

썩은 것과 익은 것의 차이랄까? 어디서 봤는데 기억이 제대로 안 난다.;ㅁ;

 
P. 339
 인간은 아루 오래 묵어 뿌리 뽑기 힘든 결함을 하나 가지고 있다. 어떤 독특하고 기발한 생각이 등장하면 특히 이런 생각이 대단히 성공적일때면 이를 무턱대고 일반화하는 경향이 그것이다. 무작정 거기에 매달리는 것을 보면 어쩌면 저렇게까지 어리석을 수 있나 싶을 정도다. 

 인간은 언제나 그렇게 자기 좋을대로 해석하는 거지요...뭐 별 수 있나요. 나도 인간인데...

  P. 341
하지만 만은 사람들은 책을 꼼꼼히 읽기보다는 책제목만 쓱 훑고서는 제멋대로 상상하기 마련이다. … 오해라는 것은 자신이 원해서 만들어내는 것이다. 굳이 그렇게 보고 싶다면 안 그렇게 보일 게 뭐가 있을까?
인간은 늘 자기중심적이다. 어쩔 수 없는 일 아닌가? 뭐가 진실이고 뭐가 가짠지 알아볼 수 있는 능력이 떨어지는 까닭인 걸. 또 내가 있어야 세상의 존재를 찾을 수 있는데...남이 어떻게 생각하든 뭔 상관이겠는가

  P. 358
 범죄 생물학을 오용하고 악용함으로써 빗어진 역사의 이 서글픈 참극은 여전히 이래서는 안 되는구나 사는 생생한 교본으로서의 의미를 잃지 않고 잇다. 인종하은 순전히 정치적인 의도에 지나지 않는다. 그것도 아주 작위적이고 자의적인! 어떻게 해서 이런 말도 안 되는 논리에 영혼을 팔아버릴 수 있었던 것일까? 그 비결은 별게 아니다. 과학자들 대중이든 알아듣기 쉬운 표현으로 그럴싸한 주장을 펼치며 선동과 현혹을 일삼은 결과다. 

  오늘날 법정에서 이른바 전문가들도 조심해야만 한다. 자신의 지식을 과신한 나머지 법정에서 절대로 누가 '좋고' 누가 '나쁘다'는 식으로 몰아붙여서는 안 된다. 그런 것을 구분할 수 있는 사람은 이 세상에 아무도 없다.
그렇다. 인간을 판단할 기준은 없다. 우리는 누가 싫고 누가 맘에 드는 것은 단지 나의 의견일뿐이다. 지나치게 일반화 해서도 안되고 그리하면 세상은 안그래도 편견투성이인데 편견천지가 될것이다.

   P. 362
그 이유는 아마도 어떤 종류의 것이든 미신은 질기기만 하다는 점에서 찾을 수 있을 것 같다. 아무리 가소롭기 짝이 없는 가설이라 할지라도 먼저 그것이 생겨난 문화적인 틀이 무너져야 그 정체를 드러내기 마련이다.
글쎄다 모두 미신인 줄 알면서도 어쩔 수 없는 것은...역시나 인간이 나약하여 그런 것에 의지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 아닐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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