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유럽 - 2,30대 떠나는 오감만족 배낭여행
김가혜 글, 이안나 사진, 하나북스 편집부 엮음 / 하나티앤미디어 / 2008년 5월
평점 :
품절


  나는 리뷰를 쓰는 게 단지 그 순간을 잠시 잡아두는 게 아니라 영원한 기억으로 만드는 거라면 좋겠다란 생각을 한다. 하지만 어떤 분은 리뷰를 잘 쓰는 게 누군가에게 잘 보이기 위해서가 아니라 자신이 그때 느낀 모든 것을 담아내는 거라고 하더이다. 그래서 책을 깨끗하게 보지 말라고, 팔거 아니면 말이다. 그때그때 읽으며 느낀 생각 감상을 구석구석에 박아두고...또 이 책에서 맘에 드는 문구를 형광펜으로 줄치며 느낌을 적어두고 그러하라고 말이다. 그러면 다시 리뷰를 쓸때 훨씬 더 책을 읽는 그 순간으로 돌아갈 수 있다고 말이다.
  하지만 어쩌하겠는가 나는 책에 손대는 걸 안 좋아해서 결국엔 연필질도 못하고 형광펜은 더더욱 사양이니 말이다. 굳이 좋은 리뷰를 써야겠다고 생각하며 리뷰를 쓰는 것이 아니었다, 그냥 읽었으니 그때의 느낌을 그 상황을 남기자가 내가 리뷰를 쓰는 목표이기에 나의 리뷰는 다른 분들과는 다르게 기록이다. 언제 얼마나 왜 등 육하원칙이 들어가 있는 주된 이유가 그로인해서일 것이다. 그래서 역시나 올리기 떨떠름하고 께름찍하다. 다이어리를 공개하는 느낌이 드니까 말이다. 
  한데 이 책은 그 다이어리를 공개하는 사람들의 이야기였다. 소심한 우리를 대신해 자신들이 한 유럽여행다이어리를 공개한 그들은 우리와 같이 배낭여행이라는 한때의 목표가 있었지만, 친구도 없도 돈도 없고 해서 미뤄뒀다가 '지금이 아니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자마자 바로 짐을 싸서 여행을 시작했다. 서로 좋아하는 곳 주변을 여행지로 삼았다...우리가 매일 보는 지하철 노선도 대신에 아주 큰 유럽 교통노선도를 그린 셈이다.
  참, 여행다이어리라고 아실라나 모르겠네요. 여행동안에 겪은 일이나 가본 곳을 적어놓고 스크랩해놓은 건데요.  방문한 곳의 감상이 주가 되지만, 방문지까지의 경로를 사전조사해 적는 것에 직접 간 후에 감상을 덧붙이거나 미리 짠 일정을 적고 뒤에 여백 공간을 만든 후에 여행간 곳의 팜플렛을 붙이는 거죠. 다이어리란 특성상 제 취향에 맞게 꾸밀 수 있긴 하지만 아무리 철저하게 계획을 했어도 사실 계획대로 하기가 어디 쉽나요. 그래서 사진과 또 팜플렛으로 꾸미는 것도 한계가 있고...꾸미는데 소질이 없는 사람들은 지레 포기하게 마련이죠. 
  하지만 그때의 그 감성을 다시 느껴보기엔 여행다이어리가 제격이죠. 책처럼 한권으로 된 노트를 구입하면 오래도록 보기 좋지만 두꺼워지면 난감하고 스프링노트는 맘에 안 든다고 북북~ 뜯어 쓸 우려가 있으니, 적당히 취향에 맞게 고르는 게 중요하죠. 그래도 그런 다이어리들을 보면 부럽고 또 한번은 나도 저렇게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서 자극받게 마련인 거 같아요. 이 책이 딱 그런 느낌입니다. 사진은 기본이요, 형형색색 컬러풀하고 손글씨(: ..텔모그라피라고 하죠)로 사진 위에 써 있는 문구들은 나도 여행가서 사진찍고 멋진 말 써넣어서 다이어리에 붙여놓고 싶어~~~!!! 라고 탄성을 자아냅니다. 아 전 요란한 거 또 컬러풀한 거 싫어해서 다이어리도 그냥 깔끔하게 연필이나 깜장펜으로만 쓰는데 보니까 쫌 색색이 써볼까 싶기도 하네요.

  출국부터 여행지의 경관, 교통지도 자잘한 Tip까지... 직접 갔다온 것만큼은 아니지만 느낌은 충분히 공유할 수 있을 것만 같아요. 두 사람의 여행목표랄까 목적이 달라서 유럽이라도 주요 경유지가 달라서 책은 크게 두 부분으로 나눠져있지요. 가혜씨가 영국근처의 유럽이라면 안나씨는 프랑스주변의 유럽이라고 할 수 있죠. 뮤지컬의 고장인 런던이 주 타겟인 가혜씨와 파리,파리를 부르짓던 안나씨의 여행 일기. 한번 읽어보실래요? [ P.S : 참, 두분은 혼자 여행을 한 거랍니다. 같이 떠난 게 아니라는 거죠! ]
  장장 500페이지가 넘는다. 핫 약간 부담이 갔지만 후루룩 넘겨보니 사진이 차지하는 비중이 큰 터라 그닥 부담은 가지 않았다. 게다가 여행기라지 않은가? 가볍게 또 여행기분을 내며 햇살 좋은 공원에서 유럽의 분위기를 내며 읽기에도 Good!! 뮤지컬의 고장인 런던이 주 타겟인 가혜씨는 타이트하게 하지만 30대의 노련함으로 최대한 본전을 뽑는 일정을 짠 거 같아. 알뜰살뜰하게 자기 취향에 맞게 주로 미술관이나 유적 등이 주 방문대상. 뮤지컬은? 당근 빠질 수 없지! 직접 발품 팔아 찾아간 곳이기에 줄 수 있는 정보와 또 그곳의 정보가 기본정보[:사진,전화번호,주소,관람시간 etc]가 적혀있다. 
  또 각 방문지 말미에 교통정보나 여행시 참고하면 좋을듯한 여행법이 적혀있다. 그 뒤엔 볼거리, 먹을거리, 살거리, 잘거리 등의 사진들과 짤막한 메모가 물고기마냥 빨래줄에 쫘악- 걸려있다.ㅋㅋ 앞쪽 본문이 직접 가본 곳이라면 이 뒤쪽은 '저것뿐 아니라 이것도좋아' 라는 추천코스라는 표현이 더 맞을 것 같다. 그리고 지도로 깔끔한 마무리! 유후...난 지도 못 보는데...아 그 4자[:방위표시에 쓰이는 것으로, 동서남북 위치표시]를 알아보는 게 넘 어려운 거 같다. 갔던 주요 지점이 표시되어 있어서 따라가보기에도 괜찮을듯~ 다이어리에 다른 사람 글이...??? 라는 생각이 들정도로 개인의 생각이 묻어나는 곳 천지인 이곳에 유일하게 타인의 흔적이 남은 곳인데 어쩌면 여행평가와 조언정도에 해당하는 약 한장정도의 공간이 있다. 뭐 내 다이어리에도 남에 글이 있으니 그런 거랑 비슷한 느낌이다.
  아 굉장히 재밌는 게 색이 부분적으로만 칠해진 그림이 여행지 첫 페이지를 장식하고 있다는 점이다,것도 여행지 첫 페이지마다. 음...왜 그런지 몰랐는데 쫌 읽다보니까 그게 나라의 특색을 한눈에 볼 수 있게 모아서 SD나 캐리커쳐로 그려놓은 것이었다. 그리고 색이 입혀져있는 곳은 뒷장부터 소개될 곳이라는 거... 그림을 보고 맘에 드는 페이지를 찾아 읽거나 아니면 뭐 그냥 아무데나 펴서 읽어도 그닥 상관은 없다. 그다지 이어지는 내용들이 아니기 때문이다. 나는 뭐 늘 그렇듯이 몇 장 펴보고 차례대로 읽는 中...이다.   아아~ 500페이지의 압박이라니...까.  그래도 열심히 읽는 이유는 뭘까...음...역시 나도 이들처럼 떠나고 싶은 것일까나??? 나홀로 여행을 하기엔 넘 소심한데...말이지.^^
  안나씨의 여행기록도 기본적인 구성은 가혜씨랑 같다. 다만 구체적인 테마가 정해져있지 않은 까닭에 그 지역에 유명한 것을 중심으로 또 20대답게 될 수 있으면 저렴하게 여행하기에 포커스가 맞춰져있는 것 같다. 그래서 본문보다 뒤쪽의 추천코스나 교통정보, 여행코스에 더 볼 것이 많다. 그래서 흐름이 짧고 경쾌한 느낌을 준다. 주로 한두개의 경유지만 소개되어있고 그런 게 여러개가 모여서 하나의 나라란 실에 꿰어진다.  음...그래서 버스에서 또 짬짬이 시간떼우기로 봐도 무리가 없다. 앞쪽도 비슷하긴 했지만 확실히 테마가 정해져있으면 그 흐름을 따라가야하느라 끊기 힘들지만 이건 징검다리같달까? 하나하나가 독립적이지만 또 크게 보면 다 연결되어있으니까 말이다. 
  가혜씨는 보통 2박이 기본이었지만 안나씨의 여행코스는 주로 1박이 많았으니까. 그로인한 차이일게다.또  간 나라의 차이도 있을 것이다. 최대한 일정을 빡빡하게 짜서 여행지에서 볼것을 최대한 넣어논 그녀의 일정은 선반에 책이 가득한 느낌. 그렇지만 안나씨는 적당히 빈공간이 있어서 장식품도 놓고 앞으로 채워나갈 것이 더 많은 아직은 책이 부족한, 아니 정확히 말하면 책을 편식하는 사람의 책장이란 느낌이다. 직접 만든 책장이라 애착이 가고 더 예쁘게 꾸미느라 책을 사는 여유가 없었을지도. 암튼 그런 느낌이더이다. 
  이 다이어리가 아니 여행기가 꽤나 활기찼던 건 두 사람의 열정이 가득하고 또 거기에 내 열정도 동요하기 때문이었다. 아직 젊고, 외국에 또 혼자 여행을 간 적 없는 나는...[ : 나도 어리단 말 쓰고 싶었는데...아아 이젠 쓸 수 없게 되버렸어.] 적당히 하얗고 또 사늘한 하늘아래에서 이 책을 읽으며 약간의 격련과 또 약간의 온기를 느꼈다. 아마도 언젠가 내가 쫌 더 용기가 생긴 후에는 혼자서 하는 여행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왜 누구랑 같이 가도 되는데 굳이 혼자 여행을 하냐고 묻는다면...그런 친구가 없어서가 아니라 또 다른 나를 발견하기 위해서라고 말해주고 싶다. 
  우린 사회적인 동물이라 나를 아는 사람 곁에서는, 언제나와 같은 내가 되기때문이다. 그러니 바뀌고 싶다면 또 다른 자신을 찾고 싶다면 혼자가는 여행은 새로운 의미를 가져다줄 것이다. 아아 물론 이딴 이상적인 것은 별로 좋지 않다만, 난 날씨타니까 이런 말은 잿빛구름 아래서 하는 건 꽤 괜찮아. 꽤 말이지. 날이 차니까 머리도 차가워지고 몸도 차가워지고 가슴까지 차가워지려고 한다. 가을을 건너뛰고 겨울이 올 것 같은 이런 날씨엔 따끈한 차를 호호~ 불어 친구와 함께 마시며 수다떨고 헤어지기에 딱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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