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움』 미움의 마음이 향하는 곳

미움
조원희 지음 / 만만한책방 / 2020년 7월

볼로냐 국제아동도서전 라가치 수상 조원희 작가의 그림책이다.

그림책 『중요한 문제』로 너무나 좋아하게 된 작가라서 기대가 되는 그림책이다.

조원희 작가는 ‘미움’이라는 감정을 통해 ‘마음’을 탐구하게 한다.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미움’의 감정을 그냥 미움 자체로 바라보게 한다.

“미움을 갖는 것은 나쁜 거야. 사람을 미워하면 안돼.”

흔히 어른들이 하는 말에도 난 미움을 떨쳐버리지 못했다.

그래서인지 우리는 흔히 ‘미움’에 대한 감정을 부정으로 바라본다.

미움 자체도 소중한 감정임을 이 그림책은 이해하게 한다.

표지에서 만나는 여자아이는 무척이나 속상한 표정이다.

말주머니의 “꼴도 보기 싫어!” 한 마디는 목에 걸린 가시같이 불편하다.

검정 바탕에 살구색과 파란색으로 주인공을 표현한 그림은 단순하지만 강한 감정을 표현한다.

“너 같은 거 꼴도 보기 싫어!”

남자아이의 한 마디가 여자아이의 뇌리에 콱 박힌다.

처음 듣는 말이다.

눈물이 나올 것 같았다.

그래서 나도 너를 미워하기로 했다.

생활 속 우리가 심한 말을 들으면 그 말이 뇌리에서 떠나지 않고 자꾸 나를 괴롭힌다.

여자아이도 지금 이 상태로 생활 속 장면마다 말 주머니가 따라다닌다.

장면마다 미워할수록 여자아이의 표정은 점점 더 인상이 험해진다.

밥을 먹으면서, 숙제하면서, 신나게 놀면서, 목욕하면서, 잠자리에 들 때도, 꿈속에서도.

미움이 계속 자란다.

점점 커지고 점점 힘도 세진다.

내 마음이 미움으로 가득 찼다.

그런데 이상하다.

속이 시원하지 않다.

싫은 사람을 자꾸 떠올릴수록 괴롭기만 하다.

이제는 미움을 그냥 내버려 두려 한다.

그냥 미움이 사라질 때까지 기다리려 한다.

그랬더니 내가 편해진다.

미움이란 감정을 거부하기보다는 그 자체로 인정하고 사라질 때까지 기다려야 함을 알게 한다.

감정이 나를 다스리는 것이 아니라 내가 감정을 다스리는 방법을 알게 한다.

‘미움’이란 감정을 설명하기 어려울 때 함께 읽으면 긴 설명 없이 이해시킬 수 있는 그림책이다.

내 마음의 방향을 긍정적으로 이끌게 하는 그림책이다.

책장을 덮으려니 ‘마음먹기 달렸다.’가 생각난다.

미움만이 아니라 모든 감정은 나의 마음먹기에 따라 내 모습이 달라진다.

아이를 위해 읽은 그림책이 어른인 나를 자꾸 깨닫게 한다.

무거우면서도 가벼워진다.

『오늘 밤, 우리는 휴가를 떠나요!』 휴가에 대한 기대와 설렘

오늘 밤, 우리는 휴가를 떠나요! ㅣ 지양어린이의 세계 명작 그림책 68
샤를로트 벨리에르 지음, 이안 드 아스 그림, 이성엽 옮김 / 지양어린이 / 2020년 7월

어릴 적, 소풍을 가거나 휴가를 떠날 때면 왜 그렇게 잠이 오지 않던지.

기대감과 설레임이 컸기 때문이다.

이 그림책이 휴가를 떠나는 모습 속에 설레임과 기다림, 그리도 도착하기 까지의 과정을 아이들의 관점에서 잘 표현하고 있다.

오늘 밤 주인공 집은 휴가를 떠난다. 아주 멀리, 다른 나라로!

우리의 경우는 다른 나라로 가려면 비행기나 선박을 이용해야 하지만 주인공 집은 자동차로 이동하려는 것을 보니 사는 곳이 유럽인가보다. 그렇다. 작가가 벨기에 사람이다. 아이가 궁금해 하기에 지도를 펼쳐 작가가 벨기에와 프랑스를 표시해 보았다.

자동차에 실을 짐이 너무 많다고 아빠는 투덜거리고

나는 자꾸 눈이 감기지만, 절대로 잠들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휴가를 보낼 집에 벌써 도착했다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어느새 나는 잠이 들고 엄마가 나와 동생을 안아 차로 옮긴다.

바깥은 포근하고 거리는 조용하다. 한밤중이기 때문이다.

자동차 엔진 소리를 자장가 삼아 잠에 빠져든다.

문득 깨어보면 라디오 소리만 나지막히 들리고

엄마와 동생도 잠이 들고 아빠는 운전을 하고 있다.

“국경을 넘었어요? 와 우리 다른 나라에 와 있는 거예요?”

밖은 깜깜해 보이지 않기에 오디오 북을 듣는다.

고속도로를 벗어나 휴게소도 들르고 처음본 과자도 산다.

자동차 트렁크에 걸터 앉아 먹는 과자는 한밤중에 소풍나온 느낌이다.

엄마와 아빠는 교대로 운전을 하고 서서히 날이 밝아온다.

해는 떴지만, 아직 모든 것이 잠들어 있다.

모든 것이 아름다고 새로워보이는 작은 마을도 지나고

자갈길도 달리며 길 끝에 뭐가 있을지 긍금증도 더해간다.

드디어 도착한 휴가를 보낼 집!

돌로 지은 큰 집은 나무숲으로 둘러싸이고 멋진 수영장도 있다.

여름 휴가철, 교통 혼잡을 피해 한밤중에 휴가를 떠나는 어느 가정을 묘사한 이 그림책은 우리가 떠나는 휴가의 모습과 흡사하다. 설레임과 기대에 들뜬 가족들의 부산스러운 모습, 물건을 하나라도 더 챙겨 가려고 애쓰는 엄마, 잠 안자고 기다리려는 아이들, 그리고 운전하는 아빠의 모습까지, 소박한 일상이지만 가족이 추억을 더듬으며 함께 이야기 나눌 수 있는 그림책이다. 시간의 흐름을 잘 표현한 아름다운 그림과 아이들이 이해하기 쉬운 간결한 글. 어른에게는 동심을, 아이에게는 여행에 대한 기대감과 설렘임을 주는 그림책이다.

이 그림책은 과슈 그림물감(불투명 수채화 물감)과 태블릿 기법(디지털로 그리는 일러스트)을 사용했다고 한다. 그래서 약간의 판타지 느낌이 나나보다.

여름철 여행 전 아이와 함께 읽기 좋은 그림책이다.

『공감했더니 아이의 태도가 달라졌어요』 아이와 함께 성장하는 부모, 공감

공감했더니 아이의 태도가 달라졌어요
곽윤정 지음 / 메이트스쿨 / 2020년 7월

세상에서 가장 위대한 일이면서 가장 어려운 일이 아이 키우는 일이라 생각한다.

모든 부모는 아이가 건강하고 지혜롭게 잘 자라주기를 바라지만 막상 아이들과의 생활에서 나의 욕심과 욕망이 포함되다보면 처음 아이 교육에 대한 생각이 흔들리거나 바뀌어 지게 된다.

이 책은 그런 의미에서 내가 아이 교육에 대해 다시금 생각하는 시간을 갖게 해 준 책이다.

책장을 열면서 마주하게 된 지은이의 말이 와 닿는다.

“처음부터 완성형 부모는 존재하기 않기에”

‘몇 번의 부모 연습을 통한 후, 또는 학교교육처럼 부모교육을 졸업한 뒤 아이를 키웠다면 지금보다 좀 더 낫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종종 한다. 내가 엄마가 된다는 것은 처음 겪는 일이기에 시행착오가 많았다.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나도 성장하고 아이도 성장한다.

이 책은 뇌발달적 관점에서 아들과 딸의 특성을 살펴본다. 엄마로서 아들을 이해하지 못한 점이 이해되었다. 남편도 읽어보더니 아내인 나와 딸을 조금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한다.

발달 시기를 나눠 유아기와 초등기, 사춘기 자녀의 특성을 다룬다. 유아기에서는 애착, 식습관, 소통 방법 등 생활 속에서의 가장 기본적인 특성을 다룬다. 초등기에서는 부모가 학교에 들어가면서 가장 신경쓰게 되는 학습과 인성, 그리고 아이들과 즐겁게 대화할 수 있는 방법을 알려준다. 사춘기 아이는 존중하면 대화하는 방법과 청소년기에 가장 어렵다는 감정 조절 방법을 제시한다. 유아기를 읽으면서 나의 경험이 떠오르고 ‘그때는 그렇게 했어야 하는데.’라는 짧은 후회도 하게 되었다. 관심있게 읽은 부분은 초등기와 사춘기. 특히 럭비공같은 사춘기 아이와 대화하는 방법을 읽은 후 나의 마음이 안정되지 않을 경우 아이와의 대화를 아예 시작하지 않기, 대화 도중 아이의 감정이 격해지면 아이의 마음을 바꾸려고 하지 않고 감정이 가려질 때가지 기다리기, 규칙은 구체적으로 제시해 주기, 열심히 들어주기를 수첩에 적어두고 수시로 보고 있다.

책의 뒷부분의 다양한 사례를 읽으면서 ‘어른인 내가 서투름을 배우며 성장하는 아이보다 더 성숙했었나’를 생각하게 된다. ‘내가 자랄 때 우리 엄마가 좀 기다려 주면 좋았을텐데...’ 생각했으면서도 내가 부모가 되니 까맣게 잊어버렸던 것 같다. 이 책을 읽으면서 아이의 성장에서 부모는 잘 들어주기, 기다려주기가 정말 중요함을 깨닫게 된다. 책 제목의 ‘공감’이 아이들 성장에서 부모가 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교육임을 확인하게 된다.

『내가 상상하는대로 As I Imagine』 두려움을 상상력으로

내가 상상하는 대로 / As I Imagine
윤금정 지음 / 맥스밀리언북하우스 / 2020년 5월

표지를 보자마자 내 얼굴에 웃음이 퍼진다.

분홍색의 주인공 M 개구쟁이 핑크 괴물이 살포시 웃는 모습이 전염이 된다.

책장은 넘기면 캐릭터 넷이 소개되어 있다.

덩치가 크지만 마음이 착한 공룡 D, 몸을 자유자재로 변형시키는 핑크 괴물 M,

어둠은 무섭지만 용감한 꼬마소녀 E, 배려심이 깊은 꼬마 소녀G다

엄마가 불을 끄면 사나운 공룡이 자꾸 나타나는 자매에게 엄마는 말한다.

“눈을 살며시 감고 멋진 공룡을 함께 상상해볼까?”

생각을 바꾸니 예쁜 성에 사는 멋진 공룡이 꽃을 준다.

어둠이 밀려올 때마다 등장하는 다양한 공룡과 무서운 괴물이 나타난다.

그럴 때마다 엄마는 상상하라고 말한다.

상상하면 예쁜 발레리나 공룡과 춤을 추고,

친절한 공룡과 불꽃놀이도 하고,

커다란 공룡이 안아주기도 한다.

예쁜 핑크 괴물이 두둥실 구름 위로 날아가고,

착한 괴물이 나에게 친구 하자고 말하며,

괴물은 재미있게 변신하여 서커스도 하고 춤도 춘다.

한참을 상상하다 보니 이제는 두렵지 않다.

“엄마, 아빠, 이제 불을 꺼도 무섭지 않아요. 빨리 불을 끄고 친구들을 다시 만나보고 싶어요.”

빛이 있어 보이던 것이 사라지자 생기는 두려운 생각을 재미있는 생각으로 바꾸어준다.

아이들이 잠자기 전 떠오르는 두려움과 무서움을 ‘상상 놀이’로 스스로 이겨내고 변화하게 한다.

불을 끄면 잠들기 힘들어하는 어린 자녀를 가진 부모들에게 공감이 되는 그림책이다.

잠자리에 홀로 드는 아이들에게 읽어주기 좋은 잠자리 그림책이다.

그림은 상상 속의 캐릭터가 주는 느낌을 다른 색으로 표현하여 잠시의 두려움을 친근감으로 바꾸어준다.

부모란 아이의 부정적인 상상력조차 인정하고, 소중히 여기며, 그 상상력이 긍정적인 방향으로 풍성해지도록 도와야 함도 알게 하며 실천하게 한다.

『넌 중요해』 존재만으로의 중요성

넌 중요해 ㅣ I LOVE 그림책
크리스티안 로빈슨 지음, 신형건 옮김 / 보물창고 / 2020년 8월

그림책 『행복을 나르는 버스』로 그림책 최초 2016 뉴베리 상 & 칼데콧 명예상 동시 수상하고

2016 코레타 스콧 킹 일러스트레이터 명예상을 수상한 크리스티안 로빈슨 작가의 그림책이다.

책커버의 그림에서 주는 느낌은 ‘존중’, ‘인권’이다.

장애를 가진 아이, 다양한 피부 색깔, 그들이 나누어 들고 있는 우산, 그 밑을 기어가는 아이.

모두를 나타내는 말이 존중과 인권이라 생각한다.

“넌 중요해.” 제목이 주는 의미를 생각하며 그림책을 넘기면 앞면지의 그림이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뭐가 중요한 걸까?’ 집, 아이들, 자동차 모두 다르다.

‘다르기에 중요하다는 의미?’

아이가 현미경을 본다.

작아서 너무 작아서 잘 보이는 않는 것을 본다.

책장을 넘기면 큰 파도의 무리의 물고기와 평온한 바다의 외로운 물고기 한 마리.

책장을 넘기면 맨 먼저 가는 파충류와 맨 나중에 가는 파충류

책장을 넘길 때마다 연관이 없는 것 같은 이야기지만 작가가 반복하여 하는 말.

“넌 중요해.”

모두들 너무 바빠서 아무도 도와줄 틈이 없을 때

처음부터 모두 다시 시작해야 할 때

때때로 집에서 아득히 먼 곳에 있게 될 때

때때로 사랑하는 사람이 작별 인사를 고하기도 할 때

때때로 길을 잃을 것 같고 외롭게 느껴지기도 할 때

작가는 말한다. “넌 중요해”

시공간을 넘나드는 그림이 연결성이 없는 듯하지만 읽다 보면 모두가 연결되어 있다는 생각!

남과 다르다고 느껴질 때도 넌 중요하다는 용기의 말!

시처럼 간결한지만 리듬감이 있는 글이 주는 따뜻함과 위로감!

어쨌든 “넌 중요해”

어떠한 경우에도 나를 소중히 여겨야 함을 알게 하는 그림책이다.

내가 소중하기에 타인도 소중함을, 그래서 모두를 존중해야 함을 알게 하는 그림책이다.

소중한 자신이 어떻게 세상과 관계를 맺는지에 따라 세상이 달라질 수 있음을, 그래서 존재하는 모든 것이 소중함을 알게 하는 그림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