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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미제라블 세트 - 전5권 ㅣ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빅토르 위고 지음, 정기수 옮김 / 민음사 / 2012년 11월
평점 :
대체 레미제라블을 처음부터 끝까지 정독을 한 사람이 얼마나 있을지 궁금하다.
일반적으로 이 소설을 장발장이라는 인물 중심으로 펼쳐지는 이야기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사실 레미제라블에 장발장 이야기가 많이 나오지는 않는다.
장발장, 코제트, 마리우스가 주연, 팡틴과 자베르는 주연급 조연인데,
사실 이 인물들이 만들어가는 이야기보다,
그 이야기의 배경이 되는 역사적 사실에 대한 기술이 다섯 권 중에 절반은 차지하는 것 같다.
역사적 배경, 저자의 종교, 정치에 관한 생각, 인간에 대한 성찰 등이
백여 페이지씩 이어진다고 생각해보라.
'소설은 인물들을 중심으로 펼쳐지는 이야기이며,
그 이야기 속에서 언뜻언뜻, 노골적이지 않게 저자의 사상을 드러내야 한다'
라고 생각하는 나에게
레미제라블은 너무 힘든 소설이었다.
2권 처음 약 100여 페이지 가량이 워털루 전쟁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물론 그 전쟁이 소설에서 중요하기는 하지만,
얼마든지 암시적으로 처리할 수 있는 것이었음에도
저자는 워털루 전쟁을 자세히 묘사한다.
주요인물들이 그 전쟁에 참여한 것도 아니다.
뭐 이런 소설이 다 있는지...
요즘 세상이 어떤 소설가가 이렇게 소설을 썼다고 한다면,
소설과 역사를 구분하지 못한다고 한소리를 듣거나
스타일이 너무 구닥다리 같다는 평가를 들었을 것이다.
19세기 소설은 이런 것이었나?
톨스토이나 도스토예프스키를 읽어보면, 이 정도는 아닌 것 같은데...
정말 속도감 없는 소설이다. 인내심 없으면 절대 다 읽을 수 없는 소설이다.
그런데 은근과 끈기로 읽으면,
저자의 번뜩이는 사유를 즐길 수 있고,
19세기 프랑스의 시대적 상황을 알 수 있다.
자본주의가 발전해 가던 유럽사회, 특히 프랑스를 이해하는데, 좋은 참고서가 될 수 있다.
그래서 별 네 개.
속도감 있는 이야기 전개에 익숙한 독자라면 절대 사지 말고,
축약본을 보든지, 도서관에서 빌려서 보는 것이 좋을 것 같다.
은근과 끈기를 갖추고 있으며,
명작을 처음부터 끝까지 읽어내었다는 사실에 자부심 갖기를 즐기는 독자라면
사도 좋다.
암울한 시대 속에서
구원을 향해 달려가는 사람들의 이야기...
* 민음사가 좀 너무 했다.
영화 개봉과 시기를 맞추기 위해서 너무 서둘렀다는 티가 많이 난다.
오탈자가 많고, 역자가 선택하는 단어들도 생소할만큼 예전의 것들이다.
민음사의 세계문학전집,
시대의 흐름에 맞게 고전들을 새롭게 번역하겠다는 취지로 시작되었는데(내 기억에는),
이번 것은 시대를 역행해 버리지 않았는지... 아쉽다.
편집부에서 확인해 보시고, 다시 손 좀 보셔서, 개정판이 나왔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