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우스트 박사 1 - 한 친구가 이야기하는 독일 작곡가 아드리안 레버퀸의 생애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244
토마스 만 지음, 임홍배.박병덕 옮김 / 민음사 / 2010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생각한다는 것은 무엇일까?

함석헌 선생님은 "생각하는 백성이라야 산다"라고 말씀하셨다.

생각한다는 것은 살아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그 분은 말씀하고 싶으셨던 것이리라.

동의한다.

 

내 삶의 경험 속에서 생각한다는 것은 무엇일까?

내가 경험한 바로는 생각한다는 것은 "자기 반성"인 것 같다.

생각한다는 것은 먼저 자기를 대상으로 하는 활동이다.

타자를 대상으로 생각하는 것일지라도

결국 타자를 통해서 자기를 바라보는 것이 생각인 것 같다.

또 생각하는 것은 반성이다.

나를 비추어보고 나를 확인하는 작업이다.

나를 최대한 객관적으로 바라보고 평가하는 것이 생각인 것 같다.

 

그런데 "자기 반성"이 일어나는 계기가 무엇일까?

그것은 아마 실패의 경험, 아픔의 경험과 같이

외부에 의해서 내 의지가 실현되지 않는 경험에서 비롯하는 것이 아닐까?

 

그 어떤 것이 자기 반성의 계기가 되는지 모르겠지만,

(그 계기가 단수일 수도 있고, 복수일 수도 있고, 복합적인 것일 수도 있겠다)

아무튼 다른 이들이 내놓은 자기 반성의 결과물들은

대단히 귀중한 자료라고 생각된다.

이제 <파우스트 박사>를 읽기 시작한다.

 

대체 독일이라는 문화민족이

히틀러와 전쟁이라는 야만에 빠진 이유가 무엇일까?

그의 자기 반성에 귀를 기울여 보겠다.

 

이제 시작!

 

(책 읽기를 마치고)

 

음. 상당히 어렵다.

기본적으로 음악가의 이야기라 음악에 대한 이야기가 많이 나오는데,

그 부분을 이해할 수가 없다.

그리고 알게 된 것은

작곡가들이 음악을 통해서

무언가 말하고자 하는 주제가 있다는 것이다.

단순히 음을 듣기 좋게 나열하는 것이 작곡이 아니고

말하고자 하는 바가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내 귀는 그걸 모르겠다.

독일 교육과 한국 교육의 차이인가?

서양 고전 음악을 들으면

그냥 좋은 느낌만을 받을 뿐

작곡가의 의도 같은 것은 전혀 모르겠던데.

독일 사람들은 음악을 들으면서 작곡가가 전하고자 하는 주제들을

다 파악할 수 있는 것일까?

책을 읽으면서 정말 궁금했었다. 

 

책을 읽으면서 감탄할 수 밖에 없었던 것은

저자의 지식이 방대하다는 것이다.

저자는 주인공 레버퀸의 지적 여정을 묘사하면서

음악 뿐만 아니라, 주인공이 공부하는 독일의 신학과 철학에 관해서도

많은 지면을 통해 설명한다.

그런데 그 수준이 상당하다.

어렵다.

 

또 가장 큰 문제는

이 소설의 주제라고 하는 독일 정신의 자기 반성이라는 것이

잘 이해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내 무식함을 크게 탓할 수 밖에)

주인공 레버퀸이 사랑을 하지 않겠다고 약속하는데,

지적으로 고도화된 독일 정신이

타자를 사랑하지 못하고 고립 속으로 빠지게 되는 것을

비유적으로 제시한 것이 아닌가 생각해 본다.

레버퀸에게는 신도 중요하지 않았고,

음악을 들어줄 청중도 중요하지 않았다.

단지 자기가 만들어내는 작품만이 중요했는데,

그러기에 그는 소수의 친구들 외에는 만나지 않는 은둔형 생활을 한다.

그 어떤 초월자(신, 타자)도 배제한 채, 오직 내면만을 응시하는 주인공.

김상봉 선생님의 표현을 빌리자면, '홀로주체성'의 전형은 아닐까 생각해 본다.

 

그냥 한 번 읽어본 후의 감상이다.

두툼한 책이 어렵기도 해서, 읽기가 참 힘들었다.

다음에 기회가 되면

다시 한 번 읽어 보고 싶다.

그때는 지금보다는 더 깊이 있는 읽기가 가능하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책을 함께 읽고 생각을 나눌 친구가

옆에 한 명 쯤은 있었으면 좋겠다.

이런 힘든 책을 읽을 때는 친구가 간절해 진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8)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