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ty Book, The Cities of Ballpark : New York, Boston, Chicago, Atlanta, Los Angeles - 전5권 - 뉴욕, 보스턴, 시카고, 애틀란타, 로스엔젤레스에서 만나는 야구의 모든 것
F & F 엮음 / 삼성출판사 / 2008년 12월
평점 :
품절


 

 

지난 2008 올림픽. 우승컵을 거머쥔 한국 야구가 아니었다면 아직도 야구 경기 하나 제대로 관람하지 못하는 어벙벙함을 가진 내 손에 쥐어진 <The Cities of Ballpark>. 올림픽 이후로 야구란 운동종목에 관심이 생겼기에, 야구의 원조격인 미국 야구가 궁금하단 욕심에 집어든 책이었다. 결과는? 기대 이상!

 

이 책은 일단 세 가지 매력이 있다. 하나는 미국 주요 5도시와 그 곳을 기점으로 한 구단, 구장을 소개함으로써 '야구'에 대한 정보와 흥미를 담았다는 점. 둘째는 선정된 도시에 대한 정보가 풍부한 사진과 함께 소개되고 있다는 점 (구체적인 가게 정보 및 위치 소개는 실제 그 도시에 놀러가는 사람에게는 꽤 유용하게 쓰일 듯 싶다). 마지막으로 도시별 낱권 분리로 휴대가 쉽다는 점.

(개인적으론 야구 자체에 미친듯 열광하는 사람이 아니지만, 야구를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는 책 자체만으로도 큰 선물이 될 수 있겠단 생각이 든다.)

 

MLB와 삼성출판사가 함께 만들어낸 이 새로운 스타일의 travel book은 시각적인 효과로 독자를 매혹시킨다. 물론 나같이 기본 정보조차 부족한 사람들이야 길지 않은 소개글이 먼저 눈에 들어오지만, 글을 대충 훑어본 후 책을 휘휘 넘기다 보면 수많은 현지 장소와 사람들의 사진에 넋을 놓게된다. wow! 당장이라도 그 도시로 날아가, 야구 모자 하나 푹 눌러쓰고 도심을 휘젓고 싶은 마음이 뭉클하게 올라온다.

 

<The Cities of Ballpark>에서 소개하는 도시는 총 다섯 곳, 뉴욕, 보스턴, 시카고, 애틀랜타, 그리고 로스앤젤레스다. 야구를 기본 소재로 한 트레불 북이니 잠시 각 도시의 대표 구단을 소개해볼까? NY모자로 너무나 유명해져버린 뉴욕 양키즈, 양키즈의 사랑을 양분하는 뉴욕 메츠. 보스턴으로 넘어오면 정열의 레드삭스가 기다리고 있다. 시카고로 건너가볼까? 파란색으로 대표되는 시카고 컵스 그리고 화이트삭스가 우리를 기다린다. 다른 도시들보다 조금은 생소한, 그러나 역사가 살아숨쉬는 애틀랜타에서는 보스턴에서 연고한 브레이브스가, 마지막으로 우리나라에서 박찬호로 대표되는 LA 다저스까지. 명문 중의 명문인 야구 구단들을 훑어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그러나 무엇보다 이 책이 나를 이끈 건 각 도시의 모습을 스케치할 수 있는 Play Ground 였다. 지금 그 곳에 살고 있는 젊은이들의 모습을 보며 그 열정과 젊음을 사진 너머로나마 느끼고, 당장은 못가지만 사진으로 만나는 도시 곳곳의 모습들을 마음속에 눈도장 찍어 넣어둔다. 언젠가 간다면 꼭 들러봐야지! 라고 다짐하면서.

 

그동안 쳐져 지내면서 잊고 있던 활기를 저 속에서부터 끄집어올려 빵하고 터트려준다. 야구에 폭발적인 관심을 보이는 사람, 이제 슬슬 흥미가 동하는 사람, 미국이란 나라에 매혹당하고 싶은 사람, 곧 미국 어딘가에 놀러갈 사람. 그리고 나처럼 잊은 활기를 되찾고 싶은 사람이라면 한번 슬쩍 열어보길. 아마 자기도 모르는 채 빨려들어갈 듯 책에 몰입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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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사랑하지 않는 자, 모두 유죄]의 서평을 보내주세요.
지금 사랑하지 않는 자, 모두 유죄
노희경 지음 / 김영사on / 2008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드라마를 즐겨 보지 않는 나에게 '노희경'이란 이름은 그다지 친근하게 다가오지 않았다. 그럼에도 그녀의 책 <지금 사랑하지 않는 자, 모두 유죄> 라는 제목은 몇 날 몇 일을 나를 따라다녔다. 어떻게든 만날 사람이라면 만나게 된다고, 이 책과의 인연도 그랬나보다. 그렇게 책이 나에게 왔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사랑 따위, 라며 믿지 않았던 나. 사랑에 발끝을 적시면서도 여전히 서성이는 나. 그런 나를 노희경은 다독여줄 수 있을까. 훅훅 넘길 수 있는 책임에도 쉬이 페이지를 열 엄두를 못 냈던 건, 그런 확신이 없었기 때문이었을지 모르겠다.

 

자신을 드라마 작가라 당당하게 이야기하는 멋진 그녀가 말하는 '사랑'은 남녀간의 사랑만이 아니다. 한 사람 상대방에 대한, 가족에 대한, 친구에 대한 모든 사랑을 포함한다. 그녀의 글을 읽고나면 더 오래 가슴이 짠해진다. 대부분의 사랑을 이야기하는 에세이들은 참 쉽게도 쓰여졌건만 그녀의 글은 다시 한 번 곱씹게 만든다. 사랑이란 엄청난 녀석을 고이 전해주기 싫다는 그녀의 똑부러진 심보일까?

 

자신의 이야기, 조금은 부끄러울 지난 과거를 들쑤시는 이야기를. 마치 남의 얘기하듯 전해준다. 쉽사리 꺼내기 힘들 가족 이야기도 스스럼없이 나온다. 분명 그녀의 이야기는 흔치않다. 그러나 사람을, 세상을 관찰하고 글을 쓰는 그녀의 능력이 발하는 것일까. 글 군데군데에서 읽는 이 마음의 어딘가를 날카롭게 찌르는 무언가가 있다. 엄마를, 아버지를, 형제자매들을 떠올리게 하는. 지난 앨범 한 번 들적이게 만드는 감수성을 몇 줄 글의 고백으로 만들어낸다.

 

'나도 젊었을 적엔, 어렸을 적엔 몰랐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고 보니 알겠더라. 세상은 그런거라고. 사람이란 변하는 거라고. 그래서 지금에서야 당신들에게 용서를 빈다.'는 그녀의 고백은 이미 이 곳에 없는 사람들에게 전하는 부쳐지지 않을 편지이다. 그럼에도, 읽다보면 왠지 그 마음이 이 공기중을 지나 그들이 있는 어디론가 전해질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소망을 보태게 된다. 몇 자 글 안에서 그만큼의 진심과 애정이 느껴지기에.

 

영화 '화양연화'에 대한 부분 중에 이런 글귀가 있다.

"사랑이 믿음보다 눈물보다 먼저 요구한 것, 그것은 대상에 대한 끊임없는 관찰과 예민함이다." (74p)  

읽는 순간 머리를 탁 하고 강타했다. 세상을 살아가는 데도, 사랑을 하는데도 나만 알던 내가 새삼스레 너무도 부끄러워졌다. 사랑이란 이름아래 아픈 척하며 믿음만을 갈구했던 내가 떠올라서. 철없는 나를 위해 작은 것부터 세세히 신경써줬던 주변사람들과 그가 떠올라서. 항상 받으려고만 하고 내가 먼저 챙기고 반응하지 못했던 내 모습이 이 글귀를 읽는 순간 그렇게 얼굴 빨개지도록 창피하고 미워졌다.

 

 어느 페이지에선가 나왔던 말이 떠오른다.

"어느 날 말로만 글로만 입으로만 사랑하고, 이해하고, 아름답다고 소리치는 나를 아프게 발견하다. 이제는 좀 행동해보지. 타일러 보다."

"상처 준 걸 알아챌 때 우리는 비로소 어른이 된다."

어른이 된다는 것. 자기만 알던 세상의 알을 깨고 나오는 일. 항상 나만 상처 받았다고 믿던 자신이 누군가에게 상처 입히고 있음을 깨닫는 것. 말이 아닌 행동으로 타인을 감싸안을 수 있는 힘을 갖게 되는 것. 그러나 이 순간조차 말로밖에 하지 못하는 나의 어림이, 글을 쓰는 손이 부끄럽다. 그래서 나온 말인가보다. 말로만 어른이라고. 어른이란 도장이 찍히는 나이, 그러나 아직은 작은 아이인 나도, 이제 툭, 툭 나를 둘러싼 알 껍질을 쳐내야겠다. 비록 깨진 껍질에 상처입더라도...

 

•  서평 도서의 좋은(추천할 만한) 점 

이름만 들어도 많은 사람이 아는 드라마 작가, 노희경. 항상 사람을 관찰하고 사람사는 이야기를 쓰는 사람이라 그럴까? 다분히 구체적이기까지 한 자신의 이야기임에도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읽혔다. 무엇보다 이 책을 통해 그녀는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주기보다 그 속에서 각각의 사람들이 자신의 경험을, 추억을, 이야기를 되살려보고 다시 현재에 충실하도록. 스스로 생각할 시간을 만들어주는 게 아닌가 싶다. 책에는 책 전체가 작가의 새로운 이야기로서 가치가 있는 경우도 있고, 단지 어느 한 부분만이 특정 사람에게 좋게 다가가는 책도 있는 법이다. 이번 노희경의 책은 후자가 아닐까. 나처럼 다른 사람들에게도 어느 한 문장이, 한 부분이 인상적으로 남아 자신의 이야기를 풀어놓게 된다면 이 책은 그것만으로 좋은 책이 될 것이란 생각이 든다. 


•  서평 도서와 맥락을 같이 하는 '한핏줄 도서' (옵션) 

사랑하지만 사랑하지않는다 (조진국) 

두 사람이 있었다 (김종선) 

사랑의 만남과 이별, 그 아름다웠던 순간들을 기록한 에세이. 방송계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쓴 에세이란 점에서도 노희경 작가의 이번 작품과 비슷한 점이 많다. 

외딴 방 / 엄마를 부탁해 

엄마, 아버지, 가족에 대한 기억을 끄집어내 그들에 대한 못다한 말을 풀어냈단 점에서 비슷한 느낌을 받을 수 있다. 


•  서평 도서를 권하고 싶은 대상 

부모에 대해 아쉬움과 못다 풀어낸 감정으로 힘들어하는 청춘들 혹은 모든 사람들. 

지금 사랑에 빠져 행복감과 고달픔을 함께 느끼고 있는 사람들. 


•  마음에 남는 '책속에서' 한 구절 

나를 버리니, 그가 오더라. 그녀는 자신을 버리고 사랑을 얻었는데, 나는 나를 지키느라 나이만 먹었다. 

이해할 수 없기 때문에 우린 더 이야기할 수 있고, 이해할 수 없기 때문에 우린 지금 몸 안의 온 감각을 곤두세워야만 한다. 이해하기 때문에 사랑하는 건 아니구나. 

사랑이 믿음보다 눈물보다 먼저 요구하는 것, 그것은 대상에 대한 끊임없는 관찰과 예민함이다. 

그날 나는 처음으로 이 남자에게 순정을 다짐했다. 그가 지키지 못해도 내가 지키면 그뿐인 것 아닌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친구가 되는 것이 친구다. 

 나는 남자를 사랑하는 게 아닙니다.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남자였을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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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의 기별] 서평을 써주세요
바다의 기별
김훈 지음 / 생각의나무 / 2008년 11월
평점 :
절판


 

 

취향의 문제다. 종종 책을 읽다 보면 객관적으로 그저 그런 것을 느낌에도 내 안의 무엇과 공명해 '좋다' 라고 말할 수 밖에 없는 작품이 있다. 반대로 객관적으로 괜찮다 싶은 책임을 아는데 내 안의 무엇과 핀트가 맞지 않아 '별로다' 라고 말해야만 하는 작품이 있다. 김훈이란 작가를 글로써 처음 만난 <바다의 기별>은 나에게 후자의 작품으로 다가왔다.

 

김훈이란 작가에 대해 관심을 두게 된 건 지난 북페스티벌 작가와의 대화에서였다. 아련한 기억을 되살려보면 그 때 그의 말 중 나를 움직인 것은 다음의 말이었다. "내가 쓸 수 있는 단어는 몇 개 안 된다. 그 걸 가지고 나는 쓰고 있다." 이런 류의 문장이었던 것 같다. 젊었을 적에는 오히려 쓸 수 있는 단어가 많았다던 김훈 작가. 사랑도, 열정도, 투쟁도, 희망도 모두 그가 쓸 수 있는 단어였는데 세월이 지나고 보니 그런 단어들은 하나도 쓸 수 없다는 그의 말에 난 세상을 너무 쉬이 보고 있던 게 아닌가 마음을 쓸어내린 기억이 난다.

 

그런 그의 반듯하고 딱 부러지는 인상이 <바다의 기별> 전체에 아우러 녹아있다. 세태에 대한 직설적인 꼬집음, 자신이 믿는 바에 대한 굳은 소신, 시대의 젊은이들에게 날리는 강타까지. 그가 말하는 철없는 젊은이인 나는, 그래서 그의 글이 무섭다. 너무나 반듯한 직선같은 그의 글은 지나간 과거의 추억까지 감정이 아닌 이성으로 풀어놓는다. 정확히 그려지는 장면에 차가움을 가장한 따뜻함이 녹아내려있다.

 

그렇다. 그의 글은 진실로 따뜻하다. 매서운 한마디는 결국 이 세상을 너무나도 사랑하기에 꺼내놓지 않을 수 없던 그의 한 마디였을 뿐이었다. 과거를 추억하는 그의 눈과 손은 담담하지만 그 시절에 대한 무한한 애정으로 꽉 채워진 보따리와 같다. 설사 그와 같은 시대를 살지 않았던 사람들조차 그가 그리는 세상을 마음 속에 그려낼 수 있을 정도이다. 내용은 행복과는 거리가 멀지만, 김훈 표 이야기는 결코 춥지 않다. 세상을 바라보는 그만의 구수한 시선이 살아있기 때문이다.

 

크게 세 부분으로 나눠져있다. '바다의 기별', '기다려라, 우리가 간다', '말과 사물'. 무엇에 의한 나눔일까. 책을 읽으면서는 알 것도 같던 그 구분이 막상 쓰려고 보니 모호해진다. 일상, 과거를 오가는 김훈의 사색. 현실에 대한 김훈의 시선, 글에 대한 김훈의 논리. 그러나 이렇게 나누는 게 다 무슨 소용일까. 에세이란 읽고 느끼면 된다. 조금은 저자의 생각을 따라가며, 그러나 오로지 자신의 감정과 생각으로.

 

이야기를 마치면서 한 가지 고백을 해야겠다. 그의 '말과 사물'을 읽으며 군더더기 없는 문장을 쓰리라 다짐했었다. 그러나 자신의 글쓰기라는 건 쉬이 변하기 힘든건지. 여전히 난 또 정서적인 글쓰기를 하고 있었다. 문장은 몽매해지고, 사실은 내 글에서 멀어져간다. 오로지 사실만을 담아, 그 자체로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는. 그런 놀라운 문장에 가까워지길 고대하며 서투른 글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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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의 기별] 서평을 써주세요

 

 

•  서평 도서의 좋은(추천할 만한) 점

에세이라고 하면 쉽게 페이지를 넘기며 적당히 기분좋게 공감하며 읽는 장르란 생각이 먼저 든다. 그러나 김훈의 <바다의 기별>은 에세이지만 그리 가볍지 않다. 세상살이에 대한 통찰이 담겨있고, 그의 글쓰기에 대한 고뇌가 실려있다. 함께 고민하고 공감하다보면 문득 이전보다 한 계단 올라서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지 모른다. 두껍지 않지만 그 내용이 가볍지 않아 한참을 들여다보게 되는 책이다.


•  서평 도서와 맥락을 같이 하는 '한핏줄 도서'

<여행할 권리>. 김연수

에세이 형식을 빌어 자신의 이야기, 무엇보다 자신의 글쓰기에 대한 사유를 담은 책이다. 그러나 결코 무겁지 않게 유머러스하게 풀어냄으로써 작가에 대해 한 발 다가설 수 있게 하는 책. 김훈이란 작가를 알 수 있는 <바다의 기별>과 비슷한 느낌이다.


•  서평 도서와 동일한 분야에서 강력 추천하는 도서

에세이류로 가장 아끼는 책 중 하나가 <게으름의 즐거움>이다. 간단하고 가벼운 문장으로 이루어진 이 책은 읽다보면 절로 미소지어지는 기분좋은 한 낮의 햇볕같은 책이다.


•  서평 도서를 권하고 싶은 대상

김훈 작가와 비슷한 시대를 살아온, 그의 추억거리에 공감할 수 있는 사람

이 시대를 그저 살아가는, 따뜻하지만 매서운 일침이 필요한 젊은이들


•  마음에 남는 '책속에서' 한 구절


나는 춥고 어두운 흙구덩이로 들어가야 할 일이 무섭다. 그래서 살아 있는 동안의 무사한 하루하루에 안도한다. 행복에 대한 내 빈약한 이야기는 그 무사한 그날그날에 대한 추억이다.

나는 사실만을 가지런하게 챙기는 문장이 마음에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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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향의 문제다. 종종 책을 읽다 보면 객관적으로 그저 그런 것을 느낌에도 내 안의 무엇과 공명해 '좋다' 라고 말할 수 밖에 없는 작품이 있다. 반대로 객관적으로 괜찮다 싶은 책임을 아는데 내 안의 무엇과 핀트가 맞지 않아 '별로다' 라고 말해야만 하는 작품이 있다. 김훈이란 작가를 글로써 처음 만난 <바다의 기별>은 나에게 후자의 작품으로 다가왔다.

 

김훈이란 작가에 대해 관심을 두게 된 건 지난 북페스티벌 작가와의 대화에서였다. 아련한 기억을 되살려보면 그 때 그의 말 중 나를 움직인 것은 다음의 말이었다. "내가 쓸 수 있는 단어는 몇 개 안 된다. 그 걸 가지고 나는 쓰고 있다." 이런 류의 문장이었던 것 같다. 젊었을 적에는 오히려 쓸 수 있는 단어가 많았다던 김훈 작가. 사랑도, 열정도, 투쟁도, 희망도 모두 그가 쓸 수 있는 단어였는데 세월이 지나고 보니 그런 단어들은 하나도 쓸 수 없다는 그의 말에 난 세상을 너무 쉬이 보고 있던 게 아닌가 마음을 쓸어내린 기억이 난다.

 

그런 그의 반듯하고 딱 부러지는 인상이 <바다의 기별> 전체에 아우러 녹아있다. 세태에 대한 직설적인 꼬집음, 자신이 믿는 바에 대한 굳은 소신, 시대의 젊은이들에게 날리는 강타까지. 그가 말하는 철없는 젊은이인 나는, 그래서 그의 글이 무섭다. 너무나 반듯한 직선같은 그의 글은 지나간 과거의 추억까지 감정이 아닌 이성으로 풀어놓는다. 정확히 그려지는 장면에 차가움을 가장한 따뜻함이 녹아내려있다.

 

그렇다. 그의 글은 진실로 따뜻하다. 매서운 한마디는 결국 이 세상을 너무나도 사랑하기에 꺼내놓지 않을 수 없던 그의 한 마디였을 뿐이었다. 과거를 추억하는 그의 눈과 손은 담담하지만 그 시절에 대한 무한한 애정으로 꽉 채워진 보따리와 같다. 설사 그와 같은 시대를 살지 않았던 사람들조차 그가 그리는 세상을 마음 속에 그려낼 수 있을 정도이다. 내용은 행복과는 거리가 멀지만, 김훈 표 이야기는 결코 춥지 않다. 세상을 바라보는 그만의 구수한 시선이 살아있기 때문이다.

 

크게 세 부분으로 나눠져있다. '바다의 기별', '기다려라, 우리가 간다', '말과 사물'. 무엇에 의한 나눔일까. 책을 읽으면서는 알 것도 같던 그 구분이 막상 쓰려고 보니 모호해진다. 일상, 과거를 오가는 김훈의 사색. 현실에 대한 김훈의 시선, 글에 대한 김훈의 논리. 그러나 이렇게 나누는 게 다 무슨 소용일까. 에세이란 읽고 느끼면 된다. 조금은 저자의 생각을 따라가며, 그러나 오로지 자신의 감정과 생각으로.

 

이야기를 마치면서 한 가지 고백을 해야겠다. 그의 '말과 사물'을 읽으며 군더더기 없는 문장을 쓰리라 다짐했었다. 그러나 자신의 글쓰기라는 건 쉬이 변하기 힘든건지. 여전히 난 또 정서적인 글쓰기를 하고 있었다. 문장은 몽매해지고, 사실은 내 글에서 멀어져간다. 오로지 사실만을 담아, 그 자체로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는. 그런 놀라운 문장에 가까워지길 고대하며 서투른 글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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