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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문학의 맛있는 코드
석영중 지음 / 예담 / 2013년 3월
평점 :
사람은 음식이 없으면 살아갈 수 없다.
동물들이 먹는 사료나 먹이라는 단어대신 사람이 먹는 것에는 음식이라는 좀 더 고급스러운 칭호를 붙여주었다.
그만큼 우리의 인생에서 먹는 것이 차지하는 비중은 크고 이러한 인식은 문학 작품에도 고스란히 반영되어있다.
지금처럼 먹을 것이 풍부한 현재에도 이러한데 과거 먹을것이 부족한 시기에는 어떠했으랴!
더더욱 음식을 통해서 바라보는 세상의 시각은 존재했을 것이다.
그리고 러시아라는 나라는 추운 곳으로 유명하다.
음식자원이 더 부족한 나라이고 "빵"이라는 단어 하나만으로도 충분히 표현할 재료가 많이 있는 그런 곳이었다.
러시아 작가들도 다른 작가들처럼 음식을 통해서 바라보고자하는 세계관이 존재했다.
우리에게 너무나 잘 알려져있고 세계적인 저자인 톨스토이는 음식을 통해서 표현하고자 하는 바를 정확히 말하고있다.
그의 작품에서 프랑스음식은 거들먹거리고 비하의 상징처럼 쓰인다.
물질의 증거로 쓰이는 프랑스식 (프랑스 언어, 음식, 문화 등 모든것!) 문화는 그의 작품 전반에 걸쳐서 부정적 의미로 쓰이고 있다.
분수에 넘치게 즐기고자 하는 사람들이 먹는 음식이 프랑스 음식이고, 타락적인 일을 할때는 프랑스 사람이나 프랑스어를 사용하는 사람이 등장하곤 한다.
어떤 상황인지를 음식을 통해서 들여다볼수도 있다.
가령 남녀가 정사를 하려고 하는 방안에서 남성이 먹는 수박!
정사전에 먹을 수 있는 분위기있는 음식들은 얼마든지 있다.
그러나 먹는내내 지저분하고 값도 싼(그 지방의 가장 흔한 과일이었다고 한다) 수박이라니!
이것은 그 남자에게 있어서 이 여성이 원나잇 상대였음을 의미한다고 한다.
그저그럼 호텔방안에서 그저그런 대화를 나누면서 수박을 먹는다?
이들의 미래또한 장미빛이기는 힘들 것이라는 암시란 것이다.
시대의 변화에 따라서 음식에 투영된 이미지가 바뀌기도 한다.
19세기 초만하더라도 양배추 스프는 싸구려이자 토속적 음식의 부정적 이미지였다고 한다.
그러나 19세기 중반에 이르러서는 우리 것이라는 중상급 이미지로 올라오고, 후반에는 결국 고유의 것이라는 좋은 이미지로 변모하는 과정을 거쳤다고 한다.
어느시기에 쓰여진 작품이냐에 따라서 같은 음식이라고 하더라도 작품에서 투영된 이미지는 다를 수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