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다리 - 제1회 문학의 문학 5천만원 고료 소설 공모 당선작
우영창 지음 / 문학의문학 / 200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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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심상치 않은 표지의 그림.

 여기에서 눈치 챘어야 했다.

 저자 소개를 읽으면서, 문예창작과를 졸업하고 증권회사에 입사한 것이 신기하고 놀랍기도 했다. 아직 졸업 전인 나로서는 직업은 무조건 전공을 살려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저자는 내가 갖고 있는 이런 선입견이라면 선입견에 일침을 가해주었다. 더구나 당선작에 대한 상금으로 받은 5천만 원을 술값으로 쓰겠다는 것을 보면서 아, 보통 사람은 아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에서 저자는 증권회사에서의 경험을 한껏 발휘하고 있다. 주인공으로 나오는 맹소해가 바로 증권사에 몸담고 있는 30대, ‘골드 미스’다. 이름부터도 참 독특하다. 그리고 이야기가 펼쳐지는 배경은 물론 증권회사다. 처음 책을 펼쳐 몇 장을 읽는 동안, 온통 증권 시장에서 주식, 펀드 등이 돌아가는 일들만이 어지럽게 나열되어, 만만치 않겠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돌아보면, 아직 나는 이 책을 제대로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았다. 한참 책을 읽는 동안에도 나는 왠지 이 책을 겉돌고 있는 듯한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다. 경제에는 무지한 내가 주식과 펀드로 가득한 글을 완벽하게 이해하고 넘어가는 것은 무리였다. 그래서 초반에는 거의 글자를 읽어 내려가는 수준에서 벗어나기 힘들었다.

 맹소해의 정체성 역시 내게는 벅차게 느껴졌다. 처음에는 여성스러운 이름을 가진 남자인가 하는 생각까지 하게 되었다. 이 책은 맹소해를 둘러싸고 돌아가는 돈과 사랑의 이야기였다. 돈은 차치하더라도, 그녀의 사랑 이야기에 있어서 혼란스럽기는 마찬가지였다. 상사와의 불륜, 여자와의 동거, 새로운 남자, 또 새로운 여자, 남자들과 여자들. 과감하면서도 노골적인 성적 표현에 솔직히 읽으면서 조금 당황스러웠다. 아직까지 이런 소재의 책을 접해본 적도 없는데다가, 보수적인 성격 탓인지 처음에는 거부감부터 일었다.




 만약 이 책이 계속해서 성적으로 문란한 사랑관만을 소재로 해서 쓴 것이었다면, 중간에 덮어버렸을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이 책은 맹소해의 그런 양성애적, 혹은 다양한 성향만을 부각시킨 것은 아니었다. 맹소해는 말 그래도 ‘골드미스’다. 그녀는 직업적으로 성공을 꿈꾸고 있었다. 그것도 꾀부리지 않고 꽤 정당한 방법으로 말이다. 그리고 한 걸음 한 걸음 위로 올라가고 있었다.

 그런데, 어렸을 때의 아버지의 기억과 함께 불안정한 그녀의 심리는 마치 제목처럼 아슬아슬한 하늘 다리를 건너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든다, 그런 그녀의 인생에 정말로 하늘다리를 건너 온 남자가 자리 잡는다. 그러나 그녀는 역시 어디에도 안주하지 못하고, 어느 한 사람에게라도 제대로 정착하지 못한다. 끊임없이 외롭고 고독하지만, 어디에서도 사랑을 충족시키지 못한다.

 사실 그녀의 일상은 평범하다고 보기 아주 어렵다. 하지만 소설 속에서만큼은 지극히 평범한 모습인 것처럼 인식되고 그려진다. 이런 식으로라도 보상받고 치료받고자 하는 과거의 상처가 살짝 표출된 것은 아닐까 싶었다. 가끔씩 기억 속에서 샘솟는 아빠에 대한 상념에 젖어드는 모습에 왠지 그녀가 가엽다는 생각마저 들기도 했다.




 확실히 아직까지도 내가 이 책에 완벽하게 젖어든다는 느낌은 부족하지만, 그래도 새로운 소재와 새로운 소설을 접했다는 데에 의의를 두고 싶다. 그리고 책을 끝까지 읽을 수 있었던 데에는 저자의 문체도 한몫을 한 것 같다. 독특하지 않은 것 같지만, 인상적이었다. 어려운 것 같으면서도 술술 이야기를 진행시키는 뭔가가 있는 것만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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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접 프레젠테이션 완전정복 - 1%만 아는 취업비밀 50
하영목.최은석 지음 / 팜파스 / 200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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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직까지 전문적인 면접을 제대로 본 경험은 없다. 기껏해야 단기 아르바이트를 위해 보았던 면접이 전부다. 그렇지만, 졸업도 몇 년 앞으로 다가오고, 취업을 생각해야 할 나이가 되니, 이것저것 준비해 두어야 할 것들이 많다는 것을 알아가고 있다. 이 책에도 언급되지만 일명 ‘취업 5종 세트’라 불리는 것들이다. 그렇지만, 취업을 준비하고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이것들은 기본적으로 갖추고 만반의 준비를 마쳤을 것이다. 그렇다면 취업의 당락은 무엇이 결정하는 것일까? 그것을 이 책에서는 바로 면접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 주장을 전제로 하고, 이 책의 저자 하영목, 최은석은 상대적으로 면접에서 높은 점수를 받기 위한 비법을 전수하고 있다.

 

프레젠테이션(PRESENTATION)이란, 줄여서 PT라고도 하는데, 청중-여기서는 면접관들을 일컫는다.- 을 설득하기 위해 목적이나 계획 등을 발표하는 것이다.




 이 책은 프레젠테이션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사람들을 위해 자주 질문하는 유형을 50가지로 정리하여 Q&A 형식으로 정리해 논 ‘비법서’라고 할 수 있다. 면접을 준비하는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도록 기업별 프레젠테이션의 유형을 제시하고, 각 기업별로 준비해야 할 프레젠테이션을 예로 들어 설명하고 있다. 이 책은 면접에서 우수한 성적을 얻게 해준다는 점을 차치하더라도, 면접을 보는 사람으로서, 면접관의 입장에서 자신을 바라볼 수 있도록 안목의 전환을 도와준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저자들은 시종일관 면접의 통제권을 면접관에게 넘겨주지 말고, 스스로 쥐고 있어야 함을 강조한다. 그리고 면접에 필요한 것들을 차근차근 일목요연하게 전달해 주고 있다.

 이 책에 의하면 프레젠테이션에는 두 가지 종류가 있다. 하나는 ‘발표형’이고, 다른 하나는 ‘분석 발표형’이다. 각 유형에 따라 평가 요소도 달라지고, 공략하고 준비해야 할 부분도 나누어진다. 간단히, 발표형 프레젠테이션이 창의력과 참신한 생각에 중점을 두고 있다면, 분석 발표형 프레젠테이션은 문제의 핵심을 파악하고 타당한 대안을 제시하는 것을 더 높이 평가한다.

 간단한 발표만 하더라도 나름대로의 순서가 있다. 하물며 프레젠테이션에는 더 구체적이고 적확한 계획이 필요할 것이다. 그래서 저자는 5분 프레젠테이션의 시간 안배에 대해서도 서술하고 있다. 5분은 때에 따라서 짧은 시간일 수도 있고, 활용만 잘 한다면, 충분한 시간이 될 수도 있다. 크게 서론과 본론, 결론으로 나누고 각각의 비중은 10%, 70%, 20%로 하는 것이 좋다. 서론은 30초 정도로 간단하게, 발표할 내용에 대해 언급하고, 본론에서는 핵심주장을 크게 3가지 정도로 나누어 각각 1분여 동안 발표한다. 그리고 결론 부분에서 본론을 요약하고 결론을 내리는 것까지 1분 정도의 시간에 맞추는 것이 좋다. 물론, 자기만의 확고한 주관이 있거나, 이 방법에 대해 동의하지 않는다면, 자신만의 비법이라면 비법을 사용해도 좋겠지만, 이 두 저자 역시 면접에 관해서라면 면접관의 입장에서도 서 봤기 때문에 무시할 것이 못 된다. 그리고 5분 프레젠테이션에 대한 것은 극히 정석대로이다.




 면접관의 입장에서 저자들이 주장하는 것은 반드시 주어진 시간 내에 발표를 끝내야 한다는 것이다. 면접관들은 면접자들을 위해 언제까지고 귀한 시간을 내어주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제한된 시간 안에 발표를 마치기 위해서는 많은 노력과 리허설이 필요하다. 자꾸 입 밖으로 소리 내어 연습하는 습관을 들여야 실전에서도 갑자기 당황해 말문이 막히는 최악의 경우에 대비할 수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 자신감을 가지라는 것을 강조하고 있다. 자신감은 비단 면접에서만 강조되는 것은 아니다. 짧은 시간 동안 면접관에게 자신의 강점을 피력하기 위해서는 다른 면접자들과는 다른 강인하고 자신감 넘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그래도 부족할지 모른다. 그렇지만 수많은 면접자들 속에서 면접관의 뇌리에 각인되기 위해서 최소한 노력했다는 모습은 보여주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저자들이 모법답안을 예로 들어 설명한 부분과 잘못되었다는 것의 예로 제시한 부분이 중첩되는 곳이 보여 약간 혼란스럽기도 했다. 이 책이 읽는 사람에게 유익한지 아닌지는 독자 스스로가 판단해야 할 일이다. 적어도 면접을 수차례 본 경험이 있는 사람들에게는 진부하고 기초적인 개념서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적어도 나 같은, 아직 면접에 대한 경험이 없고, 그것을 막연한 개념으로 인식하고 있는 사람들에게는 조금이나마 명확한 정의를 내려주는 책이라고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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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은 답을 알고 있다 - 물이 전하는 신비한 메시지 물은 답을 알고 있다 (더난출판사) 1
에모토 마사루 지음, 홍성민 옮김 / 더난출판사 / 200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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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환경오염과, 식수의 부족과 더불어 물과 관련된 여러 다큐멘터리가 제작되어 방송되고 있다. 처음 이 책을 접했을 때는 독자들로 하여금 다시 한 번 경각심을 일깨워주기 위해 출판한 책인가 보다 하는 생각을 했다.




 표지를 보면서 잠깐 초등학교 시절이 생각났다. 겨울이 되면 선생님께서 눈의 결정 사진을 찍은 것을 보여주시곤 했다. 그와 비슷한 사진을 보니, 반가운 마음이 앞섰다.

 저자 에모토 마사루는 그의 책에 의하면 물에 대한 깊이 있는 연구를 한 사람이다. 저자는 현대를 혼돈과 무질서가 팽배한 ‘카오스’라 규정하고 그 상태에서 벗어날 수 있는 해답을 바로 ‘물’에서 찾고 있다. 인간 신체의 70%가 물로 이루어져 있다는 것이 그 이유다. 그래서 그 70%의 물을 깨끗이 하면 된다는 것이다. 이를 주제로 한 여러 토론회도 열었던 이력이 있다.

 저자는 물에 건강 치유력이 담겨 있다고 주장하고 실제의 사례를 들어 뒷받침하고 있다. 그러나 이런 그의 주장을 <네이처>에서는 아직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다만 뉴사이언스에 많은 관심을 보이는 사람들에게서 지지를 얻고 있다. 그리고 저자는 물의 결정을 찍기 시작했다. 찍힌 물의 결정, 그 결과는 가히 놀라웠다. 아마 저자도 이렇게 놀라운 결과를 얻게 될지 몰랐을 것이다.

 그 실험의 시작은 단순했다. 물에 좋은 말과 좋지 않은 말을 보여주었을 때 과연 물이 그에 따라 영향을 받는지 안 받는지에 대한 연구였다. ‘고맙습니다’라는 글과 ‘멍청한 놈’이라고 쓴 글을 보였을 때 물의 결정은 판이한 모습을 보여주었다, 아름다운 결정과 깨지고 흐트러진 결정이 그것이다. 만물은 진동하고 있는데, 종이에 글씨를 쓰는 순간도 진동한다는 것이다. 그렇기에 그 진동으로 물은 공명하고 결정을 만들어낸다고 저자는 보고 있다. 물론 정말 어처구니없는 주장이라고 반박할 수도 있다. 나도 처음엔 그렇게 생각했다. 무슨 이런 터무니없는 말로 책을 펴냈을까, 하고. 이런 반박들을 예상했을까, 저자는 사진을 통해 그의 주장이 터무니없는 것이 아님을 증명해 보인다. 사진을 통해 본 물의 결정들은 정말 경이로움 그 자체였다. 독특한 발상이 가져온 신기한 실험이었고, 그 결과는 더욱 놀라운 것이었다. 저자가 말하는 최고의 결정은 바로 ‘사랑과 감사’란다.

 저자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것으로 또 하나 중요한 근거가 되는 것이 영국 루퍼트 셀트레이크 박사의 연구 결과였다. 그는 인간의 의식이 주위 사물에 영향을 미친다고 보았다.

 

 저자는 여기까지의 실험에 이어 색다른 연구에 돌입했다. 바로 물에 여러 풍경 사진을 보이기도 했고, 세계의 음악을 들려주기도 한 뒤에, 각각 물이 어떤 결정을 이루는지 보는 것이었다. 이 역시 직접 찍은 물의 결정을 보여주어 독자들에게 보다 신뢰감을 주었다. 그런데 사진을 보고 있으면서도 정말 눈으로 보고 있는 것을 그대로 믿어야할지 의구심이 들었다. 사진 중에는 우리나라 민요인 ‘아리랑'을 들려준 물의 결정 사진도 있어 좀 더 현실적으로 느껴졌고 더욱 신기했다. 제일 위에 있는 사진이 바로 ‘아리랑'을 들은 물의 결정이다. 이어 저자는 각국 각지의 수돗물 결정도 찍는 연구를 계속해나갔다. 인위적인 작업을 거친 수돗물은 자연수에 비해 뚜렷하지 못한, 심지어는 깨져있는 모습을 띠는 결정을 보이기도 했다. 우리나라의 수돗물은 나와 있지 않아 확인해볼 길이 없지만, 스위스의 수돗물은 결정도 참 아름다운 모습이었다. 저자의 연구와 사진을 통한 결과에 의하면 전자파 또한 물에 영향을 미쳤다. 모든 것이 진동으로 이루어졌다는 근거에 의하면 순간적으로 논리적인 설명으로 보이기도 한다. 그렇지만, 이런 저자의 주장들이 논리적이라면, 왜 제대로 이론화되어 과학자들에게 인정받지 못하는 것일까. 아마 좀 더 활발한 연구가 진행되고, 보다 많은 사람들과 과학자들이 관심을 보인다면, 더 발전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결국 저자는 이런 사진들과 그의 실험, 연구 등을 통해 사랑하는 마음과 감사하는 마음을 기르자는 것을 주장하고 있었다. 물의 결정에 대한 사진이 찍을 때마다 과연 똑같은 결과를 가져올지는 확신할 수 없고, 과학자들에 의해 인정받지 못한 만큼, 과학적인 근거가 부족한 것은 사실일지 모르나, 이 책을 과학적인 견해로만 보지 말고, 사랑과 감사에 초점을 맞추어서 읽어보면 거부감이 좀 줄어들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사랑은 주파수를 높여 인간을 성장시키는 기폭제다.

   우리 모두 살아 있는 동안 열심히 사랑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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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랑정 살인사건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임경화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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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복수를 위해 자신을 죽여 버렸다.

 정말 오랜만에 슬픈 추리소설을 한 권 읽었다는 생각이 든다.




 어쩌면 상당히 단순한 소재들, 유산 상속이나 사랑에 버림받음 등으로 구성된 이야기일 수도 있다. 그렇지만, 저자가 그 소재들을 가지고 어떻게 엮어나가느냐에 따라 다른 양상을 보일 것이다.




 회랑정의 약도를 보여주는 것으로 이 책은 시작한다. 그리고 등장하는 주인공의 심리 묘사와 과거에 대한 떠올리기조차 힘든 기억들.

 주인공 기리유 에리코는 회랑정에서 의문의 화재 사고를 당하고 결코 평범하게 살아갈 수 없는 화상이라는 짐을 지게 된다. 게다가 사랑하는 사람, 지로를 잃는 아픔까지 겪어야했다. 동반자살이라 잠정적으로 결정내린 경찰들의 말을 뒤로 한 채 살인이라고 확신한 그녀는 혼자서 복수를 다짐하고 이를 악다문다. 그러고는 치밀하게 계획을 세우고 준비해나간다. 그 첫 번째는 바로 자신의 존재를 자살로 위장하고, 혼마 기쿠요라는 노파로 변장을 하는 것이었다. 왜 이렇게까지 해야만 했을까, 진정으로 처음이자 마지막 사랑이었기에. 이렇게 되짚어 보는 방식은, 그리고 다시 아픈 기억 속의 회랑정으로 돌아간 그녀의 행보는 앞으로 그녀의 복수가 어떻게 진행될지에 대한 궁금증을 더욱 자아냈다. 그녀가 추려낸 용의자들은 바로 사고가 있던 날 회랑정에 머물렀던 이치가하라 가(家) 사람들이었다. 이치가하라 회장의 죽음 후, 유언장 공개를 목적으로 해서 어렵게 다시 한 자리에 모인 악몽의 날의 주인공들, 이치가하라 가(家) 사람들과 그녀. 노파의 모습을 한 주인공은 그들의 행동과 대화를 통해서 용의자들 하나하나를 분석해 나간다. 그리고 준비해둔 미끼를 던진다. 범인이 미끼를 잡기만을 노리면서. 하지만 벌써 범인이 잡혀버린다면, 말그대로 단순한 추리소설에 그치고 말았을 것이다.

 여기서 뜻밖의 살인사건이 벌어지고, 경찰마저 사건에 개입하게 된다. 쉽게 찾아낼 수 있을 거라 확신했던 범인은 점점 더 자취를 감추어가고 시간이 흐를수록 기리유 에리코의 노파 연기도 그 힘을 잃어간다. 그녀만의 방법으로, 범인을 좁혀가는 과정이 손에 땀을 쥐게 했고, 점점 더 빠르게 책장을 넘기도록 만들었다. 회랑정이라는 한정된 공간에 용의자들을 몰아넣고 범인을 찾아가는 장면은, 마치 내가 직접 수수께끼를 풀어가고 있다는 느낌을 주었다. 그리고 생각지도 못한 곳에서 풀려버리는 사건의 실타래는 놀랍기도 했고, 허무하기도 했고, 그래서 더욱 비극적으로 느껴지기도 했다.




 위에서도 말했듯이, 언뜻 진부한 소재일 수도 있었다. 흔히 등장하는 유산 상속을 둘러싼 가족 간의 신경전과 갈등, 그리고 음모, 사랑이라는 탈을 쓴 돈의 악령, 사랑과 연인의 복수를 위해 자신을 죽일 수 있었던 용기, 히가시노 게이코는 이들을 잘 버무려 여기에 긴장감을 불어넣는다. 그리고 추리소설이 탄생했다. 그러나 <회랑정 살인사건>은 단순한 추리소설만으로 치부하기에는 뭔가 남는 것이 있었다. 유산과 살인사건을 둘러싸고 가족은 그 결속력을 잃고 해체되어 간다. 돈이 인간을 이기고 만 것이다. 또, 이 책은 미모를 중시하는 현실도 보여주고 있었다. 빼어나지 못한 외모 때문에, 사랑을, 아름다움을 포기해야 했던 주인공을 통해서 아직도 만연해 있는 외모지상주의의 단편을 보여주고 있었다.




 주인공의 입장에서는 사랑이라 믿었던 사랑에 의해 버림받은 아픔이 배가 되었을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 추리소설은 더욱 슬프게, 더욱 비극적으로 느껴진다. 책을 다 읽고 났지만, 아직 마지막 책장 뒤에도 뭔가 더 남아있을 것만 같아 시원하지가 않다.

 화재 속에서도 살아남았던 그녀였기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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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바이 베스파
박형동 지음 / 애니북스 / 200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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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원한 파랑이 눈길을 끌었다. 표지 그림만 보는데도 가슴 속까지 시원함이 느껴졌다. 이런 게 바로 그림의 힘인가?

 베스파가 뭔지도 모른 채 책장을 열었고, 안에 만화가 있을 줄은 더군다나 생각도 못했다. 초등학교 시절, 주위에서 초등학생이라면 꼭 읽었어야 했던 어떤 통과의례 같았던 책 “먼 나라 이웃나라”가 있었다. 만화로 되어 있었는데, 바로 그 책을 마지막으로 그 뒤, 만화책은 읽어본 기억이 없다. 그만큼 나는 만화책을 좋아하지 않았다. 싫어하게 된 이유가 뚜렷이 있는 것도 아니고, 정말 싫어하는 건지도 사실 잘 모르겠지만, 이상하게 만화책에는 손이 가지 않았다. 그래서 책을 읽으려고 펼치는 순간 만화책임을 알고 읽고 싶지 않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톰’과 ‘제리’가 함께 스쿠터에 올라있는 그림을 보고 나도 모르게 책을 읽어나가고 있었다.

 

 저자 박형동은, 다섯 가지 스쿠터로 다섯 가지 이야기를 만들었고, 만화를 완성했다. 그 스쿠터의 이름들 중 하나가 바로 베스파였다. 이탈리아어로 말벌이라는 뜻인데, 디자인이 말벌이나 눈물을 연상시키기 때문이란다. 다섯 가지 이야기는 각각 <톰과 제리의 사랑>, <스노우 라이딩>, <밍키, 세상에서 가장 오래된 소녀>, <그랜드마마 피시>, <바이바이 베스파>였다. 각각 다른 색깔의 이야기로 되어 있었는데, 제목만으로는 사실 줄거리를 짐작할 수 없었기 때문에 더욱 궁금해졌다. 거친 듯하면서도 깨끗한 느낌을 주는 그림이었다. 어두운 것 같으면서도 뭔가를 담고 있는 듯한 그림이었다. 여느 만화책들처럼 말풍선에 글이 가득하지는 않았지만, 짤막짤막한 하나의 문장, 하나의 단어 속에는 많은 말과 생각들이 담겨 있었다.

 톰과 첫 경험을 한 제리의 아련한 추억 -사실 첫 번째 이야기부터 이런 전개를 맞이하고 당황스러운 마음도 있었다. 나머지 이야기도 이럴까, 하고 말이다. 그리고 순간 헷갈려서 내 짤막한 상식을 의심하며 인터넷을 뒤져보기도 했다. 질문은 “정자가 눈에 보이나요?”- , 눈이 오면 떠오르던 고양이와 사랑하던 여인, 어른이 된 소녀 밍키, 할머니의 품이 그리운, 이제는 커버린 아이, 어른이 되기 싫어 끈을 놓지 않던 소년의 이야기.

 저자의 그림은 정말 독특했고, 매력이 있었다. 책을 읽으면서 그의 그림에 중독되어가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그의 상상력 또한 엉뚱하면서도 기발했다. 인간과 동물을 아우르며 이야기를 전개시키는 능력이 대단하다는 생각도 함께 들었다.




 이들 다섯 가지 이야기는 모두 어른이 되지 않으려는, 그러나 이미 어른의 길로 접어들고 있는 청년들의 이야기였다. 어른과 어린이의 경계에서 방황하고 있는 갈피를 못 잡고 있는 영혼들의 이야기. 왜 그렇게 끈을 놓기 싫어하는 걸까?

 그렇다면, 나는 어떨까? 학창시절에는 빨리 20대가 되고 싶었다. 20대만이 누릴 수 있는 자유를 동경했었다. 막상 20대가 되고 나니, 20대만이 누릴 수 있는 그 자유에는 그만큼의 책임이 따랐고, 그리고 그 자유는 생각보다 무거운 것이었다. 물론 아직, 내가 완벽한 어른이 되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이 책을 읽으면서 다섯 가지 이야기 속에 담긴 주인공들이 바로 가슴 속 깊이 있던 내 마음을 끄집어내 준 것 같아 공감하게 되었던 것 같다. 어쩌면 나도 그 끈을 놓기 싫은 건 아닐까 모르겠다. 나도 그 경계에서 헤매고 있는 건 아닐까 모르겠다.







  

 “그럼 또 올게.

     뭔가 딴 게 돼서 말이야.

     어른은 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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