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다리 - 제1회 문학의 문학 5천만원 고료 소설 공모 당선작
우영창 지음 / 문학의문학 / 2008년 4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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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심상치 않은 표지의 그림.

 여기에서 눈치 챘어야 했다.

 저자 소개를 읽으면서, 문예창작과를 졸업하고 증권회사에 입사한 것이 신기하고 놀랍기도 했다. 아직 졸업 전인 나로서는 직업은 무조건 전공을 살려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저자는 내가 갖고 있는 이런 선입견이라면 선입견에 일침을 가해주었다. 더구나 당선작에 대한 상금으로 받은 5천만 원을 술값으로 쓰겠다는 것을 보면서 아, 보통 사람은 아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에서 저자는 증권회사에서의 경험을 한껏 발휘하고 있다. 주인공으로 나오는 맹소해가 바로 증권사에 몸담고 있는 30대, ‘골드 미스’다. 이름부터도 참 독특하다. 그리고 이야기가 펼쳐지는 배경은 물론 증권회사다. 처음 책을 펼쳐 몇 장을 읽는 동안, 온통 증권 시장에서 주식, 펀드 등이 돌아가는 일들만이 어지럽게 나열되어, 만만치 않겠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돌아보면, 아직 나는 이 책을 제대로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았다. 한참 책을 읽는 동안에도 나는 왠지 이 책을 겉돌고 있는 듯한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다. 경제에는 무지한 내가 주식과 펀드로 가득한 글을 완벽하게 이해하고 넘어가는 것은 무리였다. 그래서 초반에는 거의 글자를 읽어 내려가는 수준에서 벗어나기 힘들었다.

 맹소해의 정체성 역시 내게는 벅차게 느껴졌다. 처음에는 여성스러운 이름을 가진 남자인가 하는 생각까지 하게 되었다. 이 책은 맹소해를 둘러싸고 돌아가는 돈과 사랑의 이야기였다. 돈은 차치하더라도, 그녀의 사랑 이야기에 있어서 혼란스럽기는 마찬가지였다. 상사와의 불륜, 여자와의 동거, 새로운 남자, 또 새로운 여자, 남자들과 여자들. 과감하면서도 노골적인 성적 표현에 솔직히 읽으면서 조금 당황스러웠다. 아직까지 이런 소재의 책을 접해본 적도 없는데다가, 보수적인 성격 탓인지 처음에는 거부감부터 일었다.




 만약 이 책이 계속해서 성적으로 문란한 사랑관만을 소재로 해서 쓴 것이었다면, 중간에 덮어버렸을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이 책은 맹소해의 그런 양성애적, 혹은 다양한 성향만을 부각시킨 것은 아니었다. 맹소해는 말 그래도 ‘골드미스’다. 그녀는 직업적으로 성공을 꿈꾸고 있었다. 그것도 꾀부리지 않고 꽤 정당한 방법으로 말이다. 그리고 한 걸음 한 걸음 위로 올라가고 있었다.

 그런데, 어렸을 때의 아버지의 기억과 함께 불안정한 그녀의 심리는 마치 제목처럼 아슬아슬한 하늘 다리를 건너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든다, 그런 그녀의 인생에 정말로 하늘다리를 건너 온 남자가 자리 잡는다. 그러나 그녀는 역시 어디에도 안주하지 못하고, 어느 한 사람에게라도 제대로 정착하지 못한다. 끊임없이 외롭고 고독하지만, 어디에서도 사랑을 충족시키지 못한다.

 사실 그녀의 일상은 평범하다고 보기 아주 어렵다. 하지만 소설 속에서만큼은 지극히 평범한 모습인 것처럼 인식되고 그려진다. 이런 식으로라도 보상받고 치료받고자 하는 과거의 상처가 살짝 표출된 것은 아닐까 싶었다. 가끔씩 기억 속에서 샘솟는 아빠에 대한 상념에 젖어드는 모습에 왠지 그녀가 가엽다는 생각마저 들기도 했다.




 확실히 아직까지도 내가 이 책에 완벽하게 젖어든다는 느낌은 부족하지만, 그래도 새로운 소재와 새로운 소설을 접했다는 데에 의의를 두고 싶다. 그리고 책을 끝까지 읽을 수 있었던 데에는 저자의 문체도 한몫을 한 것 같다. 독특하지 않은 것 같지만, 인상적이었다. 어려운 것 같으면서도 술술 이야기를 진행시키는 뭔가가 있는 것만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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