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겁게 안녕 - 도시의 힘없는 영혼들에 대한 뜨거운 공감과 위로!
김현진 지음 / 다산책방 / 201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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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의 힘없는 영혼들에 대한 뜨거운 공감과 위로!”라는 글귀에 홀리듯 이 책을 집어 들었다. 이 책은 저자 김현진의 회고록이자 비망록이었다. 이제 막 서른 이후의 삶에 접어든 저자가 과연 어떤 회고록을 썼으며 어떤 비망록을 쓴 건지 궁금한 마음이 생겼다. 이 책 속에는 그녀의 개인적 삶이, 그녀의 ‘서울 살이’, 아니 ‘서울에서 살아남기’에 대한 이야기가 담겨 있었다.

 

 

 

이미 어린 나이에 ‘남창’의 뜻을 알아버려 자신 있게 남창동에 산다는 말을 하지 못하는, 모텔이 수두룩한 곳 사이에서 밤이면 온갖 싸우는 소리와 욕설 때문에 귀를 막아가며 자야 하는, 어린 나이에 가족들과 떨어져 스스로 살길을 찾아야만 했던, 틈만 나면 하수구가 막혀 물이 역류하는 화장실의 물을 악착같이 퍼내야 하는, 심지어 옆집 화장실의 물도 퍼내주는, 스스로를 그리 똑똑하지 못한 사람이라 칭하는, 할 말 다 하고 사는 것보다는 한 발짝 물러서서-그것이 의도하지 않은 것이라도- 살아온 그런 청춘의 이야기를 읽을 수 있었다.

 

 

 

그녀의 고단하고 막막한 삶을 읽었다. 뜨거운 위로를 받은 느낌이라기보다는 내가 오히려 뜨거운 위로를 해주어야 할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가난하고 가난해서 이집 저집 옮겨 다니고, 술어 절어 살기도 하고, 도시의 고독을 맛보며 치열하게 사는 그녀의 이야기는 읽으면 읽을수록 어쩐지 마음이 무거워져갔다. 다만 그 속에서 저자가 보았던 희망과 용기 덕분에 아주 절망적이지는 않았다. 저자가 가난했기 때문에, 아니 그녀에게는 ‘덕분에’라고 해야 할까. 그래서 이주 노동자들의 모습이, 철거촌이, 윤락가 여성들이, 길고양이가, 옆집 여자를 볼 수 있었을 것이다.

 

 

 

언제나 부모님의 그늘에 가려져 있다가 최근에 와서야 세상사는 것이 그리 만만한 게 아니구나, 하는 것을 느끼게 되었다. 어쩌면 매일 매일이 전쟁인 삶 속에서 특히나 더 전쟁을 치렀던 저자는 희망이라는 것을 놓지 않고 꼭 품고 있었기에 지금의 그녀가 될 수 있었던 것 같다. 이 책을 다 읽은 지금은 그녀가 참 단단해 보인다. 고달픈, 고달플 세상 속에서 희망을 잃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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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의 늪 - 그림자 전사들
박은우 지음 / 고즈넉 / 201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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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순신이 등장하면서, 이순신이 주인공이 아닌’ 소설이라는 말에 이끌리듯 이 책을 집어 들었다.

 

이 책 <전쟁의 늪>은 임진왜란을 배경으로 하고 있으며, 이순신 암살을 막기 위해 목숨을 걸었던 낭청들의 이야기를 그린 역사 스릴러 소설이다. 낭청이라 하면, 조선시대 후기 비변사, 선혜청, 준천사, 오군영 등에 두었던 실무관직으로, 이 책 속에서는 비변사 소속의 비밀 낭청을 말하고 있다. 이들은 전시 등 급박한 상황 속에서 요인 암살, 적진 정탐, 교란 등의 국가 첩보원 같은 임무를 수행하였다. 그렇게 비밀리에 어둠 속에서만 움직이고 은밀한 작업들을 해야 했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그들의 이름은 지워질 수밖에 없었다. 그런 슬픈 운명을 가진 이들의 이야기를 이 책 속에서 만나볼 수 있었다.

 

전쟁 중 죽은 줄 알았던 이가 귀신이 된 것인지 살아있는 것인지 어찌되었든 그 모습을 다시 보았다는 이야기에서부터 <전쟁의 늪>은 본격적으로 막을 올렸다. 쫓고 쫓기는, 정체를 밝히고 숨어드는 이야기 속에서 박진감을 느낄 수 있었고, 손에 땀을 쥐며 읽게 되었다.

 

공식적이고 공개된 역사를 보면 언제나 그 이면에 또 다른 모습이 감추어져 있기 마련이다. 그리고 그런 이야기들을 발견하게 되면 신기하고 흥미롭다. 영웅 이순신을 지키는 이들이 주를 차지하고 있는 이 소설은 그런 점에서 읽을 만한 가치가 있는 것 같다. 이름도 공도 내세울 수 없는, 어떻게 보면 비운의 인물들의 이야기는 아주 치열하고 또 멋있어 보이기까지 했다. 머릿속으로 그 긴박한 순간들을 나름대로 상상해가며 읽으니 그 재미는 두 배가 되었다.

 

이 책의 앞부분에서 이미 작가는 역사와 자신의 상상력이 섞여 있다고 밝히고 있었다. 책을 읽으면서 어디까지가 역사이고 어디까지가 상상인지는 전혀 중요하지 않았다. 그저 책 속의 한 부분이 되어 함께 긴장하고 함께 빠져들어 읽을 뿐이었다. 영화로 이 이야기를 만났을 때 과연 또 다른 어떤 느낌으로 다가올지 궁금하고 기대도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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휘오름 2012-03-09 09: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새로운 책 알고 가네요.. 그런데 이건 일부러 넣으신건가요?
 
어느 소녀에 얽힌 살인 고백
사토 세이난 지음, 이하윤 옮김 / 데이즈엔터(주) / 201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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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며칠 전에도 학대로 인해 목숨을 잃은 아이들에 대한 기사가 나왔다. 학대받고 무관심 속에 방치된 아이들이 자라 나중에 자신의 아이들을 학대하고 방치하는 확률은 30%에 달한다고 한다. 왜 아이들을 학대하는지, 방치하는지 도무지 그들의 속내를 알 수 없는 나를 포함한 보통 사람들의 상식으로는 그들을 절대 이해할 수 없을 것이다. 이 책 <어느 소녀에 얽힌 살인 고백>은 학대받은 소녀를 그리고 있다.

 

 

 

책 속에는 꽤 여럿의 사람들이 등장한다. 그리고 그들의 인터뷰로 채워진 각 장으로 이야기는 진행된다. 그들은 저마다 소녀 아키의 사건과 관련이 있는 사람들이다. 그래서 어떤 이야기인지 끝까지 읽어가며 이야기를 상상하고 추리하며 만들어나가야 했다. 아동상담소 소장 쿠마베는 어느 날 대학 동기로부터 아동학대가 일어난 것 같으니 와달라는 연락을 받았다. 그리고 조사를 시작해본 결과 피해자 아키에게 분명한 학대의 흔적이 있음을 알게 되었다. 소녀는 가해자에게서 벗어나기 위해 체포되는 것을 시도하기도 하고 달리는 차에 몸을 던지기까지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의 어머니와 어머니의 내연남으로부터 아키를 쉽게 구해내주지 못한다.

 

 

 

학대를 가하는 사람들, 학대당하는 아이를 바로 옆에 두고도 어떻게 손을 쓰지 못하거나, 두려움이 앞서 도움을 줄 생각조차 하지 못하는 사람들, 그리고 도움을 줄 의지를 애초에 갖지 못하는 사람들의 고백이 이 책 속에 담겨 있었다. 그들 각각의 이야기를 읽으며 분노하기도 하고 두려움을 느끼기도 했다. 온몸에 소름이 돋기도 했고, 가슴이 아프기도 했다. 저자의 어린 시절의 상처와 인터뷰를 진행하는 사람의 정체를 알아가면서 이야기는 더욱 두려움과 놀라움으로 다가왔다. 너무 많은 인터뷰로 인해 책에 집중하기가 조금 힘들어 아쉽다는 생각이 들기는 했지만 아키의 고통을 느끼기에 부족함은 없었다.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생각은 들지만, 세상에서 아동학대라는 단어가 없어지는 날이 하루빨리 오기를 바라며 무거운 마음으로 마지막 책장을 덮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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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의 침묵 세계 거장들의 그림책 4
주제 사라마구 글, 마누엘 에스트라다 그림, 남진희 옮김 / 살림어린이 / 201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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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주제 사라마구, 하면 <눈먼 자들의 도시>와 <눈뜬 자들의 도시>가 가장 먼저 떠오른다. 포르투갈 최초의 노벨 문학상 수상 작가답게 소재나 주제 모두 상당히 인상적이었고 영화화된 작품 역시 오랫동안 기억에 남았었다. 주제 사라마구의 <물의 침묵>이라고 했을 때도, 그래서 더 뭔가 철학적인 사유와 남다른 이야기가 담겨 있을 것이라 기대하게 되었다.

 

 

 

예상과는 달리 <물의 침묵>은 ‘초등학생을 위한 세계 거장들의 그림책 시리즈’ 중 한 권에 속하는 책이었다. 마누엘 에스트라다의 독특한 세계의 그림이 더해진 그림책이었다. 좀 더 두껍고 이야기 전개가 있는 책을 읽고 싶었던 마음에 처음에는 약간 실망을 하기도 했었다. 주제 사라마구가 느낀 인생에 대한 깊은 성찰과 깨달음을, 낚시를 하는 소년의 이야기를 통해 어린이들에게 전달하고 알려주는 책이다. 어떻게 보면 간단하고 일상적인 한 소년의 체험을 통해 그 속에 희망과 실패, 절망, 분노, 삶, 절망 앞에서의 대처 등 많은 것을 보여주고 있었다.

 

 

 

페이지 수도, 글자의 수도 많지 않아 금세 읽을 수 있는 책이지만, 책 속에 담겨 있는 내용만큼은 묵직하고 많은 것을 담고 있었다. 앞으로의 인생에 있어서 수없이 많은 실패와 좌절을 경험하게 될 것이다. 그게 초등학생의 입장에서 본다면 조금은 막연하게 느껴질 수도 있겠지만, 작가의 생각만큼은 제대로 전달될 것이고 그만큼 힘이 되어 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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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석재 지음 / 동아엠앤비 / 201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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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천문학 박사가 지은 소설이라고 역사 과학 소설이라고 해서 더욱 궁금증이 일었다. 하늘과 함께했던 고대 우리 민족의 이야기는 새롭게 접하는 것 같았다. 지금처럼 첨단의 관측도구들이 마련되어 있던 시절도 아니었을 텐데, 과연 그 시대 우리 민족은 하늘을 어떻게 관측하고 바라보고 이해했는지 궁금해졌다.

 

이 책은 4부로 구성되어 있었다. 1부 천백이 되다, 2부 하늘을 공부하다, 3부 전쟁에 참가하다, 4부 풍백이 되다. 이 책은 배달국이 실재했을 것이라는 저자의 확신에서 비롯되어 배달국 첫 번째 거발환 환웅에서 두 번째 거불리 환웅으로 넘어가는 시점에서 시작하고 있었다. 1년이 360일이고 봄, 여름, 가을, 겨울을 90일씩으로 나누던 그 시절에는 월의 개념이 없었다. 주인공인 해달은 ‘천백’이 되어 열두 달로 나누는 것을 시도했고, 환력을 시행하게 된다. 두 명의 죽마고우와 함께 그들은 하늘을 연구하고 글자를 만들고 군사력을 키우는 등 태평성대를 이루기 위해 끊임없이 연구하고 노력했다.

 

그 당시의 이야기는 정말 상당부분 작가의 상상에 매달려 전개될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조금은 유치하게 느껴지기도 했고, 요즘 세상의 이야기를 다루는 소설들과는 이야기 전개가 많이 다르게 느껴지기도 했다. 그렇지만 천문학 이야기를 소설 속에서 만나니 딱딱하지도 않고 호랑이 부족과의 싸움에서 승리하기 위해 짜낸 전략 등을 흥미롭게 읽을 수 있었다. 태극기가 어떻게 우주의 원리를 담고 있는지도 다시 한 번 읽어볼 수 있었고, 4괘와 8괘, 태양력과 태음력, 천부경, 녹도문자와 환국문자 등에 대한 이야기도 새로이 읽어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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