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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쾌한 설득학 - 실전에서 배우는 전설의 설득기술
제이 하인리히 지음, 하윤숙 옮김 / 세계사 / 2008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말 한 마디로 상대방의 마음을 움직이는 설득의 기술. 누구에게나 매력적으로 느껴지는 기술일 것이다. 사람들과 부딪치며 살아가다 보면, 의견 충돌이 일어날 수밖에 없다. 그런데, 이때에 유독 자기 생각을 잘 피력해서 상대방의 마음을 움직이는 사람들을 볼 수 있다. 그럴 때면 한 편으로는 대단하다는 생각도 들고, 부러운 마음도 생긴다. 그런 사람들을 두고 흔히 ‘말발이 좋다.’고들 한다. 타고난 천성인 것 같기도 하고, 어디서 배운 것 같기도 한데, 다른 사람들을 잘 설득하는 사람에게서는 자연스럽게 리더십까지 느껴져서 일종의 꿈으로 느껴지고 항상 갖고 싶은 능력으로 여겨지곤 한다.
이 책에서 말하고 있는 설득학이란, 일상에서 그리 먼 이야기만은 아니었다. 설득이라는 것은 생각보다 우리 주위에서 쉽게 발견된다. 발견이라는 단어를 쓸 만큼이 될지도 모르겠지만, 사람은 하루도 빠짐없이, 매일같이 설득하고 설득당하기를 반복하면서 살아간다. 그리고 그것은 자기 자신도 눈치 채지 못하고 지나는 경우가 많다. 아주 작게는 함께 먹을 음식의 종류를 정하는 것에서부터, 크게는 회사에서의 회의나 정치적인 발언을 하는 상황에서까지도 수많은 설득이 이루어지고 있었다.
저자 제인 하인리히는 설득학에 앞서 수사학을 언급한다. 수사학이란, ‘사상이나 감정 따위를 효과적·미적으로 표현할 수 있도록 문장과 언어의 사용법을 연구하는 학문’으로 간단히 말하면 설득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수사학은 그리스·로마에서 정치 연설이나 법정에서의 변론에 효과를 올리기 위한 화법(話法)의 연구에서 기원했기 때문에 저자는 이 책에서도 고대부터 계속되어온 철학과 위대한 철학자들의 연구를 인용하여 설득학에 대해 기술하고 있었다. 그동안 익히 들어온 키케로나 아리스토텔레스의 철학을 빌어 수사학과 연관 지어 설득학에 대해 설명해주고 있다. 그동안 설득학이라는 것이 공적인 상황에서만, 어려운 상황에서만 일어나는 것들을 다루는 학문이라 생각하고 있었기 때문에 책을 읽기 전에 이해하기 어려우면 어쩌나 하는 부담과 걱정을 안고 있었는데, 그런 짐을 저자가 대신 설명으로 덜어주었다.
이 책의 구성은 독특하면서도 재미있다. 우선은 중요 개념인 수사학과 설득학에 대한 정의를 내리고 있었지만, 공격 편과 방어 편, 그리고 고급 공격편이라는 항목을 두어 설득을 보다 효과적으로, 그리고 흥미롭게 전달하고 있다. 이 역시 저자의 설득력이 제대로 발휘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수사학의 대가 키케로가 말하는 설득의 법칙은 첫째, 상대방의 감정을 자극한다. 둘째, 상대방의 생각을 바꾸어 놓는다. 셋째, 행동에 나서게 한다, 로 이루어져 있다. 이런 지식을 전달함과 동시에 저자는 이들이 어떻게 적용되는지 실례를 들어 그대로 보여주었다. 그렇기에 이 책에는 정말 많은 예들이 등장한다. 그래서 더 쉽게 느낄 수 있었다. 또한 회의나 프레젠테이션 등에서 어떻게 활용해야 좋을지 등에 대한 이야기도 해주고 있어 실용적으로도 느껴졌다. 그렇다고 저자가 제시한 모든 예가 설득력 있게 다가왔다고는 할 수 없었다. 조금 무리다 싶은 것들도 종종 눈에 띄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런 것들을 떠나서 이론적인 것들을 실생활에 연결시켰다는 데에 의미를 둘 수 있다.
설득은 싸움과는 본질적으로 다르다. 설득을 하는 상황을 논쟁이라고 한다면, 그 논쟁에서의 성공은 상대를 설득하는 게 되고, 이와는 반대로 싸움에서 승리한다는 것은 바로 적을 제압한다는 의미가 된다. 싸움은 이기기 위해서 하는 것이지만, 논쟁은 합의에 도달하기 위해 하는 것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즉 내가 원하는 것을 상대방도 함께 원하게 되는, 서로에게 좋은 합의를 이루는 것이 된다. 저자가 제시한 예들 중에는 정치인들의 것들도 포함되어 있었는데, 그들이 실제 공개 석상에서 말하는 한 마디 한 마디가 다 허투루 들어서는 안 되는 것들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단어 하나하나에 그들은 각각 의미를 부여하고 전략적으로 상대방을 설득하고 있었던 것이다. 다만 듣는 입장에서 그런 전략을 미처 제대로 깨닫지 못하고 무의식적으로 설득에 넘어가는 경우가 거의 대부분일 뿐이었다. 그런 전략적인 상황을 읽고 나니 정말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역시 설득이라는 것은 정말 매력적인 힘인 것 같다. 이 책에서 제시하고 있는 설득학에서 사용되는 여러 방법론들을 항상 철두철미하게 사용하는 것은 불가능하겠지만, 앞으로는 무의미하게 이런 상황들을 접하지는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고 어떤 희망도 생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