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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 있는 지금 이 순간이 기적
틱낫한 지음, 오다 마유미 그림 / 눈과마음(스쿨타운) / 2008년 6월
평점 :
품절
틱낫한의 책을 읽는 것은 처음이었다. 틱낫한이 불교도라고 들었기 때문에 저자의 책 속에는 불교적 색채가 가득한 글들이 잔뜩 있을 거라는, 그래서 거부감이 일거라는 편견 때문에 쉽게 책을 펴지 못했었다. 이번에 그의 책 <살아있는 지금 이 순간이 기적>도 한 편으로는 그런 마음을 갖고 펼쳐보게 되었다.
이 책에는 많은 ‘게송’들이 실려 있었다. 나도 그 뜻을 처음에는 몰랐지만, 게송이란, 일상생활에서 암송할 수 있는 짧은 ‘싯귀’라고 한다. 명상과 시가 결합되어 있는 형태다. 깨어있는 상태를 유지하는 데 도움을 준다는 게송의 역사는 2천여 년 전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이런 뜻을 품고 있는 게송은 짧게는 서너 줄에서 길게는 열 줄 안팎으로 이루어져 있었다. 크게 네 개의 장으로 이루어진 게송은 하루를 시작하는 게송, 명상의 게송, 음식을 먹을 때의 게송, 일상적 활동을 위한 게송이라는 각각의 제목 아래에서 50편이 조금 넘도록 실려 있었다. 그리고 각각의 게송에 이어 틱낫한이 그들을 하나하나 풀어 해설해주었고 부족하다 싶은 부분은 부연설명까지 덧붙여주었다.
창문을 열고 맑은 공기를 마시면서, 불을 켜고 이를 닦으면서, 손을 씻고 목욕을 하고, 심지어 숨을 들이쉬고 내쉬는 순간에까지도 게송은 그 의미를 두고 있었다. 채소를 씻으면서도, 먹으면서도, 설거지를 하면서도, 차를 마시면서도 게송은 계속된다. 발을 씻으면서, 운전을 하면서, 쓰레기를 버리면서, 그리고 하루를 마치면서도 끊임없이 이루어지는 게송은 하루의 시작부터 그 끝까지를 아름답게 바라볼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 같다. 틱낫한의 말처럼 자신에게 도움이 될 것 같은, 인상적인 게송은 따로 적어 잘 보이는 곳에 붙여두면 좋을 것 같다.
아침에 눈을 뜨는 순간, 미소를 짓게 된다면 그야말로 살아있는 바로 그 순간이 행복하고 기적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매 순간순간을 기쁨과 평화, 자유와 조화를 느끼면서 웃으면서 감사할 수 있다면 그게 바로 행복이 아닐까. 이 책을 읽으면서 그 동안 주위의 모든 것을 너무 당연하게만 여기고 살아왔다는 것을 새삼 깨달았다. 감사하는 마음을 가질 수 있다면 주위의 아주 작은 것 하나하나가 모두 감사할 수 있는 것들이었다. 아침에 눈을 뜨는 것도, 밤에 눈을 감는 것도, 건강하게 하루를 보낼 수 있는 것들도 말이다. 이 모두를 너무 당연하게만 여기고 살았으니 감사하는 마음이 너무나도 부족했다는 생각이 든다. 살아있다는 것은, 그리고 행복을 느낀다는 것은 모두가 생각하기 나름인 것 같다. 좋게 생각하면 한없이 좋은 것, 나쁘게 생각하면 끝도 없이 안 좋게만 생각되는 것이 바로 인생인 것 같다. 한 번 사는 인생이라면 안 좋게 보다는 좋게 생각하고 사는 것이 훨씬 행복할 텐데. 왜 그걸 이제야 깨닫게 되었을까. 이제부터라도 모든 것에 감사하는 마음을 조금씩 조금씩 키워나가도록 해야겠다. 살아있는 지금 이 순간이 바로 기적이니 말이다.
처음 생각했던 바와는 달리 이 책을 읽으면서 거부감 같은 것은 전혀 없었다. 아예 그런 생각도 하지 못한 채 책을 읽어나갔으니 말이다. 조용히, 그리고 가끔씩 꺼내어 읽어보고 싶은 그런 책이었다.
틱낫한이 실은 수많은 게송들 중에서 나는 특히 “하루를 마치며”라는 이름의 게송이 마음에 와 닿았다. 시간이 헛되이 흘러가지 않도록 자유 속에서 매 순간을 깊이 살아가자는 틱낫한의 말이 가슴 깊숙이 들어와 자리를 잡았다.
하루가 저물어가네.
삶이 하루 짧아졌네.
오늘 한 일은
주의 깊게 돌아보세.
명상의 길에 온 마음을 쏟아
부지런히 수행하세.
시간이 헛되이 흘러가지 않도록
자유 속에서 매 순간을 깊이 살아가세.
- 틱낫한, 하루를 마치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