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형 자기설명서
쟈메쟈메 지음, 윤성규 옮김 / 지식여행 / 2008년 5월

  혈액형으로 사람의 성격을 판단하는 것은 잘 믿지 않는 편이다. 그렇지만 사람을 사귀고 나면 꼭 묻는 것 중에 하나가 바로 혈액형이 뭔가 하는 것이다. 그리고 잘 믿지 않으면서도 알고 있던 혈액형에 대한 성향과 그 사람을 비교해보는 아이러니한 습관이 있다. 내 혈액형은 A형이다. 통상 A형이라고 하면 일단 ‘소심한 사람’이라고들 생각한다. 어쩌면 내가 혈액형으로 성격을 운운하는 것을 싫어하는 이유가 그 때문 아닐까 싶기도 하다. 주위 친구들로부터 나는 B형이나 AB형 같다는 소리를 많이 듣는다. A형일 거라고 생각하는 친구는 거의 없었다. 그리고 유독 내 주위에는 B형이 많다. 때로는 그래서 내가 친구들을 닮아가는 걸까? 하는 생각도 해본 적이 있다. 어쨌든 우선 혈액형으로 설명서를 만들어 책을 냈다는 점이 흥미로웠고, 이 책이 일본 서점 판매 1위라는 말에 더욱 궁금해져서 책을 읽게 되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보다 더 허무할 수는 없을 거라고 생각한다. 그리 두껍지만은 않은 이 책 속에는 일곱 종류의 체크 리스트가 있었다. 자기의 행동과 관련된 기본 조작 편, 타인과 관련된 외부 접속 편, 경향이나 취미, 특기와 관련된 여러 가지 설정 편, 일과 공부, 연애와 관련된 프로그램 편, 자기 붕괴를 다루는 트러블&고장 편, 기억과 일상에 대한 메모리%기타 편, 상황을 주어 체크하는 기타 시뮬레이션 편이 그것이다. 꽤 많은 체크리스트들이 있었다. 마치 심리 테스트를 하는 기분이 들었다. 그래서 재미도 있었고 아주 흥미로운 마음으로 읽고 체크를 해나갔다. 그런데 분명 B형 자기설명서임에도 나는 거의 페이지마다 체크를 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럴수록 더욱 결과가 궁금해졌다. 드디어 대망의 마지막 편을 마치고 책장을 넘겼다. 이제 계산하는 단계만 남아있었다. 어떤 분석이 나를 기다리고 있을까? 하고 생각했는데, 결과는 정말 당황스럽기 짝이 없었다. “당신은 아주 B형에 가깝습니다.” 혹은 “당신은 B형에 덜 가깝습니다.” 정도의 결과뿐이었다.

  저자는 말하고 있다. 이 모든 체크 리스트들은 B형의 이야기일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고 말이다. 그렇지 않은 경우라면 B형을 제외한 나머지 혈액형을 갖고 있는 사람들 모두를 일컫는 것이다.

  즉, 저자는 이 책을 통해서 혈액형과 관련된 모든 오해를 풀고자 했던 것 같다. 그리고 독자들로 하여금 저자의 주장을 뒷받침하기 위해 직접 테스트를 하게 만든 것이다. B형이 아닌 사람도 전형적인 B형이라든지, 아니면 B형에 가까운 성향을 보인다든지 하는 결과를 통해서 꼭 B형만 해당되는 것이 아님을 알 수 있었을 것이다. 나도 A형이지만, B형의 체크 리스트에 거의 다 해당되었다. 이렇게 몸소 체험하고 나니 저자가 주장하는 것을 조금 더 쉽게 받아들이고 이해할 수 있었다. 그리고 그에 동의한다.

  혈액형만 가지고 사람의 성격을 정해버리면 같은 혈액형의 사람들끼리는 획일적인 성격을 갖게 되고 말 것이다. 그러면 사람들과 교류하는 데에 있어서도 혈액형과 성격이라는 편견 때문에 만남이 더 어려워질 것이다. 어떤 나라에서는 아예 혈액형을 모르고 사는 사람들도 있다고 한다. 유독 우리나라나 일본 등의 나라에서 혈액형에 민감하다고 들은 기억이 난다. 사람은 누구든지 각자 그 고유의 개성과 성격을 갖고 있기 때문에 혈액형을 떠나 각각의 성격을 존중해주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혈액형과 관련된 것들은 심심풀이나 장난으로 가볍게 여기고 넘어가면 괜찮을 것 같다.

     사람은 각양각색이므로,

     나에게는 나만의,

     당신에게는 당신만의,

     그 사람에게는 그 사람만의

     ‘자신’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