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사 100년의 기억을 찾아 일본을 걷다 - 생생한 사진으로 만나는 일제강점기 조선인 강제징용 잔혹사
이재갑 글.사진 / 살림 / 201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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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우리나라와 일본 사이의 역사는 잊으려야 잊을 수 없고, 그들의 과거는 용서하려야 용서할 수가 없다. 일본은 지나간 역사를 포함하여 지금까지도 과거를 인정하지 않고 용서를 구하지 않는다. 두 나라 사이의 불편하고 민감한 문제의 존재는 아마 영원히 이어질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끊임없이 두 나라 사이에 분쟁이 일어나고 있는 와중에 이 책을 접하게 되었다.


이 책의 저자 이재갑은 15년간 일제강점기 조선인 강제징용 잔혹사를 기록하여 이 책에 담았다. 이 책은 크게 다섯 개의 장으로 이루어져 있고 각각의 장에서 다루고 있는 후쿠오카, 나가사키, 오사카, 히로시마, 오키나와 속에서 우리민족의 흔적을 찾아볼 수 있었다. 저자는 일본 열도 곳곳을 답사하며 군부대 진지, 탄광, 광업소, 댐, 해저탄광, 지하 터널, 비행장, 통신 시설 등 조선인 강제징용 노동자들의 억울했던 삶의 흔적을 찾았고, 그 한을 사진에 담아 보여주고 있었다.


조선인들이 일본에서 억압받으며 살았던 모습을 글로 읽으며 사진을 보니 화가 나는 마음 역시 배가 되는 것 같았다. 1939년부터 1945년까지 6년간 일본에 강제 연행된 우리 동포의 수가 약 100만 명이 넘었다는 사실은 충격 그 자체였다. 일본 땅에 조선인의 피와 살과 한이 서리지 않은 곳이 없다는 것을 새로이 알았다. 이미 알고 있는 역사적 사실에 더하여 열악하고 열악한 환경 속에서 우리 민족이 겪어야 했던 그 치욕스러운 삶의 구체적인 모습을 접하니 더 가슴이 아팠고 화가 났다. 낯선 땅에서 짐승보다도 못한, 대우랄 것도 없이 마구 짓밟히기만 했던, 그리고 죽어서도 제대로 된 무덤 하나 가지지 못했던 조선인들의 삶은 가슴 아프게 독자에게 다가왔고 다스릴 수 없는 분노를 불러 일으켰다.


어떤 사과와 보상을 받아도 조선인들의 희생에 대한 분노가 사그라지지는 않겠지만, 그래도 더 늦기 전에 일본이 역사적 사실에 대해 바로 인식하고 공식적으로 사과를 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의 일본의 모습을 지켜보면, 당분간은 현실 불가능할 것이지만 그나마 다행인 것은 일본인들 중에도 극히 소수지만 제대로 된 사고를 하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는 사실이다. 역사를 바로 볼 줄 아는 사람들이 늘어나 우리 모두의 앞에 바른 역사가 서기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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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도 몰라 - 세상에서 가장 황당한 이야기
곽진석 외 지음 / 바다봄 / 201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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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문화예술계에 종사하는 6인의 재능기부, 6개의 short stories를 만났다. 이 책의 저자는 각각 재즈보컬리스트 Q-han, 뮤지션 겸 배우 소이, 영화감독 조원희, 영화배우 곽진석, 영화감독 윤성호, 디지털콘텐츠 기획 및 시나리오를 집필하는 콘텐츠 PD 압띿이다. 낯익은 이름보다 낯선 이름이 더 많았다. ‘세상에서 가장 황당한 이야기’라는 공통된 테마를 두고 6명의 예술가가 6개의 이야기를 이 책 <아무도 몰라>에 펼쳐 놓았다.


처음 시작되는 Q-han의 <육손>에서부터 이야기는 참 황당하다. 2100년 인위적인 접종으로 태어나게 된 여섯 개의 손가락, 육손은 진화된 인간으로 인식되고 오선과 불편한 공존을 한다. 육손과 오손을 둘러싼 음모 이야기가 전개된다. 그 다음은 소이의 <Nowhere Girl>이다. 개인적으로 이 책에서 가장 재미있고 애절하게 읽었던 이야기이기도 하다. 현재를 살고 있는 옥희가 평생을 사랑했던 밴드 레이비벅스의 멤버인 톰의 방으로 그것도 1960년대로 시공을 초월해 간 이야기이다. 옥희와 톰이 함께 하는 며칠간의 이야기가 끝나지 않기를 바랐을 만큼 참 절절하게 가슴 속으로 들어왔다. 그 뒤를 이어 조원희의 <다음은 너다>, 곽진석의 <옥탑방 독거청년 강철완>, 윤성호의 <신자유청년>, 압띿의 <동굴>이 수록되어 있다.


<Nowhere Girl>처럼 가슴을 적시는 이야기도 있고 <육손>과도 같은 공상을 그린 이야기도 있고, 텔레포트라는 흥미로운 소재도 들어있었고, 무섭고 이해하기 난해한 이야기도 실려 있었다. 각 이야기가 끝난 자리에는 6인 각각의 짤막한 인터뷰가 한 장에 실려 있다. 짤막하게 기록되어 있는 그들의 인터뷰만 보더라도 참 예술가답다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그들의 재치와 상상력으로 재미있고 황당한 이야기가 탄생한 것 같다. 책의 마지막장에는 이 책의 인세가 모두 소아암에 걸린 아이들이 부모와 함께 여행을 떠나는 데 기부된다고 쓰여 있다. 뜻 깊은 곳에 쓰이는 책을 읽어 더 기분이 좋아지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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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리
나카무라 후미노리 지음, 양윤옥 옮김 / 자음과모음(이룸) / 201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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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책을 연상케 하는 표지가 눈길을 끌었다.


도쿄를 휘저으며 부자들의 주머니를 털어 지갑을 훔치는 소매치기 니시무라가 이 책 <쓰리>의 주인공이다. 소매치기로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니시무라는 그러나 나쁜 사람처럼 보이지만은 않는다. 범죄를 저지르는 사람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악랄해 보이기보다는 외로워 보인다는 점이 니시무라의 매력을 높여주는 것 같았다. 니시무라는 지하철에서, 길거리에서, 부자들이 거니는 곳은 어디에서든 손을 뻗어 지갑을 훔쳐낸다. 심지어 지갑에서 돈만 빼내고 지갑은 다시 주머니 속에 넣는 묘기까지 부리기도 한다. 상대에게 살짝 충격을 가하고 손가락만을 이용해 다른 이의 지갑을 빼내는 소매치기 장면은 책을 읽는 사람까지도 가슴이 조마조마하게 만들었다.


돈이 필요하면 언제든 소매치기를 하여 필요를 충족할 수 있고, 세상의 규칙에 얽매이지도 않으며 제 멋대로 사는 니시무라는 그야말로 자유로운 영혼처럼 보인다. 그러나 자유롭게만 보이던 니시무라의 모습은 곧 주춤한다. 마켓에서 물건을 훔치려다 직원에게 적발된 한 모자가 니시무라의 삶에 끼어들었기 때문이다. 어린 아들이 마켓에서 물건을 훔치도록 시키는 엄마의 모습과 엄마가 적어준 리스트대로 열심히 물건을 주워 담는 아들의 모습은 가혹하리만큼 보기가 불편했다. 그렇게 아무와의 관계도 없이 홀로 살던 니시무라가 한 모자와 관계를 갖게 되자마자 기자키가 등장한다. 니시무라의 운명을 좌지우지 하겠다며 나타난 기자키는 니시무라에게 세 가지의 작업을 할 것을 주문하고는 실패할 경우엔 죽이겠다고 협박을 한다. 다른 사람들의 인생을 자신의 생각대로 조종하려는 기자키는 그야말로 무법자 같았다.


아무 연고도 없고 설사 죽는다 해도 그의 죽음을 알아줄 사람이 없어서, 그런 편리함 때문에 기자키는 니시무라를 선택했다고 했다. 그 선택의 이유가 너무 씁쓸했다. 니시무라가 일을 성공하던 성공하지 않던 그 끝에는 죽음이 있었음을 알았다면 과연 결과는 달라졌을까. 마지막 순간에 니시무라가 던져 올린 피묻은 동전은 과연 니시무라의 목숨을 살리는 희망의 동전이 되었을까. 여러 궁금증을 갖게 만드는, 개인적으로는 좋아하지 않는 결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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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러드 차일드
팀 보울러 지음, 나현영 옮김 / 살림 / 201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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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버 보이>와 <스타 시커>를 읽으며 팀 보울러를 전형적으로 성장 소설을 쓰는 작가일 거라고 생각했었는데, 이 책 <블러드 차일드>라는 스릴러를 읽으며 고쳐 생각하게 되었다.


뺑소니 교통사고를 당하고 모든 기억을 잃어버린 윌. 기억도 하지 못하는 부모님이라는 분들과 함께 집으로 돌아와서도 윌은 정말 많은 혼란을 느꼈다. 그리고 자신이 보통의 아이들과는 조금 다르다는 사실을 부모님과 친구들로부터 들으면서 그 혼란은 더욱 가중되었다. 자신의 눈에만 보이는 신비스러운 소녀는 대체 누구일까. 정신을 차릴 때 귓가에 들리던 목소리는 누구의 것일까. 그녀는 윌의 눈에는 보이지만 다른 사람들 눈에는 보이지 않는다. 그리고 사람들 역시 윌의 말을 눈으로 확인하지 못하고 믿지 않는다.


윌의 집이 있는 해안 마을 헤이븐스마우스에서 윌은 불길한 느낌을 받았다. 뭔지는 모르겠지만 무언가가 잘못 돌아가고 있는 것 같다. 그리고 거기엔 뭔가 어두운 진실이 숨겨져 있는 게 분명하다. 윌이 그 비밀에 가까이 다가갈수록 그것을 막는 누군가가 등장한다. 아무도 윌을 믿어주지 않아 답답하고 속상하지만, 그나마 곁에는 친구 베스와 신부님, 그리고 크로가 있어 윌에게 위안이 되었다. 몇 명을 제외한 모든 마을 사람들의 적대감을 온몸으로 느끼며 윌은 한발씩 진실에 가까이 다가간다. 그리고 마을의 추악한 비밀 역시 조금씩 그 베일을 벗어갔다. 신비로운 소녀와 핏빛 환영의 정체를 밝히고 마을의 추악함을 끄집어내고 밝히기까지 그리 순탄하지만은 않은 윌의 외로운 싸움을 지켜보면서 처음에는 답답하기도 했고 윌을 이해하기 힘들 때도 있었고, 속이 타기도 했다. 그렇지만 어른들의 더러운 비밀에 맞서는 윌의 싸움을 응원하며 정의가 승리하기를 바라고 바랐다.


팀 보울러의 조금은 독특한 스릴러를 만날 수 있었다. 몽환적인 느낌도 가득 받을 수 있었고, 스케일이 큰 스릴러와는 조금 다르지만 나름대로의 긴장감도 느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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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탈진 음지 - 조정래 장편소설
조정래 지음 / 해냄 / 201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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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장편으로 다시 태어난 조정래의 <황토>를 읽고 많은 것을 느꼈었다. 그리고 이번에 역시 장편으로 새로 모습을 바꾼 <비탈진 음지>를 만나게 되었다. 불과 40여 년 전의 모습이라고는 상상할 수 없는 사람 사는 이야기가 이 책 <비탈진 음지> 속에 그려져 있었다.  

 

1960년대의 산업화로 우리나라는 순간 급변을 맞았다. 농촌 인구의 도시 이동은 유행이, 아니 살기 위해 해야 하는 일이 되었다. 그렇게 도시로 상경한 농촌 사람들은 저임금 노동자가 되어 먹고 살아야 했다. 도시에 사람은 많아지고, 돈 벌 수 있는 일은 적어지면서 도시 빈민이 무더기로 양산되는 문제가 발생했고, 수많은 사람들이 도시에서 죽어나갔다. 그렇게 돈도 집도 없이 무작정 서울로 상경한 사람들 1세대의 이야기가 바로 <비탈진 음지>다. 이 책의 저자는 텔레비전 화면에서 우연히 40여 년 전 무작정 상경 1세대의 모습이 현존하고 있음을 접하고 이 책을 장편으로 개작하게 되었다고 밝혔다. 

 

 “카알 가아씨요. 카알 가아씨요.” 복천(福千) 영감의 목청 뽑는 소리로 이야기는 시작하고 있었다. 그의 이름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게 복천 영감의 삶에 ‘복’이라는 것은 애초에 배당이 되지 않은 것 같았다. 서울에서 칼을 갈며 그러나 서울 냄새를, 서울에서 사는 것을 극도로 싫어하는 복천 영감의 사연이 실타래를 풀어가듯 술술 펼쳐져 있었다. 가혹한 운명 앞에 무방비로 노출되어 있던 복천 영감은 결국 일찍 아내를 보내고 그나마 있는 재산도 잃어갔다. 이대로는 안 되겠다 싶어 살 길을 찾아 훔친 소를 팔고, 삶의 터전을 버리고 두 자녀와 함께 서울로 야반도주를 했다. 그리고 도착한 서울. 도착하자마자 고향 사람을 만나 많은 도움을 받기도 했지만 그것도 잠시뿐, 서울의 냉혹함과 가혹함에 치를 떨게 된다. 목이 말라 당장 죽을 것 같아도 돈이 없으면 물 한 모금 먹을 수가 없는, 무조건 돈이 최고인 세상, 돈이 없으면 사람이 죽어가는 세상, 그곳이 바로 서울의 모습이었다. 일을 하려고 해도 어디 쉬운 일이 없었고, 입에 풀칠이라도 하기 위해 선택한 것이 칼을 갈아주는 일이었다.  

 

복천 영감의 삶 속에 등장했던 떡장수 아줌마, 술집 아가씨가 된 식모, 복권 파는 소녀, 두 자녀, 그리고 복천 영감에게 해를 입히는 많은 사람들이 등장한다. 서울 밑바닥을 기면서도 서울을 떠나지 못하고 살아야했던 그 시대의 많은 사람들 이야기가 복천 영감의 삶에 둘러싸여 있었다. 가난을 떨쳐버리려고 아무리 발버둥을 쳐도 가혹한 운명은 복천 영감을 피해가려 하지 않았다. 오히려 조금 살만하면 한 번씩 시련을 안겨주며 잠시도 쉴 틈을 주지 않는다. 

 

1970년대의 그분들이 있었기에, 살고자 악착같이 살아주었기에 지금 우리가 이렇게 부족함 없이 살 수 있는 게 아닌가 싶다. 40년이라는 시간은 서울의 모습을, 아니 세상의 모습을 전혀 다른 모습으로 바꾸었다. 지금 서울 상경 1세대들은 그 때의 일을 추억으로 회상할 수도 있고 절대 떠올리고 싶지 않은 기억으로 남겨두었을 수도 있다. 그리고 지금도 마찬가지이다. 잘 사는 사람들은 감히 넘어다 볼 수 없을 만큼 높은 담벼락 안에서 보호 받으며 살고 있고, 못 사는 사람들은 오늘도 쉴 곳, 잘 곳을 찾지 못해 헤매고 어딘가를 배회하고 있을 것이다. 살기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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