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짓기 해부도감

집짓기 해부도감 - 가족 구성원의 감성과 소박한 일상을 건축에 고스란히 녹여내다 ㅣ 해부도감 시리즈
오시마 겐지 글.그림, 황선종 옮김 / 더숲 / 2015년 3월

이 책은 언젠가 꼭 나만의 집을 갖고야 말겠다고 다짐하고 노후에는 땅을 밟으며 내가 지은 집에서 살고 싶다는 생각을 하던 내게 너무나 반가운 책이다.

거의 20년 가량 기성복을 사 입듯 건설회사에서 똑같은 외관과 똑같은 내부로 지은 집에서 살다보니 '집'이라는 단어의 느낌이 예전만큼 정겹게 들리지 않았다.

아이들과 가장이 피로를 해소하기 위해 잠시 몸을 의탁하는 곳도 아닌데 우리에게 '집'이 왜 이렇게 각지고 딱딱하게 다가오게 되었을까하는 쓸쓸한 기분마저 들었던 차다.

흔히 보았던 건축물의 도면만 제공하는 것이 아닌 집 전체의 배치, 쾌적한 생활을 하기 위한 부엌과 거실등의 배치는 물론이고 창문과 마감재, 수납과 공간활용까지 다양한 예를 보여준다.

책을 보면서 어릴때 살던 집이 많이 떠올랐다. 현관의 위치를 빼고는 무릎 아래 깊이의 아궁이가 있던 부엌이 실내에 들어오고 엄청 멀리 느껴졌던 재래식 화장실이 실내에 들어오기 까지 정말 여러차례의 개보수를 거쳤고 집의 구조도 많이 변했던 기억이 고스란히 기억났다.

집집마다 꼭 있었던 앞마당과 툇마루등도 기억났고, 어느 한 집 비슷한것 없이 각자의 개성이 살아있던 옛 집들의 모습들이 많이 떠올랐는데, 앞마당, 계단, 다락방, 각기다른 지붕등 책에 나오는 내용들이 향수를 자극하기에 충분하기도 했다.

단지 집의 외관과 내부의 구조 뿐 아니라 마감재나 방음 방수등 전문가이기에 조언할수 있는 부분도 꽤 유용했는데, 현재의 아파트 처럼 사각이나 원형 구조의 방에서는 소리가 계속 반사하고 몰리는 현상 때문에 층간소음을 더 유발하는것 같다. 표면이 거친 소재, 방안의 적당하게 들어가고 나온 부분은 소리환경에 좋다고 한다.

집구경이라는 말이 어느 틈엔가 인테리어감상이라는 느낌으로 한정되었다. 언젠가 내 집을 구경시켜 줄 때 앞마당, 다락방, 뒷뜰, 옥상, 창고, 지하실등의 단어를 사용할수 있기를 바라며 행복한 집짓기의 첫수업을 끝낸기분이다.   

주객전도

주객전도 - 멀쩡한 사람도 흡입하게 만드는 주당 부부의 술집 탐방기
오승훈 지음, 현이씨 그림 / 웅진지식하우스 / 2015년 1월

건강에 않좋은 먹거리를 이야기 할때, 또는 병원에 가면 항상 하는 말이 음주와 흡연을 멀리 하라는 말이다.

흡연은 사실 멀리 하고 있지만, 음주는 가까이 하고 있는 사람중 하나로서 이 책을 읽는 재미는 대단하다.

사실 읽으면서 걱정스럽기도 했다. 작가의 우스개 스러운 말솜씨와 생각하면 아주 대단한 고민거리인듯 한 장면도 별거 아닌 에피소드로 만드는 글솜씨 때문에 즐겁게 읽기는 했지만, 이런 x와잎은 참 고단하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적당히 즐기면 정말로 무엇에 비교될수 없을 만큼 기분 좋게 만드는 약물인 술!?

술은 기쁠때나 슬플 때나 우리 곁에 있어준 친구이기도 하다. 또 앞으로도 기쁠 때나 슬플때나 변함없이 찾게될 친구가 될것이고...

나의 경우는 술을 욕심내는 편에 속하는데, 내 경우는 이 몸이 그만 술을 들여 보내라고 제치기나 딸꾹질로 신호를 보내는 편이다. 물론 그 신호를 무시하고 더 술을 들여 보내면 취하게 되지만... 그래서 나는 술에 취하는 경우가 좀 드물다.

에피소트 편마다 나오는 음식점의 정보와 음식 사진보다 이 음식와 어울릴 소주, 맥주, 소맥, 막걸리, 와인등의 맛이 더 궁금하긴 하지만, 버라이어티한 안주에 비해 술은 그나물에 그밥이라도 왜 땡기는지 모르겠다.

맛집을 방문해도, 기념일에 외식을 해도 항상 빠지지 않는 술..

x와잎 만큼 날이면 날마다는 좀 자제하더라도 그래도 늘 곁에서 머리가 핑~ 돌았다 다시 제자리 찾을 만큼의 음주는 언제나 좋다.

이들 부부처럼 사실 술자리는 하면 할수록 건수도 늘고 찾는 사람도 많게 마련이다. 술이 과하면 사건도 늘지만 에피소드로 기억될 만큼의 주인(酒人)이 되시길... 

고전 사랑을 그리다

고전, 사랑을 그리다
유광수 지음 / 한언출판사 / 2015년 1월

고전, 사랑을 그리다는 그내용이 그내용이라고 생각했던 고전을 정말 다양하게 풀이하고 그시대의 사회상과 이념, 그리고 등장인물을 심층적으로 분석한 책이다.

제목이 간혹 자극적이기도 하고 작가의 훈계가 잔소리 처럼 느껴지기도 하지만, 고전의 내용이 이렇게 다양하다는 사실에 새삼 감탄하게 된다.

고전이 그리는 사랑은 헌신적 사랑만 존재하는 줄 알았다. 여러 종류중 짝사랑을 그린 삼국유사의 '조신'의 이야기는 참 못난 사내의 이야기 이기도 한다.

승려의 몸으로 양가집 규수를 짝사랑 하지만 그가 꾼 현실적 꿈으로 인해 바로 포기하는 모습을 보였으니 말이다. -꿈에 40년 후 5명의 아이를 두지만 먹을것 입을것 묵을 곳 없이 가난에 지쳐가는 노후에 대한 꿈을 꾼 후 조신은 바로 그 사랑이 이루어질 수 없고 고된 여정임을 직감하고 포기하고 만다.

마스터베이션이라고 표현한 환상의 사랑에 관해서는 최치원의 '쌍녀분'과 '이생규장전'​을 소개하고 있다. 둘 다 생소한 이야기이며 환상속의 여인과의 꿈같은 날들에 관한 이야기지만 참 많이 다르다. 쌍녀분이 젊고 왕성한 남자의 환상같은 하룻밤에 관한 꿈이라면 이생규장전은 헌신적인 아내를 잃고 난 쓸쓸한 남자의 후회와 참회로 가득한 아픈 환상이야기이다.

'운영전'과 '열녀함양박씨전'의 이야기를 빌어 이야기하는 도착과 페티시즘은 전혀 생각치 못했던 이념에 대한 작가의 해석이 놀라웠다.

궁녀와 선비의 사랑이야기인 운영전은 뜻밖에도 안평대군의 집착에 관해 해석하고 있다. 자신은 여인으로 애정을 주지 않지만 그 여인이 감히 자신이 아닌 다른 남자와 연애를 한 사실을 믿고 싶지 않았던 그의 집착을 이야기 한다. 마치 가지고 있는 인형을 대하듯...

'열녀함양박씨전' 또한 결혼이 예정된 남자가 병이 있음을 알면서도 이미 정해진 혼처여서 결혼하고 곧 남편이 죽자 할 도리를 다 하고 일년 후 남편을 따라 자결한다는 이야기 이지만, 저자는 사회의 이데올로기에 의한 괜한 목숨을 끊은 중인 여인의 헛 죽음에 대해 안타까워한다.

이밖에도 강간, 간통등 좀 자극적인 소제목과 재밌는 말로 여러 고전에 대해 해석하고 있는데 단지 고전에 대한 이야기 풀이뿐 아니라 사회의 이념과 편견등 많은 이야기들로 채워져있어서 좋았다.​ 

징비록

징비록 - 유성룡이 보고 겪은 참혹한 임진왜란
김기택 옮김, 임홍빈 해설, 이부록 그림, 유성룡 원작 / 알마 / 2015년 1월

징비록은 임진왜란을 직접 눈으로 보고 그 실상을 채험하고 수많은 백성들이 적들의 총과 칼에 죽어 나가는 모습을 본 류성룡이 그 실상을 기록하고 후손들이 다시는 이런일을 겪지 않게 하기위해 대비책을 기록한 책이다.

임진왜란에 대해 알면 알수록 한숨만 나오고 우리나라를 짖밟은 왜구들은 물론이고 조선을 돕겠다며 몰려와 민폐는 물론이고 오히려 더학 악행을 저지른 명나라와 백성은 나몰라라 하고 어처구니 없는 도망질만 일삼았던 선조와 대신들을 생각하면 너무나 한심스럽다.

1592년 임진왜란이 발생하기 전부터 전쟁의 기미는 여기저기서 보였다. 결국 별 준비도 없이 전쟁을 맞이하게 된 조선의 운명은 불을 보듯 뻔한 것이었고 그나마 기적이라고 할만한 일은 이순신 장군과 여기저기서 나라를 구하겠다는 일념으로 일어선 의병장들 뿐이었던듯 하다.

험난한 요새를 놔두고 뒤와 앞이 모두 막힌 탄금대를 싸움터로 정해 스스로 지는 길을 택한 신립이 조선 최고의 장수라는 무장의 선택이었다.

'수군을 맡고 있던 경상좌도 수사 박홍은 한 사람의 군사도 싸움터에 내보내지 못하고 도망갔고, 경상우사 수사 원균은 배를 많이 갖고 있었지만, 적이 보이기만 해도 멀리서 피하여 한 번도 적군과 싸워보지 못했다. 육군을 맡고 있던 경상좌도 병사 이각은 도망만 다녔고, 경상우도 병사 조대곤은 김성일로 바뀌어 물러났다. 일본군은 마음껏 북을 치고 행진하면서 수백 리 길을 마치 아무도 없는 벌판을 지나가듯 마음껏 내달렸다. ' p55

크게 3 부분으로 나뉘는 이 책은 임진왜란 당시의 고통을 고스란히 적은 부분과 류성룡이 후손들에게 당부하듯 이러 이러한 방법은 어떠한지 자신이 생각하는 대비책 또는 일본군의 전술등을 서술한 부분이 있고 마지막에는 실제 전쟁상황을 일본군의 진격에 맞추어 객관적으로 기록한 부분으로 되어있다.

조선 개국 초부터 문신을 우대하는 정책으로 조정을 책임지는 대신들이 전쟁에 대해 문외한인 것은 짐작은 가지만 대비하고 임명하는 일등 총체적으로 잘못되어 있었다. 도움이 되기는 커녕 오히려 말도 안되는 탁상공론으로 일은 잘못된 방향으로 끌고가기 일수였다.

일례로 왜적의 신 무기인 조총으로 많은 사람들이 죽자 온몸을 철로 뒤덮는 갑옷을 만들어 입히면 총알이 튕겨 나가 살수 있지 않겠느냐며 갑옷을 제작하다가 그렇게 되면 움직일수 없어 싸움을 어찌 하느냐는 반론에 유야 무야 된 대목은 마치 온 조정이 덤앤 더머의 집합체는 아니었는지 의심까지 들었다.

정말로 안타까운 것은 지금 생각해도 한심스러운 이런 역사의 오류를 아직도 고칠줄 모르고 반복하는 우리나라 현실의 정치를 볼 때 이다. 왜에 맞서 싸우기 보다 명나라를 끌어들여 더 한 고통은 물론이고 이 나라가 누구의 나라인지 조차 모르게 되는 꼴이 되게 했던 임진왜란 이후 영원히 나라를 잃게 되기 직전의 고종 당시에도 일본에 맞서 싸우기 보다 러시아를 끌어들이려 했다가, 6. 25 에는 미국이라는 나라에 기대었던 슬픈 역사가 그걸 말해준다.

웰컴 삼바

웰컴, 삼바
델핀 쿨랭 지음, 이상해 옮김 / 열린책들 / 2015년 1월

자신의 나라를 등지고 죽음을 무릅쓰고 타국으로 떠나는 사람들이 있다. 자신의 모든 재산을 바치고, 때로는 그 험난한 여행이 성공할 확률이 몇 % 인지도 가늠하기 어렵다는 걸 안 상태에서도 그런 모험을 감행한다. 그들이 마침내 자유의 땅이라고, 모든 인간이 평등하게 살 권리를 가진 나라라고 믿었던 나라에 도착했을 때 느꼈을 안도감과 이제 다 끝났다는 평안함은 과연 맞을까?

말리 청년 삼바 시세도는 그런 여행을 거쳐 프랑스에 도착했다. 이미 10년간 경찰에 잡히지 않도록 조심하며 그림자 처럼 살았고, 지금 쯤이면 이 땅에서 자유롭게 살수 있는 체류증을 얻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마음으로 찾아간 경찰청에서 곧바로 체포되어 벵센 유치소로 옮겨진다. 강제 추방은 면했지만 다시 불법 체류자의 신세가된 그는 때로는 훔친증명서로 때로는 위조한 증명서로 이름을 바꿔가며 힘든 하루하루를 보내는 일상이 된다.

그가 벵센 유치소에서 만난 조나스의 애인을 만나게 된 그라시외즈는 그에게 삶에 대한 애착을 갖게 해준 여인이었다.

이 이야기가 끝내는 희극인지 비극인지 아니면 원점인지 모르겠다.

10년 넘게 죽은 듯이 살며 오직 체류증을 받기 위해 살아온 삼바를 힘들게 하는 전혀 관용적이지 않은 법이라는 것과, 쩔쩔매는 그들을 보고 낄낄대는 기존사회에 대해 항의조차 할수 없는.. 마치 돈을 받는 현대의 노예와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프랑스 사회에서 원하는 것은 누가 진정 누구인지가 아닌 법이 요구하는 체류증과 그들이 가진 값싼 노동력 뿐이기 때문이다.

책에는 인간들과 다르게 지구의 모든곳을 돌며 생을 누리는 동물들의 여행이 묘사된다. '지브롤터 해협을 지나 아프리카 로 영국에서 세네갈로, 또는 서풍에 실려 세계일주를 하며 매년 끊임없이 이동하는 동물들처럼 인간은 왜 그렇지 못할까? 자유를 찾아 프랑스로 몰려오는 아프리카의 난민들이야기지만 우리나도 중국에서 러시아에서 희망을 품고 찾아오는 사람들이 많다. 심지어 그들은 모습도 우리와 같은데 말이 틀리고 태어난 곳이 틀리다며 차별하고 있으니 얼마나 부끄러운지 모르겠다.

전쟁으로 고통받는 아프리카의 난민들에 대해서, 희망을 안고 찾은 새 땅에서 느끼게 될 좌절과 차별, 관대하다고 말하지만 허울뿐인 법들과 그들은 우리와 전혀 다른 종족이라고 행동하는 원주민들... 정말 여러가지를 생각하게 해주는 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