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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것도 없다 - 카르멘 라포렛 탄생 100주년 기념판
카르멘 라포렛 지음, 김수진 옮김 / 문예출판사 / 2021년 7월
평점 :

1936~1939년까지 스페인에 내전이 있었다.
이데올로기 전쟁은 하나의 국민을 가르고 서로 깊은 상처를 남기기 마련이다.
카르멘 라포렛의 '아무것도 없다'라는 스페인 내전 이후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처음 접하는 작가라 유튜브로 검색을 해보았는데,
스페인어로 된 이 책의 도서 리뷰가 다수 보이는데,
스페인의 '호밀밭의 파수꾼'으로 불린다는 게
과언은 아닌 듯, 알아듣진 못했지만,
많은 스페인인들이 높이 평가하는 책인 듯 보였다.
안드래아는 갑자기 고아가 되었다. 그래서 그녀가 찾아간 곳은
외가댁이 있는 바르셀로나였는데, 처음 도착한 외할머니의 아파트는
집안 곳곳에 쌓인 먼지처럼 우울한 사람들로 가득 차 있었다.
정확한 직업이 무엇인지 드러나지 않는 후안 삼촌과 외숙모 글로리아
그리고 로만 삼촌과 앙구스디아스이모, 그리고 외할머니까지
따뜻함과 거리가 먼 그로테스크한 이미지로 다가온다.
안드래아가 그나마 숨 쉬고 살아가는 듯한 느낌을
받을 때는 문학을 전공하며 대학에서 만난 친구 애나뿐이다.
처음에 외갓집에 도착해서 안드래아가 생활하는 상황들을
보노라면 답답한 면이 없지 않았다.
욕설이 난무하는 형제,
아내와 형수에 대한 무례,
이모의 집착
심지어 가정부까지 누구 하나
집안을 사람이 사는 집답게 만들려 노력하는 사람이 없는 상황을
보며 암울한 곳에 스스로 인질처럼 갇혀있는
안드래아를 이해할 수 없었다.
하지만, 내전이 사람들에게 남긴 상처가
그만큼 깊었다는 걸 외가댁 식구들을
통해 말하는 것 같았다.
젓 먹이를 먹이기 위해 가구를 팔고
도박으로 돈을 벌어 근근이 생활해야 하는 글로리아의 상황,
결국은 자살로 생을 마감한 로만 삼촌
종교에 빠져 다른 세상에 있는 외할머니...
암울한 이 집은 내전후 상처받은 나라처럼 그렇게 힘이 없어 보인다.
저 아래층은 침몰하는 배라고나 할까... 우리 모두는 차올라오는 바닷물을 보면서 어찌해야 할 바를 모르는 가엾은 쥐새끼들이고 말이야.. 네 어머니가 다른 누구보다 먼저 이 집을 떠나면서 위험을 모면했지. 다른 이모들 둘도 이곳을 찾은 남자들을 냉큼 물어 결혼하면서 도망쳐버렸고, 결국 불행한 앙구스티아스 이모와 천하의 망나니 같은 후안 삼촌과 나만 나게 되었어. 너도 길 잃고 넋 나간 어린 생쥐 신세가 되었지만 이제 막 시작한 셈이니 그리 불행하다고까지는 할 게 없겠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