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ONE - 이 시대를 대표하는 22명의 작가가 쓴 외로움에 관한 고백
줌파 라히리 외 21명 지음, 나탈리 이브 개럿 엮음, 정윤희 옮김 / 혜다 / 2023년 6월
평점 :
절판


 

이책은 고독과 외로움에 얽힌 사적인 고백을 주제로 기획된 책이라고 한다.

에이미 션이 쓴 [홀로 걷는 여자]1926년 뉴욕을 떠나 무려 3년에 걸쳐 시베리아로 홀로 걸었던 릴리언 올링에 관한 이야기를 통해 일과 가정을 돌보지만 그 안에서 외로웠던 작가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아이와 남편과 내 일이 있는 상태에서 왜 외롭냐고 묻는다면 그건 인간에 대한 이해 부족일 것이다. 현재는 남편과 헤어져 자신의 일을 하며 아이를 돌보지만 이젠 그전처럼 외롭지 않은 자신의 인생을 살고 있다.

 

코로나 바이러스로 남편을 떠나보낸 작가 제스민 워드의 외로움은 단지 사랑하는 남편을 잃은 것만이 아닌 미국에서 흑인으로 살아가는 뿌리깊은 외로움에 대해서도 이야기한다.

 

알츠하이머를 앓고 있는 엄마를 돌보며 간병인으로 가정주부로 살고 있었던 작가 마야 샨바그 랭의 이야기는 오히려 자신이 껍데기만 남고 공허함을 느끼게 된다. 고민 끝에 엄마를 요양시설에 보낸 후 그녀는 자신의 외로움의 근원이 본인에게 있었음을 깨닫는다.

 

p.85

주방에 서서 냄비를 휘젓고 있는 내 모습이 왜 그렇게 절망스럽게 느껴졌는지 이제야 알 것 같다. 스스로를 위해 서 많은 것들을 상상하도록 허락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나는 서둘러 나 자신을 불행한 운명과 동일시했던 것이다. 내 생각에, 이것이야말로 외로움이 지닌 가장 억압적인 특징이다. 상상력을 제한하고, 삶은 결코 더 나아지지 않을 거라 속삭이며, 무궁무진한 가능성을 꿈꾸지 못하게 스스로를 얽매는 것, 외로움은 그렇게 우리가 차지하고 있는 공간을 서서히 갉아먹는다.

 

코로나19가 공포로 도시를 휩쓸던 2020년 뉴욕, 팬데믹 공포로 인해 일상이 멈추고, 뉴욕의 아파트를 하나 둘 떠나는 이웃의 상황을 기록한 작가 에밀리 라보트의 그때는 전 세계 누구나 겪었던 그때를 기억나게 한다. 지금 생각해 보면 정말 어처구니 없을 정도로 사람을 못만나게 하고, 산으로 오르는 길마저 막았던 그때가 생각난다. 모두를 집안에 격리시키던 그 정책은 지금은 풀렸지만, 3년간에 걸친 코로나 팬데믹은 사람이 사람을 얼마나 필요로 하는지를 깨닫게 했던 시기였던 것 같다.

 

22명의 작가들이 쓴 아주 개인적이고 속깊은 고독과 외로움의 이야기는 다양한 연령, 인종, 성별의 작가들의 진솔한 이야기들로 가득하다. 어쩌면 영원할지도 모를 외로움은 누구나 그 정도와 방법은 다르게 겪는 것이라는 것 그러므로 때로는 그 외로움을 즐기거나, 혹은 벗어나고 싶을 때 언제라도 펼쳐 읽으면 나의 외로움을 조금이나마 덜어주며 위안해 줄 좋을 글들이어서 더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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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겨울을 지나온 방식 - 제19회 세계문학상 수상작
문미순 지음 / 나무옆의자 / 2023년 5월
평점 :
품절


사회의 일을 온통 떠맡아 힘든 이 둘이

어느덧 사회가 허락하지 않는 방식으로

연대를 하며 불안하지만

희망을 갖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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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겨울을 지나온 방식 - 제19회 세계문학상 수상작
문미순 지음 / 나무옆의자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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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신문이나 방송의 뉴스로 접했다면

세상 참 무서워졌다고 혀를 차고 말았을 이야기 속으로

독자들을 안내하며,

진정 이 사람들이 그렇게 나쁜가요?

라고 질문하는듯한 이야기이다.

명주는 100만 원 남짓의 연금 때문에 엄마의 시체를 집안에 숨기고

살고 있다.

그녀가 이혼 후 한 일들은 감정노동, 육체노동을

동반했지만, 그마저도 발에 화상을 입고

불어난 몸과 치매로 폭력적이 된

엄마를 간병하느라 마음은 더 지쳤다.

외출 후 발견한 엄마의 죽음을 따라가자며

약을 먹고 잠을 잤지만, 다음날 '딩동'하고 울린

엄마의 연금은 그녀의 마음을 잠시만 사람답게 살아 보자로 바뀐다.

명주는 준성의 말을 들으며 측은한 마음이 들었다. 그러면서도 속으로는 차라리 고아가 되는 게 나을 수도 있다고 말하고 있었다. 간병은 그 끝이 너무나 허무하고 너의 젊음을 앗아갈 뿐 아니라 결국에는 아무것도 남지 않게 될 수도 있다고.

p124


명주가 선택한 모든 일들(이혼, 딸 은진, 시체은닉, 연금 부정수급..)

에 대해 미련하다고, 짜증 난다고 생각하던 나를

차츰 명주를 응원하게 만드는 작가의 힘은 대단하다.

글은 쉽게 읽히고, 이야기는 명주와 준성의

안타까운 몸부림에서 절대 벗어나지 않으며

흡입력 있게 그들을 이해하고 응원하게 만든다.

명주와 다르게 고등학교 때부터 아픈 아버지를

간병해야 하는 준성의 이야기는

세상을 원망하기에 충분하도록

잔인하기만 하다.

사회의 일을 온통 떠맡아 힘든 이 둘이

어느덧 사회가 허락하지 않는 방식으로

연대를 하며 불안하지만

희망을 갖게 된다.

준성이 트럭을 몰고 눈길을 헤치며

명주와 '나 좀 데려가 줘 할머니'를

테우고 가는 길에

제발 '경찰차의 사이렌 소리'가

이들과 상관이 없기를 바라며 책을 덮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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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달래꽃 - 김소월×천경자 시그림집
김소월 지음, 천경자 그림, 정재찬 해제 / 문예출판사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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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를 읽다 보면 중간 중간 노래로 만들어진 옛 가요를 나도 모르게 흥얼거리게 된다.

노래의 가사와 조금은 다른 원래의 시를 발견하는 즐거움과 그리 길지 않은 시에 말하지 못한 수많은 말들이 저절로 상상되는 가슴저림도 느껴지는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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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달래꽃 - 김소월×천경자 시그림집
김소월 지음, 천경자 그림, 정재찬 해제 / 문예출판사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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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달래꽃]으로 대표되는 시인 김소월은 1902년 평안북도 구성 태생이며 본명은 김정식이다.

김억과 조만식이 김소월의 스승이었다고 알려져있는데, 소월은 배제고등보통학교를 졸업하고 도쿄상과대학에 입학했지만 관동대지진으로 귀국한다. 1920년부터 시를 발표한 그는 1930년 들어 작품활동이 저조해졌고, 생활고에 시달리다 1934년 크리스마스 이브에 세상을 떠났다.

 

소월의 시는 외우기 쉬운 편인데 민족적 정서의 내용에 우리 시가에 널리 자리 잡은 운율형식인 7.53음보를 구사했기 때문인듯하다.

 

여는 글에서 정재찬님은 ‘‘은 슬픔에 더해 억울함, 원망, 아쉬움이 드는가 하면 순응, 체념, 인내등도 작동하는 복합적인 감정의 응어리진 정서락 했는데, 소월의 시를 읽으면 이런 의 정서를 고스란히 느낄수 있다. 정재찬님의 왜 소월인가에 대한 작은 답변에서 김소월시인에 대한 애정이 뚝 뚝 묻어나는 여는글도 좋았다. 소월의 시 중 많은 시가 가곡과 가요로 불리는 이유는 그만 큼 그의 시가 짧아도 많은 것을 품고 있다는 이야기일 것이다.

 

진달래 꽃

나 보기가 역겨워

가실 때에는

말없이 고이 보내 드리우리다

영변에 약산

진달래꽃

아름따다 가실 길에 뿌리우리다

가시는 걸음걸음

놓인 그 꽃을

사뿐히 즈려 밟고 가시옵소서

나보기가 역겨워

가실 때에는

죽어도 아니 눈물 흘리우리다

 

 

못잊어

못 잊어 생각이 나겠지요

그런대로 한세상 지내시구려

사노라면 잊힐 날 있으리다

못잊어 생각이 나겠지요

그런대로 세월만 가라시구려

못 잊어도 더러는 잊히오리다

그러나 또 한끝 이렇지요

그리워 살뜰히 못 잊는데

어쪄면 생각이 떠지나요?‘

 

시를 읽다 보면 중간 중간 노래로 만들어진 옛 가요를 나도 모르게 흥얼거리게 된다.

노래의 가사와 조금은 다른 원래의 시를 발견하는 즐거움과 그리 길지 않은 시에 말하지 못한 수많은 말들이 저절로 상상되는 가슴저림도 느껴지는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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