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겨울을 지나온 방식 - 제19회 세계문학상 수상작
문미순 지음 / 나무옆의자 / 2023년 5월
평점 :
품절



신문이나 방송의 뉴스로 접했다면

세상 참 무서워졌다고 혀를 차고 말았을 이야기 속으로

독자들을 안내하며,

진정 이 사람들이 그렇게 나쁜가요?

라고 질문하는듯한 이야기이다.

명주는 100만 원 남짓의 연금 때문에 엄마의 시체를 집안에 숨기고

살고 있다.

그녀가 이혼 후 한 일들은 감정노동, 육체노동을

동반했지만, 그마저도 발에 화상을 입고

불어난 몸과 치매로 폭력적이 된

엄마를 간병하느라 마음은 더 지쳤다.

외출 후 발견한 엄마의 죽음을 따라가자며

약을 먹고 잠을 잤지만, 다음날 '딩동'하고 울린

엄마의 연금은 그녀의 마음을 잠시만 사람답게 살아 보자로 바뀐다.

명주는 준성의 말을 들으며 측은한 마음이 들었다. 그러면서도 속으로는 차라리 고아가 되는 게 나을 수도 있다고 말하고 있었다. 간병은 그 끝이 너무나 허무하고 너의 젊음을 앗아갈 뿐 아니라 결국에는 아무것도 남지 않게 될 수도 있다고.

p124


명주가 선택한 모든 일들(이혼, 딸 은진, 시체은닉, 연금 부정수급..)

에 대해 미련하다고, 짜증 난다고 생각하던 나를

차츰 명주를 응원하게 만드는 작가의 힘은 대단하다.

글은 쉽게 읽히고, 이야기는 명주와 준성의

안타까운 몸부림에서 절대 벗어나지 않으며

흡입력 있게 그들을 이해하고 응원하게 만든다.

명주와 다르게 고등학교 때부터 아픈 아버지를

간병해야 하는 준성의 이야기는

세상을 원망하기에 충분하도록

잔인하기만 하다.

사회의 일을 온통 떠맡아 힘든 이 둘이

어느덧 사회가 허락하지 않는 방식으로

연대를 하며 불안하지만

희망을 갖게 된다.

준성이 트럭을 몰고 눈길을 헤치며

명주와 '나 좀 데려가 줘 할머니'를

테우고 가는 길에

제발 '경찰차의 사이렌 소리'가

이들과 상관이 없기를 바라며 책을 덮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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