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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더랜드 대모험 - 2012 제6회 블루픽션상 수상작 ㅣ 블루픽션 (비룡소 청소년 문학선) 69
이진 지음 / 비룡소 / 2012년 11월
평점 :
1980년대 서울은 지금도 그렇지만 높게 솟은 빌딩과 아파트 그리고 가난한 사람들이 모여 사는 벌집같은 동네가 마치 찬물에 커피믹스를 넣은 것 처럼 따로 따로 어울리지 못하지만 함께 있다.
엄마 아빠는 열악한 노동조건에 투쟁을 하면서 이곳저곳을 떠돌아 전학을 밥먹듯 하는 날들이다. 게다가 심장병을 앓고 있는 동생만 엄마가 위하는 통에 집이나 학교나 천덕꾸러기 신새를 못 면하고 있다. 그러던 그에게 미국의 디즈니랜드 같은 곳이 우리나라에 생긴다는 소식을 접한다.
꿈에서라도 가고 싶었던 원더랜드의 그랜드 오픈에서 행한 이벤트에 당첨되어 35명중 한명으로 초대되어 꿈같은 원더랜드를 구경하게 된다.
그곳에서는 그들에게 토너먼트 방식으로 놀이기구를 타면서 미션을 수행하면 우승자에게 '엄청난' 상품을 준다고 했다.
그 엄청난 상품이라는 것이 무얼까? 승협은 그 엄청난 상품이라는 것이 동생의 심장병을 고치게 할 수도 있는 최소한의 비용 200만원이라는 것에 스스로 결론을 내리고 죽기 살기로 미션을 수행한다.
마침내 얻어낸 우수상!
하지만 거기에 그가 원하는 돈은 없었다. 5가지 상품을 금액에 상관없이 가질수 있었지만 그에게 필요한건 없었다. 게임기는 집에 tv가 없어서 연결을 못하니 필요가 없다. 30인치 tv를 고르자니 그걸 들여노으면 한 명은 밖에 나가 자야 하니 결국 필요가 없다. 어학테이프? 그건 라디오가 없어서 소용없는 것이다. 4박5일 제주도 여행권? 그럴려면 엄마 아빠는 무급으로 휴가를 내야 하는데, 월급도 제대로 나오지 않는 공장에서 휴가를 받는단 말인가?
결국 공부를 좋아하는 동생을 위한 백과사전과 너구리 풍선만 들고 집으로 돌아오고 만다.
결국 원더랜드는 승협에게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가 갔던 곳처럼 그의 현실과 닿지 않는 원더랜드였을까?
우승상금을 위해 그들이 마련한 어처구니 없는 룰을 지키고 피터지게 싸운 댓가는 그에게 필요한 것을 주지 못했다.
원더랜드와 닿을 수 있는 가진 사람들은 원더랜드가 환상인 사람들이 무엇을 원하는지 정말로 모른다. 그리고 알게 되어도 모른체한다. 최승협이 상품더미를 흩트리며 돈을 찾을 때 도대체 조그만게 돈이 왜 필요하니? 라고 묻는 그들.
벌개진 눈으로 동생 수술비가 필요하단 말이에요! 하고 왜처도 그들은 안타까움을 느끼나 우리가 어쩔수 없는 거라는 듯이 헛기침만 해댄다.
관심받고 싶고, 할 줄 아는 것 별로 없는 10대와 노력해도 안되는 가난한 부모들의 삶을 잘 표현해서 읽는 내내 그들의 대화에 웃기도 하고, 슬프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