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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평양의 모니카입니다
모니카 마시아스 지음 / 예담 / 2013년 8월
평점 :
절판

표지의 그림에 있는 열차를 보는 느낌은 책을 처음 접했을 때와 그리고 책을 다 읽고 난 후의 느낌이 완전히 달랐다.
나무 아래 차렷자세로 서있는 흑인소녀가 평양의 모니카라고 하는 인물인걸 말하는 듯한 책은 전혀 어울리지 않았다.
북한에서 16년을 살았고, 자신이 배운 것들을 실제로 체험해 나가며 스페인, 미국등을 거처 한시간이면 올수 있는 평양에서 서울에 오기까지 12년이 걸렸던 여인. 하지만 그녀가 본 것은 서로를 너무 다르게 생각하는 남쪽과 북쪽의 인식차이라는 것이다. 그것이 또한 부끄럽기도 했다.
그녀가 아무리 남과 북의 공통점을 이야기해도 우리는 전혀 같지 않다고 손사래 치는 사람들을 보며 안타까워하는 모니카가 보이는듯하다.
표지위에 있는 열차는 당장이라도 평양에서 서울로 곧바로 올것만 같은 직통열차같은 느낌을 받은건 그때문이었다.
다섯살, 여섯살 때부터 집요하리만큼 애국심을 심어주려 하는 일련의 노력들이나 수상한 사람은 누구든 신고부터 하고 보는 그 자발적 감시본능을 보면 미국에서의 자유 역시 '국가 체제의 수호'라는 조건 안에서만 허용된다는 생각을 지울수가 없었다. 다만 미국은 평양과 달리 풍부한 상품이나 화려한 광고, 으리으리한 건물과 세계 최고의 쇼 비즈니스로 치장했을 뿐이었다. 그 눈부신 껍질을 벗기고 나면 언제나 친구와 적을 바꿔가면서 온갖 테러에 시달리는 미국 사회가 적나라하게 보일 것이다. p 229
스페인에게서 독립하기 위해 싸웠던 적도기니의 프란시스코 마시아스 대통령의 막내 딸이었던 모니카는 쿠테타로 아버지가 실권하면서, 당시 유일한 우방이었던 북한의 김일성주석에게 맞겨진다. 김일성주석은 친구인 마시아스 대통령의 부탁대로 그의 3자녀를 대학까지 보살펴 주었다.
하지만, 자신의 아버지 그리고 유일하게 자신의 가족을 지켜주었던 김일성이라는 인물들은 세계의 적이었고, 악마로 불리고 있었다.
자신이 16년동안 교육받았던 모든 사실들이 사실이 아닌것이 된 상태에서 그녀는 스스로 진실을 찾아야 한다는 생각을 한다. 그런 와중 그녀가 발견한 것은 직접 경험해 본 사실과 무조건적으로 배운 것에 대한 것에 대한 차이였다.
세계 역사 속에서 전쟁이나 학살 같은 비극이 발생한 이유가 특정한 개인의 악마적 성향이라기보다는 그런 비극을 낳을 수밖에 없었던 정치적 선택, 혹은 집단적 편견과 이기주의 때문이다. 하지만 그런 추상적인 대상을 미워하기란 쉽지 않기 때문에 사람들은 미움의 대상을 '인간'에게로 돌리곤 한다. 사람을 미워하는게 더 쉬우니까.. p190
얼마전 tv에서 평양냉면을 먹으며 평양의 맛과 같다며 좋아하는 그녀의 모습을 보았다.
우리가 너무 모르는 평양의 사람들은 우리와 조금도 다르지 않다는 것, 친절하고 순수하고 때로는 그리워하지만, 역시 미워하기도 한다는 것.
역사의 기록이나 우리가 매일 배우는 모든 것들이 전부 사실은 아닐수도 있다는 것.
그래서 더 점점 모르게되고, 더 증오하게 되지만, 그녀가 역설하는 것처럼 한반도는 공통점이 너무 많기때문에 조금만 노력하면 더 가까워질수 있고 오해를 씻을수도 있다는 사실은 분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