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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란집
박완서 지음, 이철원 그림 / 열림원 / 2013년 8월
평점 :
2011년 80세로 타계하신 박완서님의 미발표 작품들을 모아 펴낸 책이다. 작가가 2000년대 초반에 노란집에서 쓰신 글들이라고 한다.
첫장 그들만의 사랑법에 등장하는 노인들에 대한 수수한 이야기들을 뺀다면 모두 작가의 추억이 깃든 이야기들이 대부분이다.
70의 노인으로 아파트의 생활을 접고 도시에서 떨어진 주택으로 이사와서 보내는 소소한 즐거움들이 작가 특유의 조근조근하고 마음씨 고운 옆집의 할머니를 보는것 같다.
전차를 타고 학교를 다니던 때의 추억, 대학생활을 하던 중 6.25를 맞아 학교를 더이상 못다니게 된일, 어릴적 작가를 유독 예뻐하시던 집안어른인 할아버지에 대한 추억등을 대할 때면 내가 어렸을 때가 그려졌다.
나이를 먹어서 인가? 없이 지내고, 그닥 즐거운거리가 없었던 옛날이 마치 지금보다 훨씬 즐거웠던 것 처럼 느껴지게 글을 쓰는 작가의 힘일까? 나는 유독 내 어릴적 우리집과 지금은 소식도 모르는 친구들이 많이 떠올랐다.
행운인지 불행인지 나는 내가 어린시절을 보냈던 곳에서 지금은 중년이된 상태에도 생활을 하고 있다. 그래서 그런지 어릴때의 거리 모습을 떠올릴 때면 정말 많이도 변했다. 지금은 거의 10정거장이 넘는 버스정류장이 거쳐가는 거리를 나는 중학교때 친구들과 거의 매일을 조잘대며 걸어다녔었다.
그때는 그 거리가 이처럼 멀다고도 생각하지 못했다. 무엇이 그렇게 할 이야기가 많았는지, 이야기 하다보면 벌써 집이 가까와 오기도 하고, 그러면 친구와 헤어지는 것이 아쉽고 그랬었다.
전철에서 애인에게 시시콜콜 사소한것들 까지 통화로 알려주는 또다른 소음들을 들으며, 그들은 정작 만나면 무슨말을 할까.. 이동의 경로 까지, 지금어디쯤인지, 무슨옷을 입고오는지조차 다 알고있을 곧 만날 애인에 대한 기대감이란 무엇일까? 작가가 궁금해하는 것들이 나또한 궁금했었다. 언어를 줄여말하거나, 하루가 멀다하고 나오는 신조어들을 궁금해하는 것 보다 어릴적 북적거리던 우리집과 노상 찾아오던 이웃분들에 대한 추억들을 기억하는 시간들이 되었다.
'들꽃이 예쁘게 보이면 그건 늙었다는 징조라는 글을 어디선가 읽은 적이 있다. 맞는 말이다. 산 날은 길고 긴데 살날은 아주 조금밖에 안 남았다는 걸 몸으로 느낀다. 이 세상 소풍끝내는 날, 나도 가서, 아름다웠노라고 말하고 싶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