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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트] 황금종이 1~2 세트 - 전2권
조정래 지음 / 해냄 / 2023년 11월
평점 : 
꼭 최근도 아니다. 언제부터였는지, 사건 사고에 대한 원인을 보면 언제나 ‘돈’이 연루되어 있다. 부모의 재산 때문에, 빌린 돈을 갚을 사정이 안되어서, 누가 가진 돈이 많다는 이유로 범죄의 대상이 된다. 세상을 살면서 꼭 필요한 전지전능한 물질이라서 그런 것이라고 치부하기에는 안 좋은 사건의 대상이 가족과 친지, 친구 등 예전이라면 가장 의지하고 끝까지 내 편이 되어줄 사람을 향한다는 점에서 씁쓸하다.
이태하라는 양심껏 일하는 변호사와 친구를 통해 주변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식의 옴니버스 스타일인데, 작가의 중국에 대한 이야기인 [정글 만 리]와 형식이 닮았다.
딸이 재산을 미리 갖기 위해 어머니를 고소한 사건,
아버지 사망에는 아랑곳 없이 아들과 딸들 그리고 며느리들의 머릿속은 온통 금고와 아파트에 향해 있는 군상들, 월세 갑자기 올려 받기 등 여러 형태의 사건들이 소개되는데, 작거나 크거나 다 돈이 중심에 있다.
읽으면서 마음이 편치 않았다. 세상을 움직이는 다수가 현실에 만족하며 돈보다 가족을 위하며 살고 있다고 믿는 편이라서 그런지 모르겠다. 얼마 전 읽은 ‘토지’의 욕심 많은 악인 캐릭터인 ‘임이네’와 ‘조준구’가 세상 사람의 대다수라고 믿지 않지만, 그런 사람들만이 너무 많이 등장하는 탓일 것이다.
자녀가 어머니 성을 따를 수 있는 대한민국의 헌법에 대한 못마땅한 시선이 작가의 생각일까 아쉬웠던 순간도 있고, 상속법에 대해서 잘은 모르지만, 돌아가신 후에는 어떤 경우던 한 명이 돈을 가져갈 수 없는 구조인데 책에서의 내용이 조금 다르다.
머니게임으로 이름 붙여진 승자가 다 차지하는 게임이나 ‘오징어 게임’같은 리얼리티 프로그램을 보면서 그저 재미와 승자에 대한 행운, 또는 노력의 대가라는 생각을 표현하는 리얼리티 프로그램들로 요즘 많이 보인다. 하지만 이 또한 결국 ‘돈’의 위력을 모두에게 각인시키는 현실은 아닌가 하는 생각도 한다.
‘돈’이라는 것이 많다는 것은 지금은 그저 수많은 좋은 형용사를 가져다 붙여도 부족함이 없는 찬사를 받는 시대이기 때문이다.
읽으면서 짜증 나는 부분이 적지 않았으나 이런 현실이 사실이기 때문에 찔려서 그런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나서 더욱 슬펐다. 해마다 공직자 재산등록을 할 때면 입이 떡 벌어지는 그들의 재산 규모에 놀라고, 그럼에도 그들의 순수하지 못한 권력정치의 의도에 놀라곤 하는데, 이런 사실이 이 책을 통해 이렇게 말하는 것 같기도 하다. ‘우리 대부분은 그래도 순수하다고 말하지만, 그게 아닌 거 알잖아~‘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