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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뜰에 골칫거리가 산다
황선미 지음, 봉현 그림 / 사계절 / 2014년 3월
평점 :
'마당을 나온 암탉'의 저자 황선미의 새 책이다. 밀리언 셀러를 기록한 마당을 나온 암탉을 읽어보지 못했지만, 이 책을 읽은 후 참 마음의 따뜻한 곳을 끄집어내게 하는 작가라는 사실을 알았다.
산을 끼고 있는 예전에 살던 방대한 터를 사놓고 30년동안 관리만 맡기고 있다가 머리에 난 혹덩어리를 발견한 후 예전에 살았기도 했던 그 곳으로 거처를 옮긴 강노인.
귀찮게 하는 모든것으로 부터 벗어나 편하게 쉴수 있을거라 생각했던 상상은 첫날부터 어긋나기 시작한다.
여기저기 개구멍이 난 곳으로 마을 아이들이 들락거리고, 할머니는 제집마냥 상추며 채소며 키우고 있는데, 더욱이 현관 열쇠까지 가지고 있다.
자신의 머릿 속에 난 혹덩이를 골칫거리라 부르는 강노인에게 이 모든 것들이 골칫거리가 아닐수 없다.
그곳에서 만난 순수한 아이들이 예쁘기도 하고, 불만 가득한 눈을 한 상훈이라는 녀석에게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보여주고 싶은, 어린애 같은 마음도 들기도 하는데, 상훈이라는 녀석이 유독 자신의 어릴적 모습을 닮아 신경이 쓰이는 탓도 있다.
지금은 엄청난 부자가 되어 예전의 집으로 돌아오긴 했지만, 그에게는 기억하고 싶지 않은 친구들과 아버지의 죽음이라는 어두운 기억이 있는 집이기도 하다.
강노인의 골칫거리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 나가며 어두웠던 강노인의 인생의 의문도 한 겹 한 겹 벗겨지는 드러나고, 강노인은 어릴적 친구들을 재회하면서 자신의 꽉 닫혔던 마음 때문에 평생을 오해하고 살았던 진실을 마주하게 된다.
한이 깊어 악착같이 살았던 강노인이 어느날 따뜻한 계란을 손에 전달 받으면서 식용이 아닌 생명임을 먼저 떠올리고, 그 계란이 부화되어 병아리가 되고 어미가 고양이에게 당하면서 어떻게든 병아리를 지켜내고자 하는 파수꾼이 되는 과정이나, 자신을 왕따 시켰던 친구들 앞에 멋지게 부자가 되어 나타났지만, 지금 현재의 우쭐함 보다 과거의 치유에 무게를 두는 강노인의 성숙함을 볼수있다.
'왜 저를 미워하셨어요?'
상훈이가 울먹이며 간신히 물었다. 강 노인은 아무 대답도 못했다. 미워하지 않는다고 속으로만 중얼거렸을 뿐이다. 내 속에는 덜 자란 아이가 숨어 있어서 나도 어떻게 할수 없었다고... 그렇게 화해를 했다.
늙어버린 아이와 너무 일찍 어른이 될 뻔한 두 사람이. p2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