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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궁궐 산책 - 정겨운 朝鮮의 얼굴
윤돌 지음 / 이비컴 / 2008년 5월
평점 :
도심한복판에 자리잡은 우리 궁궐들은 느림의 미학처럼 느껴진다. 시간은 흘렀지만, 웅장한 자태가 지나는 행인들을 비웃기라도 하는듯하다. 얼마전 어처구니 없는 사고로 소실된 숭례문을 보고서, 다시한번 우리문화재를 소중히 여기고 보존해야 한다는 경각심을 느끼게 되었고, 이제는 아이들과 함께 찾아야 할 궁궐에 대해서 전에 없던 공부를 다시 하게 된다.
아이들과 창덕궁에 한번 갔었다.아이들은 걷는게 너무 힘들어서 정말 봐야할 것들은 눈에 들어오지도 않은듯 했고, 설명을 들을땐 좀더 친근하게 느껴지는 그곳이 안내원의 설명이 없으면 그저 우리조상이 살았던 '집'에 불과한것 같다.
최병윤님이 '윤 돌'이라는 필명으로 쓴 책이다. 저자의 5대조인 지와 최영승선생은 충북 음성 소재 운곡서원의 중건과 부흥, 후학 양성에 힘썼으며, 후대 할아버지들 또한 고향에서 한학을 가르쳤다. 이러한 영향으로 저자도 우리것에 대한 각별한 애정을 가져왔기에 이러한 책도 쓸 수있었을 것이다.
경복궁,창덕궁,창경궁,경운궁,경희궁까지 다섯 궁궐이 소개가 되어있다. 안내원의 설명없이는 궁궐의 아름다움을 느낄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는데,한 곳 한 곳 자세한 설명이 되어있어서 이 책 한권을 들고 아이들과 궁궐 나들이를 하면 좋겠다는 생각이들었다.
<경복궁 - 전각 하나하나에 깃든 정성스러움>
01 광화문
경복궁의 시작은 광화문에서 시작된다. 광화문은 조선으로 가는 정문이다. 처음 경복궁을 지은 후에 광화문은 오문(午門)이라고 불리다가 세종 때 광화문이라는 이름을 얻게 된다.
광화문의 모습과 기능에서 경복궁의 정문이라고 하기에는 쑥스러운 구석이 많다. 하지만 그 기능이 성벽과 가고 비록 철근과 콘크리트로 만들어졌다 해도 광화문은 경복궁의 정문이며, 조선으로 향하는 문이다.
광화문은 세 개의 홍예문을 두었는데 가운데 간이 양옆보다 조금 더 넓고 크며,천장에는 남쪽을 지키는 주작이 그려져 있다. 주작은 남쪽 일곱 별을 상징하는 동물이며, 각 방위에 따라 좌청룡,우백호,남주작,북현무 형식을 띤다. 남문인 광화문은 주작이 그려져 있어 성문 앞 넓은 길을 주작대로라고 하며 육조와 관청들이 좌우로 있어 육조거리라고도 하였다.(015p)
오른쪽 보이는 그림이 광화문 천장의 주작도이다.
02 해태
우직함과 충성스러움으로
해태는 고대부터 전해오는 상상 속의 동물로 한자로는 해치라고 한다. 사람의 시비곡직을 판단하며 잘못한 사람은 뿔로 받아넘기는 정의의 동물이다. 궁궐앞에 이 해태가 있는 까닭은 궁궐을 출입하는 백관들이 해태가 있는 곳에 와서는 말이나 가마에서 내려 스스로 가다듬고 경계하는 마음을 갖게 하려 함이다.
지금의 해태상은 흥선대원군이 경복궁을 증건할 때 만들어 세운 것으로 조선 말 걸작품으로 꼽힌다.(17~18p)
04 영추문
서쪽 일곱 별을 상징하는 백호가 사는 곳
백호는 서쪽 일곱 별인 규,누, 위,묘,필,치,삼의 총칭으로 서쪽 방위에 있으면서 금의 기운을 맡은 태백신을 상징하는 짐승이다.
영제교,근정문 일곽,근정전을 지나
08 근정전의 돌짐승
저마다의소임을 충성스러움으로 묵묵히 지켜 가고 있는...
근정전 천장의 황룡,용상의 임금을 정점으로 사방신과 십이지신상,서수 등이 각자의 자리에서 잡귀의 접근을 막고 근정전을 성스러운 공간으로 연출하고 있다.(35p)
예사롭게 지나쳤던 근정전의 돌짐승이었다. 이렇게 책으로 보지 않았더라면 경복궁에 이런게 있었나? 하는생각이 들 정도이다. 수도 없이 찾아갔던 곳이었는데, 한곳한곳 천천히 둘러보지 못하고, 빠르게 흝고 지나가는 습성때문인지 책을 보면서 새롭게 알게된 경복궁의 내부였다. 아니 모든곳이 새로웠다.
동궁을 지나 세종 때 집현전으로 사용했다는 수정전을 지나 웅장함 속에 숨은 우주의 이치를 가진 경회루도 볼 수있고, 생각하고 또 생각한다는 사정전도 보인다.
13 강녕전
자연의 순리를 따라 마음을 닦는 곳
1917년 창덕궁 내전에 큰 불이 나면서 이를 복구하기 위해 원래 강녕전 건물을 창덕궁으로 옮겨 희정당이 되었으며 지금의 강녕전은 근래 복원한 건물이다.
17 자경전 십장생 굴뚝
답답하고 좁은 공간을 신선의 세계로
굴뚝에 새겨진 이 십장생의 그림은 궁궐에 갇혀 살아야 하는 왕실 가족을 위한 배려라고 한다. 자경전의 십장생 굴뚝은 이런 여성 공간의 대표적인 것으로 협소한 뒤쪽 공간을 전혀 다른 공간으로 탈바꿈시키고 있다.
21 동십자각
궁궐 주위를 감시하던 망루에서 서러운 눈요기거리로 전락하다
저녁에 차를 타고 지나가다가 아이가 이게 뭐냐고 물었다. 글쎄 뭘까..했는데, 저자의 말처럼 처량하기 그지 없는 썰렁한 망루 하나를 이 책에서 발견하고 어찌나 반가웠던지. 실은 몇 백년 전에 포졸들이 궁궐 주위를 감시할때 썼던 곳이라고 하는데, 교차로에 우뚝 서 있는 이 곳은 저자의 말처럼 처량하게만 느껴진다.
이렇게 경복궁만 보고 나도 참 많이 보고 배웠다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산책하기 위해 경복궁을 돌아볼 때만 해도, 꼼꼼히 본 적이 거의 없었던 것 같은데, 오히려 책에서 사진으로 자세히 들여다 보게 되었다.
날씨가 시원해지면 아이들과 책한권을 들고, 궁궐의 여기저기를 섭렵해 볼 생각이다. 한번씩 다녀오면 안내원의 시간에 맞추던지, 표지판을 열심히 읽고 설명해준게 다였던 경복궁에 대해서 더 많이 배울 수있었다. 경복궁외에도 창덕궁,창경궁, 경운궁,경희궁까지 역사와 더불어 신변잡기적 이야기까지 배울 수있는 것 같다. 역사에 대해 재조명되고 있는 이 시점에서 우리의 역사를 좀더 자세히 배우고,올바르게 알아야 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