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포자, 1년 만에 이룬 기적의 영어 공부법
가인숙 지음 / 지식과감성# / 201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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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 없는 세상에 살 수 없다면 과감하게 도전하기

 

영어 없는 세상에 살 수 없다면, 영어 없는 세상을 꿈꾸다가, 영어 공부에 과감하게 도전하여, 기적 같은 결과를 만들어 내고, 끝내는 효과적인 학습비결을 찾아 낸, 가인숙 저자의 실제 경험담과 실용적인 학습법을 안내한 책

   

 

1. 책을 읽기 전에

 

나도 저자와 같은 경험이 있다. 중학교 1학년 때 영어 선생님이 매우 엄하셨다. 그리고 세련된(지금에서는 그게 세련된 것인지 어쩐 것인지 잘 모르겠지만, 그 어린 나이에 워낙 까다롭게 지적을 하시면서 하는 말씀) 발음과 정확한 문장 표현을 강조하셨다. 남들 앞에서 자신감이 부족했던 나는 주눅이 계속 들었다. 그래서 더 입을 떼지 못하였다.

 

중학교 2학년엔 전학을 갔다. 전교 학생이 500명이 채 안 되는 시골 학교로. 그리고 고등학교는 전교생이 300명쯤 되는 아주 작은 학교로 진학을 했다. 5년 동안 나에게 영어 공부는 성문 종합 영어, 문법, 교과서를 달달 외우는 공부가 전부였다. (듣기와 말하기는 공부를 한 기억이 없다.) 그리고 그렇게 대학에 진학한 후로. 30 여년이 넘고 50대 중반이 다 되도록 단 한 번도 내 의지로 영어 공부를 한 적이 없다.

 

이런 내가 영포자, 1년 만에 이룬 기적의 영어 공부법이라는 책을 손에 넣게 되었다.

영포자. , 나는 영포자였었구나, 40년 가까이 영포자로 살면서, 괜히 부끄럽고 초라했다.

그리고 영어를 못한다는 것은 죄책감마저 들기도 했다. 그런데 이 책을 읽으면서 내가 괜한 부끄러움과 초라함을 느낀 이유가 무엇인지 그 해답을 이 책에서 얻은 것 같다.

 

2. 책을 읽으면서

 

영포자. 또는 영어를 못하는 것에 대해 부끄러움을 느끼는 사람들에게 이 책은 나름 위안이 되어 준다.

영어는 세계 여러 국가의 공용어이다. 그런데 우리 한국에서는 영어라는 일반 언어를 슈퍼 괴물로 만들어서 마치 영어를 못하면 세상살이와 출세를 못하는 사람처럼 취급하게 만들었다. 여러 국가의 사람들과 소통하기 위해서 알아야 하는 (또는 즐겨야 하는) 언어가 아닌, 대학을 위해, 취업을 위해, 승진을 하기 위해 등등 경쟁의 수단으로 전락시켜 놓았다.

그래서 영어가 어려움의 대상이고 그저 못하면 바보 취급되는 것 같고. 괜한 부끄러움을 느끼게 하였다. 그런데 이 책에서는 그런 부끄러움을 가질 필요가 없다고 하면서. 자신의 경험담을 소재로. 나름 소신껏 공부한 영어 학습법을 한국인의 실정에 맞게 제시한다.

갑자기 이제라도 영어 공부를 시작해 볼까?’ 하는 호기심을 자극하게 하면서 말이다.

 

본문 ‘part2 영어를 공부하기 전에 알아야 할 것에서 이런 점들을 강조한다.

 

 

궁금증, 호기심이 영어 배우기의 시작이다.” (43쪽)

배짱이 두둑해야 한다. 실수를 두려워하지 않는 것,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선에게 할 말을 당당히 할 수 있는 것” (45)

거미가 거미줄을 치는 것이 본능이듯 말을 하는 것은 인간의 본능이다.” (46)

비영어권 사람들을 돕기 위한 단순화된 언어-글로비시(Glovish)로 말을 할 때는 쉬운 단어를 사용하는 것은 물론, 천천히 말하고 짧은 문장만 사용하며 의사소통에 도움이 되는 몸짓 등을 적극 활용하라고 합니다.” (52)

 

 

 

그리고 가장 호기심을 자극한 부분은 ‘part3 영어공부 이렇게부분이다.

 

약간 유치할 수 있지만, ‘apnea(프니어, 무호흡)’이라는 단어를 익힐 때는 발음과 뜻을 연결해 아프니하며 외웠습니다. 물론 이런 단어는 일상생활에서 자주 쓸 일이 없어 모르고 넘어갈 수도 있었지만 친한 친구가 이 증상을 가지고 있었기 때무누에 제게는 중요한 단어였습니다. ‘mischievous(미스쳐버스, 짓궂은)’라는 단어를 익힐 때는 상대가 짓궂어 화가 나는 상황을 생각하며 정말 미쳐버리겠스하며 익혔지요.” (69)

 

또한

 

듣기는 의도적, 체계적으로” (74) 편에서는

 

초보자 : EBS를 들으면서, 그림책을 들으면서, 팟캐스트를 보면서,

중급자 : 귀가 트이는 영어, 입이 트이는 영어,

듣기 방식 : 일반적인 듣기, 짧은 동영상 보기, 영화 보기, 영화 끊어서 보기, 드라마(미드) 보기, 팝송 듣기, 뉴스 헤드라인 등 듣기 방식을 구체적으로 짧게 짧게 나누어서 설명하고 있다.

 

읽기는 쉬운 책으로” (99) 편에서는

 

읽기 전략, 책 고르기, 영어책 종류, 어떻게 읽을까, 원서 읽기 성장 과정, 재미있게 읽은 챕터 북 소개, 특별한 의미를 주었던 책 소개,

미국 1~12학년까지 대상 가장 많이 읽은 책 20목록 제시 등 구체적인 목록과 실용적인 방법을 제시하고 있다.

 

말하기는 무조건 입으로” (129) 편에서는

 

저자의 다른 책 영어 말하기, 하루 10분 입에 거미줄을 쳐라에 실린 말하기 5단계를 설명하고 있다. 각 단계에 맞게 간단간단하게 작성할 수 있는 표와 예시문을 제시하고 있다.

 

(137)에 나와 있는 'STEP4. 단어나 구문 생각하기'작성을 위한 거미줄표양식은 아주 단순하면서도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드는 표인 것 같다. 여기저기 활용도가 좋을 것 같고, 나도 탐이 났다. (마구 지적호기심이 형성되는 듯한 느낌! 마저 드는 것 같다.)

 

그리고 의사소통 전략 8가지’(146-149)는 중급자들에게 꽤 유용한 팁이 될 것 같다.

 

3. 책을 읽고 난 후

 

저자는 대단한 사람이다. 영포자로서 영어 없는 세상을 꿈꾸다가 영어 영문학 박사에도 도전할 만큼(206) ‘기적같은 성과를 자기 스스로 만들어 낸 사람이다. 그런 저자의 경험담을 본문에 굳이 화려한 미사여구를 사용하지 않고, 그 기적을 이루어 가는 과정을 단계별로 간결하고 쉽게, 실용적인 내용으로 묶어 놓았다.

 

그래서 나도 자극을 받았다. 그래서 책에서 안내해 준 활용 tip 중에서 몇 가지를 실행해 보고자 한다.

일단 마인드 컨트롤. ‘영어로 말하기에 배짱을 가져 보는 것. 영어를 못한다는 생각을 버리고, 부끄러워하지 않을 배짱을 가져 보는 것이다.

 

그리고 제일 먼저 영어 그림책을 읽기”(101) 실천하기다. 주변 지인들을 통해서 어린 학생들이 읽는 영어 그림책을 얻어야겠다. 20여년 전에는 우리집에도 그런 책들이 꽤 있었는데. 언제 어디에 다 버렸을까, 후회가 된다.

두 번째, “챗봇(Chat Bot, 인공지능 로봇)을 활용하여 말하기를 연습하는 것이다.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로봇이라니, 나에게 더없이 좋은 친구가 될 것이라는 좋은 예감이 든다.

세 번째, EBS 영어 방송을 즐겨 보고 듣고 해야겠다. “연습을 위한 고정시간을 따로 떼어두라”(209)는 충고를 새기면서 말이다.

 

얻은 것은 이미 끝난 것이다. 기쁨의 본질은 그 과정에 있으므로” (Things won are done; joy's soul lies in the doing) - 윌리엄 셰익스피어 (222)

 

위의 말처럼. 영어 공부에 도전하는 그 과정과 배움에서 즐거움을 얻을 수 있다면. 이미 실천하고 있는 나, 그리고 그대는 이미 영포자가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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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블랙 팬서]

 

아프리카 원시성이 살아 있는 아름다운 대자연과 폭포에서의 액션 씬  

 

#소감_세 문장

 

아프리카의 자연, 리듬, 육체, 여성성 등의 어휘가 영화 관람 후에도 계속 머물러 있다. 아이언 맨을 꽤나 좋아했던 나의 취향을 제대로 저격한 영화다. 아프리카의 폭포 절벽 끝에서 이루어지는 육탄전, 부상열차 옆에서 싸우는 두 블랙 팬서의 스타일리쉬한 의상과 그에 걸맞는 액션 씬 등이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감독] 라이언 쿠글러

[출연] 채드윅 보스만, 마이클 B.조던, 루피타 뇽, 마틴 프리먼, 다나이 구리라

[개요] 액션, SF, 드라마, 2018 미국, 12세 관람가

 

 

#영화를 보기 전에

 

마블은 정말 한국을 사랑하는가? (여기 영화에서도 한국의 부산이 나온다고 하던데.)

아이언 맨만큼의 다채롭고 깔끔한 슈트 의상이 제작되는가?

최근 몇 년 동안은 어벤져스, 히어로 등을 소재로 하는 영화를 보질 않았는데. 재미가 있으려나?

 

 

#영화를 보면서

 

아프리카의 대자연, 리듬, 원색, 모래, 표범, 여성의 힘을 고스란히 느끼는 기분. 마블 영화에서 이런 스타일이 흔한 일이던가, 내가 잘 모르고 있었던 부분인가 싶다.

나는 북소리를 참 좋아한다. 그런 의미에서 이 영화 내내 원시적인 북소리를 듣고 있는 것 같았다. 음악도 좋았고, 액션도 좋았다.

 

인류는 앞으로 어디로 흘러 가는가. 그곳은 아마도 아프리카에서 그 근원적인 해답을 찾을 수 있다? 그런 메시지를 작가는 던지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이다.

 

가장 아름다운 자연과 동시에 희귀 금속 비브라늄을 보유하고 있는 와칸다.

그곳의 왕좌를 얻기 위한 싸움과 왕좌에서 앉은 사람이 해야 할 일이 무엇인가를 던지고 있는 와칸다.

 

와칸다의 왕자 티찰라는 스스로 왕좌의 자리를 되찾고, 블랙 팬서로서의 의무도 잊지 않으면서. 희귀 금속 비브라늄을 보유한 나라의 숙명이 무엇인지 찾아 낸다.

 

여타 히어로, 어벤져스 영화보다는 속도감과 파괴력이 약하다. 그러나 그런 면들에서 나는 높은 평가를 한다. 대자연 속에서, 스스로 답을 찾아가는 티찰라의 행보와 아프리카의 숨막히는 아름다움이 이 영화의 매력이라는 생각이다.

원시적인 것으로 초자연적인 힘을 발휘는 것. 아름다운 자연을 유지하면서 최첨단 기술력을 발휘하는 것.

 

그것이 어쩌면 세계 인류가 앞으로 해야 할 모든 과업의 기저가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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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이 채우다
심윤경 지음 / 문학동네 / 201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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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청 재밌다. 일단 읽어 보시라. 기발하고 유쾌한 문장들. 읽는 동안 나의 뇌마저 기발해지는 듯한 느낌적인 느낌마저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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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방인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266
알베르 카뮈 지음, 김화영 옮김 / 민음사 / 201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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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고등학교 1학년때 쯤인가 이 책을 처음 읽었습니다.

그때까지는 책 읽고, 한숨자고, 책 읽고, 걷고.. 그게 저의 유일한 오락거리였습니다.

집에 텔레비젼이 생긴 것은 2학년때쯤인가 봅니다아마도 그 이후부터 책은 나의 오락 1순위에서 저 아래 순위로 밀려 버린 것 같습니다.

 

8살 때부터 생활 공간이 완전 달라지고 부모님과 떨어져서 살게 되었는데, 그곳이 너무 낯설고 두려워서인가, 항상 뭔가 어렵고 짓눌리고, 도망가고 싶을 때, 현실의 집에서 유일하게 벗어날 수 있는 공간이 학교 도서관이었습니다.

그때부터 밥이 아닌, 놀이도 아닌(딱히 노는 것도 없었습니다.) 유일한 장난감이 생긴 것 같아서 책을 매우 아껴가며 읽었던 기억도 새록납니다

 

그런 아이가 고등학교 1학년 때 우연하게(아마도 학교 여선생님 중에서 누군가 빌려주셨을 것입니다.

중고등학교에 와서는 초등학교와는 다르게 지역적으로 환경적으로 열악한 곳으로 전학을 가서, 도서관도 없는 학교에 다니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대부분의 책을 선생님들이 빌려주셨습니다.) 이 책을 만났습니다.

 

한페이지 한페이지 매우 조심스럽게 아껴가며 읽었던 기억이 납니다. 그 책을 읽고 난 후무슨 계기로 2학년때 국어선생님하고 이 책에 대한 얘기를 나눈 적이 있습니다. 그 당시 선생님이 저가 하는 얘기들을 가만가만 들으실 때마다 뭔가 놀래는 표정을 지으셨던 것 같습니다. .. 몇 번 읽었니, 이런 질문도 받았던 것 같고. 주인공 얘기가 무슨 말인지 정말 아는거냐, 하는 질문도 받았던 것 같고. 독후감으로 작성해 올래, 하는 질문도 있었던 것 같고...

아무튼 그 샘과 몇 시간을 이 책에 대해 얘기를 나누었던 것으로 기억이 됩니다.

 

내가 무슨 책을 읽은 후에, 누군가와 기나긴 얘기를 나눈 것이 아마 처음은 아니었을텐데도... 기억의 저편에서는 항상 이 책이 제일 먼저 불쑥 튀어나옵니다.

내 인생의 첫번째 책은, 뭐 이런 질문을 받는다면, 저는 망설임없이 <이방인>이요, 답할 것 같습니다.

어떤 이유로요? 그건 뭐라 정확하게 잘 말할 자신은 없습니다.

그냥, 30년도 더 된 기억이지만, 책을 읽는 내내, 내가 이방인이구나, 내가 뫼르소구나, 그런 생각만 했던 것 같습니다.

 

10대의 소녀가 그게 가능하냐구요? 제가 좀 워낙 스페셜한 환경을 겪다 보니까, 조숙을 완전 넘어서서 '애어른' 등등 속내가 늙은 소녀가 얻을 수 있는 별칭은 다 달고 다녔었던 것 같습니다.

(오히려 지금은 나이보다 정신 연령이 낮은 사람이 되어가고 있는 것 같지만요.)

그때는 아무튼 지금의 내가 생각해도 꽤 늙은 소녀였습니다.

 

2.

<이방인>은 문득문득 일상에서 떠오를 때가 많습니다. 책의 제목 탓인지, 주인공 뫼르소 탓인지... 아무튼 늘 '이방인'이라는 단어와 나는 함께 살고 있는 기분이 들 때도 많습니다.

왜 그럴까요?

...

아직도 그 답을 찾지 못하고 있습니다만,

나와 나를 둘러싼 세계를 분리하고 싶은 강한 무의식의 욕망이 기제가 되어 발동을 할 때마다 그런 현상이 일어나는 것은 아닌가 합니다.

나는 나, 나는 나 외에 아무 것도 아닌 거야...

 

요근래 며칠 동안도 <이방인>을 다시 읽고 싶어지는 날들입니다. 아무 이유도 없이.

 

3.

잠시, 책 속으로 들어가 보겠습니다.

    엄마는 종종 사람이 결코 전적으로 불행해지는 법은 없다고 말을 하곤 했다. 나는 감옥 안에서, 하늘이 물들고 새로운 날이 내 감방 안으로 미끄러져 들어오면, 그 말에 동의하곤 했다. 왜냐하면 실제로 내가 발걸음 소리를 들을 수도 있었을 테고, 그러면 내 가슴이 터져 버렸을 수도 있었을 테니까 말이다.(154)

 

아무리 생각해도 <이방인>은 슬픈 이야기입니다.

뫼르소는 사형 집행의 날을 맞이하기 위해 줄곧 달려온 사람 같습니다.

비로소 행복을 느끼기 위해서.

 

왜 그랬을까요?

그가 살아오는 내내 느꼈던 근원적인 권태, 무기력감은 어디서 오는 것이었을까요?

 

이 세계가 나와 너무도 닮았다, 형제라는 것을 느낄 때, 인간은 비로소 행복해질 수 있는 것일까요?

그러기 전에는 아무 감정도 느낌도 행복도 없이,

모든 세계가 그냥 나와 무관한 객관적인 현상으로 또는 그렇게 보이는 것 같은 환시?로만 보이는 것일까요?

 

4.

<이방인>을 다시 읽고 싶은 이 강한 욕망은 어떤 나쁜 징조같은 것은 아니겠죠.

내가 지금 슬프다거나 외롭다거나...

딱 지금만 같아라, 하면서 소원하고 살고있는 오늘인데.

설마... 외롭다거나 권태롭다거나.. 하진 않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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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 살인자의 기억법

 

#소감_세 문장 :

 

영화적인 연출과 문학적인 행간 사이에는 수많은 이야기가 생략되어 있다, 그 간극을 채우는 일이 관객의 몫이라면 기꺼이 수용하리라. 영화 보는 일에 방해가 될 것 같아서 소설을 책상 위에 두고는 읽지 않았다.

 

 

[개요] 범죄, 스릴러, 2017, 15세 관람가

[감독] 원신연

[출연] 설경구, 김남길, 설현

 

 

 

#배우 설경구

 

 나는 설경구의 팬이다. 그래서 이번 영화 관람도 스토리 및 연출에 대한 관심보다는 설경구라는 배우가 '김병수'라는 캐릭터를 어떻게 소화하는지 관객의 몰입에 어떤 영향력을 주는지 알고 싶어서. 기대감을 갖고 본다.

그런데 관객인 내가 김병수에 몰입되는 정도보다 배우인 설경구가 캐릭터 김병수에 몰입하는 정도가 더 큰 것 같다. 한편으로 그의 연기와 연기를 위한 노력에 대단하다 박수를 치면서도 한편으로는 안쓰럽다는 마음마저 들고 만다.

그는 왜 이토록 연기에 몰입하고 마는가, 아니 왜 이런 어려운 연기에 자신을 몰아넣고 마는가, 캐릭터의 괴기스러움과 자책감, 딸에 대한 부성애, 심리적인 압박감 등이 무겁게 다가온다.

영화적인 기승전결의 스토리를 매듭짓기 위해서는 민태주(김남길 분)의 사연이 불가피했나 보다.

후반부 민태주가 구구절절한 사연을 독백하는 부분은 어쩐지 김병수만의 스토리적인 부분과 심연의 고통을 방해하는 요소로 작용한다.

 

어떤 식으로든 이야기를 매듭지으려는 강박적인 조급함을 버리고. 김병수만의 잃어가는 기억과 뒤죽박죽 엉망이 되어가는 기억을 세밀하게 관찰하고 천착을 거듭하는 것만으로 이야기를 이끌어 냈다면. 이 영화는 더 큰 재미와 여운을 남겼으리라.

그리고 민태주는 그런 김병수의 기억을 현실적으로 자신에게 유리하게 이용하는 악인역할만으로도 충분했을 것 같다.

두 사람의 비중을 나름 균형 있게 안배하려다 보니 영화적인 긴장감이 다소 느슨해지고 밋밋해진다.

 

그래도 어쩔 수 없이, 나는 간만에 스릴러 영화 한 편 재밌게 보고 왔다고, 위안을 만든다.

그리고 며칠 뒤에는 소설 살인자의 기억법을 읽는다.

 

#소설 살인자의 기억법

 

이 책을 읽는 동안 몇 번의 농담을 마주친다. 결코 웃을 수 없는 농담을 말이다.

 

치매는 늙은 연쇄살인범에게 인생이 보내는 짓궂은 농담이다. 아니 몰래카메라다. 깜짝 놀랐지? 미안 그냥 장난이었어.

 

너무나 적확한 표현에 유쾌해지기도 하지만. 그만큼 간담이 서늘해진다. 마냥 웃을 수만은 없다. 사금파리보다 더 날카롭게 빛나는 한마디에 으스스해질 정도다.

 

미안하지만 그것들은 비유가 아니었네. 이 사람아.

 

살인 행위와 살인의 과정을 생생한 언어로 비유한다.

시인이 숙련된 킬러처럼 언어를 포착하고 그것을 끝내 살해하는 존재인 것처럼 주인공 '병수'는 실제로 그렇게 숙련된 킬러이다.

 천부적인 살인자,

살인이 세상에서 제일 쉬운 일..그런 그가 치매를 앓는다,

그리고 혼돈이 시작된다죄의식 하나 없는 인간이 의식과 기억 사이를 오고 가며 자신의 과거를 잃어버린다 기억하려고 애를 쓸수록 그것은 무의미한 망상에 불과하다.

은희를 살리기 위해, 은희를 지키기 위해. 마지막 살인을 준비하는 의식은 이미 무의식의 지배에서 농락당한 또는 패배당한 망상일 뿐이다 .

간결하고도 명료한 빛나는 문장들로 이루어낸 살인자의 기억법..

역시 영화와 문학은 완전히 다른 세계로 읽힌다는 것을 알 수 있게 한다.

서로 같을 수도 없고, 같은 빛깔이 되어서도 안 되는고유의 영역이다. .

그래서 문학도 영화도 따로따로 아름답다.

 

김영하 작가는 말한다.

 

이 소설은 내 소설이다

 

책을 읽으면서도, 책을 다 읽고 난 후에도, 그가 왜 이렇게 말했는지 이해할 수 있다 .

 

김영하 작가는 그만의 방식으로 새로운 세계에 방문하고 온 것 같다.

글 쓰는 일을 여행에 비유했던 것만큼 그만의 글여행 경험이 녹아 있는 것 같다.

아주 좋은 작품을 읽었다. 신선했다.

농담의 공포, 악마적인 재능과 허물어가는 인간의 의식 망각 속에서 허우적거리는 인간의 고통.

 

(없다, 비다, 아무것도 아니다)의 세계로 돌아가는 인간의 마지막 여정 .그 망가지는 인간 기억의 여정을 참으로 빛나는 언어로 잘 빚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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