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유증... 드라마 [펀치] 김래원, 조재현, 서지혜, 그리고 박경수 작가
나에게 있어 드라마가 끝나고 후유증을 앓는 경우가 흔한 편은 아니다.
그런데 이번 드라마 <펀치>는 몇년 전 <황금의 제국>이 끝났을 때보다 조금 더한 후유증을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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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작진] 연출 이명우 / 극본 박경수
[개요] 드라마, SBS 2014.12.15.~2015.02.17. 19부작 방영종료
[출연] 김래원, 김아중, 조재현, 최명길, 서지혜, 박혁권 외
[소개] 다시는 오지 못할 이 세상을 건너가면서 인생과 작별하는 남자, 대검찰청 반부패부 수사지휘과장 박정환 검사의 생애 마지막 6개월 기록을 그린 드라마
박경수 작가의 전작 <황금의 제국>은 그닥 많은 이들이 보진 않았다. 그래서 드라마 얘기를 나눌 사람도 나눌 공간도 없었다.
다만 혼자서 여러 생각을 하며 세상에 대한 자조적인 한숨을 쉬곤 했다.
그리고는 드라마를 끝내고 대학교때 읽었던 <까라마조프네 형제들>을 다시 꺼내 들었다.
가난에서 태어나 성공한 사람은 황금에 제국에 들어가는 일조차 금기시 되는 일인가, 며
나의 염세주의론은 다시 고개를 들기도 했다.
그런데 이번 <펀치>의 결말은 박경수 작가가 절충안을 내놓은 것 같다.
<추적자>는 정말 현실에서는 어려운 결말을 내놓았다. 억울한 국민이 결국은 승리하는 사회를 보여주었다.
<황금의 제국>은 비극적인 죽음으로 마무리하면서 지금껏 꾸었던 꿈을 허무한 물거품으로 만들어 버렸다.
<펀치>는 자기가 선택한 몫과 지은 죄에 대한 죄값을 치른다는 결론을 보여주었지만, 조건이 있었다, 정환의 죽음이었다, 죽음의 문턱을 몇개월 남겨둔 검사의 회환과 반성이 이룩해낸 결과라고 할 수 있다.
하경의 피를 흘린 희생과 정환의 죽음이라는 혹독한 대가를 치러야만 얻을 수 있는 결과라는 것이다.
그렇지 않고서는... 결코 쉽게 얻을 수 없는 현실적인 결론이라는 것이다.
우리 사회에 큰 경종을 울렸던 드라마 <펀치>였다.
이 드라마를 보면서 뜨끔거리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고, 마음이 불편한 사람들도 있을 것이고, 불편한 진실 앞에 고개를 못드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그래서 이 드라마가 용감했고 해냈다고 여겨진다. 세상을 향해 펀치 한 번 제대로 날린 것 같아서 나는 그 자체로 이 드라마가 작년 올해 들어 최고의 드라마라고 여긴다.
물론 정해져 있는 결말을 향해 가기 위해서 개연성이 탄탄하지 못한 부분도 있었지만, 이건 현실이 아닌 드라마이기 때문에 그럴 수 밖에 없는 일이다. 현실은 결론이라는 것이 정해져 있지 않다. 우연의 연속이며 이 우연에 해석을 얹어져 그럴듯한 합리화를 시킬 뿐. 드라마는 이미 해석된 결말로 그 전개 과정을 보여주어야 하기 때문에
현실적인 해석이 앞뒤가 안 맞을 수 있다. 그건 드라마라는 장치가 갖는 하나의 특징이다. 이걸 두고 왈가왈부 할 일은 아닌 것 같다.
드라마 추적자, 황금의 제국, 펀치. 이 세 드라마를 본방을 한 회도 놓치지 않고 보았다.
드라마 리뷰를 쓰기 시작하면서부터는(지난해 11월부터 드라마 리뷰를 작성함)
<펀치>에 대한 리뷰를 한 회도 빠지지 않았다. 그런데 내가 이런 정성을 쏟은 이유가 무엇일까.
...
처음에 시청률이 낮은 것이 못내 안타까웠다. (이런 드라마는 국민이 다 봐도 좋을텐데) 하면서 열심히 사진을 찍고 글을 올렸다. 한 사람쯤은 이걸 읽어 보다가 한 번쯤은 보겠지 싶어서.. 결국 사무실에서도 몇몇이 나의 열담에 귀를 귀울리고 중반부터 보게 되었다. 그리고는 지금은 최고, 최고였어 라고 나보다 더 흥분한다.
그렇다면 나는 왜. 이 드라마에 열광했을까.
물론 첫번째 이유는 황금의 제국의 박경수 작가였기 때문에 무조건 믿고 기대하며 봤다.
그리고 나는 의리녀이기때문에 시작부터 끝날 때까지 의리를 지켰다.
박경수 작가는 절대 나를 배반하지 않았다.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며 숨가쁘게 몰아가는 뒤통수작법은 황제(황금의제국) 보다 더 잦아졌으며, 그 긴장감은 배가 되었다.
그리고 비유와 함축을 넘나드는 명대사 명문장들. 아~~~~ 이건. 몇몇 시인과 소설가들을 다 합쳐도 나올까말까하는 종합선물셋트 같은 것이다.
그리고 두번째는 연기자들의 몫이다.
김래원, 이렇게 멋진 박정환을 탄생시키고 완성하다니...
펀치 마지막회의 조재현과 소주를 주고받은 영상장면의 해맑은 미소는 오래오래 잔상으로 남을 것이다.
죽음을 앞두고도 유머와 웃음을 잃지 않는 당당함과 여유. 최고였다.
조재현, 그는 나쁜남자, 스캔들, 정도전, 역린 등에서 익히 최고를 인정받은 바, 연기력을 논할 필요조차도 없다.
그저 어쩌면 그렇게 구성진 사투리를 맛갈나게 구사할 수 있는지. 그리고 김래원과 주고받는 대사가 어쩌면 그렇게 찰진 궁합인지. 요즘말로 하자면 케미폭발, 브로맨스의 결정판이었다.
서지혜, 그녀가 이렇게나 섹시했던가. 이렇게 대사를 찰지게 전달했던가. 미치겠다, 젠장.
그녀는 앞으로 연기의 폭이 몹시 넓어질 것이다.
그 외에도, 김아중 온주완 최명길 박혁권 김응수 이한위 등등 단 한 사람도 극의 흐름에 흡집을 내지 않았다.
초반에 김아중 서지혜 캐릭터가 불안불안했지만.. 김아중이 연기한 신하경이라는 캐릭터가 깨끗한 물, 착한 정의를 상징하다보니.. 물 흐르듯 흘렀어야 한다고 인정하자.
그리고 세번째는 명장면들이다.
드라마 <펀치>는 먹방도 아닌데 먹는 장면이 매회 나왔다.
그 중에 가장 인상적인 것이 짜장면을 먹는 신이다.
드라마 초반 총장실에서 영상 화면으로 태준과 정환이 마주보며 각각의 테이블에서 짜장면을 먹는 장면, 소름끼치도록 좋았다. 그리고 18회에서 두 사람이 다시 손을 잡기 위해서도 짜장면 집에서 만나고. 먹고.
그리고 최고의 명장면은 정환이 죽기 전에 태준에게 보낸 영상 장면.
영상 화면으로 소주를 한 잔씩 주고받는 남자들의 찐한 우정, 동지애, 애증...
아~ 만감이 교차하는 장면이었다.
이 두 사람의 애증 관계가 종지부를 찍는 장면이었다.
"총장님, 나 갈랍니다. 감옥에서 만수무강 하십시오"
이 역설적인 표현에서 두 가지를 읽을 수 있다. "감옥에서, 죄값을 치르시오." "그래도 만수무강, 건강하십시오."라는 정환의 인간적인 면모가 물씬 풍기는 장면이었다.
그리고 마지막 유머 한 마디 "총장님, 진짜 귀마개 안 어울립니다 하하하" (조재현이 스스로 설정했다고 알려진 귀마개 소품에 대한 정환의 애정어린 농담)
아~ 나는 결국, 이 장면에서 울다가 웃다가... 미쳐버리겠네요, 젠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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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펀치> 드라마가... 아직도 1회부터 19회까지... 머리속에 고스란히 남아 있습니다.
<황금의제국>이 끝나고도 몇달을 황금의 제국이라는 영상에서 헤어나질 못했는데.
다시 박경수 작가의 또 다른 펀치가 나올 때까지는 애타게 기다려야겠네요... ㅠㅠ
#명대사 명장면
1.
조재현의 이태준 검찰총장.
그의 구수한 사투리, 맛깔나는 먹방 대사, 비유와 함축이 돋보이는 명대사. 잊지 못할 것이다.
"정환이 이놈아가 약속을 지켰데이"
2.
김래원의 박정환 검사. 아~ 저 해맑은 미소를 어찌 잊을 수 있을까~
정환씨 잘 가요~~~~ 당신은 최고였습니다~!!!!
"자기 짐은 자기가 각자 지고 갑시다"
"총장님, 나 이제 갈랍니다~"
3.
짜장면을 먹는 이태준&박정환
그들의 공통점인 가난, 서민, 성공, 물거품 등등을 상징하는 음식, 짜장면.
4.
최연진 검사 역을 맡았던 서지혜.
정말 섹시하고 인상적이었습니다~~ "축하해요, 젠장“
5.
조강재 검사 역의 박혁권. 그는 저울의 중심 역할을 한 듯 합니다.
극이 어느 한쪽으로 기울어지지 않게, 적절하게 태준과 정환을 왔다갔다.. 참 잘했습니다.
그런데 그의 형량은? 마지막 방송이 그에게 정말 억울하게 되었지요.
"정환아, 나 정말 억울하다"
6.
총장님~~~ 귀마개 정말 안 어울려요~~~ (이 말, 반어법인 것 아시죠^^)
정환이 생각나고 날씨 추울 때면, 꼭 꺼내서 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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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정말 <펀치>를 보내야 할까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