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방인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266
알베르 카뮈 지음, 김화영 옮김 / 민음사 / 2011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1.

고등학교 1학년때 쯤인가 이 책을 처음 읽었습니다.

그때까지는 책 읽고, 한숨자고, 책 읽고, 걷고.. 그게 저의 유일한 오락거리였습니다.

집에 텔레비젼이 생긴 것은 2학년때쯤인가 봅니다아마도 그 이후부터 책은 나의 오락 1순위에서 저 아래 순위로 밀려 버린 것 같습니다.

 

8살 때부터 생활 공간이 완전 달라지고 부모님과 떨어져서 살게 되었는데, 그곳이 너무 낯설고 두려워서인가, 항상 뭔가 어렵고 짓눌리고, 도망가고 싶을 때, 현실의 집에서 유일하게 벗어날 수 있는 공간이 학교 도서관이었습니다.

그때부터 밥이 아닌, 놀이도 아닌(딱히 노는 것도 없었습니다.) 유일한 장난감이 생긴 것 같아서 책을 매우 아껴가며 읽었던 기억도 새록납니다

 

그런 아이가 고등학교 1학년 때 우연하게(아마도 학교 여선생님 중에서 누군가 빌려주셨을 것입니다.

중고등학교에 와서는 초등학교와는 다르게 지역적으로 환경적으로 열악한 곳으로 전학을 가서, 도서관도 없는 학교에 다니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대부분의 책을 선생님들이 빌려주셨습니다.) 이 책을 만났습니다.

 

한페이지 한페이지 매우 조심스럽게 아껴가며 읽었던 기억이 납니다. 그 책을 읽고 난 후무슨 계기로 2학년때 국어선생님하고 이 책에 대한 얘기를 나눈 적이 있습니다. 그 당시 선생님이 저가 하는 얘기들을 가만가만 들으실 때마다 뭔가 놀래는 표정을 지으셨던 것 같습니다. .. 몇 번 읽었니, 이런 질문도 받았던 것 같고. 주인공 얘기가 무슨 말인지 정말 아는거냐, 하는 질문도 받았던 것 같고. 독후감으로 작성해 올래, 하는 질문도 있었던 것 같고...

아무튼 그 샘과 몇 시간을 이 책에 대해 얘기를 나누었던 것으로 기억이 됩니다.

 

내가 무슨 책을 읽은 후에, 누군가와 기나긴 얘기를 나눈 것이 아마 처음은 아니었을텐데도... 기억의 저편에서는 항상 이 책이 제일 먼저 불쑥 튀어나옵니다.

내 인생의 첫번째 책은, 뭐 이런 질문을 받는다면, 저는 망설임없이 <이방인>이요, 답할 것 같습니다.

어떤 이유로요? 그건 뭐라 정확하게 잘 말할 자신은 없습니다.

그냥, 30년도 더 된 기억이지만, 책을 읽는 내내, 내가 이방인이구나, 내가 뫼르소구나, 그런 생각만 했던 것 같습니다.

 

10대의 소녀가 그게 가능하냐구요? 제가 좀 워낙 스페셜한 환경을 겪다 보니까, 조숙을 완전 넘어서서 '애어른' 등등 속내가 늙은 소녀가 얻을 수 있는 별칭은 다 달고 다녔었던 것 같습니다.

(오히려 지금은 나이보다 정신 연령이 낮은 사람이 되어가고 있는 것 같지만요.)

그때는 아무튼 지금의 내가 생각해도 꽤 늙은 소녀였습니다.

 

2.

<이방인>은 문득문득 일상에서 떠오를 때가 많습니다. 책의 제목 탓인지, 주인공 뫼르소 탓인지... 아무튼 늘 '이방인'이라는 단어와 나는 함께 살고 있는 기분이 들 때도 많습니다.

왜 그럴까요?

...

아직도 그 답을 찾지 못하고 있습니다만,

나와 나를 둘러싼 세계를 분리하고 싶은 강한 무의식의 욕망이 기제가 되어 발동을 할 때마다 그런 현상이 일어나는 것은 아닌가 합니다.

나는 나, 나는 나 외에 아무 것도 아닌 거야...

 

요근래 며칠 동안도 <이방인>을 다시 읽고 싶어지는 날들입니다. 아무 이유도 없이.

 

3.

잠시, 책 속으로 들어가 보겠습니다.

    엄마는 종종 사람이 결코 전적으로 불행해지는 법은 없다고 말을 하곤 했다. 나는 감옥 안에서, 하늘이 물들고 새로운 날이 내 감방 안으로 미끄러져 들어오면, 그 말에 동의하곤 했다. 왜냐하면 실제로 내가 발걸음 소리를 들을 수도 있었을 테고, 그러면 내 가슴이 터져 버렸을 수도 있었을 테니까 말이다.(154)

 

아무리 생각해도 <이방인>은 슬픈 이야기입니다.

뫼르소는 사형 집행의 날을 맞이하기 위해 줄곧 달려온 사람 같습니다.

비로소 행복을 느끼기 위해서.

 

왜 그랬을까요?

그가 살아오는 내내 느꼈던 근원적인 권태, 무기력감은 어디서 오는 것이었을까요?

 

이 세계가 나와 너무도 닮았다, 형제라는 것을 느낄 때, 인간은 비로소 행복해질 수 있는 것일까요?

그러기 전에는 아무 감정도 느낌도 행복도 없이,

모든 세계가 그냥 나와 무관한 객관적인 현상으로 또는 그렇게 보이는 것 같은 환시?로만 보이는 것일까요?

 

4.

<이방인>을 다시 읽고 싶은 이 강한 욕망은 어떤 나쁜 징조같은 것은 아니겠죠.

내가 지금 슬프다거나 외롭다거나...

딱 지금만 같아라, 하면서 소원하고 살고있는 오늘인데.

설마... 외롭다거나 권태롭다거나.. 하진 않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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