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줄 위의 남자
다니엘 켈만 지음, 박종대 옮김 / 다산책방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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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틸줄위의남자 #종교전쟁 #다니엘 켈만  #다산책방 #소설 #독일문학


틸, 줄 위의 남자


주인공은 14세기에 살았다고 전해지는 인물 틸 울렌슈피겔이다. 중세 독일의 민담으로 전해 오는 악동이자 어릿광대인 울렌슈피겔은 온갖 장난으로 사람들을 골탕 먹이고 성직자나 권력층을 조롱하는 캐릭터다. 한편 부조리한 세상을 조롱하면서 전쟁으로 고통받는 사람들에게 즐거움과 위로를 선사한다. 


틸의 이름은 올렌슈피겔 또는 오일렌슈피겔로 알려져 있는데, 오일레는 '부엉이', 슈피겔은 '거울'을 뜻한다. 부엉이는 고대 그리스에서 지혜를 뜻했으나, 중세에선 파괴적인 악마의 상징이었다. 틸은 바보같은 행동을 함으로써, 이를 보고 즐기는 인간들에게 거울을 들이밀며, 그게 곧 그들의 모습임을 보여주면서, 그들 사이에 싸움을 일으키면서 자신들의 어리석음을 깨닫게 한다.



30년 전쟁(1618~1648)


소설이 배경이다. 인류역사 최대의 종교전쟁이자 최초의 근대적 국제전이며 800만여 명이 희생된 전쟁으로 베스트팔렌 조약으로 마무리되었다. 주로 오늘의 독일 땅에 해당하는 신성로마 제국을 무대로 일어났는데, 오늘날의 로마와 상관없다. 제국도 아닌 수백 개 다민족 제후국의 느슨한 연합체였다. 


가톨릭의 면죄부 판매로 촉발된 종교개혁이 신교에 대한 구교의 강력한 탄압으로 이어져 물리적 충돌이 일어났고, 1555년 아우크스부르크 화의로 마무리 되었다. 하나의 제국, 하나의 신앙을 고집하던 신성로마제국의 원칙이 철회되고, 각 지역의 주민은 지역 통치자의 신앙에 따른다는 원칙이 수립됐다.


종교 간의 평화는 보헤미아 왕 페르디난트 2세다 신성로마제국 황제에 즉위하면서 가톨릭교도였던 그가 제국을 다시 하나의 종교로 통합할 목적으로 신교 탄압에 나서게 되어 신교와 구교 간의 치열한 전쟁이 시작되었다. 30년 동안 전쟁이 계속된 것은 이해관계에 따른 유럽 각국의 개입이 있었기 때문이다. 


덴마크, 네덜란드, 노르웨이, 스웨덴은 신교 편에 섰고, 스페인, 오스트리아는 구교 편에 섰다. 프랑스는 가톨릭 국가였지만 정치적 이해에 따라 신교 쪽을 택했다. 당시는 기술과 자본이 발달하고, 자유도시를 중심으로 상업과 무역이 활발하던 시기였다. 당시 사람들은 보수적인 가톨릭보다는 부를 신의 은총으로 여기던 신교의 교리를 더 마음에 들어 했다. 그럴수록 구교는 자유도시를 구교의 영토로 편입하려고 했고 신교 연햡은 극심하게 저항했다. 


더미와 낱알의 구분점


곡식 더미가 있고, 거기서 낱알을 덜어내면, 더미는 여전히 더미다. 이제 하나를 더 덜어낸다. 여전히 더미다. 그런데 낱알을 하나씩 계속 빼나가면 언젠가 더미가 더미가 아닌 순간이 온다. 바닥에 남은 낱알 몇 개를 더미라고 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면 곡식 더미는 어느 낱알부터 더미가 아니게 될까? 언제 그런 일이 일어날까?  클라우스는 곡식 더미를 쌓았다가 낱알을 빼내가는 작업을 머릿속으로 골백번도 더 해보았다. 하지만 결정적인 순간은 찾지 못했다.(p106) 


읽다가 같이 생각을 해봤던 단락이다. 언제부터 구분을 하는지 명확하게 설명하기가 어렵다. 다니엘 켈만의 소설은 처음 읽었는데, 상상력을 자극하는 역사를 바탕으로 한 판타지 소설이다. 극과 극의 세상을 외줄타기 하듯 살아가는 광대의 삶을 엿볼 수 있는 소설이기도 하다.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은 도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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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재의 마법 (특별판 리커버 에디션) - 지식 세대를 위한 좋은 독서, 탁월한 독서, 위대한 독서법
김승.김미란.이정원 지음 / 미디어숲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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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재의마법 #좋은독서 #위대한독서법 #나만의공간서재 #책읽는공간


자기계발 > 성공학

서재의 마법, 김승, 미디어숲



서재는 계속 변화하고 성장하는 공간


20년간 독서를 하였으며, 하루 1권 읽기를 실천하여 300개의 지식 바인더 그리고 36개의 테마 일기장의 주인공 김승의 서재를 만나는 책이다. 저자는 서재는 하루아침에 만들어지지 않으며, 계속해서 변화하고 성장하는 공간이 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책을 읽다 보면 빨리 읽히는 책도 읽고 천천히 읽어야 하는 책도 있다. 연구 자료는 몰입해서 읽어야 하고, 같은 주제를 다루는 책은 초반의 10~15권 정도는 읽기 어렵지만 이 단계를 넘어서면 내용이 상당 부분 겹치기 때문에 수월하게 읽을 수 있다. 


처음의 지식 축적의 단계를 지나면 통찰력이 작동해서 지식 선별의 힘이 생긴다. 이후부터는 지식을 추가하고 정교하게 다듬어가기가 용이하다. 깊이 독서의 단계에서는 필요에 의한 '발췌'독서'가 이루어진다. 지금 독서모임에서 하고 있는 것도 깊이 독서로 발제와 공유를 통해 사유하는 시간을 갖는다. 같은 내용을 읽었으나 다른 생각과 느낌을 받았음을 확인할 때마다 '다름'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을 하게 된다.



책을 통해 어디로 가려고 하는가


독서는 내가 어디로 가는지, 어떻게 가는지, 왜 가야 하는지, 방법은 무엇인지, 잘 가고 있는지 등도 생각하는 기회도 제공한다. 


"무슨 책을 읽을 것인가"

"책은 어떻게 선정해 구입하고 어떻게 배치하며 읽을까?"

"넓고 깊게 읽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독서 이후 책의 내용을 기록하고 흔적을 남기며 활용하는 방법은 무엇일까?"

"도서를 통해 축적된 지식을 어떻게 체계적으로 데이터에 저장할까?"


'책을 읽는다.'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한 번쯤은 가져보는 질문들이다. 책을 좋아한다고 해서 누구나 서재를 갖고 있지는 않다. 그러나 거창하고 화려한 서재는 없어도 책꽂이 정도는 웬만한 사람이면 하나쯤 가지고 있다. 지인의 집에 방문했다면 책꽂이에 꽂혀있는 책의 제목을 한 번 훑어보기를 바란다. 관심 분야가 무엇인지 대충 알 수 있다. 책의 제목 만으로도 대화의 물꼬를 트는 힌트를 발견할 수도 있다.



신문에 대한 생각


저자는 7종의 신문을 보는데, 신문을 '읽기'라고 하지 않고 '보기'라고 표현한다. 1단계 훑기, 2단계 선정, 3단계 편집(카메라로 촬영)이다. 촬영한 신문기사들은 N드라이브에 업로드되고, 폴더에 저장한 신문을 읽는 것은 이동 중이거나 잠깐 짬이 나는 시간을 이용해서 본다. 4단계 읽기에 해당한다. 5단계는 보존인데 블로그 주제별로 기사를 넣어 놓는다.


나도 예전에는 신문을 스크랩해서 보관했으나 이제는 방법을 바꿔서 블로그에 스크랩한다. 신문을 보는 이유는 단순하다. 꼼꼼히 읽지 않고 대충 훑어봐도 세상 돌아가는 분위기를 알 수 있기 때문이다. 저자도 신문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책 읽기보다 우선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매월 발간되는 신간은 약 3,500권 정도이다. 하루에 100권 이상이 쏟아져 나온다. 이 많은 책을 다 읽을 수는 없다. 그래서 신문을 보고 시대의 흐름을 파악한 후에 변화에 적응하기 위한 책을 선정하면 도움이 된다. 순수한 독서가가 줄어드는 지금, 독서가 필요한 이유가 무엇인지 생각해 볼일이다. 



공간은 의미를 부여하기 나름


'인생을 바꾸고 싶다면 나만의 서재를 만들어라.'라고 저자는 말한다. 그러나 서재는 반드시 별도의 공간을 가져야 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독립적인 공간을 꾸밀 처지가 안된다고 한탄만 해서는 아무것도 바뀌지 않는다. 형편이 닿는대로 거실 한편에 꾸며도 무방하다고 생각한다. 


스스로 생산하고 정리할 힘을 갖지 못하면 결국 다른 사람이 만든 지식을 따라갈 수 밖에 없다. 저자가 그동안 독서를 통해 품었던 질문에 답이 되는 마치 작은 도서관 같은 서재를 엿볼 수 있는 책으로, 이십 년간 지식 전달자로 살아온 저자의 이야기가 궁금하다면 들쳐봐도 좋은 책이다.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은 도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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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일하는가 - 지금 당신이 가장 뜨겁게 물어야 할 첫 번째 질문
이나모리 가즈오 지음, 김윤경 옮김 / 다산북스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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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일하는가 #교세라 #이나모리가즈오 #다산북스 #일의의미 #일하는방법 #경제경영 #기업경영 


왜 일하는가


차가운 밤공기를 마시며 회사 건물을 빠져나갈 때면, 간신히 붙잡고 있던 마음속 둑이 한꺼번에 무너지는 기분이 들었다. 내 것이 아니고 앞으로도 내 것이 아닐 이름 없는 일들에 휩싸여 오늘도 수없이 나를 지우고 또 지웠다. 그저 하루를 최선을 다해 살아냈을 뿐인데, 어쩌다 내 삶은 밑 빠진 독처럼 텅 비어버린 걸까.


하지만 나는 안다. 다음 날 피곤한 몸을 간신히 일으키고 나면, 내 삶은 다시 0으로 돌아갈 것이고, 언제 끝날지 모를 일터가 두 눈을 뜬 채 기다리고 있다는 사실을.


60여 년 전. 부도 직전의 지방 중소기업에 입사한 한 청년도 똑같은 고민에 휩싸였다. '앞으로 내 삶은 어떻게 될까?', '내가 걷는 이 길이 정말 맞는 걸까?', '5년 후, 아니 1년 후에도 나는 이 일을 계속하고 있을까?' 시간이 흘러 아흔의 노경영자가 된 그는 그때를 돌아보며 오늘을 살아가는 청년들에게 이렇게 묻는다. 


왜 그 일을 하는가?

그 일을 통해 당신은 무엇이 되길 꿈꾸는가?

끌려다녀서는 아무것도 제대로 할 수 없다.

일도, 그리고 인생도.


힘들수록 자신이 하고 있는 일에 더 전념


이 세상에 매끄럽고 순탄하기만 한 삶은 없다. 생각지도 못한 불행이 잇달아 우리 삶을 덮쳐오기도 한다. 역경과 불행에 사사건건 휘둘리면 자신의 운명을 원망하고, 살아갈 의욕마저 잃게 된다. '왜 내게만 이런 고난이 밀려오는 걸까?', '하루는 버티기도 힘들다.', '앞으로 내 삶은 어떻게 되는 걸까?' 


저자는 그럴수록 더 자신이 하고 있는 일에 더욱 맹렬히 전념하기를 권한다. 일을 한다는 것, 더 나아가 지금 자신이 하고 있는 일에 전념한다는 것은 삶의 모든 고통을 이겨내는 만병통치 약과 같다. 온갖 시련을 극복하고 인생을 좋은 방향으로 이끄는 묘약이라고 해도 좋다. 


'일하는 것'은 우리 삶에 닥쳐오는 시련을 이겨내고, 운명을 좋은 방향으로 이끄는 유일한 길이라고, 그러니 힘들고 어려운 때일수록 더욱더 자신이 맡은 일에 사력을 다해 전념하라고 저자는 말한다. 그러면 분명 자신을 옭아매던 고난과 좌절을 극복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상상도 하지 못했던 새로운 미래를 맞이할 수 있을 것이다. 저자가 90년 동안 직접 경험했고, 영세한 기업이던 교세라를 세계 최고의 그룹으로 키워낸 비결이다.



진정으로 원하고 전념을 다할 때 꿈은 현실이 된다


어떤 순간에도 노력을 하면서 절대로 주저앉지 않으면, 반드시 신은 큰 선물을 안겨줄 것이라고 믿음을 가지고 있는 이나모리 가즈오는 어려운 문제에 부딪힐 때마다 직원들에게 다음과 같이 말했다. 


신이 도와주고 싶어 할 만큼 한결같이 일에 전념하게. 

그러면 아무리 고통스러운 순간에도 분명 신은 손을 내밀 것이고, 

반드시 성공할 수밖에 없다네.


진정으로 원하고 전념을 다할 때 꿈은 비로소 현실이 된다. 

그 꿈을 실현하기 위해 구체적으로 무엇을 어떻게 할지 

스스로 생각하고 방법을 찾아야 한다.



잘 살아내기 위한 생각


저자는 올바른 사고방식과 강한 열의로 능력을 최대한 살려서 세상에 정면으로 도전하라고 당부한다. 이나모리 가즈오의 책을 여러 권 읽다 보니 겹쳐지는 내용이 많이 실려 있지만, 저자의 진솔한 말투로 인해 지루하게 느껴지지 않는다. 


삼성이 10년간 신입사원들에게 권했다는 광고 문구, 일에 매진하라는 내용으로 인해 시대에 맞지 않는 책, 회사를 위한 일벌레를 만들기 위한 책으로 느껴질 수도 있다. 그러나 앞선 시대를 산 노경영자가 평생에 걸친 일에 대한 자세가 느껴지는 책이기도 하다.


'처음에는 그저 생각하는 수준에 불과하지만, 생각은 점점 현실로 다가오고, 마침내는 꿈과 현실의 경계가 사라져 이미 실현된 것처럼 생생하게 느껴질 것이다. 완성된 형태가 머릿속 혹은 눈앞에 선명하게 그려질 때까지 매진해야 한다. 흑백으로 보인다면 아직 생각이 충분하지 못하다는 증거다. 더욱 선명하게 보일 때까지 생각에 생각을 거듭하라.'


낙관적으로 구상하고, 비판적으로 계획하며, 다시 낙관적으로 실행한다.

교세라 신제품 개발 원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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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왕조실록 4 : 세조·예종·성종 - 백성들의 지옥, 공신들의 낙원 조선왕조실록 4
이덕일 지음 / 다산초당(다산북스)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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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왕조실록4 #세조예종성종 #백성들의지옥공신들의낙원 #역사는미래를보는거울 #다산초당 #이덕일


조선왕조실록 


조선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는 '조선은 낙후되고 정체된 나라', '조선은 타율적이고 나약하다.'라는 말로 요약되는 일제강점기 식민사학의 영항 탓이다. 조선후기에 노론 중심의 부패한 정치가 나라를 망친 것은 사실이나, 518년이라는 긴 세월 동안 왕조가 유지되었다. 저자는 그 이유를 조선의 기록 유산  <조선왕조실록>과  '제도'라고 보았다. 


 <조선왕조실록>은 조선 멸망 후 일본인이 편찬을 지휘한 <고종실록>, <순종실록>을 제외하면 조선인이 직접 편찬한 것이다.  <조선왕조실록>은 뒤의 임금이 앞의 임금 때 있었던 일들을 날짜별로 기록한 편년체(역사 서술 체제의 하나, 역사적 사실을 연대순으로 기록하는 기술 방법)역사서다. 


선왕이 세상을 떠나면 후왕이 실록청을 설치해 선왕 때의 역사를 편찬하는데, 선왕 때 사관의 기록과 <승정원일기>, <의정부등록> 등 정부 기관의 기록은 물론 경영에 참석했던 신하들의 <경연일기>등 선왕 때 기록된 모든 자료를 모아서 편찬한다. 


실록에 기록되는 왕은 대부분 현왕의 아버지여서, 신하들이 생존해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래서 실록 편찬에 살아 있는 권력의 간섭을 막는 것이 절대 과제였다. 이런 연유로 대신들은 물론 후왕도 실록을 볼 수 없었다. 선왕 때의 일이 필요한 경우, 해당 부분만 따로 등사해 국정에 참고하게 했을 뿐이다.  


<조선왕조실록>은 권력의 개입을 원천적으로 차단했다. 연산군 때 선비들이 화를 당한 '사화'의 단초가 되었던 김종직의 <조의제문>이 그대로 실록에 실려 우리에게 전해졌다. <조선왕조실록>은 국왕이 감추고 싶은 기사까지 그대로 실려 있다. 조선의 선비들은 당대의 진실을 후대에 전하기 위해 목숨을 걸었던 <조선왕조실록>은 1977년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되었다. 


계유정란


단종에게 사약을 들고 갔던 금부도사가 왕방연이라는 것은 처음 알게 되었다. 왕방연은 <세조실록>에 이름이 나오지 않으나, <숙종실록>에는 나오는데 <승정원일기>의 날짜 기록과 내용이 거의 같다고 한다(p100). 이때 숙종은 강원도에 단종을 죽인 공생의 이름을 알 수 있는 단서가 있으면 찾아서 보고하라고 명했다. 숙종의 언급 이후, 금부도사가 왕방연이라는 사실이 널리 알려진 것으로 추측된다고 한다.


단종 1년(1453년) 10월 수양이 일으킨 쿠데타는 4년 후인 세조 3년(1457년) 10월 단종의 목숨까지 빼앗는다. 이 일은 조선 유학 사회에 엄청난 충격과 후유증을 남기면서 백성들의 살과 뻐를 갉아먹는 공신들의 나라가 되는데 일조했다. 


이후 성군을 꿈꾸었던 참군 세조, 공신 집단에 칼을 겨눴던 젊은 왕 예종, 공신과 사림 사이의 줄타기를 하던 성종은 각기 다른 역사를 썼고, 조선왕조실록에 기록으로 남았다.


조선왕조실록에서 우리는 무엇을 배워야


조선 왕조 518년 동안 27명의 임금이 있었다. 한 임금이 평균 19년 정도 왕위에 있었다고 보면, 성공적인 정치가였다는 평을 받는 왕은 그리 많지 않다. 성공과 실패는 당대의 환경에 좌우되지는 않는다. 시대가 필요로 하는 군주상을 이해하고, 현실 정치에 얼마나 구현했느냐에 따라 후대의 평가가 갈린다. 


또한 조선은 어느 한 기관도 독주할 수 없는 상호 견제의 원칙을 제도로 확립했는데, 이는 국왕과 신하도 마찬가지였다. 조선은 의정부서사제와 육조지계제를 번갈아 시행했는데, 전자는 의원내각제, 후자는 대통령중심제와 비슷하다. 조선은 번갈아 사용하는 운용을 묘를 살리면서 왕권과 신권의 조화를 추구했다. 


의정부와 육조 판서 등 고위 관료들의 전횡은 대간이라 불린 사헌부·사간원의 중하위 관료들이 지닌 탄핵원으로 견제했다. 수사권 역시 사헌부를 비롯해 의금부, 형조, 포도청 등 여러 기관에 나눠줘 수사기관의 부패와 전횡을 방지하고, 정의를 실현하는 데 만전을 기했다. 


오늘날처럼 수사와 기소의 독점권을 가진 대한민국 검찰의 폐단을 원천적으로 차단했다. 게다가 수사는 문과 출신이 담당했지만, 수사 기록에 대한 판결은 사율원의 중인들이 담당했다. 대한민국의 사법부가 신뢰받지 못하는 근본적인 이유가 재량권 남용에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선조들의 운용의 묘를 본받을 필요가 있다.


역사는 미래를 보는 거울


역사를 공부하는 목적은 과거를 돌아보면서 미래의 길을 찾기 위함이다. <조선왕조실록>에는 당대의 모든 사실을 가감 없이 적었다. 이 책을 통해 얻을 수 있는 것은 첫째, 우리 사회나 한 조직의 앞일을 예측할 수 있는 청사진으로 삼을 수 있다. 둘째, 자신이 속한 사회나 조직에 필요한 사람이 누구인지 알 수 있다. 셋째, <조선왕조실록>을 통해 우리 개개인의 삶을 돌아볼 수 있다.


조선은 선비의 나라였다. 공직에 진출한 유학자에게 가장 두려운 것은 국왕이나 상급자의 명령을 거부해 받는 처벌이 아니라, 선비들의 공론인 '사론'이었고, 국왕도 예외가 아니었다. 왕세자가 받는 교육에서 가장 중시된 것도 <대학>의 다음 구절이었다. 


먼저 몸을 닦고. 집안을 가지런히 만들고, 나라를 다스리고, 천하를 평안하게 한다.

<수신제가치국평천하>


조선의 국왕은 스스로 선비임을 내세웠고, 사론을 중시했다. 이것이 때로 양반 사대부의 기득권 옹호나 사대주의 성리학에 대한 신봉으로 나타나는 폐단도 있었지만, 선비 정신이야말로 조선의 정신세계를 이끌어간 핵심이라고 할 수 있다. 권력에 아부해 출세하거나 사사로운 이익을 지키는데 급급하지 않고, 선비의 도리를 지키는 것이 진정한 선비 정신이다. 


식민사관에 의한 역사왜곡 


조선 초의 사대주의는 국체 보존을 위한 실용적 사대주의였다. 그러나 중화 사대주의를 명분으로 내세운 인조반정 이후 정묘·병자호란을 겪으면서 점점 약해졌고, 숙종 때 백두산정계비를 통해 압록강 북쪽 강역을 포기하고 말았다.  그러나 그때도 간도(지금의 연변 지역)는 조선 강역이었다. 


조선의 최대 강역을 지금처럼 압록강에서 두만강까지로 인식하게 된 것은 일제강점기 식민 사학자들의 악의적 왜곡 때문이다. 그래서 이런 왜곡을 최대한 바로잡으려고 노력했다고 저자는 말한다. 중국은 과거를 지우고 역사를 새로 만들어가는 중이다. 지금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우리의 역사를 아는 것이고, 지키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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熱帶 (B6)
모리미 토미히코 / 文藝春秋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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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대 #熱帯 #모리미도미히코 #森見登美彦 #일본소설 #천일야화 #교토천재작가데뷔15주년작 #책장의의미


#열대가제본읽다


「열대」는 일본의 인기작가 모리미 도미히코(森見登美彦)의 신작 소설이다. 일본에서는 2018년 11월 발간되었고, 한국에서는 곧 발간 예정이다. 인터넷 서점에 「열대」검색하면 아직 검색되지 않지만, '모리미 도미히코'로 검색하면 지금까지 많은 도서가 출간되었음을 알 수 있다. 


「천일야화」가 계속 등장하는 소설 


놀라운 마법과 흥미진진한 모험이 펼쳐지는 가운데, 아랍의 문화와 관습은 물론 아랍인들의 세계관과 기질을 재미있게 전하는 앙투안 갈랑의 <천일야화>는 출간된 1704년부터 유럽에서 폭발적인 베스트셀러가 되었다. 학자들은 물론 일반 독자에게까지 열광적인 반응을 이끌어 낸 <천일야화>는 2010년 1월 국내에 처음 6권으로 완역 발간되었다. 


앙투안 갈랑의 <천일야화>는 리차드 버턴판 <아라비안 나이트>를 존재하게 한 작품으로, 버턴판보다 180여 년 앞서 유럽인에게 동방의 설화와 민담을 소개하였다. 근엄한 유럽 사회에서 금지되었던 내밀한 욕망들을 표현하기 위한 배출구에 지나지 않았던, 그래서 더더욱 외설적이고 잔인한 내용으로 각색될 수밖에 없었던 여타 번역본들과 달리, <천일야화>의 원전은 지극히 건강하고 유쾌한 웃음을 전한다.


책장이라는 것은 


책장에 모아놓은 인간의 마음이 잘 표현한 문장이다.


책장이라는 것은 

자신이 읽은 책, 

읽고 있는 책, 

가까운 시일 내에 읽을 책, 

언젠가 읽을 책, 

언젠가 읽을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믿고 싶은 책, 

언젠가 읽을 수 있게 된다면 '후회 없는 인생'이라고 말할 수 있는 책...

그런 책의 집합체예요. 그곳에는 과거와 미래, 꿈과 희망, 작은 허영심이 뒤섞여 있다. 

일본소설, 열대, 모리미 도미히코



너와 관계없는 일을 이야기하지 말라. 그렇지 않으면 너는 원치 않는 것을 듣게 되리라.


이 책이 서두에 쓰여있는 문장이다. 갑자기 사라진 한 권의 책을 찾아가는 내용이 담긴 장편소설이다. 침묵 독서회에서 만난 환상의 책 「열대」는 기묘한 책이다. 읽은 적은 있는데 마지막까지 읽은 사람이 없다. 이 책의 비밀을 해명하려는 「학단」, 신출귀몰하는 「아라비아 서점」, 비밀을 푸는 열쇠를 쥔 카드 박스 그리고 「방안의 방」등...


「열대」를 따라갈수록 비밀은 더 깊어지고, 현실은 희미해졌다. 이상하고 이상한 책 「열대」는 쫓아가면 갈수록 더 멀리 달아났다. 이 책에 푹 빠졌다는 일본 독자가 많다. 비밀을 풀고 싶은 마음은 없었으나 어느새 비밀을 같이 찾고 있었다는 평도 있다.


이야기가 꼬리에 꼬리를 물어서 뫼비우스의 띠 같은 느낌이 든다. '비밀을 따라가고, 비밀에 쫓기는 대항해'라는 표현이 어울린다. 도쿄와 교토가 배경이 되어서 지명을 생각하면서 내용을 따라갔다. 덕분에 교토의 이곳저곳을 떠올리게 되었고, 교토에서 참석했던 독서모임도 생각하면서 기분 좋게 읽은 책이다.


「이 책을 마지막까지 읽은 사람은 없습니다.」


何でもないということは何でもあるということだ。


"아직 끝나지 않은 이야기를 인생이라고 부르는 것뿐입니다."


표지가 바뀐 것이 아쉽다


작가의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방식에 감탄하면서 읽었다.  '교토의 천재 작가'라는 별칭이 이해된다. 다음에 교토 가면 만나보고 싶은 마음이 들 정도이다. 물론 개인적인 친분은 없다. 교토대에 교수나 지인들이 있으니 작가에 대해 물어 보고 싶은 마음이 생겼다. 


그리고 일본도서가 한국어로 번역될 때 자주 하는 말인데, 이번 책도 마찬가지다. 원래의 표지 그림이 이 책의 내용을 더 잘 나타낸다. 


<출팔사로부터 제공받은 도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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