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기슭에서, 나 홀로
우에노 지즈코 지음, 박제이 옮김, 야마구치 하루미 일러스트 / 청미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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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속에 사는 사람

NHK의 한 프로그램에서 우연히 우에노 지즈코(#上野千鶴子)의 에세이 <산기슭에서, 나홀로(원제: #八ヶ岳南麓から)> 소개를 본 적이 있었고, 그 후 청미출판사가 10주년을 맞아 첫 에세이로 이 책을 출간했다기에 궁금해서 출판사 도서지원으로 읽었다. 

예상대로 야쓰가타케 산을 비롯해 익숙한 지명이 여러 곳 등장했다. "주말에는 나가노에 있어요"라는 문장에는 피식 웃기도 했다. 실제 나가노에 별장이 있는 지인이 있고, 지금 한국에 놀러 온 지인의 집은 시즈오카여서 차로 2시간 정도 걸리는 거리에 살고 있는 데다 오는 4월에 한국을 방문하는 지인은 더 가까운 고텐바시에서 살고 있다. 

저자가 기록한 산속 별장 생활은 지인들과 함께했던 시간이 떠오르게 만드는 내용이 많았다. 지인들의 별장, 산속에서 함께 보낸 시간, 만난 사람들, 신선한 과일과 채소, 바비큐, 불꽃놀이, 정원, 텃밭, 들꽃 등이 하나하나 선명하게 떠올랐다. 특히 '반딧불이'에 관한 이야기는 내게 많은 것을 베풀어준 지인을 떠오르게 만들었다. 저자처럼 나도 산속에 별장이 있던 지인과 함께 한밤중에 반딧불이를 보러 간 적이 있고, 그때 반딧불이 명소로 안내해 줬던 지인은 지금 투병 중이어서 묘한 동질감을 느꼈다. 저자가 평생 한 번이라도 좋으니 꼭 보고 싶다던 아오모리현의 시로사키성의 벚나무 또한 지인과 함께 방문했다. 

책과 함께하는 행복

어려서부터 '읽기'와 '쓰기'가 좋았다던 그녀! 그것만 있으면 살아갈 수 있다는 그녀는 천장까지 닿은 책에 둘러싸여 도서관 같은 공간에서 고요히 홀로 지내는 시간이 최고로 행복하다고 했다. 책과 함께라면 더 바랄것이 없고, 책은 다른 세계로 나를 데려다주는 도라에몽의 '어디로든 문'과 같다는 말에도 공감한다. 

'이주자 커뮤니티'에서 산속 생활에서까지 도심에서 지녔던 명함의 직책을 산속에까지 가져온 사람이 있다는 말에 몇몇 사람이 떠오르기도 했다. 내게 좋은 사람이란 대화를 나눌  때 말이 통하고 함께한 시간이 즐거우면 된다. 여기에 다른 것이 끼어들면 소통에 방해가 될 뿐이다. 

나 홀로 족의 마지막 순간

저자는 '나 홀로 족' 생활을 즐기며 정말 좋아하는 호쿠토(北杜)에서 생을 마지막을 맞고 싶다고 했다. 평상시에는 '나 홀로 족'으로 살아도 '연말연시 가족' 또는 '때때로 가족'이 있으면 좋을 것 같다. 아직 한국에는 없지만, 여러 연령층이 모여 서로 돕고 도우며 사는 그룹홈이 생기면 좋겠다.

이 책은 일본에서는 2023년 11월 21일 발간했다. 아마존 평점은 5점 만점에 4.2점이고, 74개의 평점이 있는 것으로 보아 어느 정도 판매가 된 듯하다. '산장 생활을 속속들이 알 수 있다', '즐거운 이야기가 많다', '시골 생활을 처음 시작하는 사람에게 도움 된다' 등의 평이 있다.

청미출판사에서 책을 예쁘게 잘 만들었다. 좋이 질도 좋고!  첫 에세이 발간이어서 신경을 쓴 티가 난다. 산속 생활이 궁금하거나 혼자 사는 삶 또는 노후생활에 관심이 있다면 읽어봐도 좋을 듯!
나는 언제까지 내가 하고 싶은 것을 혼자서 할 수 있을까?
나는 어디서 생의 마지막을 맞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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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과 보이지 않는 - 2024 뉴베리 대상 수상작 오늘의 클래식
데이브 에거스 지음, 숀 해리스 그림, 송섬별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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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려견이 대신 숲에서 자유롭게 사는 삶을 선택한 개


이 책은 요하네스(개)가 주인공으로 공원 우리에 갇혀 살아가는 들소를 탈출시키는 모험담을 그린 책이다. 주인공은 개 요하네스는 인간의 반려견이 되는 삶 대신 숲에서 자유롭게 사는 삶을 스스로 선택했고, 엄마 그리고 같이 태어난 형제와도 헤어졌다. 혼자가 된 요하네스는 공원에서 여러 동물들과 친구가 되었다.


요하네스는 친구들과 힘을 합하여 우리의 갇힌 들소를 탈출을 준비하면서 "나는 정말 자유로운 걸까? 나는 세상을 제대로 바라보고 있는 걸까? 산다는 건 과연 무엇일까?" 등 자신에게 질문을 던진다. 오랫동안 갇혀 지내온 들소 프레야, 새무얼, 메러디스에게 자유를 찾게 해주려고 고군분투하는 모습은 진지하다 못해 비장하다.



산다는 건 앞으로 나아간다는 것


탈출 작전 마지막 순간에 들소들은 떠나기를 포기하고 공원으로 돌아가지만, 요하네스는 헬렌, 버트런드와 함께 미지의 세계로 배를 타고 떠난다. 요하네스는 배를 타고 가면서 생각한다. "세상을 자기 눈으로 볼 수 없다면, 어떻게 눈이라고 할 수 있을까?, 산다는 건 앞으로 나아간다는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앞으로 나아갔다."


다수의 수상 경력이 있는 데이브에거스가 흥미로운 스토리를, 칼데콧상 수상자 숀해리스가 오래전에 세상을 떠난 예술가들이 그린 풍경화에 주인공 요하네스만 새롭게 그려 넣었다. 그래서 그런지 그림이 명화와 진배없다. 처음부터 끝까지 동물의 시선에서 그려진 이 책은 청소년 문학 도서로 분류된 책이지만 어른이 봐도 좋은 책이다. 단 한국어 제목의 의미가 불분명하다. 원제를 쓰는 것이 더 나았을 듯!



📙책속에서

자유를 잃는 덴 대가가 따른다. 반려견들은 그걸 알면서도 봉지에 담긴 사료를 택했다. 테이블 아래로 떨어뜨려 주는 남은 음식을 택했다. 지붕이 있는 집에 살며 목줄에 묶이기를 택했다. 목줄! 목줄! 목줄이라니! P.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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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고령사회 일본이 사는 법 - 10년 앞선 고령사회 리포트
김웅철 지음 / 매일경제신문사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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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5세 이상이 국민의 약 30%이고, 그중 75세가 넘는 초고령자들이 절반이 넘는 나라 일본! 문제는 한국도 2025년이 되면 전체 인구에서 65세 이상 비율이 20%가 넘어 초고령사회에 진입하는 데다 초저출산까지 겹쳐 국가소멸 위기설까지 거론된다.


이 책은 일본의 고령화 정책과 고령화 사회 분위기를 전하면서 치매카페, AI택시, 슬로계산대, 커뮤니티 케어 등을 소개한다. 일본은 2000년 초고령사회에 진입했고, 이런저런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고령화에 관한 노하우와 대처법을 축적했다.


일본은 소득이 많아도 연금을 깍지않고, 상속제도를 바꿨으며, 고령 직원의 근무환경 조성을 위해 고령 근로자 매뉴얼도 만들었다. 또 지자체가 품위있는 죽음을 준비하는 엔딩 서포트를 하고, 국민의 의견을 물어 치매라는 용어를 공식적으로 사용하지 않는 등 치밀하고 세심하게 고령화사회 시스템을 만들어가고 있다. 


노노 간병의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일본이 외국인 노동자를 적극적으로 받아들인 점은 좋은 선택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단일민족이라는 긍지를 내세우며 국경을 닫아걸고 차별의 벽을 더 높이 쌓는다면, 세계지도에서 대한민국은 사라질지도 모른다.


읽는 내내 일본에서 직접 보고 경험한 여러 상황이 떠올랐고, 솔직히 부러운 마음이 들었다. 한국은 어떤가? 초고령사회에 진입할 준비가 되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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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류의 조건
사이토 다카시 지음, 정현 옮김 / 필름(Feelm)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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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가지 힘을 습관화해라


교사의 수업권과 학생의 학습권이 충돌하면서 논란의 대안으로 탄력적이고 융통성있는 교육을 내세웠으나, 정의하기 어려운 모호한 교육정책으로 인해 학교의 역할은 애매해졌다. 기초학력은 더 낮아졌고, 공교육보다 사교육의 권위가 높아졌으며, 학부모의 무리한 요구에도 대처가 어려워진 요즘이다.


'학교는 학생에게 무엇을 가르쳐야 하는가?' 저자는 학생이 무언가에 숙달되기까지 그 과정과 원리를 보편적인 형태로 파악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학교의 역할이라고 하면서 다음의 세 가지 힘을 습관화하면 인생이 나아진다고 강조한다.


1. 지식을 훔치는 힘

2. 추진하는 힘

3. 요약하는힘


저자는 동경을 품고 위 세 가지 힘을 디딤돌 삼아 자신만의 스타일을 찾고, 작지만 소중한 경험으로 채워나가면서 숙달의 경험을 보편화하면 영역을 자유롭게 넘나드는 일류가 될 수 있다고 한다.


'인간은 살아가기 위해 무엇을 배워야 하는가?'

'부모는 자식에게 무엇을 가르쳐야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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찌그러져도 동그라미입니다 - 김창완 에세이
김창완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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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년 간 매일 아침 9시부터 진행한 SBS FM '아름다운 이 아침 김창완입니다'의 오프닝 멘트를 모아 엮은 책으로, 일상의 모습을 담은 직접 그린 삽화가 들어가 있다. 


저자는 1977년 록밴드 산울림 으로 데뷔했고, 1978년부터 라디오 프로그램을 진행하면서 많은 마음을 빌려 썼다고 표현한다. 그러면서 따뜻한 말 한마디 전하고 싶고, 체온이 느껴지는 글을 띄우고 싶어 시간이 남긴 자국을 책으로 엮었다고 한다.


직접 방송프로그램을 들은 적은 없다. 책에 정리한 문장 보다 그의 목소리로 직접 들었다면 문장이 마음에 더 들어왔을 지도! 화제가 되는 책이어서 지난 4월에 호기심에 구입했고, 최근에 읽었으나 기대에 미치지는 못했다.


'회사 생활이라는 것도 47일 근무 중에 이틀이 동그라미이면 동그란 것입니다. 너무 매일매일에 집착하지 마십시오. 그렇다고 동그라미를 네모라고 하겠습니까? 그저 다 찌그러진 동그라미들입니다.'


부디 안녕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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