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진 소녀들
안드레아스 빙켈만 지음, 서유리 옮김 / 뿔(웅진) / 201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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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넬레 노이하우스의 '백설공주에게 죽음을'에 이어 두번째로 접하는 독일 스릴러. 이 책도 역시 스테디셀러라 할 만큼 독자들에게 꾸준한 사랑을 받고 있는 듯하다. 미성년자를 대상으로 한 범죄물은 별로 선호하지않는 개인적 취향때문에 그동안 구매를 망설였는데, 결국 궁금증을 이기기는 힘들었나 보다. 많이 팔리는 책은 반드시 이유가 있을 것이라는...

 

이 작품은 전체적으로 스릴러의 기본 공식을 충실히 따른 전형적이면서도 교과서적인 플롯을 보여주고 있다. 작가의 글솜씨도 평균이상이라 페이지도 잘 넘어간다. 범죄스릴러라는 장르에 대한 작가의 이해와 접근방법이 정직하면서도 모범적이다. 하지만 평범함을 넘어서는 그 무엇이 없다는 점 또한 언제나 그러하듯 상반되는 아쉬움으로 다가온다.

 

기발한 반전따위에 승부를 걸지않는 이러한 전형적 스타일의 스릴러는 사건을 해결하는 주인공 못지않게 반대편에 서있는 범죄자에 대한 캐릭터 설정이 디테일하게 준비되어야만 한다. 하지만 이 작가는 범인의 트라우마까지 설정했음에도 피상적인 수준에 머물고있어 그 이상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결국 범인이 왜 그러한 범죄를 저지르는가에 대한 설득을 생략한 셈이다.

 

'백설공주...'와 마찬가지로 이 책 역시 표지디자인이 매력적이다. 납득하기 힘든 판매량과 예쁜 표지디자인 사이에 과연 어떤 관계가 있는지 정말로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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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밀라의 눈에 대한 감각
페터 회 지음, 박현주 옮김 / 마음산책 / 200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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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도 서부영화였던 것 같다. 안개가 자욱한 새벽녘 숲속을 덩치가 큰 인디언 여자가 홀로 걸어 들어간다. 한곳에 거대한 아름드리 나무가 쓰러져있고... 여자는 그 나무의 가지를 붙잡고 조용히 움츠려 앉는다. 잠시 후 숨막히는 적막을 깨고 울러퍼지는 아기의 울음소리... 그리고 끝까지 묵묵하게 아기를 품에 안고 걸어나오는 인디언 여자... 어릴적 TV에서 보았던 제목이 생각나지않는 이 영화의 한 장면은 아직도 내 머릿속 한곳에 깊숙하게 자리잡고 있다. 여자... 그 끝을 알 수 없는 강인함... 그리고 숭고함...


이 작품은 한 여자에 관한 이야기다. 스밀라라는 이름의 여자...


한 소년의 죽음으로 시작하는 이 소설은 이웃에 살던 스밀라가 그 원인에 의문을 품고 사건을 파헤쳐간다는 비교적 단순한 스토리처럼 보이는데, 막상 한꺼풀 벗겨보면 작가가 말하고자 내용이 그리 단순하지가 않음에 놀라게 된다. 자신의 삶과 정체성에 대해 별다른 자각을 하지못했던 한 여자가 우연한 사건에 본능적으로 뛰어들면서 서서히 자신의 내면 속에 숨어있던 자아를 찾아가는 여정을 그리고 있는 것이다.


어렵다. 상당히 어렵게 읽히는 책이다. 챕터마다 등장하는 형이상학적인 서론들은 학술논문을 읽는 것처럼 어리둥절하게 만들기도 한다. 하지만 작가의 패턴에 조금씩 적응이 되면 등장인물들의 격조있는 대사들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하고, 무심하게 펼쳐지는 차가운 얼음장같은 서스펜스에 전율하게 되고, 마지막장을 덮고나면 마침내 특별하면서도 묘한 여운을 음미할 수 있게 된다. 마치 수리공이 스밀라를 위해 정성스레 만들어주던 특별한 음식처럼...


그린란드의 이누이트인 어머니와 덴마크 남자 사이에서 태어난 스밀라는 책의 제목 그대로 눈과 얼음에 관한 특별한 감각을 가진 여자다. 그렇다보니 아무래도 그린란드라는 거대한 섬의 역사와 문화, 그리고 덴마크와의 상관관계 등에 대한 기본적인 지식이 필요해진다. 덴마크의 자치령이자 지구상에서 가장 큰 섬으로 분류되어있는 그린란드란 대체 어떤 곳인가... 집에 있던 지구본을 다시 한번 살펴보았다. 그리고 아직까지 내가 모르는 세계가 너무도 많다는 사실을 절감했다.


캐나다와 유럽 사이에 위치한 그린란드. 저 거대한 땅이 어떻게해서 덴마크의 영토가 되었을까...


작가 피터 회는 1957년생이라 하니 1992년에 발표된 이 작품은 불과 30대 중반에 쓰여졌다는 얘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끝을 헤아리기 힘든 학문적 깊이와, 마치 세상의 이치를 통달한 것 같은 전지자의 시선이 느껴지는 압도적인 필력은 경이롭다는 말로도 부족할 정도다. 움베르토 에코라도 30대에 이런 글을 쓰지는 못했을 것 같다. 수학과 기하학, 물리학, 지질학, 생물학, 문화인류학, 거기에 항해학과 클래식과 째즈를 망라한 음악적 깊이까지...


등장인물들의 대화는 허튼 소리가 없고, 함축적이며, 격조가 있다. 한마디의 대사를 내뱉기위한 인물의 심리상태를 집요하게 파고드는 작가의 독특한 서술방식은 그야말로 지적호기심을 극대화시켜 준다. 특히 중반부 스밀라와 수리공과의 성애묘사 부분에선 여자가 남자의 몸 속으로 들어간다는 식의 상상을 초월하는 표현법에 깜짝 놀랐는데, 작가가 여자를 바라보는 시선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해볼 수 있는 시간이기도 했다.


약한 자여, 그대 이름은 여자라고 했던가... 셰익스피어가 햄릿에서 말하고자 했던 것은 여자의 또다른 일면일 뿐... 피터 회가 스밀라를 통해 보여주는 여자의 모습은 강하고도, 고귀하고, 숭고하다.



1997년에 개봉된 동명의 영화는 역시 덴마크의 명장 '빌 어거스트'에 의해 만들어졌다. 빌 어거스트... 아카데미와 칸 영화제를 석권한 '정복자 펠레'와 '최선의 의도' 같은 영화사에 길이 남을 걸작이 있으며, 개인적으로는 대학시절 부산에 살면서도 기어코 서울의 대한극장까지 찾아가서 감명깊게 보았던 '영혼의 집'이라는 영화가 아직도 기억에 남는다. 그 이름만으로도 무한한 신뢰를 보낼만큼 훌륭한 감독이지만, 아쉽게도 이 작품 '센스 오브 스노우'는 그다지 인상깊은 완성도를 보여주지 못한다.


소설의 방대한 내용을 세세하게 영상으로 표현하기란 애초부터 불가능하다보니 사건 위주로 축약을 한 탓에, 책을 읽지않고 영화만 보아서는 스토리를 온전히 이해하기가 어려울 정도가 되고 말았다. 그만큼 이 소설은 겉으로 보여지는 사건보다 눈과 얼음으로 대변되는 자연의 본질, 그리고 인간의 내면에 관한 심도깊은 묘사가 핵심이라는 반증이리라...


스밀라 역의 줄리아 오몬드는 '가을의 전설'과 '카멜롯의 전설' 등, 90년대 전성기를 누렸던 여배우다. 이 역할에 있어 다른 여배우는 쉽게 떠오르지 않을 만큼, 섬세하면서도 강인한 소설 속 스밀라의 이미지와 비교적 잘 어울린다.


수많은 영화의 주조연으로 낯이 익은 분위기있는 배우 가브리엘 번이 수리공 역을 맡았는데, 소설에서 묘사된 것처럼 거구의 체격에 우직스런 이미지가 아니라 그런지 이질감이 느껴지는 것은 어쩔 수가 없다.


모든 사건의 열쇠를 쥐고있는 퇴어크 역의 리처드 해리스는 언제나 그러하듯 멋진 은발을 흩날리며 영화에 무게감을 실어준다. 하지만 나이가 너무 많다보니 소설 속의 무시무시한 이미지를 보여주기에는 역부족인 것 같다.


<사족> 추리소설로 분류하기에는 턱없이 난해한 문장으로 인해, 이 작품은 번역의 완성도가 정말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국내에는 1996년에 처음으로 번역소개 되었다가 절판된 후, 2005년에 번역자가 바뀌어 새롭게 재출간된 것으로 나온다. 이 책의 번역가인 박현주씨도 작품의 무게감을 고려하여 상당히 공들여 작업한 듯한데, 그래도 명확하게 이해되지않는 표현들이 무수하다보니 다 읽고나서도 뒷맛이 그리 개운치가 않다. 아무래도 정영목씨가 번역했다는 구판을 구해서 한번은 더 읽어봐야 할 것 같다. 분명 그럴만한 가치가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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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스트 그렌스 형사 시리즈
안데슈 루슬룬드.버리에 헬스트럼 지음, 이승재 옮김 / 검은숲 / 201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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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유럽 중에서도 이번엔 스웨덴이다. 아바(ABBA)의 나라 스웨덴...

이 책을 쓴 작가는 2명인데 각각 기자와 전과자 출신이라는 프로필이 눈길을 끈다. 데뷔작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장면전환이나 대사, 심리묘사 등의 처리가 비교적 매끄럽고 가독성이 좋다. 소설작법에 대해 충분히 연구하고 집필하였음을 엿볼 수 있다.

하지만 작가의 이력상 사회문제에 집중하는 르포형식으로 흘러가다보니, 어쩔 수 없이 드라마가 약해지는 모습이 보인다. 소설 속의 등장인물들은 그들이 말하고자 하는 주제를 드러내기 위한 도구 이상의 역할을 하지못해 평면적인 캐릭터로 남아버렸다. 초반에 동성애자라는 자신의 정체성에 대해 고뇌하던 교도관은 실컷 궁금증만 자아내다 중반 이후 흐지부지하게 퇴장하는 등, 별 의미없이 소모되는 캐릭터도 많다.

요 네스뵈의 '스노우맨'에서 묘사하는 노르웨이의 성에 대한 개방성과 문란함은 복지국가의 이면을 보는 듯 했는데, 이 소설의 배경이자 이웃나라인 스웨덴이 성범죄를 바라보는 시선은 또다른 느낌을 준다. 물론 성급한 일반화의 오류일 수도 있겠다. 그만큼 북유럽 사람들의 성향이나 문화에 대해 아직 모르는 점이 많다는 반증이리라...

<사족> 하얀 눈과 차가운 겨울의 북유럽만 연상하다보니, 이 소설에서 묘사하는 무더운 여름은 적잖이 낯설다. 실제로 스웨덴의 여름이 얼마나 더운지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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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드헌터
요 네스뵈 지음, 구세희 옮김 / 살림 / 201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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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 네스뵈와의 세번째 만남... 해리 홀레 시리즈가 아닌 스탠드얼론이자 그의 작품들 중에서는 국내에 가장 먼저 소개된 책이지만, 뒤늦게 그의 팬이 되면서 부랴부랴 찾아읽게 되었다.

역시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다. 이 작품은 기승전결의 구조가 아니라 거의 전전전결이라 불러도 좋을만큼, 처음부터 끝까지 무지막지한 스피드로 숨쉴틈없이 몰아치는 스토리라인를 보여주고있다. 개성있는 캐릭터와 군더더기없이 잘 짜여진 대사들... 순식간에 페이지가 넘어가다보니, 마지막장에 이르러선 분량이 좀 더 길었으면 하는 아쉬움에 허탈감을 느낄 정도였다.

자로 잰듯한 계산에 의해 치밀하게 쓰여진 그의 작품들은 마치 스위스 정밀시계의 부품조립도를 보는 듯하다. 분명 다른 작가들과 차별되는 그만의 특징이다. 하지만 반대급부로 비계가 완전히 제거된 살코기만 먹는 것 같은 퍽퍽함이 느껴지기도 한다. 그에게서 여백의 미를 기대한다면 지나친 요구일까?

<사족> 이 소설의 주요한 소재로 등장하는 루벤스의 작품 '칼리돈의 멧돼지 사냥'은 실제로 미술관에서 도난사건도 있었던 모양이다. 구글검색으로는 비슷한 그림이 2점 정도 나오는데, 정확히 어떤 것인지는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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웨딩드레스
피에르 르메트르 지음, 임호경 옮김 / 다산책방 / 201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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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렉스' 이후 두번째로 접하는 이 작가의 글에는 확실히 여타 작가들과 차별되는 독특함이 있다. 역시나 전체적인 구성과 이야기를 풀어가는 전개방식이  참신하다. 이 작품도 크게 4부로 구성되어 있는데, 각각의 챕터가 뚜렷한 목적을 가지고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다. 


정신분열증을 가진 듯한 여주인공을 설명하는 1부에선 예의 현재형 시제로 혼란스러움이 눈에 잡힐 듯하게 다가온다. 이런 서술법은 작가의 의도된 선택임이 이제 확실해 보인다. 한치 앞이 보이지않는 안개 속을 헤매는 듯한 1부가 끝나고 2부로 접어들면, 분위기가 180도로 반전되며 이 작품의 숨겨둔 노림수가 서서히 모습을 드러낸다. 새롭지 않으면서도 새롭게 느껴지는 작가의 아이디어가 돋보인다.

얼마 전에 읽었던 '어두운 기억 속으로'라는 책이 떠오른다. 사람이 사람을 얼만큼 정신적으로 파멸시킬 수 있는가... 이런 일이 현실에서도 일어난다면... 그 끔찍함에 다시 한번 놀라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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