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드
코맥 매카시 지음, 정영목 옮김 / 문학동네 / 2008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라는 영화가 나왔을 때, 너무나 재미있게 보았지만 몇가지 이해가 안되는 점들 때문에 원작소설을 구매했다. 그리고 '코맥 매카시'라는 작가도 더불어 알게 되었다. 하지만 그 책은 내용을 이미 다 알고있는 관계로 선뜻 손이 안가서 차일피일하다 결국 최근작인 '로드'를 먼저 읽게 되었다. 

'노인을...'의 몇몇 책리뷰를 통해 그의 글에서는 대사를 표시하는 따옴표가 없어서 글읽기가 수월치 않더라는 사실을 미리 알고있던 터라, 이 책에서도 따옴표가 없는 것이 그리 낯설지는 않았다. 그런데 책을 가만히 읽다보면 따옴표가 없다는 점이 오히려 엄청난 장점으로 작용하고 있음을 느끼게된다. 나레이션인지 독백인지 아님 생각인지 그 경계가 모호한 그의 짤막짤막한 대사들은 상황에 자연스럽게 녹아들어 굉장히 시적인 느낌을 준다. 또한 앞뒤 설명없이 막연하게 펼쳐지는 배경설정과 등장인물들의 행동에 대한 묘사는 너무나 디테일해서 활자를 읽고있음에도 마치 영상를 보고있는 듯한 착각을 하게 만든다. 

영화 '노인을...'의 감독이자 각본을 직접 썼던 코엔형제는 원작이 너무나 완벽해서 정작 자신들은 별로 할 것이 없었노라고 소감을 말했다. 단지 책에 있는 대사와 장면들을 그대로 시나리오에 옮겨담기만 했을 뿐이라고 원작자에 대한 깊은 존경을 표했는데, 이 책을 읽어보니 비로소 그들의 말이 결코 인사치레나 과장이 아니었음을 알게되었다. 책을 덮고나니 딱 한편의 영화를 본 듯한 느낌 그대로였다.

솔직히 내용은 별 것이 없다. 등장인물들의 일거수일투족과 그들이 움직이는 공간에 대한 소름끼치도록 자세한 묘사만이 있을 뿐이다. 현재와 꿈, 그리고 생각과 대사들의 경계가 없이 뒤죽박죽 섞여있다보니 때로는 혼란스럽기도 하다. 주인공 남자의 죽은 아내로 짐작되는 여자에 관한 부분에서는 뜬구름잡는 묘사가 많아 역시나 이해가 잘 안된다. 

비록 글쓴이의 의도를 완벽하게 이해하진 못했지만, 나에게 있어 이 책은 가슴으로 읽었다고 말할 수 있다. 굳이 거창한 메세지같은 걸 찾을 필요는 없을 것 같다. 그저 말로 표현하기 힘든 묵직하면서도 묘한 여운만이 남는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