핀란드 공부법
지쓰카와 마유 외 지음, 송태욱 옮김 / 문학동네 / 2009년 5월
평점 :
품절


 

알고보니 경쟁을 시키면 학력이 더욱 저하됐다.

선동열이 한명 나왔다고 차범근이 나와다고 우리나라 야구나 축구가 전세계 1위가 되지는 않는다.

야구는 9명이 축구는 11명이 필요하다.

여기에 단판 경기가 아니라면 벤치멤버까지 필요해진다.

비교적 적은 숫자로 하는 운동경기가 이럴진데,

조선, 철강, 자동차, IT, 의학 등 수많은 사람들이 필요한 산업계에서는 어떨까??


잘 하는 사람이 더욱 잘하는 것보다는

중간과 하위권의 사람들이 잘하는게 필요하다.

그런데, 우리는 국제중학교, 특목고, 서울대로 아이들에게 계속 경쟁을 강요하고,

그럴때마다 우리의 학력은 저하된다.

스포츠의 즐거움이나 창의적인 패스보다는 

당장 있을 시합에 대비해 세트 플레이만 죽어라 연습해서,

세트 플레이 상황이 재연되면 이기고, 안나오면 지면서 

중 고등학교를 보내던 스포츠 선수들이 연상되지 않는가?

 

그렇다고 수준별 학습을 시킨다는 비평준화 지역과 몰아놓고 공부시키는 평준화 지역의 학력차가 클까??

비평준화 지역의 중하위권 고등학교 애들은 자존심에 상처를 입어서

아예 공부에서 손을 놓아버리고 사회 부적응자가 되어버린다.  

상위권 고등학교에서도 성적이 하위권으로 쳐지는 학생들이 공부를 놓아버린다.

그래서, 1년 이상 장기적으로 성적을 관찰하면 다시 평준화된다. 

(외국어고나 과학고의 자퇴율이 높은건 이런 이유다.)

젊은 시절에 기본적으로 가지고 있는 자신감, 자존심, 허세를 어렸을때부터 철저히 낙오자로 만들기 때문이다.


그런데, 모든 교육비가 공짜인 핀란드에서는 학교를 선택하는 주요 기준이 집과의 거리다.

학교간의 차이가 없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그게 전부가 아니라는 뜻이다.

대학에 가기 위해서 시험이 필요하기 하지만 형식적이고 응시하는 학생 거의가 대학 교육을 들을 수 있다.

(당연히 핀란드도 대학은 평준화다.)

교사는 학교내에서 가르치는 일에만 집중한다.

학교 밖의 일은 부모가 신경써야 할일이고, 교사는 자신의 과목을 가르치는 일에만 신경쓰니,

오히려 학생들은 선생님을 존경하고, 학교에서는 졸지 않는다.

한 반 50명 중에 10여명을 제외하고는 전부 자버리는 우리네 학교와는 다르다.


특히나 이들의 공부법 중 부러운것은

우리가 시험볼때 "많이 외웠냐?", "공부 많이 했냐?"이런 식으로 친구들에게 안부인사를 할때,

핀란드 애들은 "많이 읽었냐?" 라고 묻고,

"우리애가 공부를 못해" 라는 말 대신 "우리애가 읽기를 못해"라는 말을 하는 것이었다.

읽기를 많이 하고 시험에서 "쓰기"를 연습하고, 수업 중에는 "말하기"를 강조한다고 한다.

(이들의 시험문제는 "귀에 대해 아는 것을 모조리 쓰시오", "감명 깊게 읽은 책에 대해 쓰시오"라고 하고,

심지어 수학문제도 서술식으로 출제한다고 한다.)

 

인구가 500만명 밖에 되지 않아서 사람이 한명 한명 소중하기 때문에,

누구도 낙오하지 않는 교육 철학을 택했다는 말이 가슴에 와닿는다.

인구 5000만인 우리나라는 사람이 소중하지 않아서 이런 식의 패자부활전도 없는

사회 시스템을 만들고 있는지 가슴이 쓰라렸다.


사교육비 최고, 학생당 공부시간 최고인 대한민국의 국제학력평가 성적은 최상위권이지만,

사교육비 최저, 학생당 공부시간 최저인 핀란드는 국제학력평가 성적 1등이다.

핀란드라고 해서 단점이 없을까,, 특히 상점에서 암산을 못한다는 건 좀 우스워보였다.

(유럽이나 미국에서도 암산을 잘 못한다고 했는데, 다른 요인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장하준이 "선진국인 나라치고 다른 나라를 모방한 나라는 없다."라고 했다.

"홍익인간"이라는 훌륭한 교육철학을 바탕으로 좀 더 발전적인 교육을 고민해 보았으면 한다.


ps 사실 이 책은 "옮긴이의 말"과 "Q&A" 부분 말고는 정보성이 떨어진다.

저저나 저자의 어머니가 교육에 특별한 지식이 없어서 분석이나 논평이 약하고,

에피소드 위주의 고등학생의 1년 유학 여행기 이런 느낌이다.

중고등학생이 읽으면 좋을듯 하고,

좀 더 깊게 읽을거면 "핀란드 교육의 성공"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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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말에 있을 국방개혁기본계획 에서 첨단 무기 줄줄이 연기되면 

비무력 평화 정권 탄생인가? ㅋㅋ 

 

 국방과학硏 인원 절반감축

최대 1000명 감원…

방산기술개발 차질우려


국방과학연구소(ADD)가 많게는 연구인력 1000명에 대한 초대형 인력구조조정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져 파문이 일고 있다. 그동안 국산 방위산업 기술 개발의 ‘산실’ 역할을 해온 ADD전체 연구원 가운데 무려 절반 정도를 내보내겠다는 것이다. 이 같은 인력 감축이 이뤄질 경우 방위산업 기술 개발에 차질이 우려된다.

12일 정부 관계자에 따르면 조만간 ADD가 연구원 400명에 대한 명예퇴직을 실시하고 추가로 400~600명을 방산업체 등에 이관하기로 하는 등 800~1000명에 달하는 연구인력에 대한 감원을 단행할 예정인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ADD의 연구원 총원이 2000여명인 것을 감안하면 적게는 40%, 많게는 50%의 연구인력을 감축하겠다는 것이다. ADD에서 대규모 감원은 5공화국 전두환 대통령 시절 이후 처음이다.

당초 ADD는 오는 2012년까지 연구원이 퇴직해도 신규 채용하지 않는 식으로 자연 감소분을 통해 구조조정하려 했으나 이명박 대통령의 구조조정 요구가 거세, 명예 퇴직자를 400명 받고 추가로 400~600여명을 퇴직시킨 후 방산업체(S사 등)에 보내겠다는 계획을 세운 것으로 파악됐다. 이 같은 ADD의 인원감축 계획을 대통령에게 보고한 연구소장은 크게 칭찬을 들었다는 것이 내부 관계자의 얘기다.

하지만 ADD 관계자는 “그간 명예퇴직을 시행 중이며 추가적인 대규모 명예퇴직을 실시할 것이라는 얘기는 들은 적이 없다”고 부인했다.

한편 ADD 말고도 정부 산하기관들은 대통령 지시로 2010년까지 ‘적어도’ 20% 이상 인원 감축 계획을 세우는 등 정부 출연연의 구조조정이 가속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김대우ㆍ김재현 기자/dewkim@heraldm.com
 

http://www.heraldbiz.com/SITE/data/html_dir/2009/05/12/200905120467.asp
  

짤린애들이 일본, 중국, 대만 취직하기를 원하시는 2mb 각하??  

 

 

MB정부, 제2 롯데월드 끝내 허용

"안보는 재벌에 종속…'롯데월드 리스트' 나돌 수도"

기사입력 2009-03-31 오후 2:39:55 
 

 정부는 항공기 안전성 문제 등으로 논란을 거듭하던 서울 잠실 '제2 롯데월드' 건축을 허용키로 31일 최종 경정했다.

정부는 이날 세종로 중앙청사에서 권태신 국무총리 실장 주재로 민관합동 행정협의조정위원회 본회의를 열고 이같은 방침을 확정했다.

사업주체인 롯데물산은 연내 서울시로부터 건축허가를 받고 착공에 돌입해 향후 5년 내 112층(555m) 규모의 제2 롯데월드 건축을 마무리짓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롯데 측은 4조8400억 원의 생산 유발, 연인원 250만 명(인건비 4300억 원)의 고용 창출 등 기대효과를 대대적으로 앞세우고 있지만, 서울공항을 이착륙하는 항공기들의 안전성 문제 등 논란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미 지난 2007년 "초고층 건물을 건립할 경우 비행안전에 지장을 줄 수 있다"는 국방부의 의견을 수용해 제2 롯데월드 건축을 불허했던 정부는 이번에는 활주로 방향을 3도 변경할 경우 비행안전에 문제가 없다는 검증용역 결과를 근거로 사업허용을 강행했다.

그러나 정부가 이같은 결정의 근거로 삼은 <제2롯데월드 관련 성남 서울공항 안전성 검증보고서>에는 중간보고서에선 언급된 문제점이 삭제되는 등 부실검증 논란에 휩싸여 있다.

또 15일에 불과했던 검증 용역기간, 검증 8일 만에 나온 중간 보고서 등도 꿰어맞추기 검증이라는 지적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역시 재벌정부"…"롯데월드 리스트 나올라"

정치권을 중심으로 '특혜의혹'이 제기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민주당 노영민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이제 국가안보는 재벌 이익의 하위개념으로 종속됐다"면서 "대통령의 말 한마디면 거짓도 진실로 바뀌는 막무가내, 안하무인 정권"이라고 맹비난했다.

그는 "그 동안 제2롯데월드 신축과 관련한 비행안전성 문제에 대해 많은 지적이 있었지만 정부는 반대하는 국방부를 윽박지르고 지적된 문제들을 왜곡하면서까지 신축허가를 결정했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재명 부대변인은 이 대통령과 고대 경영학과 동창인 롯데 장경작 총괄사장의 인연을 겨냥해 "대통령의 친구와 재벌을 위해서라면 수도방위의 중핵인 서울공항이 망가지고 국가안보에 구멍이 나도 상관없는 것이 이 정부"라며 "어떤 수단을 동원하더라고 제2롯데월드를 둘러싼 검은 의혹을 반드시 규명하고 그 책임을 끝까지 물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선영 자유선진당 대변인은 "'제2 롯데월드 리스트'가 불과 몇 년 후에 나돌지 않으리라고 누가 장담할 수 있겠는가"라면서 "제2 롯데월드는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비트는 바벨탑"이라고 비난했다.

김문수 경기도지사도 성명을 통해 "이는 지난 40여년 간 고통을 감내해 온 성남시민의 정서를 외면하고 특정기업을 먼저 고려한 처사"라면서 "우선적으로 성남지역의 고도제한을 완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송호균 기자  uknow@pressian.com 

http://pressian.com/article/article.asp?article_num=20090331142758&Section=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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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제759호 - 2009.05.11
한겨레21 편집부 엮음 / 한겨레신문사(잡지) / 2009년 5월
품절


가슴 없는 제도의 불행 [2009.05.08 제759호]
임인택 기자 imit@hani.co.kr·안수찬 기자 ahn@hani.co.kr

송경원 진보신당 정책연구원의 분석 자료를 보면, 3~5살 어린이에 대한 무상 보육·교육, 초·중학생 무상 급식, 초등학생 무상 학용품 지급, 저소득층 밀집 학교 지원 등을 2012년부터 전면 시행할 경우, 한 해 8조8천억원가량이 필요하다. 우선 전국 초등생 381만 명, 중학생 206만 명의 급식료를 물가상승률을 감안해 따지면 2조2416억원이다. 표준교육비를 감안한 1인당 37만원 남짓의 비용을 138만 명의 어린이(만 3~5살)들에게 연간 지원하면 6조1538억원이 소요된다. 초등학생 학용품비로 1인당 5만2천원을 지원하는 데 1528억원이 든다. 여기에 1727개 저소득층 밀집 학교에 각 1억5천만원씩을 지원하면 2590억원이 필요하다. 이런 비용을 모두 더한 것이 8조8072억원이다.
이런 돈을 어디서 마련할지 갑갑하다고? 정부가 올 들어 종부세·양도세 등을 중심으로 실시한 부자 감세 규모 13조5천억원보다 적은 액수다.-5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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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n the road - 한 사진가가 기록한 마음의 풍경, 풍경의 마음
한현주 지음 / 디자인하우스 / 2001년 12월
절판


멕시코의 한가한 해안가. 부두에 막 도착한 어부의 작은 배안에 몇마리의 싱싱한 물고기가 보인다. 마침 그곳에 있던 미국인 은행가는 어부에게 싱싱한 생선에 대해 칭찬을 하고 그것을 잡는데 얼마나 걸리냐고 묻는다.
"얼마 안걸려요"
멕시코 어부가 대답한다.
"그럼 조금 더 오래 머물면서 더 많은 생선을 잡지 그래요?"
멕시코 어부는 그것이면 가족에게 필요한 충분한 양이라고 대답한다.
"그럼 남은 시간에는 뭘 하시오?"
"늦게까지 잠자고, 가끔 낚시하고, 우리 아이들과 놀고, 집사람 마리아와 시에스타(낮잠)들고, 매일 저녁 동네 나가 와인 마시고, 친구들과 기타 치지요."
미국인은 조소를 띠며 말한다.
-알고싶다쪽

"이거 보시오. 나는 하버드 MBA. 당신을 도울 수 있소. 조금 더 오래 낚시를 하고 그리고 나서 어선을 사는 거요. 그렇게 해서 생긴 이익으로 다시 몇 척의 어선을 구입하고, 그러다 보면 마침내 대형어선을 가지게 될 것이오. 그러면 중간 거래를 통하지 않고 가공업자에게 직접 판매를 할 수 있고, 마침내 당신 자신의 통조림 공장을 오픈할 수 있고, 그러면 당신은 제품과 과정, 분배 전부를 직접 조정할 수 있게 되지요. 당신은 어쩌면 이 작은 시골을 떠나 멕시코로 그리고 로스앤젤레스로 그리고 마침내 뉴욕으로, 당신이 확장하는 엠파이어를 경영할.....".
조용히 듣고 있던 어부가 묻는다.
"그렇게 되려면 얼마나 걸리는데요?"
"15~20년쯤."
"그리고 나서는?"
미국인은 커다란 미소를 띠면서,
"바로 그때, 적절한 때를 잡아 공고해 회사의 주식을 팔아 굉장한 부자가 되는 거요. 백만장자가 되는 것이란 말이요."
"그러면 당신은 은퇴할 수 있지요. 작은 해안가에 이사해 늦게까지 잠잘 수도 있고, 낚시를 하고, 아이들과 놀고, 집사람과 낮잠을 자고, 동네에 나가 와인을 마시고 친구들과 기타를 연주할 수 있지요"
- 버스에서 읽은 짧은 글
이브가 현주에게-알고싶다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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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1126020&PAGE_CD=S0300 

 고향 사람을 의식적으로 피했던 TK 출신 기자의 고백
출처 : 나는 보수주의자로 전향하고 싶다 - 오마이뉴스  

09.05.07 09:44 ㅣ최종 업데이트 09.05.07 10:49

나는 보수주의자로 전향하고 싶다 
고향 사람을 의식적으로 피했던 TK 출신 기자의 고백
출처 : 나는 보수주의자로 전향하고 싶다 - 오마이뉴스
경상북도 구미시 금오산을 경계로 북쪽이 선산, 남쪽이 칠곡이다. 지금 선산은 구미시에, 칠곡은 대구시에 많이 편입됐다. 대구나 구미는 신흥 도시다. 원래 이 지역의 본향은 칠곡과 선산이다. 이 곳 사람들은 영주·봉화·안동으로 이어지는 경북 동북부와 비교되는 것을 싫어한다. 족보 타령에 익숙한 고을이라 그렇다. '돔배기'라고 불리는, 소금으로 간한 상어 고기가 이 동네 제사상에 올라간다. 안동 간고등어의 대당이다. 돔배기 맛이 그립다는 이곳 출신 사람들이 간혹 있다. 어린 시절의 나는 소금 섞은 모래 같다고 생각했다. 짜고 퍽퍽했다.

 

칠곡-선산 지역은 이른바 'TK'의 본류다. 멀리 갈 것 없이 신현확, 박정희, 김제규, 김윤환, 이수성 등이 모두 이 동네에서 났다. 이들 모두 선산 사람이라는 이도 있고, 천만에 칠곡 사람이지라며 핏대 올리는 이도 있다. 나는 이들이 '범 칠곡' 사람인 것으로 알고 자랐다. 내 본적이 칠곡이다. 할아버지들의 무덤이 금오산 자락에 있다. 아버지는 지금도 금오산에서 나무하던 이야기를 한다. 세상의 본류는 TK이고, 그 배후는 다시 칠곡이던(누군가에겐 선산이던) 시절, 박가네 정희, 김가네 윤환, 신가네 현확, 이가네 수성 등이 출세했던 것처럼 안씨 집안에서도 누군가 칠곡을 빛내어야 마땅하다는 게 금오산 정기 받은 칠곡 타령의 결론이었다.

 

한국 보수주의자들을 움직이는 건 출세 욕망

 

 
  
▲ 뉴라이트전국연합, 국민행동본부, 북한민주화위원회, 반국가교육척결국민연합, 조갑제닷컴, 노노데모 등 100여개 보수단체들이 10일 오후 서울 세종문화회관 세종홀에서 개최한 공동후원행사에서 김진홍 뉴라이트전국연합 상임의장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 권우성  김진홍 
 
 


대학 때문에 서울에 올라온 이후 나는 동향 사람 만나길 피했다. 고등학교 동문회 따위는 한 번도 나간 적이 없다. 어쩌다 같은 술자리에 어울려도 가급적 잔을 섞지 않았다. 나는 '완전히' 서울 사람이 되고 싶었다. 말투부터 바꿨다. TK 이야기가 나오면 일부러 열을 올려 돔배기처럼 퍽퍽한 정치적 낙후성을 비판했다. 나에게 서울은 미국의 샌프란시스코, 프랑스의 파리와 비슷했다. 자유와 저항의 도시였다. 완전히 젖어들어 저 금오산 자락, 박정희의 초가 생가에서 검박한 유품 사이를 거닐며 경건하게 고개 조아렸던 어린 시절의 기억까지 모두 잊고 싶었다. 대신 백낙청, 장정일, 유시민 등을 마음으로나마 응원했다. 그들로 말미암아 고향을 말하게 되는 날이 오기를 꿈꾸었다.

 

어찌저찌 하여 기자가 된 뒤, 묘하게도 나는 한국 보수 집단을 담당할 일이 많아졌다. 한나라당을 출입했고, 뉴라이트 단체들을 취재했으며, 보수 인사들도 조금 알게 됐다. 자유의지와 무관한 일이었다. 고향이 TK이면, 'TK 당'을 출입하는 게 이 바닥의 생리다. 지금 청와대에는 고대 아니면 TK 출신 기자들로 버글거린다. '고소영'이 '고소영'을 비판하는 기사를 쓴다. 간혹 '고소영'이라서 그냥 넘어가는 일도 있을 것이다. 처음엔 사투리를 듣는 것만으로도 짜증이 났다. 조금 지나자 흥미가 동했다. 시간이 흐르면서 나름의 '보수 돋보기'가 생겼다. 출세주의다.

 

정치인이건 지식인이건 한국 보수 인사들을 움직이는 '리비도'는 출세의 욕망이다. 사람이라면 누구에게나 해당되는 말이긴 한데, 특별히 TK 인사들은 그 욕망의 작동방식이 노골적이면서도 당당하다. 이게 뭐 대단한 발견인 것은 아니다. 출세에 좋은 일과 나쁜 일을 그 사람의 입장에서 셈하면, 그의 다음 행보가 대충 도출되더라는 이야기다. 보통 사람들(여기서는 '비TK' 사람들을 뜻한다)은 출세 말고도 권력만으로는 얻을 수 없는 '좋은 평판'까지 고려하는데, 내가 지켜본 TK 보수 인사들은 그런 것은 별로 염두에 두지 않았다. 세속의 권력은 세간의 평판까지 다스릴 수 있다는 확고부동한 믿음! 무덤 앞에 세워질 비석에 어떤 '자리'까지 올라갔는지를 아로 새기는 일이 매우 중요하다는 배움! 금오산(또는 팔공산, 혹은 소백산) 정기 받아 출세하는 일의 사명감을 돔배기 앞에 두고 체득한 부류였다.

 

그 돋보기는 처음엔 신기했지만 이내 싫증이 났다. 원내대표 출마하신다고요? 아, 큰 결심 하셨네요. 원내정책은 둘째 치고 고향이…. 아, 칠곡 옆 구미시군요. 어쩜, 정말 정말 원내대표 하고 싶으시겠네요. 대권까진 아니어도 나중에 국회의장 한번 하실 욕심도 있으시겠고. 그럼요. 이번에 떨어져도 일단 TK 대표주자가 되면 시장이나 도지사도 가능하지요. 하하, 그 마음 제가 젠장 맞게 잘 알지요. 이래봬도 박통 생가에도 찾아가던 소싯적이 있답니다. 뭐, 그렇다고 손까지 잡아주실 필요야….

 

아, 참, 그런데 서민들 생각은 애시당초 없었으면서 왜 정치는 시작하셨나요, 하고 옆구리 찔러 보는 게 소원이었다. 결국 지루함이었다. 내가 보수주의를 들여다보기로 마음먹게 된 것은 출세주의 무한반복의 권태감 때문이었다. 타자배려 결여, 당연히 약자는 타자에 포함되니 약자 배려도 결여. 공동체 의식 결여, 당연히 국가도 공동체니까 국가권익에 대한 의식 결여. 포용력 결여, 붉으죽죽한 것들은 전부 권력 쟁투의 상대니까 당연히 혁신파 포용력도 결여. 사상 결여, 사상이 밥 먹여주지 않고 게다가 권력자원이 될 가능성도 희박하니 마르크스는 물론이고 하이에크도 들여다볼 생각 자체가 결여…. 이런 따위의 수미일관한 출세주의로 한국 보수집단을 해석하는 일은 절대로 절망스런 일이 아니라(기대는 하지 않았으니까) 그저 하품 나오는 일이었다.

 

보수당 세운 디즈레일리에게 배워라

 

그래도 어딘가에 '별종'이 있을 거라 생각했다. 그래서 족보를 들여다보기 시작한 것이다. 보수주의의 족보 말이다. 공부가 짧아 긴 이야기하면 무식이 탄로 날 것이다. 예전 무심히 봤던 책을 다시 읽다가 벤자민 디즈레일리를 발견했다. 그는 19세기 말 영국 보수당 당수였다. 프랑스는 혁신파의 나라고 영국은 보수파의 나라다. 프랑스는 루소의 조국이고, 영국은 버크의 조국이다. 그랬던 영국도 19세기에는 자본주의(당시에는 신흥 산업자본가들의 이데올로기였다) 세력에 밀려 보수파가 고전하고 있었다. 그랬던 보수당을 다시 일으킨 게 디즈레일리다.

 

그는 1872년 '수정궁'(런던 하이드파크에 세워진 만국박람회용 유리 건물이다) 연설에서 보수당의 주요 목표를 천명했다. 핵심은 인민의 생활조건 고양이었다. 노동조건의 개선 없이 인민의 조건이 개선될 수 없다고 말했다. 이런 일을 외면하는 당시 자유당을 맹렬히 비난했다. 노동자의 생활 조건을 개선하고 공장주의 잔혹 행위로부터 노동자들을 보호하는 것이 보수당의 전통이자 핵심 임무라고 말했다.

 

뒤이어 일련의 개혁입법을 추진했다. 노동자에게 선거권을 줬다. 노동조건·공장환경·공중보건·공공교육 등에 걸친 사회개혁입법도 완성했다. 자산가들은 가난한 이들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개인적 자선뿐만 아니라, 국가를 통해 그 책임을 공적으로 수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인민의 상태가 정치의 중심과제라고 주장했다. 그가 이끈 보수당의 개혁입법은 이후 20세기 영국 복지국가로 이어진다. '요람에서 무덤까지'로 불리는 영국 복지 시스템은 좌파가 아니라 우파에 의해 완성됐다.

 

 
  
▲ 국민행동본부, 뉴라이트전국연합, 대한민국사랑회, 한국자유총연맹 등 보수단체회원들이 15일 오전 서울 청계광장에서 열린 건국60주년 기념식에서 이승만 대통령의 사진과 태극기를 들어보이고 있다. 
ⓒ 유성호  이승만
 
 

 

물론 디즈레일리가 개혁입법을 추진한 것은 노동계급의 지지를 얻기 위해서였다. 그래도 노동계급의 지지 따윈 필요 없으니 아예 친 자산가 국가를 만들겠다고 공언하는 것보다는 낫지 않은가. 물론 디즈레일리는 인민을 진정으로 아끼고 보호하는 것은 국왕과 교회라면서 군주제와 종교제도의 영속성을 지키려 했다. 그래도 나라가 온통 하느님의 것이라고 봉헌만 하고, 정작 하느님의 어린 양들이 어찌 지내는지는 까맣게 잊어버리는 자세보다야 훨씬 경건하지 않은가.

 

물론 디즈레일리는 대영제국의 안정성을 높이기 위해 보호무역주의를 수용했다. 그래도 식민 상태의 경제를 더 깊은 수렁에 빠뜨리는 무개념 시장개방보다는 훨씬 현명하지 않은가. 무엇보다 디즈레일리는 급진파들이 나라를 장악하는 것을 막기 위해서라도 귀족층의 '온정주의'를 사회적으로 확산시켜야 한다는 버크식 보수주의에 적잖게 기대고  있었다. 그래도 데모하는 인민을 때려잡아 없애야 한다고 이를 부득부득 가는 '배타주의'보다야 훨씬 탁월한 선택이 아닌가.

 

보수주의의 전통은 에드먼드 버크가 세웠지만, 디즈레일리야말로 보수주의를 정치 현실에 구현한 '보수당의 아버지'로 불린다. 1874년 자유당의 장기집권을 종식시키고 이후 1906년까지 30년 보수당 집권의 기반을 마련했다. 물론 노동계급을 비롯한 서민들의 광범위한 지지가 바탕이 됐다. 농담이 아니라 진심인데, 이런 식의 보수주의 장기 집권이라면 춤을 추며 표를 주고 싶다. 흥미롭게도 디즈레일리가 내걸었던 모토 가운데는 'One Nation Tory'라는 게 있다. '토리'는 보수당의 별칭이다. 특권층과 노동계층으로 이분화된 나라가 아니라 이들 모두가 하나의 나라에서 공존하는 정책을 추구하는 정당이라는 뜻이다. 한국어로 번역하면 '한나라당'이 될 것이다.

 

진정한 보수파 한 사람이 더 필요한 건 아닐까

 

촛불에 대한 이명박 정부의 히스테리를 보며, 나는 생각한다. 만의 하나, 나에게 주어진 재능이 있어 그걸 어딘가 보탤 일이 있다면, 그건 혁신파가 아니라 혹시 보수파에 대한 것이 되어야 옳지 않을까. 개인의 입신양명 이후에 대해선 전혀 배우고 익힌 바 없는 한국 보수 세력에게 온정적 버크, 인민적 디즈레일리, 애국적 처칠, 공화적 케인즈 같은 보수주의자를 소개하는 일을 해야 되지 않을까.

 

똑똑한 혁신파가 더 많아지는 것보다, 진정한 보수파가 한 사람이라도 생겨나는 게 혹시 더 절실한 일은 아닐까. 이런 수준의 보수주의자들과 같은 나라에서 살아가는 일의 고단함과 비루함을 조금이라도 덜어내려면, 차라리 내가 그냥 보수주의자로 전향하는 게 더 나은 일은 아닐까. 금오산 정기 받은 내 안의 보수주의가 이 봄날, 자꾸 그렇게 묻는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를 쓴 안수찬씨는 현재 한겨레21 기자로 재직중입니다. 이 기사는 인권연대 웹진 주간 <사람소리>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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