핀란드 교실 혁명 핀란드 교육 시리즈 1
후쿠타 세이지 지음, 박재원.윤지은 옮김 / 비아북 / 200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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핀란드 교육의 성공

 

 

북위 60도 영하 40도의 핀란드는 2차 세계대전 후 유럽에서 가장 가난 한 나라였다. 수출의 20%를 소련에 의존하며 살다 1991년 소련 붕괴와 함께 식량 배급제를 선택해야 할 만큼 사회가 혼란에 빠졌다. 이런 혼란을 핀란드는 "사람" 즉 교육에 투자함으로서 추락 10년만에 미국을 따라잡는다. 핀란드 인들은 어떻게 공부하길래 하루 6시간 공부하고서는 하루 9시간 공부하고도 2~3위 하는 우리나라 학생을 이겼는지 궁금했다.

"아이의 사생활"을 읽다보면 남자와 여자아이는 발달 순서가 다르기 때문에 따로 분리해서 교육을 시키는게 좋다라는 생각이 든다. 헌데, 아이들을 성적이든, 성별이든 "분리"하는 것보다는 어려서부터 서로 다른 처지의 사람들과 교류하는 법을 배우게 하는 것이 더욱 좋다라는 나의 생각과 충돌을 일으켰다. 어떻게 해결을 봐야하나를 생각하다가 이 책 "핀란드 교실혁명"에서 해답을 얻게 됐다. 이런 고민을 하는 것은 선생님이 아이를 가르치고, 선생님이 수업을 이끌고 아이들이 따라가기 때문에 생기는 결과이다.


냇물로 말을 데리고 갈 수는 있지만, 억지로 물을 마시게 할 수는 없다. 공부는 결국 학생이 한다. 그런데 왜 선생님이 가르치고 학생이 따라가는 걸까? 왜 학기초 첫 시간 선생님이 자기 스타일을 말하고 학생들이 그에 맞춰갈까? 만일 아이들의 학습 스타일에 따라 선생님이 변화한다면 분리형 수업은 상당 부분 필요없어 진다. 아이가 빨리 배운다면 빨리 배우는 만큼 가르쳐주고, 늦게 배우면 학습 속도에 맞춰 선생님이 가르쳐 주면 된다. 문제를 많이 풀면서 원리를 도출해 내는 아이가 있을 수 있고, 원리를 한참 들여다보고 문제를 푸는 아이가 있을 수 있다. 선생님의 스타일이 아니라 학생의 스타일이 더더욱 중요하다.  

PISA 국제학력 평가에서 각 과목별로 우리나라는 1~5위 쯤 한다. 그런데 좀 불안한 구석이 있다. 일단 많이 인용되는 2000년 PISA 자료. 2000년은 헌법재판소에서 과외교습 금지를 위반이라고 판결한 해이다. 음지에서 뛰놀던 사교육이 양지로 나온 영향인지, 2004년 선출된 공정택 교육감의 영향인지, 외국어고의 영향인지 2006년 성적을 보면 예전만 못하다. 과학 7~13위, 국어(읽기) 1위, 수학 1~4위 수준이다. 상위 5% 아이들의 성적을 비교해봐도 과학 17위, 국어(읽기) 1위, 수학 2위다. 상위권 아이들은 오히려 평균 점수를 깎아먹고 있다.  


"아웃라이어"를 보면 동아시아 사람들이 수학을 잘한다고 한다. 그 이유 중 하나가 영어나 프랑스어에 비해 숫자 체계가 상당히 논리적이라 한다. 1,2,11,12,20을 영어로 읽어보고 우리나라 말로 읽어보면 우리나라가 훨씬 합리적이다. 게다가 모든 숫자가 일 음절로 읽혀서 순간기억 저장소에 넣기도 쉽다. 그래서 수학 1~4위 나라는 핀란드를 제외하고는 대만, 홍콩, 한국 이렇게 동아시아 국가들의 독주다.

국어(읽기)의 경우 한글이라는 기가막힌 문자로 인하여 문맹률이 낮아서 점수가 높게 나오지 않을까 생각한다. 한국에 유학 온 일본인들도 문자 메세지를 이용할 때 한글로 일본어를 표기한다고 한다. 

이런 잇점은 중3, 고1 레벨의 학업 성취에서 크게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대학 이상의 학문에서는 한국 시스템은 힘이 다한다. “서울대”를 정점으로 한 수준별 학습 60년은 세계 수준에 근접한 대학하나 만들지 못했다. 그리고 문맹률은 낮은데 문서해독능력 즉, 구직원서나 월급 명세서 등의 문서를 이해하는 능력은 OECD 국가 중 꼴찌가 되었다. (아마 독서를 하지 않고 살며, 서울대 출신들이 문서 해석해 주는걸 금과옥조로 여기며 살아서 그런가보다.)

선생님 위주의 교육을 막으려면 한 반에 20명 이상이 되면 안된다. 그리고 수업 시간에 2~3명의 선생님이 같이 수업을 할 수 있어야 한다. 강바닥에 시멘트 바른다고 22조 날리고, 3년 후에 시멘트 없앤다고 50조 날리며 쓸 돈으로 교육에 투자하자. 조상의 빛나는 유산으로 생겨난 학문의 잇점과 타고난 재능을 어리석은 정치로 망쳐먹지 않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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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은이야기 2009-11-21 06: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저도 이 책을 꼭 읽어보고 싶군요.

저는 지금 프랑스 여행 중입니다. 파리에서 자란 여섯 살짜리 한국 아이가 그린 그림을 보고 깜짝 놀랐습니다. 너무나 수준이 높아, '설마 아이가 그린 건 아니죠?' 하고 물었어요. 그런데 1, 2년 전쯤에 아이가 직접 그린 거라고 하더군요. 구성이며 소재 사용방법이 아주 훌륭했거든요. 마치 파울 클레의 그림을 보는 것 같달까요.

아이 어머니에게 아이가 재능이 있다고 말을 건넸더니 '프랑스 아이들은 그림을 다 잘 그려요'라고 대답합니다. 탁아소에 보낸 시절부터 그림을 그렸다나요. 도화지를 주고 사인펜, 붓, 색연필 등 그림을 그릴 수 있는 온갖 도구를 주고는 무작정 그리게 한답니다. 아무리 못 그려도 타박을 주지 않고 칭찬을 해주니 아이는 자신감에 차서 그림들을 그리게 된대요. 원래 이 아이도 세 살쯤에는 그림을 엄청 못 그렸는데 일이 년 지나고 나서는 꽤 그리더라고, 그저 많이 해보고 (그림 그리는 게 자연스러울 정도로) 칭찬 많이 해주었더니 일정 수준 이상의 솜씨는 갖게 된 거지요. 현재는 유치원에 다니는데, 다른 아이들 그림을 보아도 그런 수준은 된다는 거예요.

이런 아이들이 예술을 누릴 줄 아는 어른으로 성장하는 거겠죠. 저처럼 아예 미술 분야에 대해서는 몸서리를 치며 '난 그림 그리는 재능이 없어'라고 좌절하지 않고요.

그중에서도 특별히 미술에 재능이 있는 아이들은 있겠지만, 어지간한 아이들도 일정수준은 된다니, 왜 파리의 미술관과 박물관에 그렇게도 아이든 어른이든 사람이 많은지 알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