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침묵이 불편하지 않다. 때로는 친구들과 시끄럽게 떠들곤 하지만 대부분은 다른 사람들 앞에서 이야기하는 게 불편하다. 특히 학교 친구들 앞에서는 더욱 그렇다. 나는 필요하다면 몇 시간이고 말하지 않고 앉아 있을 수 있다. - P107
그러나 모리 교수님을 만날 때면 그의 빛에 의해 모든 것들이 깨끗해지는 느낌을 받았다. 우리는 인생을 이야기했고 사랑을 이야기했다. 그가 가장 좋아하는 주제 가운데 하나인 ‘동정심‘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리고 우리가 사는세상에는 왜 그렇게 동정심이 부족한지에 대해서도 말했다. - P109
나는 깨어 있는 시간 내내 자기 연민에 빠져 사는 사람들이 떠올랐다. 내가 아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랬다. 하루 중자기 연민을 느껴도 될 시간을 따로 정해 둔다면 얼마나 유용할까? 몇 분만 눈물을 흘리고 그날의 나머지는 즐겁게 사는것이다. 죽음으로 몰아가는 무서운 병을 앓고 있는 모리 교수님도 그렇게 하고 있는데 - P111
하지만 교수님은 팔에 힘을 줄 수가 없었다. 그는 생명 없는 무거운 물건 같았고 그의 머리가 어깨에가볍게 부딪쳐 오자 그의 몸이 커다란 빵 덩어리처럼 처지는것이 느껴졌다. - P113
그렇게 그를 껴안는 것은 뭐라 정확히 설명할 순 없지만 마음속에 깊은 감동을 주었다. 줄어드는 몸 안에서 죽음의 씨앗이 느껴졌다고나 해야 할까. 교수님을 의자에 앉히고 머리에 베개를 괴어 드리면서 나는 점점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들이 줄어들고 있다는 차가운 현실을 깨달았다. 그러니 뭔가를 해야 했다. - P113
"여러분이 본 것처럼 이 학생은 눈을 감았어요. 그것이 여러분과 다른 점이에요. 눈에 보이는 것을 믿을 수 없을 때에는 느껴지는 것을 믿어야 합니다. 그리고 다른 사람들이 여러분을 믿게 만들려면 여러분 역시 그들을 믿고 있음을 느껴야합니다. 여러분이 어둠 속에 있을 때에나 뒤로 넘어지고 있을때조차도 말입니다." - P115
사실 녹음기는 추억 이상이 담긴 물건이었다. 나는 모리 교수님을 잃고 있었다. 또한 우리 모두 모리를 잃어 가고 있었다. 그의 가족들, 친구들, 졸업생들, 동료 교수들, 교수님이 그토록 좋아했던 정치 토론 그룹 사람들, 전에 함께 춤췄던 파트너들까지도 사진이나 비디오테이프처럼 이 녹음테이프가 죽음이라는 가방에서 뭔가 훔쳐 낼 수 있는 필사적인 시도가 되어 줄 것 같았다. - P118
모리 교수님은 신비롭게도 죽음에 당면해서 생각이 투명해지는 것을 사람들과 나누고 싶어 했다. 나는 그런 교수님의 마음을 알았다. 그리고 되도록이면 오래오래 그것을 기억하고 싶었다. - P118
그는 어렸기 때문에 어머니의 병을 모른 체하면 그 병을 물러가게 할수 있을 거라고 믿었다. 이런 방법이 아니면 어린아이가 어떻게 어머니의 죽음과 맞설 수 있었겠는가. - P131
"스승은 영원히 영향을 미친다. 어디서 그 영향이 끝날지 스승 자신도 알 수가 없다." - 헨리 애덤스 - P137
"나는 매일 저 창밖을 내다보지. 나무가 어떻게 변하는지 바람이 얼마나 강해졌는지도 알아차린다네. 그것은 시간이 창밖으로 지나쳐 가는 것을 아는 것과 비슷한 거야. 나에게 주어진 시간이 거의 끝나간다는 걸 알기 때문에 마치 처음으로 자연을 보는 것처럼 그렇게 자연에 마음이 끌린다네." - P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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