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어는 공부가 아니다"라고 말한 것은 앞서 이야기한 대로 언어의 습득적, 역사적 성질 때문이기도 하지만, 더욱 주의 깊게 봐야 하는 이유는 언어의 목적 때문입니다. 언어는 그 자체의 학습이 목적이기보다는 하나의 도구로서의 목적이 강합니다. 앞의 강의에서 말했듯이 언어는 자신을 표현하기 위한 수단이자 세상을 이해하는 틀입니다. 하지만 우리 사회에서는 이 점을 자꾸 간과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 P55

그래서 저는 지금도 공부를 해나가는 본질적인 목적을 잊지 않기위해 ‘나는 왜 공부하는가? 무엇을 위해서, 누구를 위해서 공부하는가?‘ 스스로에게 되묻습니다. - P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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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단어만 해도 그 유래를 따라가다 보면 참으로 긴 시간을 되돌아보아야 합니다. 우리 마음속에서 봄날의 아지랑이처럼 불꽃처럼 피어오르는 기운을 보는 일도 마찬가지입니다. ‘아지랑이‘라는 단어가 억겁의 시간 속에서 형성되었다는 것을 생각하며 쉽게 포기하지 말고 시시때때로 그렇게 우리 마음을 보아야 합니다.
자, 이제 이 봄날의 아지랑이를 보러 운동장으로 나가십시오. 공부한다는 것, 살아간다는 것은 우리 마음속의 아지랑이를 보는 일입니다. 그리고 이 단어가 원래 의미하는 대로 ‘보잘것없는 것‘, ‘허풍‘과 같은 마음의 현상도 들여다보기를 바랍니다. 이것은 힘들기는 하지만 꼭 필요한 일이기 때문입니다.
지금, 여러분 마음의 운동장에는 어떤 아지랑이가 피어오르고 있습니까?" - P35

또 한 가지 더 생각해볼 수 있는 것은 발라가 말한 라틴어의 ‘올바른 사용‘입니다. 앞서 말했듯이 그는 책에서 "자기 자신을 표현하는 올바른 방법이 모든 표현의 기초가 되고, 그것이 참다운 지적 체계를 형성한다"라고 말했습니다. 우리는 아이들이 한글을 빨리 깨쳐야 한다고 생각하고, 이른 나이에 외국어 교육고 받게 합니다. - P45

하지만 자기 생각을 제대로 표현하는 방법은 잘 가르치지 않습니다. 그러니 타인의 생각 또한 이해할 수 없고, 소통에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어요. 정리되지 않은 생각들을 밀어붙이느라 바쁘고 내 이야기를 들어주지 않는다고 화부터 내는, 서로 저마다 다른 말을 하는 광경을 주위에서 자주 봅니다. 그것은 결국 외국어의 문제로 확대될 수밖에 없습니다. 모국어로 안 되는 건 외국어로도 안 됩니다. 게다가 모든 언어 공부가 결국 시험으로 귀결됩니다. ‘언어‘를 알기는 아는데 그 언어를 ‘제대로 쓸 줄‘은 모른다고 해야 할까요? - P46

결국 발라가 말한 ‘라틴어의 고상함‘은 라틴어가 문학적으로, 혹은 언어적으로 뛰어나다는 의미라기보다는 언어를 제대로 잘 사용할 때에 타인과 올바른 소통이 가능한데, 라틴어가 바로 그런 언어라는 의미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 P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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뭔가를 배우기 시작하는 데는 그리 거창한 이유가 필요 없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있어보이려고, 젠체하려고 시작하면 좀 어떻습니까? 수많은 위대한 일의 최초 동기는 작은 데서 시작합니다. - P25

만일 여러분이 뭔가에 관심이 생기고 공부해보고 싶은 마음이 든다면 내가 왜 그것에 관심을 가지게 됐는지, 왜 배워볼까 하는 마음이 들었는지 한번 들여다보세요. 그 다음 내 안의 유치함을 발견했다면 그것을 비난하거나 부끄러워하기보다 그것이 앞으로 무엇이 될까, 끝내 무엇을 만들어낼 수 있을까 상상해보는 건 어떨까요? 지치고 힘든 과정에서 오히려 또 다른 동기부여가 되어주지 않을까요? 그러니 이 수업을 시작하기 전에 여러분의 그 마음이 그저그런 유치함이 아니라 ‘위대한 유치함‘이라는 사실을 기억하기 바랍니다. - P26

사실 언어 공부를 비롯해서 대학에서 학문을 한다는 것은 단순히지식을 양적으로 늘리는 것이 아니라 ‘틀을 만드는 작업입니다. 학문을 하는 틀이자 인간과 세상을 보는 틀을 세우는 것이죠. 쉽게 말하면, 향후 자신에게 필요한 지식이 어디에 위치해 있는지 알고, 그것을 빼서 쓸 수 있도록 지식을 분류해 꽂을 책장을 만드는 것입니다. 이것이 바로 제 수업이 지향하는 지점입니다. - P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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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니데이 2022-12-23 22:4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억울한 홍합님, 편안한 하루 보내고 계신가요.
이번주 일요일 크리스마스입니다.
추운 날씨 조심하시고, 즐거운 주말 보내세요.
메리 크리스마스.^^

억울한홍합 2022-12-23 23: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렇게 섬세하실까요~
눈이 와도 너무 많이 왔어요, 항상 건강 잘 챙기시고 서니데이님도 행복한 크리스마스와 연말보내시길요^^
 
마음의 눈에만 보이는 것들 - 정여울과 함께 읽는 생텍쥐페리의 아포리즘
정여울 지음 / 홍익 / 2015년 12월
평점 :
품절


공교롭게도 겪었던 일들로 인해 철저히 더 아웃사이더가 되어 보이는 것만 믿겠다던 제게 보이지 않는 것들을 보는, 마음의 눈에만 보이는 것들을 믿게 하는 용기를 다시 한번 주었던 책이네요. 밑줄이 그어지는 부분이 많았던, 책을 소장하길 잘 했다는 생각이 들었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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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 눈에만 보이는 것들 - 정여울과 함께 읽는 생텍쥐페리의 아포리즘
정여울 지음 / 홍익 / 201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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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르니스는 그녀를 포기할 수 없었다.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행복했기 때문에 그녀와 이야기를 할 수 있다는 것, 그녀의 눈빛을 볼수 있다는 것, 그의 시답잖은 질문에 언제나 현명한 대답을 해준다는 것. 그것만으로도 그는 세상 모든 것을 가진 듯 행복했기에 그에게 사랑이란 남의 마음을 빼앗기 위한 숨 가쁜 심리 게임이 아니라, 내면에서 자신도 모르게 흘러나오는 빛, 감추고 싶어도 감출 수 없는 빛이었다. - P195

이별이란 이렇다. 그 사람과 나 사이에 천년의 시간이 가로놓여 있는 것만 같다. 도저히 인간의 힘으로는 건널 수 없는 영원의 늪이 가로놓여 있는 것만 같다. 손만 뻗으면 만질 수 있는 거리에서도, 그 사람을 도저히 붙잡을 수가 없다.
우리는 지금 밤 속으로 들어간다. 담배 한 개비의 불빛에 의지해. 그러면 세계는 그것의 진짜 차원을 다시 찾는다. - P219

그는 알고 있었다. 자신의 한평생이 이렇게 도망치느라 소진되고 있다는 것을. 하지만 후회는 없다. 그는 온 마음을 다해 사랑했고, 온몸을 바쳐 비행했지만, 한 여자를 향한 사랑과 비행을 향한 사랑을 하나로 합칠 수가 없었다. 하늘을 나는 일과 한 여인을 사랑하는 일 사이에는 도저히 건널 수 없는 간극이 가로놓여 있었다. - P222

‘조종사는 사망, 비행기는 파손, 우편물은 손상 없음.‘
이 문장 속에 베르니스의 비극적인 최후가 모두 담겨 있다.
너무도 단순하여 어처구니가 없을 정도지만, 이 문장 속에 그가 겪어야 했던 모든 고통과 슬픔이 다 담겨 있는 듯하다. - P225

"집이건 별이건 사막이건, 그것을 아름답게 하는 것은 눈에 보이지 않는 것들이야."
바로 그것이다. 우리의 소통을 아름답게 하는 것은 차마 말하지 못하는 것들, 결코 눈에는 보이지 않는 것들, 그리고 좀처럼 입을 열어 쉽게 발설할 수 없는 아름다운 마음이다. 그 ‘보이지 않는 것들‘에 대한 믿음이 있을 때 우리의 소통은 비로소 아름다워질 수 있다. - P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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