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 눈에만 보이는 것들 - 정여울과 함께 읽는 생텍쥐페리의 아포리즘
정여울 지음 / 홍익 / 201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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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베르니스는 그녀를 포기할 수 없었다.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행복했기 때문에 그녀와 이야기를 할 수 있다는 것, 그녀의 눈빛을 볼수 있다는 것, 그의 시답잖은 질문에 언제나 현명한 대답을 해준다는 것. 그것만으로도 그는 세상 모든 것을 가진 듯 행복했기에 그에게 사랑이란 남의 마음을 빼앗기 위한 숨 가쁜 심리 게임이 아니라, 내면에서 자신도 모르게 흘러나오는 빛, 감추고 싶어도 감출 수 없는 빛이었다. - P195

이별이란 이렇다. 그 사람과 나 사이에 천년의 시간이 가로놓여 있는 것만 같다. 도저히 인간의 힘으로는 건널 수 없는 영원의 늪이 가로놓여 있는 것만 같다. 손만 뻗으면 만질 수 있는 거리에서도, 그 사람을 도저히 붙잡을 수가 없다.
우리는 지금 밤 속으로 들어간다. 담배 한 개비의 불빛에 의지해. 그러면 세계는 그것의 진짜 차원을 다시 찾는다. - P219

그는 알고 있었다. 자신의 한평생이 이렇게 도망치느라 소진되고 있다는 것을. 하지만 후회는 없다. 그는 온 마음을 다해 사랑했고, 온몸을 바쳐 비행했지만, 한 여자를 향한 사랑과 비행을 향한 사랑을 하나로 합칠 수가 없었다. 하늘을 나는 일과 한 여인을 사랑하는 일 사이에는 도저히 건널 수 없는 간극이 가로놓여 있었다. - P222

‘조종사는 사망, 비행기는 파손, 우편물은 손상 없음.‘
이 문장 속에 베르니스의 비극적인 최후가 모두 담겨 있다.
너무도 단순하여 어처구니가 없을 정도지만, 이 문장 속에 그가 겪어야 했던 모든 고통과 슬픔이 다 담겨 있는 듯하다. - P225

"집이건 별이건 사막이건, 그것을 아름답게 하는 것은 눈에 보이지 않는 것들이야."
바로 그것이다. 우리의 소통을 아름답게 하는 것은 차마 말하지 못하는 것들, 결코 눈에는 보이지 않는 것들, 그리고 좀처럼 입을 열어 쉽게 발설할 수 없는 아름다운 마음이다. 그 ‘보이지 않는 것들‘에 대한 믿음이 있을 때 우리의 소통은 비로소 아름다워질 수 있다. - P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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