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 시절부터 수없이 생각했고, 의아했다. 하지만 고개를 갸웃해본들 언제나 똑같은 결론에 이르렀다.
‘그런 인생을 살 가능성은 애초부터 눈곱만큼도 없었어.‘
선택을 잘못한 게 아니라 세상에 태어날 때부터 인생의 레일이 틀어져 있었던 것이 분명하다. 선택을 잘하면 해피엔딩을 맞는다는 건 게임에서나 가능한 이야기다. 어떤 선택을 하든 비극으로 끝나는 인생도 있고 아예 선택지 자체가 없는 인생도 있다. 나는 그런 인생을 뽑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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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내 죽음에 네가 들어왔다
세이카 료겐 지음, 김윤경 옮김 / 모모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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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무살 백수인 아이바 준 남자 주인공과 학교에서 외톨이가 된 중3 여학생 이치노세 쓰카미의 자살 이야기로 시작되지만 위로와 생명의 존중과 소중함을 느끼게 해주는 소설인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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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있는 시간이 좋았다. 그렇다고 고독을 원한 건 아니다. 주변 사람들을 좋아하지 못해서 고독해진 것뿐이다. 반친구들도, 길을 걷는 사람들도 너무나 행복해 보였다. 내겐 행복해 보이는 일이 그들에게는 당연했고, 내게 하찮은 일은 그들에게 큰 고민거리인 것 같았다. 가치관의 차이다. 그차이로 생기는 마찰을 나는 견디기 힘들었다. 고독은 쓸쓸하지만, 사람들 사이에 있어 봤자 비참한 생각만 들 뿐이니까. 그래서 그들과 거리를 두고 혼자만의 시간을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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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라임 오렌지나무 나의 라임 오렌지나무 1
J.M 바스콘셀로스 지음, 박동원 옮김 / 동녘 / 200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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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짜 나이 여섯 살, 진짜 나이 다섯 살 제제!
너무 가난해 성탄절에도 선물을 받지 못하고 심지어 매일 매를 맞고 자란다.
이런저런 이유로 제제는 마음 속에서 아빠를 지워버리고 처음엔 망신을 줬지만 아픈 제제를 도와주면서 친해지게 된 포르투가에게 마음을 열게 된다.
그렇게 포루투가의 위로와 사랑을 받으며 행복하게 지내는 것도 잠시, 포루투가가 열차사고로 세상을 떠나게 되어 그 충격으로 인해 제제는 심하게 아파하며 철이 들고 라임 오렌지 나무와도 이별을 한다.
슬픔을 너무 일찍 알아버려서, 너무 일찍 철이 들어버린 제제가 너무 안쓰러워 후반에는 아예 울면서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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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들 제 운명을 안고 태어나는 거야. 너도 마찬가지고,
제제, 너는 다만 가끔씩 장난이 좀 심할 뿐이야."

내 마음이 상한 이유는 아픔이나 매 때문이 아니었다. 식구들은 의심이 갈 정도로 내게 잘해 주었다. 그래도 무엇인가를 잃은 것처럼 허전했다. 나를 다시 예전의 나로 되돌려 주고, 사람과 그들의 선한 마음을 믿게 해줄 중요한 무엇인가가 사라진 것 같았다.

차를 모는 동안 그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내 마음이 가라앉기를 기다리는 것 같았다. 모든 것을 뒤로 하고 아름다운 초록빛 수풀 사잇길로 들어서자 그는 차를 세웠다. 그리고 나를 바라보면서 다른 누구에게서도 찾을 수 없어 나를 허전허게 했던 마음 착한 사람의 미소를 지어 보였다.

"있잖아요, 뽀르뚜가! 나를 아들로 삼기 싫다고 해도 상관없어요. 당신을 울리려고 한 말은 아니었어요."
그는 아주 천천히 내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그래서 그런 게 아니다, 얘야. 그런 게 아니야. 인생이란 생각처럼 그렇게 쉬운 게 아니야. 하지만 한 가지 약속하마.
네 말대로 하고 싶기는 한데 너를 네 엄마 아빠한테서 데려올 수는 없어. 그건 옳은 일이 아니야. 지금까지도 널 아들처럼 사랑해 왔지만 앞으로는 진짜 친아들로 대해 주마."
나는 너무 기뻐 몸을 벌떡 일으켰다.

이제는 아픔이 무엇인지 알 것 같았다. 매를 많이 맞아서 생긴 아픔이 아니었다. 병원에서 유리 조각에 찔린 곳을 바늘로 꿰맬 때의 느낌도 아니었다. 아픔이란 가슴 전체가 모두 아린, 그런 것이었다. 아무에게도 비밀을 말하지 못한 채 모든 것을 가슴속에 간직하고 죽어야 하는 그런 것이었다. 팔과 머리의 기운을 앗아가고, 베개 위에서 고개를 돌리고 싶은 마음조차 사라지게 하는 그런 것이었다.

"있잖아, 누나. 난 더 살고 싶지 않아. 다 나으면 다시 나쁜 아이가 될 거야. 누나는 몰라. 누구를 위해 착해져야겠다고 마음 먹을, 그럴 사람이 이젠 없어."
"착해질 필요 없어. 그냥 네가 늘 그랬듯이 어린애이기만 하면 되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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