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들 제 운명을 안고 태어나는 거야. 너도 마찬가지고, 제제, 너는 다만 가끔씩 장난이 좀 심할 뿐이야."
내 마음이 상한 이유는 아픔이나 매 때문이 아니었다. 식구들은 의심이 갈 정도로 내게 잘해 주었다. 그래도 무엇인가를 잃은 것처럼 허전했다. 나를 다시 예전의 나로 되돌려 주고, 사람과 그들의 선한 마음을 믿게 해줄 중요한 무엇인가가 사라진 것 같았다.
차를 모는 동안 그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내 마음이 가라앉기를 기다리는 것 같았다. 모든 것을 뒤로 하고 아름다운 초록빛 수풀 사잇길로 들어서자 그는 차를 세웠다. 그리고 나를 바라보면서 다른 누구에게서도 찾을 수 없어 나를 허전허게 했던 마음 착한 사람의 미소를 지어 보였다.
"있잖아요, 뽀르뚜가! 나를 아들로 삼기 싫다고 해도 상관없어요. 당신을 울리려고 한 말은 아니었어요." 그는 아주 천천히 내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그래서 그런 게 아니다, 얘야. 그런 게 아니야. 인생이란 생각처럼 그렇게 쉬운 게 아니야. 하지만 한 가지 약속하마. 네 말대로 하고 싶기는 한데 너를 네 엄마 아빠한테서 데려올 수는 없어. 그건 옳은 일이 아니야. 지금까지도 널 아들처럼 사랑해 왔지만 앞으로는 진짜 친아들로 대해 주마." 나는 너무 기뻐 몸을 벌떡 일으켰다.
이제는 아픔이 무엇인지 알 것 같았다. 매를 많이 맞아서 생긴 아픔이 아니었다. 병원에서 유리 조각에 찔린 곳을 바늘로 꿰맬 때의 느낌도 아니었다. 아픔이란 가슴 전체가 모두 아린, 그런 것이었다. 아무에게도 비밀을 말하지 못한 채 모든 것을 가슴속에 간직하고 죽어야 하는 그런 것이었다. 팔과 머리의 기운을 앗아가고, 베개 위에서 고개를 돌리고 싶은 마음조차 사라지게 하는 그런 것이었다.
"있잖아, 누나. 난 더 살고 싶지 않아. 다 나으면 다시 나쁜 아이가 될 거야. 누나는 몰라. 누구를 위해 착해져야겠다고 마음 먹을, 그럴 사람이 이젠 없어." "착해질 필요 없어. 그냥 네가 늘 그랬듯이 어린애이기만 하면 되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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