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청


자신이 무엇을 느끼고, 원하고,
필요로 하는지 들을 수 있나요?

쿼터라이프의 두 번째 성장 기둥은 ‘경청’이다. 더는 유익하지 않은 관계와 관점으로부터 분리할 수 있도록 용기와 능력을 길러야 한다. 이에 더해 자신에게 귀 기울이는 법을 배우고 내면에서 들리는 이야기를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 경청하는 법을 배운다는 것은 직감, 느낌, 신체 감각, 우연, 침묵, 꿈을 비롯한 온갖 비언어적 정보를 인식하고 이해하는 것을 의미한다.

자아도취라고 성급하게 판단할 사람들도 있겠지만, 경청의 목표는 자아도취와 거리가 멀다. 자신의 진실을 직시하려면 불굴의 정직성과 겸허함이 필요하고, 때로는 현실의 안정을 흩어낼지도 모르는 내면의 지침에 오롯이 헌신해야 한다.

경청은 일상 속의 건강과 방향감각을 기를 때 도움이 된다. 우리는 전부 ‘행복과 불행’을 경험하고, 때로는 경험의 정도가 몸이 실감하는 수준보다 지나쳐서 내면의 현기증을 겪듯 위험할 정도로 ‘도취’될 수도 있다. 혹은 납덩이를 짊어진 듯 일어서지 못하고 ‘가라앉을’ 수도 있다. 때로는 ‘무질서’라든가 ‘방향 상실’의 감각을 느낄 수도 있다. ‘홍수’가 난 듯 감정이 터져 나오거나, ‘통제 불능’이 될까 봐 두려워지거나, ‘제정신을 유지’하려고 끙끙댈 수도 있다. 그러다가 기분이 좋아지면 ‘안정’이나 ‘균형감’이나 ‘집중력’이 생겼다고 느낀다. 타인의 말 한마디나 시선이 자신을 ‘쓰러뜨렸’거나 ‘북돋아줬다’는 것을 알게 될 수도 있다. 이런 감정을 느낄 때마다 무엇 때문에 그런 감정이 생겼고 다음에는 어떻게 기분 전환할 수 있을지 알아내는 법을 익힐 수 있다.

때로는 인내력과 시간을 쏟아서 이전에 ‘불안정’의 감각이 시작된 시기를 돌아보고 다시 느껴봐야 한다. 과거를 고민하는 과정에서 유용한 정보가 드러나는 법이다.

자기 내면을 경청하는 행위의 목적은 방향감각을 얻고 직감을 회복하는 것이다.

때로는 외부의 소음을 줄여야 한다. 남들과 어울리는 시간을 줄이고, 기술과 단절하고, 수면 시간을 늘리고, 트라우마와 중독을 치유해야 한다. 트라우마와 중독은 욕구를 느끼고 표현하는 능력을 망가뜨리고 의식을 흐려놓기 때문이다. 어떤 방법을 택하든, 결국 이런 활동은 안테나를 세워서 과거에 쉽게 감각하지 못했던 자기 삶에 관해 더 많은 정보를 수신하는 행위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경청은 그저 맹목적인 믿음이 아닌분별력을 요구한다. 분별력은 ‘제대로 판단할 수 있는 능력’ 혹은 ‘어떤 것의 특성을 옳게 판단하고 그런 판단력을 보여줄 수 있는 능력’으로 정의된다. 분별력은 자기 자신을 든든한 거름망으로 사용할 수 있는 능력이다. 때로는 반문화적 신념과 실천에 전념하는 집단이나 운동도 지배 문화만큼이나 자기 내면을 경청하는 작업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

경청으로 얻을 수 있는 궁극적인 효과는 결정 과정을 단순하게 만들어준다는 것이다.

심리적 성숙의 바탕, 그리고 성숙한 사람으로 이루어진 건강한 사회의 바탕에는 자기 자신을 위해 생각하는 능력, 주변 사람의 관점과 거리를 둔 채 스스로 ‘옳은 것’과 ‘그른 것’을 분별하는 능력이 있다. 이것은 자신을 신뢰하는 능력이다. 끊임없는 도전과 실수를 통해 안간힘을 쓰거나 지나치게 고민하는 일 없이 내면의 신호를 알아채는 법을 깨우쳤다면, 최종 목표를 달성한 것이다. 제다이가 포스를 느끼게 된 것처럼.

만성적인 스트레스와 트라우마 역사가 있는 경우, 쿼터라이프 초반의 몇 년은 거센 급류에 뛰어들어 헤엄을 치려고 애쓰는 것처럼 느껴질 수 있다. 버거워도 줄곧 힘을 낼 수 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어쩔 수 없이 피로가 쌓인다. 많은 쿼터라이퍼는 ‘경직 상태’에서 영웅적인 회복력을 유지하지만, 끊임없이 흐르는 삶 속에서 점차 지치고 만다. 회복력이 바닥나고, 그 밑에 있는 겹겹의 절망과 공포가 드러난다. 곧 휩쓸려 떠내려갈지도 모른다. 대단하든 미미하든 트라우마 역사가 남아 있다면, 자기 내면을 경청하는 법을 배우는 과정에서 트라우마 치유가 핵심이 되어야 한다. 해묵은 트라우마와 해로운 패턴의 목소리가 본능과 욕구가 내는 믿음직한 목소리와 싸우려 할 것이기 때문이다. 본능과 욕구에 관한 정보를 내부에서 해석하고 이해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쿼터라이프 내내 물살을 거슬러 올라가는 것처럼 줄곧 힘겨울 필요는 없기 때문이다.

내 생각에 트라우마 중심의 심리 치료를 포함해 일반적인 심리 치료 역시 상처로부터 온전히 벗어나서 현실 세계에서 자유와 독립성을, 무엇보다기쁨을체험하는 것에 목표를 두어야 한다. 그레이스를 포함한 수많은 의미형에게 이는 현실 세계가 자신을 품어줄 수 있을 정도로 안전하다는 믿음을 다지는 과정이다.

수많은 쿼터라이퍼, 특히 안정형 쿼터라이퍼는생각으로 이해하는 법 대신느낌으로 판단하는 법을 연습할 필요가 있다. 너무 뜨겁지도 않고 너무 차갑지도 않은딱 적당한 온도를, 너무 크지도 않고 너무 작지도 않고딱 적당한 크기를 직접 판단하는 것이다.

경청은 쿼터라이프의 핵심적인 요소다. 카를 융은 과거엔 경청이 자연스럽게 이루어졌다고 여겼다. 자신이 누구인지 알아내기 위해 세상에 진입한 쿼터라이퍼는 본능과 호기심을 따라가며 조금씩 원하던 지식을 얻어낸 것이다.

쿼터라이프에서 경청이라는 행위는 삶의 중심을 목표 성취에서 호기심 탐구로 옮기는 것을 뜻한다. 자기만의 특성에 관해 정보를 모으는 행위다.

쿼터라이퍼는 오직 시도와 실수를 통해서 자기 삶을 정확히 정의할 수 있다. 그러므로 주어진 상황에서 신체와 감정이 보이는 반응에 집중하면, 아주 미묘한 반응이라도 정보가 될 수 있다. 내가 내담자에게 권장하는 것은 저항, 두려움, 갈망, 즐거움, 피로, 호기심, 부끄러움 등 다양한 감정을 느낄 때 자신이 어떤 식으로 반응하는지 경청해보는 것이다. 그런 반응의 의미를 질문하기 전에 그저 귀 기울여보고 자신의 경험에 관찰자적 태도를 취할 것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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