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에 대한 생각은 이토록 흔하지만, 우리가 이를 논하는 것은 터부시된다. 스스로 그러한 생각을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소스라치게 놀라기도 하고, 참고 참다 옥상에 올라 내가 죽으면 슬퍼할 가족들 생각에 눈물만 떨구기도 한다. 들면 안 되는 그런 ‘나쁜‘ 생각이 내 마음에 찾아왔다는 그 사실 자체로 자책하고 버거워한다.

죽고 싶다기보다 죽고 싶을 만큼 버겁고 힘들다고, 삶을 끝내버리고 싶다는 그 마음, 그렇지만 죽음은 막막하거 두려운 것이라 이럴 수도 저럴 수도 없는 그 마음들이 모두 이상할 것은 없었다.

기분과 삶의 괴리는 일상 곳곳에서 발견된다. 고혈압과 당뇨병으로 저염식·저당식을 해야 한다는 사실을 충분히 알지만 라면과 초콜릿의 유혹에 무너지기도 하고, 화가 날 때는 시간을 두고 조금 차분히 다시 생각해보는 것이 좋은 줄 알면서도 벌컥 화를 내 소중한 사람들과의 관계를 어그러뜨리기도 한다. 우리는 기분 내키는대로 자연스럽게 행동할 뿐인데, 그럴수록 우리가 기대했던 것과는 전혀 반대의 결과를 마주한다. ‘나름대로 열심히 살아가고 있는데 왜 이렇게 내 인생은 마음대로 되지 않을까‘란 고민이 또 한 번나를 괴롭힌다.

지금 내 마음에서 강렬하게 떠오르는 충동이 기분을 지향하는 덧인지, 목적을 지향하는 것인지를 구분하다 보면, 기분과 행동 사이의 ‘틈‘이 생겨 삶에 이로운 행동을 선택할 수 있다.
본능과 기분이 유발하는 회피 행동보다는 내가 되새기는 삶의 의미, 되고 싶은 나의 모습을 지향하는 행동이 조금 더 나의 행복과가까울 때가 많다. 그러고 싶지 않은데도 기분에 따라 어쩔 수 없이 이끌려ㅠ가는 행동 대신 내가 어떤 하루, 어떤 삶을 원하는지를 떠올려 보고 이를 위한 행동으로 하루를 채워보면 어떨까.
기분만을 지향하던 행동들을 하나둘 목적 지향적인 행동들로 바꿔간다면, 원치 않는 것으로 가득한 것 같은 삶에도 내 바람과 닮아가는 것들이 조금씩 늘어가지 않을까.

스스로의 부족함을 채우려는 노력이 틀렸다는 의미는 아니다.
오히려 이러한 노력들은 우리에게 충만함과 행복을 가져다줄 가능성이 더 높다. 단지 ‘나를 증명하기 위해‘, ‘내 마음을 설득하기 위해‘, 혹은 ‘누군가를 납득시키기 위해‘ 이를 행할 필요가 없고, 그 결과에 대해서도 누군가에게, 특히 스스로의 마음에게 굳이 ‘확인받을 필요는 없다는 것이다.

언어에는 힘이 있다. 하려는 일에 노력한다. 열심히 한다는 이름표를 붙이면 그 일은 지금 하기는 싫지만 미래를 위해 참고 해야하는 ‘중요한‘ 일이 된다. 하지만 마음은 이성만큼 냉정하고 효율적이지 못하다. 하기 싫은 일을 억지로 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노력하자, 열심히 하자라는 이성의 독려가 실천으로 잘 이어지지 않는 이유, 조금 이어지다가도 이내 중단되는 이유다. 그런 상황에서우리는 ‘아, 이러면 안 되는데, 계속 노력하기로 결심했는데‘라며또다시 고뇌한다.
그렇게 우리는 이럴 수도 저럴 수도 없는 지점에 도달한다. 일이든, 관계든, 개인적 성취는 무언가를 노력해야 한다고 생각하면.
서도 막상 그것을 하는 것은 너무 귀찮고, 어렵고, 막막하고, 기약이 없어 실천에 옮기질 못한다. 막연히 ‘무언가를 해야 하는데, 열심히 해야 하는데‘라는 생각에 빠져 그저 어제만큼의 하루를 보내게 된다. 아니, 어제만큼의 하루를 보내기도 벅차다.

하고 싶은 것만을 할 수 있는 삶, 모든 것이 원하는 대로만 이루어지는 삶은 존재하지 않는다. 야속하지만 분명한 현실이다. 하지만 그 새삼스러운 현실은 10년 전에도, 지난달에도, 어제도 그랬다. 지금 나를 피로하고 지치게 하는 것은, 어제와 크게 달라진 것이 없는 현실이 아니라 ‘이대로는 안 되는데‘, ‘노력해야 하는데‘라는 강박임을 깨달았다.
이를 느낀 이후부터는 내가 하는 일에 ‘노력한다는 이름표‘를 공연히 붙이지 않는다. 무언가를 ‘하기 위해 노력하지 않고 그냥한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누워 있는 것을 포함해, 어떤 일이든 그 일을 할 만한 이유, 하고 싶은 이유가 있다는 사실을 떠올린다. 그 일을 하는 데 굳이 노력은 필요하지 않다. 지금의 나 그리고 앞으로의 나에게 가장 좋은 일이므로 기꺼이 할 수 있다.

애써 참거나 노력하지 않고 그냥 한다. 무엇이 되었든 그것들을 하며 보내는 하루가 내게는 가장 완벽한 하루다.

슬픔과 행복이 뫼비우스의 띠처럼 이어지는 것이 삶이다. 이런 삶에서 스트레스를 ‘반드시‘ 해소해야 한다는 생각은 슬플 때는 슬퍼서, 기쁠 때는 그 기쁨에 몰입하지 못하게 해서 슬퍼할 수밖에 없도록 우리를 잡아당긴다. 모든 것이 마음대로 이루어지지 않는 삶에서 크고 작은 스트레스는 늘 존재할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스트레스가 존재한다는 사실이나 스트레스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관점으로 인해 힘겨워하기보다는, 그 마음이 잘못되지 않았다고 스스로를 보듬어주면 어떨까. 그리고 지금 당장 만날 수 있는 소소하고 소중한 것들에 마음을 기울여보면 어떨까.
굳이 힘든 마음을 지금 당장 해소하려 노력하지 않고, 아끼는 순간들을 슬픔을 해결하기 위한 도구로 소모하지 않으며 그 소중함을 있는 그대로 마주하는 것, 그것이 나의 스트레스 해소법이자 행복으로 향하는 방법이다. - P206

마음은 일관성을 선호하고 변화를 싫어한다. 우리가 익숙함을 지향하는 것은 일상을 이어나가는 데 시간적, 신체적 에너지와 심리적인 여유라는 자원을 가장 적게 소모하는 효율적인 방법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마음은 어떤 변화를 시작하기 전 그것이 얼마나 내게좋은 것들을 가져다줄지 이상으로 내게 얼마나 손해가 될지를 끊임없이 따진다. 불확실한 이득의 가능성에 비해 명확하게 체감되는 손해를 상상하며 우리는 변화를 회피한다. 오늘 하루, 지금의 내 모습, 나의 삶이 있는 그대로 좋아서라기보다 익숙해서 따르는 것이다.

Just because I choose to do, 간단한 이 한마디는 익숙함만을 지향하는 마음의 함정에서 우리의 소중한 시간과 삶의 의미를 잃어버리지 않도록 도와준다. 그냥, 내가 하기로 했기 때문에 시도하는Sur son변화로 우리를 인도한다. 어제보다 오늘을 아주 조금 더 사랑할 수있는 힘을 더해주는 주문을, 당신에게도 전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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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라탄이즐라탄탄 2023-06-07 07:5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노력하지 않고 그냥 한다‘는 말이 뭔가 단순해보이면서도 어떤 고민이나 생각에 대한 명쾌한 해결책인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고맙습니다.

억울한홍합 2023-06-07 12:41   좋아요 1 | URL
이 책을 읽는 동안 전 왜 이렇게 해보려고 하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을 의외로 많이 하게 됐던 것 같아요~ 마음써 주셔서 고맙습니다!

즐라탄이즐라탄탄 2023-06-07 12: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덕분에 좋은 글 읽게되어서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