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구석 미술관 - 가볍고 편하게 시작하는 유쾌한 교양 미술 방구석 미술관 1
조원재 지음 / 블랙피쉬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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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발레리나의 화가 에드가 드가/인상주의자인 동시에 인상주의자가 아닌 드가?
원조 독신주의자로 예술 때문에 사랑을 포기했다. 파리 한복판에서 수도승의 삶을 살았던 드가. 그는 평생 여성을 그리는 데 자신의 모든 예술혼을 불태웠다. 그러던 중 19세기 후반 파리의 평범한 여성을 그렸는데 그 중 대표적인 여인이 발레리나다. 어둠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을 느끼기 시작한 때부터 발레리나를 그리기 시작했다.

그런데 드가는 왜 유독 발레리나에게 몰두했을까?
무대 위에서는 더없이 화려하고 아름다운 발레리나지만 뼈가 성장해 굳기 전에 몸을 만들어야 하기 때문에 자기 인생에 대한 선택권 없이 가혹한 훈련을 버텨야 내야 하므로 선택된 것은 빈민가 소녀들이었다. 이런 극한 직업임에도 소녀들이 버텨냈던 이유는 자신과 가족의 운명을 바꿀 수 있는 유일한 길이었기 때문이라고…하지만 현실은 그리 호락호학하지 않았다.
무대 위는 화려한 아름다움으로 사람들을 매혹시키는 발레리나지만 무대 뒤편의 삶은 어둡고 탁했다.

드가는 ‘있는 그대로의’ 발레리나를 보았다고 한다. 화려한 무대 뒤편, 치열하고 은밀한 그녀들의 삶을 날카롭게 포착했다.
<무대 위 발레 리허설>에서 리허설과 전혀 상관없어 보이는 실크해트를 쓴 부유한 두 남자를 발견한다. 발레리나는 하루하루 생계를 위해 고통을 이겨내며 무대에서 춤을 추고, 그 남성들은 자신의 쾌락을 위해 그녀들의 무대를 찾았던 것.
노인이 된 드가는 시력을 많이 잃어 원하는만큼 예술을 표현하지 못한 답답함을 시로 대신하듯 발레리나를 주제로 많은 시를 쓴다. 그의 시에서 그가 발레리나를 어떤 시선으로 바라보았는지 신사 예술가의 품격이 느껴진다.

드가는 귀족 집안의 자제였는데 어째 다른 상류층들과는 다른 눈으로 그 시대의 여인들을 바라보며 그림을 그릴 수 있었을까? 그건 바로 드가가 독신남이었던 것.
성에 대한 욕구를 멀리하는 금욕주의자가 되어 남성과 여성의 ‘중간자‘가 된 것으로 설명한다.

그럼 여기에서 우리가 다시 한번 알고 넘어가야 할 부분이 있다. <실내(강간)>은 너무 충격적이고 드가의 작품이라고 믿기 어렵지 않나? 이제는 이해를 해야한다. 왜 드가가 굳이 그런 그림을 그렸는지 말이다. 진정으로 이해했다면 ’거장‘이라는 겉포장에 가려진 ’인간‘ 드가를 만나게 된 것을 진심으로 축하한다고 작가님은 말하신다.
드가는 이 작품을 자신이 숨 쉬던 당시 파리의 풍속을 그린거라 하여 그저 ’풍속화‘라고 했는데 작품을 본 다른 남성들이 지은 제목이 <실내(강간)>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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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레이스 2022-11-28 09:5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드가의 시선이 권력을 드러내는 것이라는 내용도 보았습니다. 드가의 그림에는 알수록 복잡한 상황들이 섞여있죠. 더구나 당대 예술가들의 삶을 보면 그림 이면의 생각들이 건너와서 마음을 어둡게 하죠ㅠ

억울한홍합 2022-11-28 11:0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네, 안타까웠어요. 행복하지 않은 화가의 눈에 그림 이면의 행복하지 않은 모습이 보이는 게 어찌보면 당연한 이치인데 같은 인간적인 마음으로 씁쓸하기도 합니다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