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레인송
켄트 하루프 지음, 김민혜 옮김 / 한겨레출판 / 2015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4월 29일 완독

플레인 송
‘ 고대부터 기독교 교회에서 쓰인 단선율의 성가
단수낳고 꾸밈없는 멜로디 혹은 분위기 ‘

첫문장,
톰 거스리는 홀트의 자기 집 부엌 창문 앞에 서서 해가 막 떠오르는 뒤뜰을 내다보며 담배를 피우고 있었다.



어느 독자의 리뷰에
이런 일이 설마 진짜로 있을까 ?
라는 글이 있었다.

좀 비겁하기도 하고 비열할 수도 있는데
나는 그 문장에 대고
아닛. 이 정도의 삶도 생각하지 못하고 살다니.
라고. 생각했다.
삶이 치열하고 삶이 꾸질거려도
이 정도는 보고 살아야하지 않겠나 독자여.
그래야 세상이 뭐가 어떻게 됐든 좀 낫겠지.
당신이 생각하는 것만큼 그렇게 작지가 않다네.

이 정도가 인간의 삶이지 뭐 다를 바가 있나.
열일곱의 임신한 소녀는 자신의 엄마에게선 버림받았고
학교에선 힘들고
그나마 믿을만한 교사는
그 믿을만한 인간임을 증명하기 위해 맥퍼런 형제에게 그 소녀를 맡긴다.
다 늙은 아저씨 2명과 소녀의 삶은
그 자체로 안정적이다.
그 누가 어떻게 생각하든 상관없어.
난 빅토리아가 더 이상 상처 받지 않길 바래.
맥퍼런 형제가 주고 있는 사랑이
모든 어른들은 당연히 갖고 있어야 하는 사랑이라 생각한다.
나도 가끔 빅토리아의 어떤 문장에 대고선,
이년이...
라고 생각했다.
아마 난 맥퍼런 형제만큼 늙지도 않았고 좋은 어른도 아니겠지.

좋은 책이었다.
4월 중 꼭 다 읽고 싶었는데
정말 4월 거의 마지막에 다 했다.

바비와 아이크도 꼭 좋은 어른으로 크길.
농장의 어른으로 크길.


댓글(0) 먼댓글(0) 좋아요(7)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해리 오거스트의 열다섯 번째 삶
클레어 노스 지음, 김선형 옮김 / 미래인(미래M&B,미래엠앤비) / 2018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4월 20일 완독


첫문장,
제 2차 지각 변동은 내 열한 번째 생애의 1996년에 시작되었다.



이렇게 잘 쓸 수 있다니 !
이렇게 재밌을 수 있다니 !



69P
시간은 지혜가 아니다. 지혜는 지성이 아니다. 나는 여전히 제압당할 수 있는 존재다.
그는 나를 위압했다.

많이 살고 많이 알고 있다면
위압당할 일이 거의 없을 거라고 생각했다.
안 본척하거나 말을 덜 하거나 무시하는 일들은 상대를 무용하게 만드는 방법이고
그 방법을 몸에 익히는 건 많이 살고 많이 아는 일이었다.
그러나 아니라 한다.
계속 사는 자가 아니라 하니
그런 줄 안다.

356P
˝그냥 흘러가는 대로 살아요.˝ 라고 말했다. 익숙지 않은 말을 조심조심 말했고 씩 웃으며 다시 한 번 연습해보려 했다.
˝흘러가는 대로 살아요. 점잖은 사람들이 점잖은 인생을 살아 가는 게 마치 아무 의미도 없는 것처럼, 별 볼 일 없는 것처럼 말씀하시 잖아요. 하지만 좀 들어보세요. 이 ‘점잖다.‘ 는 것, 그게 유일하게 의미가 있는 거예요. 과학자 아저씨, 아저씨가 모든 남자들을 친절하게 만들고 모든 여자들을 아름답게 만드는 기계를 이론화하려 한대도 난 별 볼 일 없다고 생각할 거예요. 기계를 제작하는 과정에서도 발을 멈추고 할머니가 길을 건너는 걸 도와주지 않는다면 말이에요. 노화를 치료하거나 기근을 없애거나 핵전쟁을 끝낸다 해도, 여기(하더니 손등 뼈로 내 이마를 짚었다)하고 여기(라고 말하면서 가슴에 손바닥을 꼭 대었다.)를 잊는다면 아무 의미가 없어요. 사람은 먼저 점잖아져야 하고, 그 다음에 천재가 되어야 해요. 안 그러면 사람들을 돕는 게 아니라 기계의 노예가 될 뿐이에요.˝
˝ 그건 별로 공산당원 같은 생각이 아닌데.˝
˝ 아뇨, 그게 가장 공산당원다운 생각이에요.공산주의에는 선한 사람들이 필요해요.˝

어디에는 안 그렇겠어요.

483p
콘스턴스를 빤히 쳐다보면서,이 여자도 참, 자기 나름대로,완전히,완전히 돌았구나 생각했다.신경학적으로 미쳤다는 게 아니라, 정신병이 있다는 말이 아니라, 문학적인 광기였다.

가끔 그런 인간들이 있다.
완전히 돌았구나... 하는 사람들.
근데 정말 우습게도 가끔도 아니다..
꽤나 자주. 그런 돌아버린 인간들을 마주할 수 있다.



너무 빠르게 일이 처리되니까 그 많고 긴 생들이 한꺼번에 처리가 되니까. 어떤 일은 내가 미처 알지 못하고 지나가 버리는 것 같아서
다시 앞으로 돌아가서 읽어보고 감탄하고. 읽어보고 감탄한다.

나와 동갑인 여자 작가의 이 천재적인 글들에 신이 난다.
이 사람이 제발 이런 책들을 수도없이 만들어 낼 수 있기를.
내가 너의 직접적 친구가 아니기에 할 수 있는 잔인한 말이겠지만.
니가 꼭 죽기전까지 수백권의 멋진 책들을 끊임없이 만들어내길 바란다 친구야.

댓글(0) 먼댓글(0) 좋아요(5)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함머클라비어
야스미나 레자 지음, 김남주 옮김 / 뮤진트리 / 2016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3월 31일 완독

글쎄 나는.
번뜩이지 않는 신경질적이고 예민한 어떤 화자를 만난 것 같았는데
더 다른게 있다니. 그게 무얼까.
이게 문제다.
내가 친구를 못 사귀는 건, 그 다름을 보지 못해서다.
간신히 그 반짝이는 다름을 갖고 있는 자 몇을 추려
내 장례식에 초대할 계획을 세운다.
아니, 그거면 됐지.
내가 이 여자의 반짝임을 모르겠는 건
우리는 영원히 친구가 될 수 없기 때문이다.
싸우는게 좋다는 이와 친구가 되지 않으면 싸울 일밖에 남지 않고
난 알고 있다.
자신의 찌질함을 인정하지 않는 자와의 싸움은
나의 패 로 끝남을.
어차피 그럴것임을.
에이씨.
이 책은 에이씨.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여탐정은 환영받지 못한다 밀리언셀러 클럽 73
P.D. 제임스 지음, 이옥진 옮김 / 황금가지 / 2007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완독 3월 27일

첫문장,
버니 프라이드가 죽은 아침 (아니면 그 이전이었는지도 모른다.어쩄거나 버니는 자기 형편대로 죽었지, 떠날 시각을 어림해서 기록해 둘 만 하다 여기진 않았으니까) 코딜리아는 베이커루 지하철 노선이 고장을 일으킨 탓에 람베스 노스 역에 발이 묶여 사무실에 삼십분 늦게 도착했다.

82p
˝당신은 보나마나 내가 젊음을 질투하고 있다고 말할 거야.노인네들의 당연하기 그지 없는 증상이라고.˝
˝그러진 않을 겁니다.노인들이 질투를 느껴야 할 이유를 저로선 이해하지 못하니까요.젊은이란 누군가의 특권이 아니라 우리가 모두 공평하게 가졌던 거니까.어떤 사람들은 남들보다 수월한 시절에 태어날 수도,더 부유하거나 특권을 더 많이 지니고 태어날 수도 있겟지만,그건 젊다는 것과는 하등 관련이 없잖아요.게다가 젊다는 건 때때로 끔찍한 일이고요.얼마나 끔찍할 수 있는지 깅억 못하시나요?˝
˝암, 기억하지.하지만 나는 다른 것들도 기억해.˝

162p
˝여자에겐 어울리지 않는 직업이라구요?˝
˝전혀요. 상상해 보면 무한한 호기심과 무한한 고통에다 다른 사람들 일에 끼어드는 취미가 필요해 오히려 전적으로 어울린다고 생각했던 것 같아요.˝

225p
˝어쩌면 누군가를 얼마나 아끼는지 안전하게 보여 주는 길은 그들이 죽은 후겠죠.무엇을 하든 그들에겐 이미 늦었다는 걸 알지만요.˝

233p
유서에는 남은 자산 항목도 있었는데,각각의 수혜자의 사망시 그 사람의 몫은 생존자들에게 분배될 예정이었다.
유언자는 이런 장치가 유산 수혜자들 사이에 서로의 건강과 생존 여부에 대한 강렬한 관심을 북돋울 것이며, 각자가 다른 면에서 출중하진 못하다 하더라도 수명이나마 비범하게 누릴 수 있도록 격려하는 결과가 되리라 자신했던 모양이었다.

290p
영리하기 그지없는 살인자들은 결정적인 거짓말을 한 번 해서 잡히는 것이 아니라, 진실을 말해도 아무 해될 것이 없을 사소한 세부사항에 대해 계속해서 거짓말을 늘어놓다가 꼬리를 밟히는 거야.

324p
˝만약 범죄의 유혹을 받는다면, 첫 번째 진술에 머물러야 해. 일관성보다 배심원에게 강한 인상을 주는 건 없어.가장 형편없는 자기 방어가 성공하는 경우를 봐 왔는데, 그건 피고인이 오로지 첫 진술에 매달렸기 때문이었지. 결국 당신 말에 반대하는 누군가의 말일 뿐 이니까. 유능한 변호사와 함께라면 그것들은 으레 제기될 법한 의심에 지나지 않아.˝




그닥 여탐정이 환영받지 못한 순간이 없는 책이다.
어느 탐정이나 어느 장소에서나 그닥 환영받지 못하는 직업인것을 감안한다면, 오히려 이 소설 속의 코딜리아는 그 뻔한 미모로 여기저기서 환영받고 증거를 그러 모을 수 있다.
이 책을 선택했던건 ˝ 내가 의뢰인이었다면, 이 탐정을 선택할 것이다.˝ 라는 어떤 리뷰때문이었다.
좋은 말이지 않은가. 코딜리아가 자신의 사무실 앞에 자신의 사업 캐치프라이즈로 현수막으로 걸어 두어야 할만큼 좋은 말이다.
난 그냥 마냥... 응원하는 마음으로 이 탐정을 바라본다.
파트너는 운이 없던 남자였고, 그는 자살로 생을 마감했고.
그가 이끌던 사무실을 혼자 이끌어나가야 하고.
수임료는 애매하고. 간신히 한 달치는 벌었고.
응원이 필요한 사람이다.
그리고 다른 말은 보태지 않는다.
다른 말을 할 만큼 이 탐정이 이 책 안에서 무언가를 하지 않았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모스크바의 신사
에이모 토울스 지음, 서창렬 옮김 / 현대문학 / 2018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3월 2일

첫문장,

1922년 6월 21일 오후 6시 30분 알렉산드르 일리치 로스토프 백작이 에스코트를 받으며 크렘린 궁전 문을 나와 ‘붉은 광장‘에 들어섰을 때 날은 눈부시게 아름답고 시원했다.





모스크바의 신사가 가진 우아함과 정갈한 모습들이
내가 눈길 한 번 주지 않았으나
희안하게 시청률은 높은 드라마처럼 펼쳐진다.
난 백작이 하는 모든 일을 따라가지 못하고 이해하지 못한채로
그의 이야기를 들었다.
간혹 그럴 때가 있다.

댓글(1) 먼댓글(0) 좋아요(1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비연 2020-03-03 15: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 참 좋죠. 우아하다고나 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