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독 3월 27일
첫문장, 버니 프라이드가 죽은 아침 (아니면 그 이전이었는지도 모른다.어쩄거나 버니는 자기 형편대로 죽었지, 떠날 시각을 어림해서 기록해 둘 만 하다 여기진 않았으니까) 코딜리아는 베이커루 지하철 노선이 고장을 일으킨 탓에 람베스 노스 역에 발이 묶여 사무실에 삼십분 늦게 도착했다.
82p ˝당신은 보나마나 내가 젊음을 질투하고 있다고 말할 거야.노인네들의 당연하기 그지 없는 증상이라고.˝ ˝그러진 않을 겁니다.노인들이 질투를 느껴야 할 이유를 저로선 이해하지 못하니까요.젊은이란 누군가의 특권이 아니라 우리가 모두 공평하게 가졌던 거니까.어떤 사람들은 남들보다 수월한 시절에 태어날 수도,더 부유하거나 특권을 더 많이 지니고 태어날 수도 있겟지만,그건 젊다는 것과는 하등 관련이 없잖아요.게다가 젊다는 건 때때로 끔찍한 일이고요.얼마나 끔찍할 수 있는지 깅억 못하시나요?˝ ˝암, 기억하지.하지만 나는 다른 것들도 기억해.˝
162p ˝여자에겐 어울리지 않는 직업이라구요?˝ ˝전혀요. 상상해 보면 무한한 호기심과 무한한 고통에다 다른 사람들 일에 끼어드는 취미가 필요해 오히려 전적으로 어울린다고 생각했던 것 같아요.˝
225p ˝어쩌면 누군가를 얼마나 아끼는지 안전하게 보여 주는 길은 그들이 죽은 후겠죠.무엇을 하든 그들에겐 이미 늦었다는 걸 알지만요.˝
233p 유서에는 남은 자산 항목도 있었는데,각각의 수혜자의 사망시 그 사람의 몫은 생존자들에게 분배될 예정이었다. 유언자는 이런 장치가 유산 수혜자들 사이에 서로의 건강과 생존 여부에 대한 강렬한 관심을 북돋울 것이며, 각자가 다른 면에서 출중하진 못하다 하더라도 수명이나마 비범하게 누릴 수 있도록 격려하는 결과가 되리라 자신했던 모양이었다.
290p 영리하기 그지없는 살인자들은 결정적인 거짓말을 한 번 해서 잡히는 것이 아니라, 진실을 말해도 아무 해될 것이 없을 사소한 세부사항에 대해 계속해서 거짓말을 늘어놓다가 꼬리를 밟히는 거야.
324p ˝만약 범죄의 유혹을 받는다면, 첫 번째 진술에 머물러야 해. 일관성보다 배심원에게 강한 인상을 주는 건 없어.가장 형편없는 자기 방어가 성공하는 경우를 봐 왔는데, 그건 피고인이 오로지 첫 진술에 매달렸기 때문이었지. 결국 당신 말에 반대하는 누군가의 말일 뿐 이니까. 유능한 변호사와 함께라면 그것들은 으레 제기될 법한 의심에 지나지 않아.˝
그닥 여탐정이 환영받지 못한 순간이 없는 책이다. 어느 탐정이나 어느 장소에서나 그닥 환영받지 못하는 직업인것을 감안한다면, 오히려 이 소설 속의 코딜리아는 그 뻔한 미모로 여기저기서 환영받고 증거를 그러 모을 수 있다. 이 책을 선택했던건 ˝ 내가 의뢰인이었다면, 이 탐정을 선택할 것이다.˝ 라는 어떤 리뷰때문이었다. 좋은 말이지 않은가. 코딜리아가 자신의 사무실 앞에 자신의 사업 캐치프라이즈로 현수막으로 걸어 두어야 할만큼 좋은 말이다. 난 그냥 마냥... 응원하는 마음으로 이 탐정을 바라본다. 파트너는 운이 없던 남자였고, 그는 자살로 생을 마감했고. 그가 이끌던 사무실을 혼자 이끌어나가야 하고. 수임료는 애매하고. 간신히 한 달치는 벌었고. 응원이 필요한 사람이다. 그리고 다른 말은 보태지 않는다. 다른 말을 할 만큼 이 탐정이 이 책 안에서 무언가를 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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