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에 그런 사람이 있다.
사람은 별론데 일은 잘하는 사람.

요 네스뵈가 그런 사람이다.
사람은 별론데 글은 잘 쓴다.
그 얄미움에 별도 주기 싫다.
책이 너무 두껍고 시종일관 지속되는 마약 부랑자 경찰 나쁜놈들 이야기에 곁눈질로 책을 읽었는데
그래도 재밌었다.
이 사람이 얼마나 글을 잘 엮어가는지
짜증날 정도다.


첫문장,
11평방미터의 직사각형 감방 안, 로베르는 하얀색으로 칠해진 콘크리트 바닥에서 눈을 떼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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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어떻게 글을 쓰게 되었나 박람강기 프로젝트 3
레이먼드 챈들러 지음, 안현주 옮김 / 북스피어 / 201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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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계발서를 읽지 못한다.
자기계발서를 읽는 사람을 믿지 못한다.
자기계발서에 쓰여진 모든 내용은 읽을 것이 아닌 자기 일기에 써야하는 내용이며
그 정도는 스스로에게 할 수 있어야한다고 믿는다.
남이 쓴 글을 읽어 스스로에게 주입시켜야하는 그 기본 소양을
(솔직히 말하여, 오만까지 부리며) 무시한다.

하지만
이해는 한다.
그 카테고리의 책을 읽는 사람들은 분명 외로워하고 있을 것이다.
갈피를 잡지 못하고 깨달음을 얻기 위함으로
나약함과 어리석음을 인정하고
책을 골라들었을테다.

자기계발서의 역할이 그거니까.

챈들러의 ‘나는 어떻게 글을 쓰게 되었나‘ 는
내게 자기계발서였다.

올바름을 직시하고 있는 자.
기본 DNA가 빈정거림으로 채워져있는 자.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아하고 나약한 자.
이런 자가 나와 같은 생각을 하고 살았다는 걸 알게되는 순간.
갈피가 잡히고. 난 역시 옳게 살고있다 깨달음이 피어오르고.
강하고 지적인 나를 챈들러를 빌어 잠시나마 바라볼 수 있다.
자기계발서다.



내가 좌절하게 되는 건, 내가 거칠고 빠르고 폭력과 살인이 난무하는 글을 쓰면 사람들은 거칠고 빠르고 폭력과 살인이 난무한다고 욕하고,그래서 다음엔 좀 순화해서, 상황을 정신적이고 감정적인 측면에서 더 전개해 보려고 하면, 처음에 욕하던 그것들을 안 쓴다고 욕을 한다는 겁니다.
독자들은 챈들러에게 이런저런 것들을 원하지요.
전에 그렇게 썼으니까. 하지만 그렇게 썼던건, 그렇게 쓰지 않았으면 훨씬 좋았을 거라는 얘기를 듣기 전이었죠.
-25

˝적어도 작가가 쓴 책이기는 하다.다시 말해서 분위기를 자아내는 상상력의 산물이자 특정한 예술가의 손길이 빚은 색채와 형상을 보이는 창작품이다.˝
좋은 작가라면 모두 그렇게 써야만 하는가? 제길 물론 나야 항상 그렇게 생각했지만 윌슨도 그걸 아는지는 몰랐죠.
-31

아, 제길 아무렴 어때요. 생각이란 독입니다. 생각을 많이 할 수록 창조는 줄어들 뿐입니다.
-39

내가 찾고자 하는 건 오직 이야기 속 대화에서 이루어지는 몇가지 실험에 대한 변명일 뿐입니다.
그런 실험들을 정당화하기 위해서 플롯과 상황이 필요하죠.

( 각주 )
챈들러의 대사 관련, 줄리언 시먼스는 추리소설의 역사를 정리한 저서 [블러디머더]에서
˝챈들러는 언어의 소리와 가치에 대한 감각이 훌륭했다.특히 장소 물건 사람에 대한 관찰력이 완벽했다.˝고 말한 바 있다.
-41

아주 간단한 규칙이에요.
첫째, 글을 안써도 된다.
둘째, 대신 다른 일을 하면 안된다.
나머지는 저절로 따라오게 마련입니다.
-57

탐정의 도덕적이고 지적인 힘은 보수 이외에는 얻는 게 없는데도,자기가 할 수 있는 한 무고한 자들을 보호하고, 약자를 수호하며 악당을 쳐부술 것이라는 데서 나옵니다.
-58

그 친구들은 아무것도 희생하지 않고 얻으려고만 해요.
하고 싶은 것과 할 수 있는 것은 전혀 다르다는 걸 몰라요.
바닥부터 시작해야 한다는 개념이 없지요.
과거에 이룬 성과가 무엇이든, 작가는 지금 현재 하려고 하는 일 앞에서 다시 아이가 됩니다. 아무리 상투적인 기교를 많이 익혔다 한들, 작가에게 지금 도움이 되는 것은 열정과 겸손함 뿐입니다.
-78

글을 쓰기 시작했을 때 내가 원했던 것은 매혹적인 새로운 언어를 다루는 것이었습니다.
-168

경험이란 크게 봐서 직관의 문제일 뿐이라고 말한 사람이 누구였죠?
-228




로스 맥도널드는 허세가 있고
존 딕슨 카는 읽을 수 없다 했다.
헤밍웨이는 궁극적으론 단 한 권만 썼다 했으며
서머싯 몸은 외로운 사람이고
피츠제럴드는 매력있다 했다.

전적으로 동의한다.
이렇게까지 생각을 같이 한다니.
역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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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분은 미국 뉴저지 주 뉴어크의 유대인 동네에서 정육점을 하는 아버지 밑에서 태어나 가족과 친척 가운데 처음으로 대학에 진학한 청년 마커스 메스너의 젊은 날을 그린 소설이다.
이렇게 이야기한다 해도 이 소설에 관해 틀린 이야기를 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다만 필립 로스가 필립 로스 식으로 쓴 소설이라는 말만 덧붙인다면.

완전하지 않은 인간들이 각자 그 나름으로 최선을 다해 선택한 결과들이 합쳐져 최악의 결과를 빚어내는 일이 어디 1950년대에만 있었겠는가.

ㅡ 옮긴이의 말 중에서



이 책의 모든 것.
내가 느끼고 생각한 모든 것은 번역가 정영목의 옮긴이의 말 속에 있다.
이 파괴적인 언어와 문장들 속에서
젊은이라서 그리고 그들을 지키는 세상이라서 일어날 수 밖에 없는 최선 속 최악들.



하지만 해야 하는 일이었다. 그것이 내가 아버지에게서 배운 것. 기쁜 마음으로 배운 것이었다. 할 일은 해야 한다는 것.
-17

중국의 국가도 불렀다. 이런 가사였다.

중국 인민이 위기에 빠졌다.
우리 모든 동포의 가슴에 울분이 가득하다.
-92

다른 사람의 약한 곳은 강한 곳과 똑같이 너를 파괴할 수 있기 때문이다.약한 사람들이라고 해를 주지 못하는 건 아니야.그 사람들의 약점이 바로 그 사람들의 힘이 될 수도 있어.
-184



첫문장,
1950년 6월 25일 소련과 중국 공산주의자들의 지원으로 무장한 북한의 정예 사단들이 38도 선을 넘어 남한으로 들어가면서 한국전쟁의 고통이 시작되었고, 나는 그로부터 두 달 반 정도 뒤에 뉴어크 시내에 있는 작은 대학 로버트 트리트에 입학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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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형 법정 엘릭시르 미스터리 책장
존 딕슨 카 지음, 유소영 옮김 / 엘릭시르 / 201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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갖고 있는 책 중 안보는 책을 팔겠다고 알라딘에 보냈더니
상태가 안좋다며 내게 전부 다시 되돌려보냈다.

알라딘 중고에서 책을 샀더니
그때의 내 책보다 더 심한 상태의 책이 내게 왔다...
알라딘...무엇?...

이 책은 200년전 김전일 추리 소설같다.
김전일보다 코난이 낫다고 여기는 내게
200년전 김전일은 지금의 김전일보다 재미없었다.

첫문장,
˝묘지 옆에 한 남자가 살았는데... ˝
미완으로 끝난 이야기를 전함에 있어, 독자의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려면 이 정도의 서두가 적절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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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마의 일인자 1 - 1부 마스터스 오브 로마 1
콜린 매컬로 지음, 강선재 외 옮김 / 교유서가 / 201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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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문장,
신임 집정관 둘 중 어느 쪽과도 개인적인 연고가 없었기에, 가이우스 율리우스 카이사르와 그의 두 아들은 단순히 그들의 집과 더 가까운 곳에서 출발하는 행렬을 따르기로 했다.



로마의 일인자.
행운이 따르는 자. 신들의 사랑을 받는 자.

행운이 따를 땐 신들의 사랑을 받는 것이라는 마리우스 가이우스의 말처럼 신들의 사랑을 받아 승승장구를 시작하는
일인자가 될 자의 처음을 읽는다.

역사의 나열이 아닌
이야기의 얼개들로
보다가 몇번씩 아니 이럴 수가!!! 하며 머리를 부여잡던 내가 있었다.
그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마리우스의 이혼 장면.

그토록 남편을 사랑한 마리우스의 전처.
산해진미를 준비하고 매일 그를 기다리던 여자는.
남편이 어느날 돌아와 이혼하자는 얘기에
결국 이것이냐고 되묻다가.
마리우스의 한 마디에 뒤돌아선다.
˝단지 이 혼인을 통해 마침내 집정관이 될 수 있기 때문이오.˝
진짜 사랑은 이곳에 있다.
˝ 어느 여자죠? ˝
˝ 가이우스 율리우스 카이사르의 장녀요. ˝
˝ 대단한 집안의 여자로군. 당신 정말 집정관이 되겠군요. ˝

이 두꺼운 역사의 문을 열며
언제 다 읽나.로 시작했고
어서 다 읽고 싶다.. 로 1부작을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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