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문장,반짝이는 빗방울이 하늘에서 어둠을 뚫고 항구의 어른거리는 불빛들을 향해 떨어졌다.영원한 의리는 인간의 영역이 아니고 배신은 인간의 영역이지 않은가.-81특히 그럴 필요가 없는 자리에서 공을 나누면 겸손해 보일 수 있었다.그럴 필요가 없는 자리이기 때문에 겸손해질 수 있는 것이기도 했다.-96그리고 가끔은 선한 게 잔인할 수도 있는 법이야,맥베스.-107맥베스는 수수께끼 같은 말을 하지 않았다.그럴 만한 인내심도 능력도 없었다.-201보디랭귀지는 뇌를 거치지 않고 곧바로 심장을 건드리기 때문에 말보다 더 중요하다고 했었다.-239있는 모습 그대로 존경을 받는 사람은 없죠,사장님. 어떤 능력을 갖추고 있느냐에 따라 존경을 받을 뿐. 특히 존경을 받고 싶은 사람에게 무언가를 할 수 있는 능력이 된다면...-357맥베스가 대체 뭔 얘긴데?맥베스를 읽으며 진짜 맥베스를 들여다보았다.세상에...미친...몇백년을 칭송받아온 플롯을 향해 뒤늦은 감탄을요즘의 언어로 내뱉고선다시 집중했다.어머 세상에 이 미친놈...수술을 하고 입원하여 병동에 앉아 밤 늦게까지 다 읽었다.입원 병동이 책읽기에 더할나위없이 좋은 곳이란 것을 알게 되었다.
휴먼스테인human stain , 인간의 얼룩이 책이 왜 두권으로 나뉘어져 있는지에 꽤 심각하게 고민했다.요즘 출판사들의 세태까지 걱정했으나그럴만해서 그렇게 된것이니 너무 염려할 필요 없었다.1권은 휘몰아치는 콜먼의 이야기였다면2권은 설명이다.1권에서 일어난 일들에 대한 설명.역시 내가 맞았군. 을 시전할 수 있는 시간.콜먼은 단지 과거의 잘못과 고통을 번복하고 싶지 않았을 뿐이었을게다.윌터 형의 말처럼 백인보다 더한 백인이 되어 버리고 싶었던건,엄마와의 시간을 끝내버렸던건,자존심강하고 단호하고 재능있고 유려한 인간이 그가 흑인이라는 인종적 불변의 사실을 불편하다고 받아들이는 세상에 대고 쳐놓은 방패. 그의 권투 기법처럼 공격을 피하며 헛점을 노리는 잽을 날린것 뿐이었을거다.하지만 그 세상 속 콜먼기준의 평범하고 일반적인 인간들은 나는 사실 흑인이오. 라는 말앞에 이렇게 말한다네. 알아요.그리고 멍청이들과 붙어 살아낼때만 그 사실이 문제가 되었던건데그는 붙어살고 싶어했다.멍청이들과.그래서 이 모든 사단이 일어난거다.첫문장,그 7월 이후 내가 살아 있는 콜먼을 본 건 딱 한 번 뿐이다.겨우 이 분 남짓한 시간 동안 너무 많은 일이 일어났다. 아니, 일어난 것처럼 보였다. 실제로 중요한 일은 없었으니까-22그녀는 그리스인, 콜먼의 그리스인과 닮았다. 그리스인의 신들과 닮았다.-70자신이 집안일에 얼마나 도움이 되는지 떠벌리는 인간들을 보면 진절머리가 난다.실컷 도움이 되셔, 난 상관없으니까.하지만 그걸 떠걸리는 천박한 짓 좀 그만하라고. 동등하게 가사를 분담하는 남편인걸 내세워 스스로를 구경거리로 만드는 이유가 대체 뭔데? 그냥 도와주고 닥치고 있으면 안되나?-103나는 미국 남자들을 이해한다고 생각하고 실제로도 그들을 이해한다.내가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그들의 말이 아니라 그들이 말힌지 않는 모든 것.-122이 년 전에 그가 콜먼을 변호하기 위해 나서지 않고 침묵을 지켰던 것은 분명 사람들이 늘 침묵을 지키는 이유와 같은 이유에서였다. 침묵을 지키는 것이 이롭기 때문이다.-175
1944년 여름 붉은 군대가 루마니아를 깊숙이 점령해 들어가고 파시즘을 신봉하던 독재자 안토네스쿠는 체포되어 처형당했다.소련에 항복한 루마니아는 그때까지 동맹국이었던 나치 독일을 향해 급작스레 전쟁을 선포했다.1945년 1월 소련의 장군 비노그라도프는 스탈린의 이름으로 나치에 의해 파괴된 소련의 ‘재건‘을 위해 루마니아에 거주하는 독일인들을 넘겨달라고 요구했다.루마니아에 살던 17세에서 45세 사이의 독일인은 남녀를 불문하고 빠짐없이 소련의 강제수용소로 유형을 갔다.첫문장,내가 가진 것은 모두 가지고 간다.사람도 사건도 자기만의 시공간을 가진다는 말이 있다.-240그러나 떠오르지도 않는 말을 무슨 수로 했겠는가-299나는 풀려난 몸으로 누구에게도 이해받지 못하는 외톨이가 되었고 자기를 기만하는 증인이 되었다. 그것은 내 안에서 일어난 커다란 불행이었다.-316‘단단한 말과 부서진 말의 축제‘-343파스티오르에게 바치는 오마주의 성견을 띤 숨그네 안에서이 단어들은 팽창과 수축을 반복하며 건축가가 집을 짓듯 독자들의 머릿속에 수용소를 짓는다-345상황은 처참했다. 문자는 아름다웠다. 나는 비극은 시의 옷을 입어야 한다고 생각핬다. 그 처참함을 고발하기 위해서는 그래도 비극은 시의 옷을 입어야 한다는 것,그것이 내 문학의 명예였다.-헤르타 뮐러
메소드 연기라고 하더라.완전 그 사람이 되어 버리는 것.필립 로스의 글이 그렇다전지적 작가 시점이라는. 그 시점에서도 이 작가는 완전히 그 누군가가 되어버린다.끔찍한 자기애.지독한 지적 우월감.이런것들을 바탕으로 둔 등장 인물들은결국 글자만 못읽을 뿐, 삶 자체에 있어 유리하고 무익한 포니아를 우상숭배하듯 숭배하고그녀에게 자신을 대입하거나대입할 수 없다면 적대시하고그녀와 함께하는그 대단한 콜먼에게그녀와 얽힌 그의 삶이 망가졌다고 나락이라고 절망이라 말하고 욕하고 위협을 가하고 조언하고 조롱한다.혈기가 왕성한 남자.콜먼이 만약 조신하고 참을성있고 덜 위협적이고 자기애가 덜한 인간이었다면spooks 란 단어앞에서 무너지지도 않았을테고이 책을 읽어나가기가 그나마 수월하지도 않았을거다.첫문장,이웃인 콜먼 실크가 일흔한 살 나이에 인근의 아테나 대학에서 청소부로 일하는 서른네 살 된 여자와 그렇고 그런 사이라고 내게 털어놓은 것은 1998년 여름의 일이었다.그 작은 상징이 나에게 상기시켜주었다.어째서 타인에 대한 이해는 아무리 잘해도 늘 약간은 빗나갈 수밖에 없는가를.-42프라이머스가 보기에 콜먼 실크는 부당한 명예훼손을 충분히 당하지 않았다는 듯이, 신의 분노를 돋우려고 작정한 사람처럼 운이 다 한 자 특유의 교활한 둔감함으로 자신이 당한 권리 침해를 영구적으로 정당화할 결정적 부정행위, 사악하고 체면 따위 아랑곳하지 않는 결정적 공격을 퍼부을 방법을 미친 듯이 찾고 있는 듯이 보였다.-132우리는 아버지를 살해할 필요가 없다. 세상이 알아서 죽여 없애 주니까.-221그 광경을 지켜보자니, 마냥 초연하고 관대하게 봐주기가 쉽지 않았다.그녀에게서 늘 봐왔던 것 - 인생에서 이룬것이 거의 없다는 사실이 그녀에게 미친 영향 - 만이 아니라, 그녀가 왜 거의 아무것도 이룰 수 없었는지도 보였기 때문이었다.-249
첫문장,첫인상은, 그 낯선 이의 눈이 유난히 연한 푸른색이라는 것이었다.참 희안한 일이다.대체 이런 소소한 일들을 내가 왜 알아야해.하면서 읽어 나가다보면 어느새 독일의 그 부끄러운 역사가 태동하던 그날 그 기억 그 분위기에 쏙 빠져들어 있게 된다.개인의 하루는 역사의 한 장이기 때문일까.정말 이랬단 말야?란 인간들의 생각과 대화. 그 중 가장 충격적인것은,히틀러같은 지도자가 필요하단 말.어느 시대나 지독한 어리석음이 그 견해가 그 견해를 표현하는 말과 마음이 그리고 그 견해의 주인 존재 그 자체가세상을 더럽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