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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너 ㅣ 매드 픽션 클럽
헤르만 코흐 지음, 강명순 옮김 / 은행나무 / 2012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예전에 '고려장' 풍습이 있었다고 하죠(사실이 아니라는 얘기도 많네요). 아직까지 일부다처제나 일처다부제가 유지되고 있는 사회도 쉽게 발견할 수 있습니다. 멀리 갈 것도 없이 유태인 학살이나 일본의 위안부 학대 같은 것들을 떠올려도 괜찮겠네요. 이것들이 모두 인간 사회에 있었던, 또는 있는 일이라는 사실을 상기하기에는 말이죠. 


모르는 것과 아는 것, 아는 것과 경험한 것 사이에는 엄청난 간극이 존재합니다. 우리 상상력은 아무리 뛰어나도 현실을 뛰어 넘을 수 없는 것처럼요. '지금'을 살면서 스스로 갖고 있는 상식이나 도덕 따위가 얼마나 상대적인지 생각해 볼 대목입니다. 


가끔 난 그 애의 그런 여유 있는 태도가 오히려 불안하게 느껴져요. 자신의 미래를 위해 중요한 의미가 있는 문제들에 대해 너무 초연하거든요. (...) 어떻게 해야 미헬의 그 어린아이 같은 순수함을 파괴하지 않으면서 동시에 그 애한테 책임감을 심어줄 수 있을까, 하는 거죠. -293쪽


인간의 본성은 선(善)일까요, 악(惡)일까요? 세상을 보면 '악'에 더 가깝다는 생각을 자주 하게 되는데요. '악'과 '선'을 완벽하게 구분할 수 없으니 더 어려운 문제입니다. 그렇다면 인간의 본성은 사회화나 교육으로 충분히 통제할 수 있는 것일까요? 


<디너>는 인간의 '악'과 '선', 그 경계선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진지한 얘기를 하기 전에 <디너>가 보여주는 섬세한 통찰에 대해 먼저 말하지 않을 수 없네요. 

영화 <내 아내의 모든 것>을 보신 분? 봤다면 기억하시겠지만 가장 인상적이었던 장면은 단연 그 부분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여주인공(임수정)이 세상의 갖가지에 불만을 늘어 놓는 장면이요. 그 얘기를 듣지 않았다면 생각하지 않았을 종류의 것들에 대해 여주인공은 사사건건 불만을 터뜨립니다. 예, 저는 이 소설에서 그 여주인공을 발견했어요. 아주 예민하게 상황을 바라 보는 주인공. 영화에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섬세하게 분석해서 '그래, 그럴 수도 있겠군' 하고 다시 한 번 읽은 부분이 한 두 곳이 아니랍니다. 


사람들은 면도를 하느냐 하지 않느냐, 라는 문제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 (...) 면도에 대해 다른 사람들이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지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14쪽


그런 면에서 토네이도, 허리케인, 쓰나미 등에 관한 다큐멘터리는 우리에게 상당히 큰 위안을 준다. 맞다. 그건 아주 끔찍한 현상이다. 우리 모두 그게 얼마나 끔찍한 일인지 잘 알고 있다. 하지만 불행과 폭력이 없는 세상은 - 자연의 폭력이든 인간의 폭력이든 상관없이 - 도저히 참을 수 없을 것이다. -218쪽


심지어 정신적으로 건강하지 않은 주인공의 묘사가 아주 실감났습니다. 사람은 때로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을만큼 희한한 생각에 압사 당할 것 같은 불안함을 느낄 때가 있잖아요.(공감하지 못하시려나? 전 공감했습니다만...)


그런 의미에서 광년(光年)이라는 개념은 생각할수록 무시무시했다. (...) 난 아주 멀리 떨어진 전망대 같은 곳에 서서 하나하나의 인간이 아니라 인간이라는 존재 자체를 총체적으로 인식하려 애썼다. 그런데 그게 나한테는 심한 압박감으로 다가왔다. -227~228쪽


이런 강력한 흡입력으로 독자를 절정에 몰아 넣는 솜씨가 아주 흥미롭습니다. 책을 이틀만에 다 읽고야 말았거든요.(원래 저는 그리 빨리 읽는 사람이 아닙니다) 


다시, 진지한 얘기를 해야겠군요. 이 '절정'이라는 것에 집중할 필요가 있습니다. 얄궂게도, 중요한 장치들은 이야기가 진행될 때마다 하나씩 터져 나왔습니다. 주인공의 상태, 아들과의 관계, 아내의 솔직한 심정, 사건들. 때문에 책을 읽어 내리기는 쉬웠으나 질문은 아주 많아집니다. 


가장 중요한 질문은 '악'을 어떻게 규정할 것인가? 하는 문제입니다. 

수직선을 생각해 볼 수 있어요. 

플러스(+)영역과 마이너스(-)영역을 구분하는 것은 0입니다. 그런데 어디부터가 플러스고 마이너스인지를 따질 때 아주 곤란해집니다. 인간 세상은 수학이 아니니까요. 대부분의 사람이 '저건 마이너스야!'라고 인정해도 당사자는 '이것까지는 플러스로 쳐줘야지.' 할 수도 있는 거고요. 때론 가장 친한 친구와도 이 경계를 따지기가 어려운 경우도 생겨요.(아주 흔한 일이기도 하죠) 


파울은 살인이나 타인에 대한 피해 보다 아들의 논리 정연함이나 우리 가족의 행복이 우선하는 인물입니다. 아들이 쓴 '사형제도'에 관한 에세이를 봐줄 때가 그렇고요, 공놀이를 하다가 어느 가게의 유리를 깨뜨렸을 때도 파울의 대응 방법은 좀 불쾌합니다. 내 아들의 논리가 옳고 내 아들이 받는 꾸지람이 싫거든요. 


상식적이지 않다고요? 물론 불편하긴 하죠. 좀 과장된 사례기도 하고요. 하지만 우리가 흔히 저지르는 오류기도 합니다. 나의 행복과 내 자식이 그토록 소중한 부모가 타인의 행복과 타인의 삶을 무시하는 것, 흔히 벌어지는 일이잖아요. 학교에서도, 직장에서도, 길거리나 어느 음식점에서도 이런 일은 자주 벌어집니다. 이런 오류가 바로 인간의 모습이 아닐까요? 


그러나 혼돈해선 안 될 겁니다. 수직선을 초월한 가장 기본적인 전제들이 분명히 있으니까요. 우리에겐 그 가치들이 흔들리지 않고 자리를 지켜줄 때 주인공이 바라 마지 않았던 행복, 그것도 '진짜' 행복을 누릴 수 있을 테니까요. 파울 가족이 그 후 정말 행복했느냐, 생각해 볼 문제입니다. 


 



프랑스와 관계된 거라면 사족을 못 쓰는 네덜란드 사람들이 있는데, 그들이 그런 부류였다. (...) 그러면서도 정작 도르도뉴에 사는 프랑스인들은 네덜란드 사람들을 끔찍하게 싫어한다는 사실을 애써 외면했다. -79쪽


그 영화의 감독은 방송에서 인터뷰를 한 여자랑 한 치도 다를 게 없어. 사실 시드니 포에티어는 일종의 본보기 기능을 한 거야. 그는 다른 불쾌한 흑인들, 도둑이나 조폭, 마약 운반책 같은 위험한 흑인들을 대신해 본보기로 이용당한 거지. 너희들도 시드니 포에티어처럼 멋진 양복을 차려입고 모범적인 사윗감처럼 행동하면 우리 백인들은 분명 니들을 품에 안아줄 거다, 뭐 이런 식으로 말이야. -9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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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드런 액트
이언 매큐언 지음, 민은영 옮김 / 한겨레출판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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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 브래드버리- 태양의 황금 사과 외 31편
레이 브래드버리 지음, 조호근 옮김 / 현대문학 / 201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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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위의 딸
알렉산드르 세르게비치 푸시킨 지음, 김성일 옮김 / 창비 / 201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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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터 메르세데스
스티븐 킹 지음, 이은선 옮김 / 황금가지 / 201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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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의 힘 1 ㅣ 밀리언셀러 클럽 124
돈 윈슬로 지음, 김경숙 옮김 / 황금가지 / 201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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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자와 물소, 악어에 관한 다큐를 본 적이 있습니다(우리 상식이 현실과 얼마나 멀리 있는지 상상도 못하실 걸요?). 이들이 맞붙으면 어떻게 될까요?

당연히!

사자가 물소와 악어를 이기지 않겠어요? 물소는 잡아먹힐 테고요(당연하잖아요? 채식동물인데요.). 악어에겐 강한 이빨이 있긴 하지만... 동물의 왕 사자잖아요!

그런데 아주 흥미로운 일이 벌어지더군요. 잠시 들어 보세요.


뜨거운 아프리카, 싱싱한 풀이 자란 풍요로운 강가예요. 여기서 물소 떼가 풀을 뜯고 있습니다. 선제공격은 사자입니다. 물소 새끼 한 마리를 암사자들이 공격 했어요. 당황한 물소 떼는 우왕좌왕 도망가기 바쁩니다. 이 때, 물가에 악어 몇 마리가 등장해요. 이 얄미운 악어들이란! 물소 새끼를 두고 악어와 사자의 힘겨루기가 시작됐습니다. 사자는 물소 새끼의 목을, 악어는 다리를 물고 줄다리기라도 하는 걸까요? 불쌍한 물소 새끼는 질긴 목숨을 부지하고 있었고요. 사자가 이겼습니다. 악어는 당분간 버티긴 해도 물 밖에 오래 나와 있으면 피부가 말라 버려서 위험하니까요.

반전은 이제 시작합니다. 사자들이 겨우 한숨 돌리려는데 이게 웬일인가요? 몸집 큰 물소 떼가 다가옵니다. 그리고 사자를 위협하기 시작해요. 사자보다 먹이 사슬의 아래 단계에 있는 물소가요. 사자는 그들을 무시할 수 없습니다. 물소의 덩치는 사자보다 크고 뿔은 위협할만한 무기니까요. 이제 사자들이 도망을 갑니다! 불쌍한 물소 새끼는 다치긴 했지만 어른들의 품으로 돌아갔고요.

놀랍지 않습니까?

해설자는 전에 보고된 적 없는 아주 놀라운 광경이라고 흥분했어요. 그렇지만 악어와 사자, 물소는 해설자만큼 흥분하진 않았던 것 같아요. 야생이란, 그런 일들이 수시로 일어나는 곳이니까요.


<개의 힘>은 동물의 왕국 같은 이야기입니다.

그리고 바로 인간의 본성에 대한 이야기죠.


독자들은 이 책이 영화 같다고 느낄 것 같습니다. 흥미롭고 거친 사내들의 이야기라고요. 조직의 권력과 신흥 세력의 암투, 마약과 매춘. 영화에 자주 등장하는 소재죠? 그런 소설을 원하는 분들에게 걱정 없이 추천해도 좋겠네요.

그렇지만 저는 <개의 힘>을 읽는 동안에도 TV에서 보도되는 이런 저런 뉴스를 보면서 '저 뉴스들의 잘 설명된 이야기'라고 생각했습니다. '0명 사망, 00명 부상' 이들의 가족과 상대에 대한 증오, 복수심이 아주 잘 표현된 이야기라고요.

(이 글 맨 아래 뉴스 링크 몇 개 있습니다.)


인간이란 대체로 이기적이죠. 내 이익을 위해서 얼마든지 타인의 이익을 해칠 수 있고요. 의도하건 의도하지 않건 간에요. 책 속에 담긴 먼 나라, 마약 동네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우리는 좀 더 싼 가격을 찾아 동네 슈퍼 대신 대형마트에서 장을 봅니다(그러면서 '유기농'이라고 붙어 있는 좀 더 비싼 채소에도 기꺼이 돈을 써요. '유기농'이 뭐죠?). 아이스크림 가게 사장님은 아르바이트생의 급여를 최소한으로 주고요. 여러 나라와 FTA를 맺어서 돈을 많이 벌면 됩니다.


자유무역은 꽃이 필 터였다. 공장들이 우후죽순처럼 국경 도처에 들어설 것이고 저임금 멕시코 노동자들은 우리가 쓸 테니스화, 유명 의류, 냉장고, 소형가전제품을 우리가 지불할 만한 가격대로 만들 것이다.-1권, 265쪽


자본주의는 이런 인간의 이기심을 극대화 한 시스템일까요. 이기심을 인정하고 이기심을 부추깁니다. 열심히 이기적으로 살면 이른바 '성공'한 삶으로 인정받을지도 몰라요(S사 회장님처럼요.).

책 속 등장인물들은 '성공'을 위해서, 내 이익을 위해서 쉽게 다른 가치를 저버립니다. 때론 고문도 하고 살인도 해요. 그게 어린이든 관광객이든 존경해 마지않는 신부님이든지요.


때때로 일주일에 200명의 비율로 사라지기도 했다. 보수파 암살부대에게 체포되어 그냥 사라졌다. 그리고 만약 누군가 그 일에 대해 너무 많은 질문을 한다면 그 사람도 사라져 버렸다.-1권, 321쪽


집 없는 아이들은 거리에서 총에 맞아 쓰러졌다. 대학생들도 살해되었고 대학교수 한 명도 강의실 복도에서 칼에 맞았다. 미국인 수녀는 성폭행을 당한 뒤 살해되어 다른 시신들 위에 던져졌다. 그 모든 과정을 거치면서 미군들은 훈련과 조언과 장비를 제공하였고 죽음의 땅에 킬러들을 이송할 헬리콥터까지 제공하였다.-2권, 168쪽


그러면서 내가 당한 피해는 견딜 수 없어 하죠. 아주 단순한 우리 모습 아닌가요? 인간은 이기적인 동시에 '나에겐 관대하고 남에겐 가혹하'잖아요. 게다가 전쟁 통에 있으면 아군과 적군은 구분하기 어려워집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하겠어요? 나를 빼곤 다 적이다! 하는 수밖에요.


잔혹한 마약 전쟁은 미국과 멕시코 각각의 내부 사정 때문에, 혹은 서로에 관계된 사정 때문에, 또는 그 안에 있는 인간들의 이기심 때문에 끝나지 않고 십 수 년 동안 계속 되고 있습니다. 이걸 끝내려는, 동시에 개인적인 복수를 완성하려는 주인공 아트 켈러를 쫓다 보면 장장 2권에 걸친 거대한 이야기의 줄기를 잡을 수 있습니다.


아트 켈러는 끊임없이 괴로워합니다. 자기 때문에 학살이 일어났다고 자학하고 복수를 위해 가족을 떠나면서 마음 아파합니다. 복수의 순간에도 망설입니다. 상사에게 입 바른 소리를 했다가 무시당하기도 하고요. 독자 입장에서 아주 귀찮고 우유부단한 캐릭터 아닌가요? 그렇게 목숨 걸고 기다린 순간에! 그야말로 '문제적 인물'입니다. 사람들은 그를 비웃습니다. 그가 뭐 얼마나 대단한 성자냐는 거죠.


"자네는 동정녀 마리아가 아니야, 아트. 자네도 숱하게 저질러 온 일이야."-1권, 90쪽


아트는 모든 사람이 그렇게 기대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자 현기증이 났다. 마약 단속국의 모든 직원들과 셰그는, 특히 셰그는 더욱 아트가 오랜 관례대로 시행하기를 기대했다. 경찰을 죽은 살인자는 경찰서에 끌려오지 않았다. 항상 달아나려고 시도하다가 죽었다.-1권, 326~327쪽


"거 보시오, 내가 뜻하는 건 정확히 그런 게 아니라니까. 당신은 너무 물러 터졌소이다. 복수를 원하지만 그럴 만한 사람이 못되는 거지. '공정한 재판' 따위로 복수를 위장해야 하니까. 그 자식을 쏴버리는 게 더 쉬울 거요." -2권, 19쪽


그렇긴 하지만 아트 켈러야 말로 인간답다. 전 이렇게 생각합니다. 단순하고 이기적인 인간들이 하지 못하는 생각을 아트 켈러는 하고 있으니까요. 진짜 인간이라면 아트 정도의 망설임은 가지고 있어야 하는 것이 아닐까? 하고 안타깝게 생각하는 것입니다.


억울하게 회사에서 잘린 동료가 있다고 가정해 봐요(해고는 살인이니까).

1. "회사가 부당한 결정을 내리긴 했지만 당장 갚아야 할 대출금에다가 아이들 교육비, 부모님 용돈까지 '생활'은 나를 자유롭게 하지 않으니 동료 너에겐 미안하지만 너의 편이 되어 줄 수 없다."

고 하는 사람과 2. "지금 우리가 너의 편이 되지 않으면 회사는 언제 또 부당한 결정으로 우리를 위협할지 몰라. 우리 모두 함께 항의하자."고 하는 사람 중에 어떤 사람이 더 현실적인가요? 1? 2?

지금 세상은 연대를 원하지만 동시에 그것을 순수한 도덕심으로 치부하곤 합니다. 아트의 망설임이 국가에 위협이 되고 현실적이지 않다며 나무라는 것처럼요. 그렇지만 이대로라면 먼저 희생한 사람들에게 진 빚을 우리 아이들에게 갚을 날이 과연 올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이야기가 멀리 간 것 같네요;)


책은 거대한 이야기를 다룹니다. 마약을 비롯한 국제 경제, 자본주의와 격동하는 정치와 음모에 대해서도 이야기해요. 현실과 아주 닮아 있고 그래서 냉소적인 마음을 거두기가 힘듭니다. 절대 악한 자도 없고 무조건 선한 사람도 없어요. 혼란한 세상에 지킬 것을 지키며 사는 것이 얼마나 힘든지. 


우리가 사는 세상은 [연옥]과 비슷한 것 같습니다. 죽기 전까지 겪는 고통. 순간마다 즐겁기도 하고 행복할 때도 있겠지만 대개는 고통이에요. 고통의 선택은 인생을 알 수 없는 방향으로 데려갑니다. 단순히 친구를 구하려고 했던 칼란을 킬러로 만들고, 홀로 서기 위해서 매춘을 시작하던 노라를 고급 매춘부로 만들어요. 동생의 복수를 위해 적의 애인을 죽이려 하고 내가 살기 위해 남을 위험에 몰아넣습니다. 필요하다면 과거 적이었던 사람도 지금 내 편이 될 수 있고요. 이 혼란한 세상. 죽기 전까지 겪는 고통들.


"좋아. 근본적으로 그 둘은 모두 고통스럽지. 하지만 연옥에서 보내는 시간은 결국엔 끝나. 그에 반해 지옥은 영원히 지속되지. 난 자네에게 지옥과 연옥을 두고 선택할 기회를 주려고 왔어."-2권, 393쪽


그러나 그 안에서 좀 덜한 고통을 찾는 게 우리네 삶 아니겠어요? 무너지는 댐을 두 손으로 막을 순 없지만 무너진 댐을 모두의 두 손으로 고칠 수는 있을 거고요. 우리 사는 곳이 [동물의 왕국]이나 [연옥]이 아니라고 누군가 홀연히 나타나 증명해 주는 날을 기다리고만 있을 수는 없어요. 책을 보고 있자니 갈 길이 멀지만요. 


[1권]

정작 문제 되는 것은 점잖지 못한 세상에서 점잖게 살아갈 방법을 찾는 것이었다. 이 망할 놈의 전쟁. -26쪽


콘도르와 피닉스, 뭐가 다르단 말인가? 이름이 뭐가 되었든 지옥이기는 마찬가지였다. -73쪽


"얘야. 섹스 얘기가 아닌 건 없단다." -170쪽


커피 재배에 더 많은 땅이 쓰일수록 식량을 재배할 땅이 줄어든다는 뜻이었고, 19세기 중반까지도 힘든 일을 하는 대부분의 엘살바도르 인 소작농들은 기본적으로 굶주리고 있었다. -316쪽


교회는 그들에게 돈을 줄 것이다. 교회는 부유했다. 가난하고 독실한 신자들에게서 수 세기 동안 모은 돈이었다. 헌금 접시의 동전은 세금 한 푼 내지 않고 많은 벌이에 투자되었다. -371~372쪽


[2권]

이상하게도 득표수를 세던 컴퓨터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 (...)그리고 그 며칠 사이, 컴퓨터 득표수 감시 책임을 진 상대편 후보 경비원 두 명이 강에서 시신으로 발견되었다. -42쪽


더 '능률적인' 거대한 대농장을 위한 공간을 확보하기 위해서. 석유 채굴은 물론이고 더 큰 커피 대농원, 채굴산업, 벌채 공사를 위한 길을 열기 위해서. '그 모든 것을 자본주의 제단에 산 제물로 바쳐야 한단 말인가?' -61쪽


미국인은 말 그대로 나무에서 자라는 생산물을 따서 값비싼 원자재로 탈바꿈시켰다. 그들이 없으면 코카인과 마리화나는 밀수입으로 수억 달러를 버는 대신 어느 캘리포니아 들판에서 허리 굽혀 일하는 노동자들을 등쳐먹으며 푼돈을 버는 오렌지 같은 작물이 되었을 것이다. -147쪽


"자넨 정말 바보 같군, 아트. 그리고 경험에 비해 놀라울 정도로 순진한 사람이군.(...)" -475쪽


아트는 마약 전쟁이 외설스런 부조리인지, 부조리한 외설 행위인지 결정을 내릴 수가 없었다. -477쪽



*이 뉴스 어떤가요?

1) 케냐 총리 헬기 추락사(6/10):

http://news.sbs.co.kr/section_news/news_read.jsp?news_id=N1001221934

2) 시리아 내전, 어린이 방패(6/13):

http://news.sbs.co.kr/section_news/news_read.jsp?news_id=N1001224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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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주목 신간 작성 후 본 글에 먼댓글 남겨 주세요.


책 수다 떠는 걸 좋아하는데 마땅히 취향 맞는 사람 찾기는 어려워요. 취향에 안 맞는 책 읽는 것도 어렵고요. 하하. 그렇지만 제 세상은 덕분에 계속 넓어지고 있습니다. 6월에는 또 어떤 책들을 만날 수 있을까요? 늘 기대되는 심정으로 삽니다. 



지난 4월에 부산 여행을 간 적이 있습니다. 보수동 책골목 유명하잖아요. 그곳에 위치한 북카페에 갔다가 미나토 가나에 작품, <고백>을 꺼내 읽기 시작했습니다. 맑지만 서늘한 봄바람에 아이스 커피 한 잔 곁들여 미나미에 대한 유코의 이야기를 읽던 기억이 생생합니다. 약속 시간이 되어 이어지는 단편을 읽지 못하고 덮었는데요. 아. 무척 아쉬웠습니다. 

그 때, 담담하면서도 날카로운 문체가 아주 마음에 들었습니다. 날카롭다는 게 중요해요. 책에서 읽지 않으면 애써 생각하지 못할 것들이 많이 있거든요. 이 작가는 그래서 아주 기대가 됩니다. 

<왕복 서간>이 엄청나게 기대되는 이유입니다. 우리에게 또 어떤 날카로움을 보여 줄지 설레기까지 하네요.  





음모론은 매력적이지만 쉽게 관심 받고 쉽게 잊혀지는 것 같아 아쉬운 마음입니다. 어떤 현상을 두고 해석이 분분할 때 결국 각자가 원하는 것을 바라 보게 되죠. 아직도 여러 방면에서 음모론이 끊이지 않는 것도 이런 이유일텐데요. 거장의 미해결 사건 조사 논픽션이라니요. 이거 흥미롭지 않습니까? 

저는 작가의 사회적 관심에 늘 아쉬운 독자예요. 마쓰모토 세이초 같은 거장이 진실을 탐구한다! 대단합니다. 이런 논픽션이 우리나라에도 많이 많이 나와주었으면 하는 간절한 마음입니다. 해석은 분분할 수 있어도 논의는 계속 되어야 하고 그렇게 이야기 하다 보면 진실은 드러나게 마련이니까요. 






최근에 부모님이 귀농을 하셨습니다. 평생 혼자 살아본 적이라곤 없는 저에게 이건 엄청 큰 변화였어요. 막상 그 순간에는 별 감정이 없더니 이상하게 시간이 갈수록 서운함이 커져만 갑니다. 요즘은 잠 들기 전 삼십 분씩 꼬박 한 여자(엄마)를 생각하곤 해요. 작가 아니 에르노처럼 언젠가 나의 어머니에 대해 쓴다면 어떨까 상상해 봅니다. 

아마 이 책은 지금 같은 때 제가 읽으면 안 될 책일지도 모르겠어요. 어쨌든, 도전해 보렵니다. 솔직한 고백을 듣고 있으면 저도 용기가 나서 어머니에 대한 글을 쓰게 될지도 모르죠. 같이 읽어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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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은 원조- 아프리카 경제학자가 들려주는
담비사 모요 지음, 김진경 옮김 / 알마 / 201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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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먹고 마시고 숨쉬는 것들의 반란
샌드라 스타인그래버 지음 / 아카이브 / 201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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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코끼리는 안녕,- 제1회 문학동네 대학소설상 수상작
이종산 지음 / 문학동네 / 201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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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노체트 넘어서기- 칠레 민주화 대장정
리카르도 라고스 지음, 정진상 옮김 / 삼천리 / 201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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