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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들어진 예수 - 누가 예수를 왜곡하는가
크레이그 에반스 지음, 성기문 옮김 / 새물결플러스 / 2011년 1월
평점 :
교부 시대에는 예수에 관해 그가 신-인(God-man)인지 아니면 신 혹은 인간인지에 대한 논의가 진행 되었다. 물론 정통 신학자들은 한치의 의심도 없이 예수를 신-인으로 보았다. 하지만 그에 맞선 이단들은 예수를 신 혹은 인간, 어느 한 쪽으로만 부각시켰다. 즉 이 시기에는 예수를 실존 인물로 보는 대신 예수 자체의 본질에 대한 문제를 다루었다. 반면 예수와 관련된 오늘의 의문과 논의는 다른 양상을 보인다. 그것을 가장 잘 표현한 말은 바로 이것일 것이다.
"예수는 역사적 실존 인물인가? 허구의 인물인가?"
현대에 들어 예수에 관한 논의는 그의 실체가 아니라 실재, 다시 말해서 예수의 역사성에 집중 되었다. 예수는 역사적으로 실존 했던 인물인가? 실존 인물이라면 무엇으로 그것을 증명할 수 있는가? 허구의 인물이라면 누가, 어떻게, 왜 그를 만들어 냈을까? 등 교부 시대와 달리 오늘의 논의는 예수 자체에 의문을 제기한다.
이러한 예수에 관한 오늘의 연구는 크게 세 시기를 거쳐서 진행 되었다. 그 첫 번째는 19세기 초, 헤르만 라이마루스(Hermann S. Reimarus, 1694-1768)를 필두로 시작된 '역사적 예수에 대한 탐구(A Quest of the Historical Jesus)'이다. 역사적 예수 탐구의 선구자인 라이마루스는 예수의 목적에 의문을 제기 했다. 그는 "예수가 이스라엘의 정치적 왕을 기도 했다(만들어진 예수 中)"고 주장 했다. 이 당시 학자들은 계몽주의 등의 영향으로 예수가 구원자라는 것을 받아들일 수 없었다. 따라서 그들은 예수가 선각자나 도덕 선생이었다는 개념만 받아들였다. 이후 브레데(William Wrede, 1869-1906)와 슈바이처(Albert Schweitzer, 1875-1965) 등을 거치며 역사적 예수에 대한 탐구가 계속 진행 되었다. 그러나 양식 비평을 탄생시킨 불트만(Rudolf Bultmann, 1884-1976)에 이르러 역사적 예수의 탐구는 잠시 종결된다. 양식 비평가들은 "복음서 자료의 상당수가 교회가 만든 것이기 때문에 역사적 예수를 찾을 수 없다(만들어진 예수 中)"며 역사적 예수에 관한 탐구를 포기한다.
역사적 예수 탐구의 두번째는 1950년 대에 시작된 '새로운 탐구(A New Quest of the Historical Jesus)'이다. 이 시기의 주요 학자들은 보른캄(Guenther Bornkamm, 1905-1990), 케제만(Ernst Kaesemann, 1906-1998), 에벨링(Gerhard Ebeling,1912-2001) 등으로 이들은 주로 정경을 비평하며 연구를 진행한다. 이들 '새로운 탐구'의 학자들은 특히 '역사적 예수'와 '신앙의 그리스도' 사이의 연관성을 발견하기 위한 연구를 했다.
마지막으로 1980년 대 이후에 시작된 '세 번째 탐구(third Quest)'는 예레미아스(Joachim Jeremias, 1900-1979), 크로산(John Dominic Crossan, 1934- ), 던(James D. G. Dunn, 1939- ), 샌더스(E.P. Sanders, 1937- ), 어만(Bart D. Ehrman, 1955- ), 라이트(N. T. Wright, 1948- ) 등에 의해 활발한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세 번째 탐구'는 예수와 1세기 유대교 사이의 관계를 강조하는 것이 특징이다. 특히 보수신학자들과 '예수 세미나' 학자들 사이의 대립이 눈여겨 볼만 하다.
'만들어진 예수'
이 책은 어쩌면 '예수 세미나' 일원 등에 의한 예수와 성경과 관련된 문제 제기에 종지부를 찍을 수 있는 책이 될 수도 있다. 저자는 크레이그 에반스(Craig A. Evans)로 한국에서는 WBC 주석의 마가복음 하 등을 통해 만날 수 있다. 국내 독자들에게는 그리 잘 알려진 학자는 아니지만 북미 신학계에서는 역사적 예수, 유대교, 사해 사본, 신약성경의 배경사 등을 연구하며 그 탁월함을 크게 인정받는 학자이다.
에반스는 이 책 '만들어진 예수'를 통해 그동안 제기 되어 온 예수에 관한 수많은 의문들과 회의에 강력한 답변을 제공한다. 예수에 관한 탐구의 출발과 접근 방법의 오류를 지적하고, 도마복음, 베드로복음, 마리아복음, 그리고 유다복음 등의 연대성과 신뢰성의 문제 다룬다. 시대착오적이며 과장된 주장들, 예를 들면 성혈과 성배(자음과 모음, 2005), 다빈치 코드(문학수첩, 2008) 등에서와 같이 예수에 관한 괴이한 주장과 허구들에 대한 신뢰 할 만 한 답변을 제공한다.
이 책의 큰 특징은 일차자료를 풍부하게 사용한다는 점이다. 학술 서적의 경우 자신의 논지를 강화하기 위해 다른 학자들의 견해를 많이 인용한다. 그러나 에반스가 인용하는 견해들은 주로 그와 반대 되는 주장들이다. 다른 학자들의 견해는 비평을 위해 인용을 했다. 나머지 인용문들은 내용 분석 및 증거 제시를 위한 주제와 관련된 일차자료들이다. 여기서 그의 탁월성과 학문성 및 신뢰성이 입증된다. (물론 일차자료를 잔득 가져다 놓기만 해서는 이것들이 생기지는 않는다.) 그는 일차자료들을 일일이 분석하며 관련된 문제를 지적하고, 충분한 답변을 제공한다.
다른 특징으로는 일부 사람들(특히 근본주의자들과 일단의 복음주의, 그리고 개혁주의자들의)에 의해 논란과 문제제기가 될 수 있는 것으로, 에반스는 기본적으로 성경에 대한 다음과 같은 관점을 견지한다.
"... 기독교인들이 신앙적인 이유로 복음서를 정경으로 받아들이지만 복음서가 결코 무오하거나 예수가 했다는 모든 말씀과 행위가 역사적 사실이라고 주장할 필요는 없다. ... "(314p)
물론 에반스는 범위를 복음서로 제한하고 있지만 성경의 무오를 주장하는 이들에게는 논란의 여지가 있는 주장이다. 그럼에도 그 다음에 이어지는 그의 말에 분명히 유의 할 필요가 있다.
"복음서가 우리에게 복음서 저자들의 관심(편집비평의 과제)과 전승을 전달한 초기 기독교인들에 대해 더 많은 것을 말하지만(양식비평의 과제), 저자들의 가장 중요한 관심은 예수의 가르침과 삶을 전달하는 데 있었다. 그들에게 말씀과 삶은 규범적인 것이었다. ..."(314p)
앞에 말에 사로잡혀 뒤에 이어지는 에반스의 지적을 잊는다면, 이 책에서 그가 제공하는 수많은 자료와 주장들은 가치를 잃게 될 것이다.
아무튼 이 책은 그동안 제기 되어 온 예수에 관한 역사성에 대한 의문과 수많은 오해와 회의 및 이상한 해석들에 대한 총체적 답변을 제공해 주고 있다. 방대한 자료와 그에 대한 철저하고, 면밀한 학문적 분석을 통해 기존의 주장들 중 가장 신뢰 할 만 한 논증과 답변을 제공한다. 특히 학문적인 내용을 다루고 있음에도 누구나 읽기 쉽다. 따라서 학자들은 물론 여러 소문으로 예수와 성경에 대해 의문과 회의를 가지고 있는 이들에게 이 책을 적극 추천하고 싶다.
예수에 관한 탐구는 세 번째 시기에 접어들어 무척 흥미로운 주장들과 그에 대한 활발한 논의, 그리고 새로운 방향 전환이 이루어지고 있다. 크로산(John Dominic Crossan)을 위시한 '예수 세미나'의 예수에 관한 연구가 계속 되고 있다. 또한 최근 학계를 점점 뜨겁게 달구고 있는 샌더스(E.P. Sanders), 던(James D. G. Dunn)과 라이트(N. T. Wright) 등의 바울에 대한 새관점(New Perspectivie On Paul) 등이 예수를 넘어 신약에 새로운 이해와 문제를 제기하며 전통적 개신교의 핵심에 강력한 도전을 가하고 있다. 각각의 도전에 대한 연구와 논의가 어느 쪽으로 이루어질지는 아직 알 수 없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기독교는 2천년 동안 줄곧 새로운 도전을 맞이했지만 그러한 수많은 도전들은 명멸한 반면 성경에 담긴 기독교의 진리는 여전히 건재하다는 사실이다. 이것은 어제와 마찬가지로 오늘, 그리고 내일도 동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