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한 장의 사진 - 내 마음속 사진첩에서 꺼낸
박완서 외 지음 / 샘터사 / 200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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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내 상상력의 새는 내가 상상하려 할 때마다 유년의 그 지점에서 날개를 펴고 날아오른다. 나는 분명히 그 지점의 냄새를 맡는다. 음악을 듣거나 책을 읽을 때 우리는 거기에 등장하는 정황이나 장소를 각자 나름대로 상상하게 되는데, 성문 앞 우물 곁에 서 있는 보리수‘ 로 시작하는 <보리수>라는 가곡을 들을 때마다 나는 아주 당연하게 유년의 집 앞 커다란 나무와 우물을 생생하게 떠올린다. 이처럼 움리는 각자의 원초적 경험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어쩌면 우리의 잡다한 인생사는 유년의 끊임없는 변형일지도 모르겠다. - P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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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완서 외 지음 / 샘터사 / 200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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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진을 찍던 무렵, 나는 세상을 다알아버린 것처럼 지레 늙은 애늙은이였다. 그런데 그로부터 삼십여 년을 더 살아낸 지금, 내게 확실한 것은 내가 아는 게 없다는 그 하나뿐이다. - P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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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한 장의 사진 - 내 마음속 사진첩에서 꺼낸
박완서 외 지음 / 샘터사 / 200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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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아는 어떤 분은 술만 취하면 월남전 갔다 온 얘기만 하고 또 한다.
또 어떤 분은 자신이 외제차에 운전기사까지 두고 부유롭게 살던 때만을 기억하고 또 한다. 사람은 자신이 살면서 겪은 가장 강렬한 한때를즐겨 반추한다기보다는, 그 기억으로부터 끝끝내 벗어나지 못하는 존재같다. - P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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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완서 외 지음 / 샘터사 / 200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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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키운 건 골목길이었다내 기억이 가 닿을 수 있는 가장 먼 곳에 있었던 풍경들 버스와 도락꾸라고 부르던 트럭이 매캐한 연기를 내뱉으며 달리던 면소재지 신작로,
우리 가게에 매달려 있던 커다란 간판, 거기에 쓰여 있었지만 무슨 말인지 알 수 없었던 잡화 일체 도소매라는 말, 우리 가게 오른쪽에 문화사진관, 그 옆에서 오만 가지 털옷을 짜는 여자들만 살던 편물점, 그 옆에신사양복점, 그 옆에 칠성당시계점, 그 옆에 먼지를 뒤집어쓰고 있던 열녀각, 그 옆에 빨간 우체국, 그리고………….
그리고 우리 가게 왼쪽으로 나 있던 좁은 골목길, 어린 시절 나를데리고 다니며 놀던 그 골목길, 하루의 절반 이상을 어머니 대신에 나를키운 그 골목길. - P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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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한 장의 사진 - 내 마음속 사진첩에서 꺼낸
박완서 외 지음 / 샘터사 / 200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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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을 기다리며 사진 속에서처럼 그렇게 1969년의 겨울을 견디어내고있었던 것이다. 우리 어머니가 1949년을, 1959년을 견디었듯이 나의 가족들은 1969년을 견디고 그러고도 나와 나의 어머니 아버지와 나의 형제들은 1979년도 견디고 1989년도 99년도 견디며 살아왔던 것이다. 이제 나와 나의 형제들의 자식들이 그러할 것을 생각하니 가슴이 미어지고 눈물이 나는 것을 어쩔 수가 없다. 하여, 산다는 것은 결국 견디는 것인가. 가난하고 슬픈 사람들이 산다는 것은 - P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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