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음은 낮에, 유행은 밤에 배우던 시절이 있었다. 나의 십대 시절은 웃음과 유행만을 좇았다. 아침부터 학교에 가면 오늘은 어떻게 웃고 웃길까를 고민한다. 친구들 앞에서 제일 먼저 웃거나 가장 마지막에 웃거나 둘 중 하나였다. 책상에 앉아 칠판을 보고 있으면 친구들을 웃기는 것이 그 칠판의 판서보다, 그 위에 적힌 급훈보다도 더 위에 있었다. 어쩌다 한번 내가 하는 이야기로 친구들이 웃는 날엔 친구들의 표정과 그때 뱉었던 표현을 곱씹고 행복에 겨워 하루 종일 그 순간을 복기했다. 학교를 마치고집에 갈 때는 보도블록 크기에 발을 한 칸, 한 칸 맞춰 걸 으며 비슷한 상황이 오면 또 이렇게, 또 저렇게 말해봐야지 상상했다. 삭막한 교실의 공기를 웃음소리로 채웠던오늘의 안타를 마음속 액자로 잘 보이는 곳에 걸어놓고시도 때도 없이 들여다봤다. 그 길에서 들었던 매미 소리,
낙엽 떨어지는 소리, 눈 밟는 소리는 아직도 들리곤 한다. - P50